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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48화 (148/175)

148화 진상 손님은 척추를 접어드립니다

김성남은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첫 손님을 보고는 고개가 갸웃해졌다.

“희한하게 생긴 녀석이군.”

머리는 고래인데 몸은 인간인 고래 수인이었다.

정수리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 있었고 체구는 3m 정도 되었다.

보통 어인족이라면 물가에 살기 마련인데 내륙 지역인 카르텔까지 온 걸 보면 아무래도 유랑 상인인 모양이었다.

“커피.”

고래는 짧고 굵게 한 단어로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이때부터 김성남의 빡침이 살짝 올라오긴 했지만 초장부터 손님의 대가리를 후려갈길 정도로 사이코는 아니다.

“참자, 참아.”

하지만 그렇다고 공손하게 굴 정도로 싹싹하지도 않다.

“따뜻하게, 아니면 시원하게?”

손님에게 반말로 되묻는 김성남.

하지만 고래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제야 고래는 김성남의 머리 뒤에 있는 메뉴판을 보았다.

지상에 오래 머물렀더니 목도 마르고 피부도 건조해져서 시원한 것이 당겼다.

“시원.”

왠지 하대 당하는 것 같은 기분에 김성남은 2차 빡침이 올라왔지만, 성질을 간신히 억누르고 경건한 마음으로 원두를 자동 그라인더에 넣었다.

강철남이 제작해 준 그라인더는 전기 없이 사용자의 심력만으로도 원두를 갈아주는 편리한 마도구였다.

드르륵― 드르륵―

카페에는 원두를 곱게 가는 소리만이 공간을 메웠다.

고래는 얌전히 앉아 커피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이번에는 커피 추출 마도구.

이 역시 강철남이 특별 주문 제작한 것으로 사용자의 심력으로 작동되며 원두를 압축해 뜨거운 물을 내려 커피를 추출해주는 커피 머신과 같은 마도구였다.

[추출]

김성남이 연습한 대로 심력을 담아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심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숱하게 실패를 겪었지만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 고난의 순간들을 잊지 않겠다, 강철남.”

강철남의 특훈 아래 김성남은 심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커피에 심력을 불어 넣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을 담는 일.

김성남에게 정성을 쏟으라는 말은 멍구에게 100일 동안 쑥과 마늘만 먹으라는 지시와 같았다.

그만큼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연습은 힘들었다.

삐끗해 마력이라도 담는 실수를 할 적엔 강철남의 동작 그만 스킬에 1분간 굳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김성남은 바리스타의 프라이드를 걸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는 김성남의 성격이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그 결과 김성남은 심력을 담아 커피를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혹독한 수련의 결과다. 맛보아라.”

김성남은 얼음과 물을 탄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꽂아 고래의 테이블 위에 가져다주었다.

고래는 목이 말랐던지 빨대를 집어던지고 컵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름 신경 써서 꽂아준 빨대가 바닥에 내팽개쳐지자 김성남의 3차 빡침이 올라왔다.

슬슬 한계에 다다랐을 그 무렵 갑자기 고래가 이상 증세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우으으…….”

“뭐야,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우워어!”

뿌우우―

느닷없이 고래가 정수리에 뚫린 구멍으로 천장을 향해 물줄기를 내뿜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김성남은 얼굴에 물을 뒤집어쓴 것은 물론이고 새로 지어 반딱반딱한 카페 바닥이 물바다가 되었다.

“우와악! 이 미친놈이!”

찰싹―

결국 인내심이 활화산처럼 터져버린 김성남은 고래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찰지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고래는 그대로 테이블 위로 나자빠졌다.

“또라이 새끼 아냐, 이거? 오늘 신장개업했는데 카페를 물바다로 만들어? 일로 와. 넌 좀 더 맞아야 해.”

김성남은 의자를 집어 들고 성큼성큼 고래에게 접근했다.

그때,

“잠깐.”

고래가 벽에 기대어 가만히 김성남의 얼굴을 응시했다.

뭔가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왜? 유언이라도 남기게?”

씩씩 대던 김성남을 고래는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응시했다.

