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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39화 (139/175)

139화 장사 이따위로 하지 마

허셸의 상점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그의 말은 허세가 아니었다.

처음보는 신기한 물건들이 민하의 호기심을 확 낚아챈 것이었다.

“아저씨, 아저씨! 이게 뭐예요?”

민하는 무지개빛으로 반짝반짝 영롱하게 빛나는 구슬을 보고 신기한 듯 물었다.

“그건 심해 10,000m 아래에 사는 심해어의 알이란다. 뭐가 태어날지 궁금하지 않니?”

“뭐가 태어나는데요?”

“궁금하면 하나 사보지 않겠니?”

“우와, 이건 뭐예요?”

“이건 1대 크레톤의 마왕, 크레톤의 비늘로 만든 목걸이란다. 세상 그 무엇으로도 뚫을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단단하지.”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한 이 상점이 민하에겐 보물 창고처럼 느껴졌다.

진귀한 물건 옆에는 또 신기한 물건들이 끝도 없이 늘어져 있었다.

“두근두근, 모험의 냄새야.”

미로같이 얽힌 상점 안을 돌아다니며 민하.

만년설의 눈송이가 담긴 반지를 만져보며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떨어보기도 하고, 용암의 결정이 새겨진 모자를 코트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

입구부터 끝까지 모든 물건을 싹쓸이 하고 싶을 정도로 흠뻑 빠졌다.

“대체 이런 물건들은 어디서 구하는 거예요?”

샤를은 물건 자체보다는 물건의 공급처가 궁금했다.

“하하하. 그걸 알려주면 우리는 굶어 죽게?”

샤를 역시 허셸 상점의 물건들에 흥미를 느꼈으나 하나같이 너무 비싸고 당장 필요도 없는 물건들이었다.

“잘 봤어요. 가자, 민하야.”

“힝, 더 보고 싶은데.”

“다른 데도 갈 곳 많아.”

어쩐지 미로 같은 가게를 돌아다니며 현기증을 느낀 샤를이 민하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

“감이 좋은 아이로군.”

“네?”

“아니다, 아니야. 그래. 물건은 골랐니?”

“아무것도 안 골랐어요. 대신 밖에 신기한 물건이 많았다고 소문 많이 내줄게요.”

약속대로 입소문을 내주겠다고 언약을 한 뒤 샤를이 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

그런데,

“어라? 아까 여기 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꼬맹이들이 벌써부터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는.”

“네? 갑자기 왜 그러세요? 아저씨, 나가는 문은 어디 있죠?”

“물건을 사 간다고 약속 했지 않느냐.”

“무슨 소리세요? 구경만 해도 좋다고 말 한 건 아저씨였잖아요.”

샤를은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이 쥐 대가리의 속셈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 분할 따름이었다.

“저희를 보내주세요.”

“집에 가고 싶으면 아무 물건이나 하나 사.”

“그럴 돈 없어요.”

“거짓말하면 아저씨 화낸다? 네가 입고 있는 옷만 봐도 제법 있는 집 딸이라는 것쯤은 훤히 보인다고.”

허셸은 철저하게 분석한 자기가 뿌듯한 모양인지 끌끌하고 기분 나쁘게 웃었다.

“어쩔 수 없군요. 벽을 뚫어서라도 나가야겠어요.”

“샤를…….”

“민하 넌 가만히 있어. 자칫 힘 조절 못 해서 시장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곤란하니까.”

결국 강행 돌파를 결심한 샤를이 벽에 손을 짚자 허셸이 한숨을 쉬었다.

“내 아이들이라 곱게 다루려고 했는데 협조를 안 해주는구나.”

짝짝―

허셸이 박수를 두 번 치자 가게 안에서 숨어 있던 소의 머리에 인간의 몸을 한, 미노타우로스 세 마리가 나타났다.

“하, 이제야 물건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이유를 알겠네. 이게 다 저 깡패들 급여죠?”

“말조심하거라. 이 아저씨들은 나처럼 말로 하는 성격이 아니거든.”

“잘됐네요. 저도 말로 아옹다옹하는 게 지쳤거든요. 아저씨는 말로 해서 안 되겠어요.”

[마력탄]

샤를이 최대 출력으로 30cm 지름의 동그란 마력탄을 소환해 쏘았다.

힘차게 날아간 마력탄.

그러나,

타앙!

“흐흐흐흐.”

미노타우로스는 간지럽다는 듯 맞은 부위를 벅벅 긁을 뿐이었다.

“쳇.”

“그깟 애들 소꿉장난 수준으로 허세를 부린 거였니?”

허셸이 낄낄대며 비웃었다.

그때, 얌전히 말싸움을 지켜보던 민하가 끼어들었다.

“샤를, 내가 혼내줘도 돼?”

“으으, 아니. 이번엔 내가 해결해보겠어!”

샤를은 민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이 위기를 벗어나 보고자 했다.

