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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37화 (137/175)

137화 금강산도 식후경

마계에서 나고 자란 민하는 북한이 어디인지 몰랐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이 어떤 관계인지도 몰랐다.

무엇보다 앞에 있는 시커먼 아저씨가 왜 이상한 작대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 저거 크레톤의 뒷골목 보물산에서 본 적이 있어.”

“쓰레기 더미겠지. 저건 총이라는 거야. 방아쇠를 당기면 총알이 나가는 무기지.”

“방아쇠? 총알?”

“흐음, 백번 설명 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겠지.”

멍구는 군인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갔다.

“야, 쏴봐.”

“개가 말을? 괴물이로구나.”

“X바, 초면에 너무 실례 아니야?”

“뒤로 물러서라! 그렇지 않으면 내래 인민의 뜨거운 총질을 보여 주갔어.”

“그니까 갈겨 보라고.”

“이 우라질놈.”

타다다당―

군인은 멍구를 향해 소총을 난사했다.

시끄러운 격발음과 맵싸하게 퍼지는 화약 냄새에 산새들이 놀라 달아났다.

그리고 현장에는 멀쩡한 멍구와 놀란 군인만이 대치하고 있었다.

“봤지, 민하야? 이게 총이라는 거야.”

“시끄럽기만 하고 별로 안 아파 보여.”

“인간들의 무기라서 그래.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 발만 맞아도 죽을 수 있으니 무서운 무기지.”

“흐음, 그렇구나. 그런데 저 아저씨는 그런 걸 왜 멍구한테 쏜 거야?”

“응, 그건 저 새끼가 돼먹지 못한 놈이라 그래.”

군인은 총을 떨어뜨렸다.

분명 머리에 10발이 넘는 총탄을 박아넣었다.

그런데 어떻게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거지?

“지, 진짜 괴, 괴물이다! 동무들! 날래 와서 날 좀 살려 주시라요!”

군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혼자 넘어졌다 일어서서 달리다 또 자빠지고 난리를 피웠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웬 염병 발작이야? 아주 지 혼자 쌩쇼 지랄을 하세요.”

멍구가 쯧쯧 혀를 차고 있는데 저 멀리서 산을 울리며 발구르는 소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궁―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이내 풀숲을 헤치고 나뭇가지를 무식하게 밟는 소리로 다가왔다.

“야, 너희 쪽수 몇 명이냐? 뭔 중대 규모를 데려 오고 있어.”

“흥! 말하는 뽄새를 들어보니 남조선 아새끼들이고만. 겁도 없이 우리 북조선의 땅을 밟다니. 이제 너희는 끝장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군인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벌벌 떨고 있었다.

“인간계에 오자마자 한 따까리 하게 될 줄은 몰랐네. 민하야, 뒤에 물러나 있어.”

“아니, 나도 싸울래! 멍구한테 아픈 짓 하게 놔둘 수 없어!”

“크흑. 이게 가족이지. 철남이, 이 새끼는 좀 본받아야 해.”

그 사이 백 명쯤 되는 중대 규모의 부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중대장은 나무에 엄폐를 하고 있는 병사를 보고 황급히 자세를 낮춰 전방을 주시했다.

“저 똥개가 괴물이란 말인가?”

“그런 거 같습네다.”

중대장을 보좌하고 있는 소대장도 멍구를 발견했다.

“좋아, 바로 둘러싸라우.”

군인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멍구의 주변을 둘러싸 총구를 겨누었다.

멍구는 쫘악 하품을 하며 군인들이 어떤 작전을 펼치려나 잠자코 기다려 주었다.

틱―

그때 수류탄이 멍구의 앞발에 떨어졌다.

“오. 파이어 인 더 홀?”

와구―

꿀꺽―

“뭣이?!”

멍구는 수류탄을 꿀꺽 삼켰다.

퍼엉!

“으윽… 꺼억!”

뱃속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멍구의 목에선 고작 트름이 나올 뿐이었다.

“저런 괴물을 보았나. 쏘라우!”

타다다당―

중대 규모의 병력이 멍구를 향해 일제히 집중 사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빗발치는 총알 세례 속에서 멍구는 보호막을 쳐두고 발라당 누워 산의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중대장 동지, 큰일입네다. 이러다 총알이 다 떨어지겠습네다.”

“총알이 없으면 칼로, 칼이 없으면 이빨로 물어뜯는다. 혁명을 향한 네놈의 투지는 고것밖에 안 되니?”

“아, 아닙니다!”

이윽고 총알이 다 떨어지자 부대원들은 총 끝에 대검을 착검하고 백병전에 나섰다.

와아아―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함성을 지르며 멍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하자 민하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마력탄]

하림 선생의 조언을 떠올리며 구슬 크기의 조그만 마력탄을 만들어냈다.