그러더니 손을 스윽 올리더니,

“존맛.”

이 한마디를 남기며 엄지를 치켜드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어이도 없고 당황한 김성남이.

그렇다면 방금 그 분수쇼는 극찬이었건가.

이걸 조져, 말어?

“흥, 매너는 꽝이어도 입맛은 좋구만. 냉큼 자리에 앉아서 남은 커피나 마셔.”

“리필.”

“꺼져!”

결국 고래는 커피를 다섯 잔이나 재주문 해 마시고는 만족한 표정으로 카페를 떠났다.

“완전 침수지대를 만들어 놨구만.”

김성남은 물난리가 난 카페를 닦으며 투덜투덜 댔지만 솔직히 자기 커피가 통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어 걸레질이 별로 귀찮지 않았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성남 카페 1호점에는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며 북적였다.

하루 이틀은 목을 축이러 들어온 유랑 상인들이 거의 전부였지만 점점 그들의 입소문이 일파만파 퍼져 어느새 오로지 이곳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딸랑딸랑―

“또왔.”

“말을 끝까지 해, 이 새끼야.”

김성남은 유랑 상인 주제에 허구한 날 카페에 들락날락 거리는 고래를 보자마자 질책을 쏟아냈지만, 몸은 늘 마시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주인장. 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로.”

“여기는 차가운 걸로.”

“이 라떼라는 건 뭐야?”

밀려드는 주문을 받으면서도 김성남은 한 잔 한 잔 심혈을 기울여 차분히 커피를 탔다.

먼저 고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어주고 다음 손님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내어줬다.

“잠깐, 내가 먼저 온 거 아니야? 왜 쟤부터 주는 건데?”

나중에 들어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엘프가 항의를 해왔다.

아무래도 착각을 한 모양이다.

분명 고래가 먼저 주문을 하고 엘프는 나중에 주문을 했다.

“순서 맞아. 네가 뒤차례야.”

“뭐? 인간 주제에 감히 이 엘프 세론님에게 말대꾸를 해?”

인간을 무시해?

종 차별주의적 발언을 듣고 얌전히 있을 김성남이 아니다.

김성남은 바로 하던 일을 손에서 놓았다.

“오냐, 심심했던 차에 잘 됐다. 한 판 붙자.”

“뭐? 아니, 주인장이면 손님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X까! 주인이 왕이다. 꼬우면 딴 집에 가던가.”

김성남은 앞치마를 벗어 던지고 카운터를 뛰어넘어 세론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한바탕 난동이 일어날 낌새가 보이자 카페 안의 마족들이 환호를 보내왔다.

“싸워라!”

“주인장한테 돈 걸었어!”

“엘프의 자존심이 있지, 지면 안 된다.”

엘프를 상대로 무방비하게 다가오는 인간을 보며 세론은 코웃음을 쳤다.

“어이가 없군. 인간 주제에 엘프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마비]

세론은 마비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나,

“이건 강철남 새끼의 [동작 그만]에 비하면 거미줄로 묶는 수준이다.”

“아닛!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는 거지?”

[화염탄]

이어서 세론은 마력을 듬뿍 담아 화염탄을 날렸다.

이글이글 불타는 화염탄은 카페 바닥을 검게 그을리며 날아왔다.

“어? 어?”

바닥이 타들어가며 가게가 엉망이 되는 꼴을 보자 김성남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야 이 씹X꺄!”

[파괴]

콰앙!

김성남은 화염탄을 맨손으로 으깨어 부숴버렸다.

씩씩대며 다가오는 그의 기세에 세론이 경악하며 뒷걸음질 쳤다.

세론은 잣 되었음을 느끼고 달아나려 해보지만 뒷덜미를 잡혀 바닥에 처박히고 말았다.

“키힝!”

“일로 나와!”

세론은 김성남에게 멱살이 붙들린 채 대롱대롱 매달려 가게 밖으로 끌려 나왔다.

“등에 힘 꽉 줘. 척추 나갈 거니까.”

