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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38화 (138/175)

138화 현장 체험 학습은 즐거워

신령의 일은 몬스터들을 퇴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강철남은 설악 신령인 동시에 몬스터 세계의 황제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허허. 세상이 참 신기하게 돌아가는구나.”

수염을 쓰다듬으며 복잡해진 생각을 다스리는 금강 신령이었다.

“왠지 철남 씨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 같습니다.”

반면에 모털 도사는 이미 강철남의 기행엔 면역이 생긴 탓인지 그럴 수도 있겠다며 받아들였다.

“민하야, 대체 너희 아빠는 어떤 사람이니?”

“음… 그냥 우리 아빠는 평범한 아빤데.”

아무래도 민하의 ‘평범’이라는 기준이 강철남의 기준에 맞춰져 버린 것 같다.

샤를은 온갖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는 민하네 집안에서 뭐가 하나 더 나오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로 갈 거니?”

“북한산으로 가서 몬스터시장에 갈 거예요. 샤를이랑 같이 체험 학습을 하러 가는 길이었거든요.”

“오호. 그렇구나. 확실히 대단한 시장이긴 하지. 하지만 조심하거라. 물론 멍구 씨와 함께라면 두려울 게 없겠지만 말이다.”

모털 도사는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을 두 가닥 뽑아서 민하와 샤를에게 한 가닥씩 주었다.

“이건 내 도력이 담긴 머리카락이란다.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하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우와, 재밌는 일.”

순간 멍구는 불안한 낌새를 느끼고 민하의 팔을 잡아 저지했다.

“민하야, 지금은 아니야.”

“아니야? 알았어.”

재밌는 일이란 말에 바로 급발진을 밟아버리려 했던 민하.

멍구가 용케도 막아주었다.

“나는 그대들이 가는 길에 축복을 빌어주마.”

금강 신령이 팔을 휘저으니 산바람이 불어왔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니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 듯하여 마치 여행을 처음 떠날 때의 상쾌한 기분으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어머, 신기해라.”

샤를은 자기 몸에 일어난 기묘한 기적을 느끼며 감탄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금강 신령과 모털 도사가 있던 자리에는 빈 공터만이 있었다.

함께 다과회를 즐겼던 탁자와 의자도 말끔히 사라져 신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계속 가보자.”

민하와 샤를, 멍구는 호숫가를 벗어났다.

햇살이 밝게 비추는 곳으로 나와 마지막으로 금강산의 정경을 눈에 담았다.

금강 신령의 도술 덕분에 꿀잠을 자다 일어난 듯 몸이 개운했다.

“이제 진짜 북한산으로 출발!”

멍구는 민하와 샤를을 데리고 도술을 펼쳤다.

[공간 이동]

펑!

셋은 드디어 북한산으로 향했다.

* * *

멍구는 오랜만에 강철남과 둘이서 살던 북한산의 집에 도착했다.

7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집은 건재했다.

중간중간 헌터들이 쉼터로 썼던 모양인지 이것저것 캠핑의 흔적이 있었다.

“민하야, 여기가 바로 철남이랑 내가 살았던 집이야.”

“우와, 이런데서 살았던 거야?”

이렇다 할 설비도 없는 정말 말 그대로 자연인의 집.

민하는 신기해서 여기저기를 탐험하듯 둘러봤고 샤를은 이해가 안 되는 듯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멍구야, 민하네 아빠랑 너는 대체 왜 이런 곳에서 산 거니?”

샤를은 몸에 달려드는 벌레를 손으로 쫓아내며 물었다.

“음… 산이 우릴 불러서랄까? 훗.”

“으으, 재수 없어.”

“크흠. 여자애가 무슨 낭만이 없어? 그게 그러니까. 철남이나 나나 속세에서 입은 마음의 상처가 많아서 그래.”

“속세에 입은 마음의 상처?”

상처 입은 어른의 마음을 샤를에게 설명하기란 어려웠다.

알 듯 말 듯 한 반응을 보이는 샤를에게 멍구는 쉽게 풀어 설명해주려 애썼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서 신물이 났다고 해야 하나.”

“뭔지 잘은 모르겠지만 혼자가 좋아서 산에 온 거 아냐? 그런데 왜 가정을 만들고 도시에서 사는 거야?”

샤를은 제법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자연인 강철남과 멍구가 왜 다시 사회와 어울려 사는 것인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민하를 낳고 상처가 아문 거지. 이제 틀어박혀 있던 산속에서 나올 때가 된 거야.”

“으음. 어른들의 사정이란 생각보다 복잡하구나.”