“살살… 살살…….”

마력탄을 잘게 쪼개 열 개로 늘려 날려 달려오던 군인들의 철모를 맞추니 발라당 쓰러져 기절하고들 말았다.

[포효]

멍구가 마력을 담아 짖자 그 위압에 남은 군인들이 풀썩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중대장은 칼을 들고 달려들다가 상대가 안 될 거라는 걸 알자 전의를 상실하고 말았다.

“완전 미친 괴물이군.”

그때, 나무에 기대어 쉬고 있는 한 소녀가 보였다.

몸을 숨겨 쉬고 있던 샤를은 중대장과 눈이 마주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오, 오지 마!”

“가만히 있으라! 이게 다 위대하신 장군님을 위한 과업 달성을 위한 것이다!”

중대장이 칼을 들고 다가오자 샤를은 강철남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이야!’

두 손을 꽉 모은 샤를은 외쳤다.

“위기 탈출!”

샤를이 주문을 외치자 몸에서 용의 형상을 띤 강렬한 도력이 솟아 나와서는 중대장을 날려버렸다.

“이건…….”

샤를은 난생처음 느껴보는 도력이 신비로워 손을 뻗어봤다.

용의 형상을 한 도력은 샤를의 인사를 받아주는 듯 유려하게 춤을 추었다.

손끝에 스치는 도력의 기운이 샤를의 몸 전체를 포근히 안아주는 기분이었다.

“신기해.”

푸른 빛을 내며 허공에 떠 있는 도력의 용은 샤를 주위를 맴돌더니 갑자기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앗, 기다려!”

“샤를!”

도력의 용을 쫓아가는 샤를의 뒤를 민하가 황급히 따라갔다.

푸른 용은 마치 길을 안내하듯 천천히 앞장섰다.

아름다운 산의 풀숲을 헤치며 그들이 다다른 곳은 어느 호숫가였다.

“예쁜 호수다.”

민하는 은가루가 부서져 떠오른 수면을 내다보며 감탄했다.

멍구는 호숫물로 마른 목을 축이고 샤를은 도력의 용을 찾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 푸른 용은 누구의 도력인고?”

옆에서 웬 노인이 나타나 푸른 용을 쓰다듬었다.

마치 친구를 만나 반가워하듯 노인과 용은 서로 친숙해 보였다.

“이 용은 저희 아빠의 도력이에요.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허허허. 그렇구나. 나는 이 금강산의 금강 신령이란다. 신령의 도력이 느껴져서 와보았지.”

노인은 자신을 금강 신령이라고 소개했다.

건강해 보이는 안색과 위풍당당한 기세.

그리고 하얗고 긴 수염이 영락없는 신령의 풍모였다.

“오호, 여기가 금강산이란 거지? 여기서 살아봐도 좋을 것 같군.”

“그대에게서도 신성한 도력이 느껴지는구나. 신수인가?”

“보는 눈이 있구만, 영감.”

“허허허. 이 도력을 다루는 신령은 어느 신령인고?”

“설악 신령이올시다.”

“남쪽 땅이로구나. 어찌하여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북쪽 땅으로 오게 되었는고?”

“그게… 서울에 있는 북한산에 간다는 게 길을 잘못 들어서.”

“허허허. 길을 아주 잘못 들었구나. 이것도 다 인연이니 잠시 쉬었다 가거라.”

금강 신령이 손을 한 번 휘젓더니 주변의 풀잎과 나뭇가지들이 춤을 추듯 모여들더니 금세 근사한 의자와 탁자가 만들어졌다.

“우와! 할아버지 대단해요!”

“허허. 힘은 쓰기 나름. 너도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갈고 닦으면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거란다.”

“정말요?”

“그럼 그럼. 거기 있는 토끼 소녀도 재능이 탁월 하구만.”

“네? 제가요?”

샤를은 예상치 못한 신령의 칭찬에 깜짝 놀랐다.

민하라면 당연히 누구나 놀랄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샤를 자신은 그에 비해 대단할 게 없는 소질을 가졌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재능이 있지.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갖고 너만의 재능을 찾아가도록 하거라.”

“네, 고맙습니다.”

금강 신령의 덕담에 샤를은 기분이 좋아졌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금강 신령은 또 한 번 바람을 일으키더니 산 열매를 가득 탁자 위에 깔았다.

“이야, 신령 양반 개꿀이네. 가만히 앉아서 원하는 건 다 가져오고.”

“허허허. 나이가 들면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기력이 다 빠져서 말이네.”

멋진 풍경을 만끽하며 먹는 산 열매의 맛은 정말이지 훌륭했다.