김성남은 세론을 번쩍 들어 허리를 무릎에 내려찍을 준비를 했다.

이대로라면 세론은 평생 앉은뱅이 신세가 될 위기에 처했다.

“그, 그만!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 줘! 카페 바닥도 변상할게!”

“변상은 네놈 목숨값으로 받으면 된다.”

“아악! 제발!”

그때였다,

[얼음창]

김성남의 옆구리를 향해 날카로운 얼음창이 날아왔다.

가뿐히 백스텝으로 공격을 피한 김성남.

옆을 돌아보니 웬 미모의 엘프 여인이 죽일 듯이 김성남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 내 동생을 내려놔.”

“동생?”

“누나, 엉엉엉.”

“이 새끼가. 지가 잘못해놓고는 누나한테 응석 부리는 거냐? 개한심 하네.”

[불화살]

엘프 여인은 김성남에게 달려들며 예리한 공격을 퍼부었다.

발목을 향해 날아오는 불화살을 피한 김성남은 세론을 여인을 향해 집어 던졌다.

“앗!”

얼떨결에 자기 동생을 받은 여인은 시야가 가로막혔다.

그 틈을 타 김성남이,

퍼억!

드롭킥을 날리니 두 엘프 남매는 바닥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쌍으로 지랄들 하세요. 내 카페 바닥이나 물어내.”

“뭐? 카페 바닥이 무슨 소리야?”

김성남이 쓰러진 엘프 여인에게 다가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보니 이 여자,

“어?”

“아니, 너는?”

그제야 서로 알아본 둘.

“강철남과 같이 있던 헌터 아니냐?”

“넌 그때 드래곤하고 싸웠던 그… 뭐시기로군.”

“세.레.나.다!”

세레나는 발끈 화를 내며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그녀는 동생을 일으키고 먼지를 탁탁 털어주며 김성남을 흘겨보았다.

“인간계를 위해 싸우길래 악인은 아닐 줄 알았더니 길 한복판에서 내 동생의 척추를 접으려고 해? 아무래도 내가 잘못 본 모양이군. 넌 나쁜 놈이었구나.”

“그러는 너는 상황 파악을 못 하는 똥멍청이다.”

“뭐라고?”

“내가 이유도 없이 저 새끼 척추를 접어버리려 했겠냐?”

“그럼 내 동생이 잘못이라도 했다는 것이냐?”

“야, 네가 직접 말해봐.”

김성남은 세론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물었다.

세론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말을 못 해? 카페에서 난동을 피운 것도 모자라 인간 무시 발언까지 한 종 차별주의자 새꺄.”

침묵하고 있는 세론을 향해 비난하듯 김성남이 진실을 폭로하자 세레나는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세론. 정말이니? 네가 그랬어?”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세론.

세레나는 세론의 등짝을 사정없이 후려갈겨 버렸다.

“으이구! 못 살아! 이런 머저리를 동생이랍시고 감쌌으니. 인간, 미안하다. 내가 대신 사과하지.”

“잘못은 저 새끼가 했는데 왜 네가 사과를 해? 야, 네가 사과해.”

김성남은 끈질기게 세론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세론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며,

“잘못했다.”

라고 자존심을 꾹꾹 눌러가며 사과했다.

“퉤, 재수가 없으려니. 지금 손님 밀려서 이만하고 넘어가는데 다음부터 신경 거슬리면 진짜 싹 다 죽는 수가 있어.”

김성남은 씩씩대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동안 나오지 않는 커피를 기다리고 있던 손님들은 주인장의 주먹 솜씨를 보고 나니 섣불리 재촉할 수가 없었다.

“주인장, 이 라떼는 뭐요?”

“커피에 우유 들어간 거.”

“카푸치노는 뭔가?”

“커피에 우유 들어간 거.”

“…뭐가 다른가?”

“라떼는 우유가 존X 많이,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이 존X 많이.”

접객 매너 따위는 개나 줘버린 김성남이었지만 그가 타 주는 커피 맛은 최고였다.

곧 카르텔에서 커피를 원하는 마족들은 모두 성남 카페 1호점 찾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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