“너도 크면 알게 될 거야. 아니, 모르는 게 나으려나. 귀한 집 아가씨로 태어난 걸 감사하게 여기라고.”

“흥. 됐어. 나는 아버지의 도움 없이 내 힘만으로 높이 올라갈 거라구.”

다이아몬드 수저를 한사코 거부하며 샤를은 주먹을 쥐며 다짐했다.

반드시 아버지를 뛰어넘어 마계 최고의 사업가가 될 거라고.

“민하야, 이제 그만 갈까?”

“응!”

샤를과 민하는 청수 폭포가 있는 곳까지 사이좋게 걸어갔다.

멍구는 그 와중에 아이들을 노리는 몬스터 새끼들의 머리통을 깨부수며 남몰래 호위를 철저히 하였다.

“머, 멍구님!”

“하여간 이 새끼들은 꼭 처맞아야 말을 듣지?”

“죄, 죄송합니다. 멍구님의 먹이인 줄도 모르고.”

“뭐? 처 돌았나. 누가 먹이래?”

멍구는 북한산의 몬스터들을 후드려 패면서 다시 한번 기강을 잡았다.

“멍구야? 어딨어?”

“응, 여깄어.”

“어디 갔었니?”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이 있어서.”

멍구는 앞발을 뚜둑 풀면서 답했다.

“이제 폭포로 들어가자.”

폭포로 뛰어들기 전에 민하는 샤를의 손을 꼭 잡았다.

[방수]

방수 마법을 펼치니 튀어 오르는 물방울들이 고무공처럼 튕겨나갔다.

“간다!”

참방―

샤를은 눈을 꼭 감고 민하의 손에 이끌려 쏟아지는 폭포로 뛰어들었다.

“이제 눈 떠, 샤를.”

질끈 감은 눈을 조심스레 뜨자 생각보다 훨씬 넓은 동굴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동굴 한쪽에는 웬 멋진 수리부엉이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멍구님. 민하님도 1년 새에 많이 자라셨군요.”

“안녕, 부엉이야!”

민하는 수리부엉이의 복슬복슬한 가슴팍에 파묻혀 반갑게 인사했다.

샤를은 신기한 듯 수리부엉이를 바라보며 떨어진 날개깃을 하나 집어 들었다.

“반갑습니다. 하나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제 자랑 같이 들리지만 깃털펜으로 제법 수요가 많은 소재입니다.”

“네, 그럼 하나만 가져갈게요.”

샤를은 가방에 수리부엉이의 깃털을 소중히 보관했다.

“오늘은 쇼핑하러 오신 겁니까?”

“내 친구 샤를이랑 현장 체험하러 왔어!”

“호오, 현장 체험이라면 나중에 큰 사업이라도 하실 예정이신가요.”

“흥. 마계 최고의 상권을 세울 거야.”

“아하하. 그럼 지금부터 잘 보여야겠군요.”

수리부엉이는 위트 있게 대답했다.

멍구는 앞장서서 몬스터 시장의 입구로 안내했다.

늘 그렇듯 스톤 골렘을 두드리니 길이 열렸고 광활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와!”

샤를은 저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나왔다.

마치 석양 노을처럼 불이 붙은 듯 빛나는 조명이 수놓은 별처럼 천장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무수한 점포와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손님들, 그리고 호객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샤를은 나름 시장에 관해서는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이 몬스터 시장을 보는 순간 자기가 우물 안 개구리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 정말 대단해.”

“그렇지?”

민하는 샤를의 손을 잡아 본격적으로 시장 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멍구는 어슬렁 어슬렁 대면서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시장을 거닐었다.

“에이, 씨. 웬 개새X가 있어!”

그때 느닷없이 웬 주정뱅이 고블린이 괜히 멍구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에효, 시장이 번창해도 진상은 여전하군.”

멍구는 친히 앞발을 들어 녀석의 대갈통을 후려갈겨 주었다.

그러자 뒤에서 녀석의 일행으로 보이는 똘마니 고블린들이 칼을 뽑아 들었다.

“이 똥강아지가 미치셨나.”

“안 그래도 안주가 부족했는데 썰어서 먹어주리?!”

짧은 한숨을 쉬며 멍구가 녀석들을 째려보았다.

녀석들은 어리석은 바보들이 아니었다.

멍구가 누구인지 아는 자들이었다.

“허, 허어억!!!”

숨이 멎어버린 고블린 똘마니들은 그대로 거품을 물고 쓰러져버렸다.

멍구가 다시 돌아서서 아이들을 쫓으려고 하는데,

그 사이 민하와 샤를을 놓치고 만 것이다.