이런 순간을 대비해 샤를은 마력탄 이외에도 다양한 마법을 열심히 공부해 두었다.

[점화]

미노타우로스의 털은 불에 잘 붙는다는 속성을 이용해 불을 붙였다.

하지만,

“미지근하구만. 흐흐흐.”

샤를의 마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대미지를 주지 못했다.

[전류]

이번에는 강한 전류를 흘려보내 마비를 걸려 녀석들의 움직임을 묶으려 했다.

그러나 역시 조금의 정전기 정도의 타격만 입혔을 뿐이었다.

“꼬마야, 장난을 봐주는 것도 여기까지란다. 지금이라도 지갑을 꺼내렴.”

허셸이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샤를은 그 태도가 몹시 짜증이 났다.

“결국 이걸 꺼내는 수밖에.”

샤를은 모털 도사의 머리카락 한 올을 꺼내 들었다.

뭐가 나타날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위기의 순간에 재밌는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그 인간 도사의 말을 믿어보는 수밖에.

“에잇!”

샤를의 손을 떠나 힘껏 날아간 모털 도사의 머리카락 한 올은 바늘처럼 날카롭게 날을 세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셸과 미노타우로스 삼총사의 앞에 딱 멈춰 서더니,

퍼엉―――

하얀 연기를 피워내며 도력을 방출해냈다.

“이게 뭐야?!”

“콜록 콜록.”

“꼬맹이가 마도구를.”

“이건 마력이 아니다, 이 바보들아. 도력이야! 어디서 이런 비싼 물건을.”

연기가 서서히 걷히더니 한참을 콜록이던 허셸과 미노타우로스 삼총사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런데 그들의 모습이,

“꺄앗!”

샤를은 망측한 꼴을 봤다는 듯 두 눈을 황급히 가렸다.

날카로운 비명에 허셸은 뭔가 뒤틀렸음을 깨달았다.

미노타우로스 삼총사도 언제나 두툼하던 몸뚱이가 허전함을 느꼈다.

“으음?”

“…….”

“으아아아악!!!”

“이게 뭐야!”

그들의 머리카락을 비롯한 모든 털, 즉 체모란 체모는 모조리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 도사 뭐야! 완전 저질.”

샤를은 눈을 가리고 어찌할 줄을 몰랐고 민하는 웃긴다는 듯 깔깔대며 뒤집어졌다.

허셸과 미노타우로스 삼총사는 씩씩거리며 샤를을 노려보았다.

“죽여버릴 테다!”

이를 바득바득 갈며 돌진해 올 준비를 하는 녀석들을 보자 샤를은 정말 큰일이 났음을 실감했다.

“샤를, 이제 내가 나서도 되니?”

“얼른 안 나서고 뭐해!”

“좋아, 간다!”

민하가 샤를을 뒤로 물리고 앞으로 나섰다.

“푸릉― 푸릉― 우오오오!!!!”

가장 덩치가 큰 미노타우로스가 민하를 향해 무식하게 돌진해왔다.

하지만,

[콩]

아주 살짝콩 톡 건드리는 민하만의 타격 마법.

민하는 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살살 건드려 타격하는 마법을 썼다.

최대한 대미지를 줄이고 위력을 감소해서 시장이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살포시 쥔 주먹에 살짝 세운 민하의 중지가 달려오는 미노타우로스의 이마에 맞닿았다.

그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 수면 위에 내려앉는 듯한 포근함이었다.

하지만,

쿠콰아아앙!!!

미노타우로스는 허리케인이라도 맞은 듯 빙글빙글 돌아가며 날아갔다.

덕분에 상점의 물건들도 망가지고 내부는 엉망진창이 되었다.

“내, 내 물건들이. 이노오옴!!”

물건들이 깨지자 눈이 돌아간 허셸은 이빨을 세우고 직접 달려들었다.

뒤따라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도 달려왔다.

이대로 벽에 아이들을 찍어누를 셈이었다.

“흥!”

[흡성 대법]

민하는 손을 들어 뻗었고 그 작은 손바닥 안에 허셸과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의 마력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치 않게,

상점의 물건에 담긴 마력들도 함께 민하의 몸으로 흡수 되는 것이었다.

“어라라??”

갑자기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다양한 마력에 민하는 눈이 핑핑 돌았다.

“으악! 마력이 고갈되겠어. 이러다간 마법으로 만든 상점이 무너진다고!”

“민하야!”

샤를이 민하의 손을 거두고 꽉 끌어안았다.

[위기 탈출!]

그때 상점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샤를의 몸에서 나온 도력의 용이 민하와 샤를을 감싸주었다.

쿠구궁―

상점이 무너지고 허셸과 미노타우로스 두 마리는 쓰러졌다.

이윽고 잔해만 남은 공터에 털이 모조리 벗겨진 짐승들의 나체가 시장 바닥에 드러났다.