잠시 원래의 목적지도 잊은 채 민하, 샤를, 멍구는 이 순간이 취해 있었다.

그때,

후다다닥―

엄청난 기운이 호숫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철남씨?!”

그들의 식사 자리에 후다닥 돌풍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이의 정체는,

“어라? 모털이 아냐?”

“멍구 씨! 이게 얼마만입니까?”

모털 도사는 풍성한 머리카락을 찰랑찰랑 대며 멍구의 앞발을 붙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철남 씨의 강렬한 도력이 느껴져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어구, 어구. 그래. 슬개골 다 닳겠다. 그만 작작 좀 흔들어.”

“그나저나 철남 씨는 어디 계시죠?”

“철남이는 안 왔어.”

“네? 하지만 아까 그 도력은 분명히…….”

“철남이 거였지. 그건 부적에 걸어두었던 도력이 폭발하면서 일어난 거야.”

“그렇군요. 그래도 이렇게 멍구 씨와 만나서 무척 반갑습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그제야 금강 신령이 눈에 들어왔는지 모털 도사는 머리카락을 추욱 늘어뜨리며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금강 신령님. 그간 평안하셨습니다. 모털 도사 인사 올립니다.”

“허허허. 그래. 보아하니 설악 신령과는 막역지간인가 보구나.”

“그렇습니다. 제 머리카락을 되찾아주신 은인들이죠.”

“…평생 받들어 모시거라.”

“그래야죠. 하하하.”

머리카락 이야기에 금강 신령이 엄근진 하게 당부했다.

“그나저나 여기 있는 아이들은 누구죠?”

“아, 철남이 딸이랑 그 친구.”

“그렇군요. 철남 씨의 딸이랑…….”

“…….”

“…네? 방금 뭐라고 하셨죠?”

“철남이 딸이랑 그 친구라고.”

“네에?! 철남 씨가 결혼을 하셨어요?!”

“깜짝이야, 씨!”

호들갑을 떠는 모털 도사 탓에 멍구는 먹고 있던 열매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겨, 결혼 상대는 누구입니까?”

“마왕 가이아.”

“저기, 나는 모털이 삼촌이란다. 이름은 뭐니, 몇 살이야?”

갑자기 말이 빨라지면서 말이 많아지는 모털 도사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강민하에요. 나이는 6살이고요. 이쪽은 제 친구 샤를이고요.”

“반갑구나. 정말 놀랍군요. 그 자연인 강철남씨가 가정을 꾸리다니요.”

“그래도 여전히 자연인이야.”

“그렇겠죠? 하하하. 철남 씨답습니다.”

기분 좋게 웃는 모털 도사를 보며 민하는 모털 도사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민하네 가족 모두가 궁금했던 질문을 말이다.

“모털이 삼촌.”

“응, 왜 민하야?”

“사실은 아빠가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힘을 찾고 계시는데 혹시 알고 있어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힘?”

“네. 마력, 도력, 신력과 같은 힘이요.”

“음… 그건 나도 잘 모르겠구나. 하지만 재미있는 발상이야. 역시 철남 씨라니까. 이건 나도 수행해 볼 필요가 있겠어.”

옆에서 잠자코 들으며 차를 우리고 있던 금강 신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건 아주 흥미 있는 이야기로구나. 인간들이 스스로를 탐구하는 일은 중요한 법이지.”

“그런데 민하야, 그 힘은 왜 찾으려 하신대니?”

“일단은 쑥쑥 잘 자라는 마계의 초목을 인간계로 옮겨 황무지가 된 땅을 다시 푸르게 만들고 인간의 특별한 힘을 불어넣어 인간들도 먹고 쉴 수 있는 푸른 산과 숲을 가꿀 거래요.”

“하하하. 자연인 철남 씨 다운 생각이로구나.”

“그리고 마족과 인간을 화해시키고 싶다고 하셔요. 인간에게 특별한 힘이 있다면 언젠가 나쁜 마음을 먹은 마족이 나타나도 자기를 지킬 수 있을 거래요.”

“음. 그건 대단히 합리적인 생각이로군.”

금강 신령은 생각보다 강철남이 벌이고자 하는 일의 규모가 크다는 걸 느꼈다.

“설악 신령은 대체 어떤 자이길래 그토록 대범한 일을 하려고 하는 건가?”

“아, 몰랐나? 철남이는 마황제야. 천계에는 옥황상제와 그 밑에 신령들이 있듯이 마계에는 마황제와 그 밑에 마왕들이 있지.”

“…….”

“…….”

또 한 번 익숙한 침묵이 흘렀다.

금강 신령과 모털 도사의 입술이 씰룩씰룩 댔다.

민하와 샤를은 다음에 이어질 반응이 예상되기에 귀를 막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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