“…뭐, 괜찮겠지. 철남이 부적도 있고 모털이의 머리카락도 있고. 무엇보다 민하도 같이 있으니.”

시장의 들뜬 분위기에 취한 멍구는 은근슬쩍 휩쓸리는 척하며 움직이다가 내빼듯 그리운 살쾡이 식당으로 향했다.

“마왕님, 오랜만이네!”

“존댓말이야, 반말이야?”

마황제가 먹고 마셨던 가게로 홍보하여 번창한 살쾡이 주인장은 장사가 잘돼서인지 싱글벙글 이었다.

딱히 강철남도 멍구도 트집 잡지 않았던 것을 멋대로 오케이 사인으로 생각하고 계속 장사에 이용해 먹는 모양이었다.

“제일 비싼 걸로 가져와 봐. 물론 술도. 참고로 돈은 없다.”

“네네. 물론 대령해야지요.”

떼돈을 벌게 해주신 마왕 멍구님이 오셨는데 무한 리필은 기본 아니겠는가.

살쾡이 사장은 얼른 푸짐한 한 상을 차려왔다.

전갈 꼬치구이에 산 멧돼지 탕수육에 괴물 오징어와 폭발 새우가 들어간 팔보채까지.

술은 정겨운 향이 가득한 매화주를 가져왔다.

“마치 퇴근 후 포차에서 한잔 걸치는 회사원 같은 느낌이랄까.”

“…멍구님 일 해 보신 적 없잖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그나저나 존대를 하려면 하고 반말을 하려면 해. 어정쩡하게 간을 보고 있어.”

“단골손님인데 너무 깍듯하면 정 없어 보이고, 그렇다고 반말하기엔 명색이 마왕인데 싸가지 없어 보이잖아.”

“아주 핑계도 지랄 풍년이다.”

멍구는 매화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오랜만에 맛보는 몬스터 시장의 매화주 향과 시장의 들뜬 기운에 금방 알딸딸해졌다.

“우와, 좋구만. 주인장도 장사 접고 한 잔 해.”

“장사는 못 접지만 한 잔 같이 해 드릴 순 있지.”

살쾡이 사장은 멍구와 함께 잔을 부딪쳤다.

* * *

민하는 샤를과 함께 시장 이곳저곳을 누리며 신기한 물건들을 눈에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우와, 샤를. 이것 봐! 인어 공주의 비늘로 짠 가방이래. 이쁘지?”

“정말 인어 공주로 짠 비늘이야?”

샤를이 의심을 표하자 점포의 주인 아가씨가 하반신을 덮고 있던 천을 살짝 들춰 보였다.

그곳에는 동화책에서나 볼 법한 진짜 지느러미가 달려있었다.

“어머!”

“세상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는 반응에 재밌다는 듯 인어 아가씨는 고운 목소리로 깔깔 웃었다.

신기한 물건은 봐도 봐도 끝이 없었다.

길이가 10m는 된다는 뱀의 비늘을 방수 천으로 팔고 있었고, 몸에서 가시가 돋는 한 용족은 자기 가시를 갈아 만든 연장을 팔고 있었다.

샤를과 민하가 한창 물건에 정신이 팔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봐, 아가씨들. 재밌는 물건 찾고 있니?”

웬 생쥐 수인이 말을 걸어왔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나는 허셸이라고 한단다. 마계 네 도시 어디를 둘러봐도 찾아볼 수 없는 진귀한 물건을 취급하는 위대한 상인이지. 이 바닥에서 아저씨의 이름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단다.”

“자기를 위대한 상인이라고 자화자찬해요? 수상한데.”

샤를이 의심스러운 시선을 보내자 허셸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언변을 계속 토해냈다.

“이런, 이런. 몬스터 시장에서 겸손은 미덕이 아니란다. 이렇게 신기한 물건이 많은데 제 물건은 볼품 없습니다, 라고 말하면 누가 사가겠니?”

“그건 그래요.”

“어때, 아저씨 물건을 한 번 보고 가겠니? 물론 꼭 살 필요는 없단다. 대신에 허셸의 상점에는 이런 신기한 물건도 있더라, 하는 소문만 내주어도 장사에 큰 도움이 될 거란다.”

“샤를! 우리 보고 가자!”

“으음. 뭐, 좋아요. 정말 보기만 할 거예요.”

“물론이지. 재밌게 구경하고 가렴.”

허셸은 민하와 샤를을 자기 상점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손짓으로 마법으로 상점의 입구를 가렸다.

그들이 들어간 문은 그저 매끈한 벽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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