“꺄앗!”

“변태 쥐랑 미노타우로스다!”

마족들은 수군수군 대며 놀랐고 급히 시장 관리원이 파견되었다.

“모두 물러서세요. 시장 관리소에서 나왔습니다.”

현장을 에워싼 마족들을 헤치며 시장 관리원이 나타났다.

먼저 피해자로 보이는 아이들에게 가서 안전한지 확인해보았다.

“너희들 괜찮니? 다친 데는 없어?”

그런데,

“어라, 지영 언니?!”

“어머. 민하 아니니?”

인간계와 마계를 잇는 중요한 교두보인 몬스터 시장.

한지영은 이 몬스터 시장의 관리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설마 너희끼리 온 거니?”

“아니요. 멍구랑 같이 왔어요.”

“그 멍구는…….”

그때 소란에 이끌려 웬 취객이 난입했다.

“어이구, 웬 털이 싹 벗겨진 소고기가 있네. 땡 잡았다. 야, 이것 좀 미디엄 레어로 좀 구워와 봐라.”

아니나 다를까 멍구였다.

인사불성 취한 개는 개보다 더 개 같은 개가 되어 비틀거리고 있었다.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한지영이 다가가,

“애들이 사건에 휘말렸는데 술이나 퍼마시고!!”

까앙!

“케엑!”

한지영은 워커 뒤꿈치로 멍구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덕분에 술이 번뜩 깬 멍구…일 리가 없지.

술이 덜 깨서 헤벌쭉거리며 거리고 있다.

알딸딸하게 취해서 요상한 춤을 추며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지영 언니. 좋은 수가 있어요.”

“좋은 수?”

뭐가 벌써부터 재미있는지 킥킥대는 민하는 주머니에서 모털 도사의 머리카락 한 올을 꺼냈다.

* * *

여기는 시장 관리소.

따뜻한 코코아 두 잔이 놓인 탁자 앞에 민하와 샤를이 앉아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털이 싹 벗겨져 눈물을 뚝뚝 흘리는 슬픈 개 한 마리가 앉아 있다.

“울지마 멍구야. 털은 다시 자랄 거야.”

민하의 위로에도 삐진 멍구는 여전히 꿍해 있었다.

“으유, 그러게, 누가 애들을 내팽개치고 술이나 퍼마시래?”

한지영이 자업자득이라는 듯 냉정히 말했다.

샤를은 마왕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낯선 인간이 신기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아, 참. 반가워, 나는 한지영이야. 인간계의 헌터고 지금은 몬스터 시장의 관리원을 맡고 있지.”

“안녕하세요. 저는 샤를이에요. 민하의 친구예요. 궁금한 게 있는데 아까 그 상인은 뭐였죠?”

“허셸이라는 밀수꾼이야. 신기한 물건으로 손님을 유혹한 다음 강매로 금품을 갈취하는 녀석이지. 잡으려 해도 마법으로 상점을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며 도망 다니느라 잡기가 어려웠는데 너희 덕분에 마침내 잡을 수 있었단다.”

몬스터 시장에는 온갖 마족들이 모여드는 곳이기에 트러블도 많이 발생했다.

그런 문제를 발생하는 것이 바로 한지영의 업무였다.

“왜 인간인 언니가 이런 일을 하시는 거예요?”

“좋은 질문이야. 지금 언니가 속한 헌터 팀은 인간과 마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 가려고 하거든.”

“그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요?”

“사실 시장의 관리를 하고 있지만 진짜 업무는 바로 마족을 연구하는 일이지.”

“마족을 연구해요?”

“응. 마족은 어떤 존재인지 인간계에 알려주기 위해서 연구하고 있는 거란다. 친구처럼 지내려면 서로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잖니.”

인간과 마족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세상은 멋진 세상일 것이다.

다만 샤를은 역사책에서 배운 이야기가 생각나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마족은 구멍을 넘어가 인간들을 괴롭혔는걸요?”

인간과 마족의 화해에 있어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마족의 인간계 침공이라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건 마계가 사죄하며 갚아나가야 할 일이야. 인간계에 유익함을 주면서 말이야. 그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게 바로 마황제고.”

“민하네 아빠가요?”

샤를은 또다시 민하네 아빠의 이름이 나오자 새삼 그의 존재가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기 시작했다.

“지영 언니! 저는 요즘 의술을 배우고 있어요?”

“정말? 민하 대단한데! 역시 똑똑하다니까.”

“의술을 배워서 아파하는 사람들을 치료해 줄 거예요.”

“정말 장하다, 우리 민하.”

한지영은 민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 아이가 마계와 인간계의 손을 맞잡아 줄 초석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한편 민하는 자기 몸에 흐르는 새로운 힘을 느꼈다.

상점에서 흡수한 다양한 마력이 민하의 것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전혀 생소한 힘 하나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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