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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33화 (133/175)

133화 쳐들어온 학부모가 마황제 부부

민하의 손가락 끝에서 물방울 만한 작은 마력탄이 모였다.

이제까지 만들어낸 마력탄 중 가장 작은 마력탄이었다.

“세상에, 성공했어!”

샤를이 입을 가리고 감탄했다.

하림 선생의 지도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의술로 치자면 중국의 명의 화타에 비견할 정도였다.

“치킨 양반 대단하구만.”

“…멍구씨가 그렇게 부르니 왠지 무섭군요.”

식은땀을 닦아내며 하림 선생인 민하의 손에 계속 집중했다.

“이제 표적을 향해 날려보십시오.”

하림 선생은 조심스레 민하의 손끝을 실습장 표적을 향해 겨냥해주었다.

민하는 긴장되는 마음을 가다듬고 조준했다.

그리고,

타앙―

마치 총알을 발사하듯 손가락 끝의 마력탄을 쐈다.

일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간 마력탄은 표적 한가운데를 관통하고 구멍을 냈다.

미사일 같은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고 마치 저격총으로 깔끔하게 쏘아 맞춘 듯 주변으로 퍼지는 피해도 없었다.

“선생님! 저 해냈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민하 양의 재능이 훌륭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답니다.”

하림 선생은 날개로 부리를 가리며 점잖게 웃었다.

“이게 사교육의 힘인가…….”

샤를은 학원 선생들의 말솜씨와 지도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떠니, 샤를. 너도 사실 이 학원에 흥미가 생기지 않니?”

베거가 샤를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건지 물어왔다.

민하가 선생들의 입담에 홀려 덜컥 등록이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따라왔건만 오히려 자기가 흠뻑 빠지고 말았다.

“이, 일단 오늘은 돌아갈게요. 시간이 늦었거든요.”

“아직 오후란다.”

“저, 저희 통금은 오후까지거든요.”

“하하하. 엄한 집이로구나. 그래. 그렇다면 얼른 돌아가 봐야지.”

베거는 아주 여유로운 웃음을 보이며 문까지 그들을 안내해주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상의드려보거라. 부디 학원에 대해 좋은 인상을 남겨주었다면 좋겠구나.”

“네! 완전 좋았어요!”

순수한 민하는 샤를과 달리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전부 꺼내 보였다.

그 발랄함에 베거도 활짝 웃음이 나왔다.

“이건 우리 학원 전단지란다. 집에 들고가 주렴.”

민하와 샤를은 양피지로 만든 벤티 학원의 전단지를 한 장씩 받았다.

전단지에는 마법이 걸려 있어 동영상처럼 여러 가지의 화면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고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봐.”

민하에겐 벤티 학원의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얼른 이 신기한 전단지와 학원에서 겪은 놀라운 경험을 엄마 아빠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얘들아, 우리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앗, 잠깐 기다려 민하야. 같이 가.”

샤를은 폴짝폴짝 뛰어가는 민하를 따라 달려갔고 멍구도 둘의 뒤를 쫓았다.

* * *

강철남과 가이아는 테이블 위의 코코아는 손도 안 대고 오늘 겪었던 이야기를 해주느라 들뜬 민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민하는 뭔가에 열중하면 이토록 뜨겁게 활활 타오르곤 했다.

“그래서, 그래서 웬 닭 선생님이 오셔서는…….”

“치킨 선생이었어.”

“응, 맞아. 치킨 선생님! …이 아니라 하림 선생님이었어!”

침을 꼴깍 삼키는 멍구를 제쳐두고 민하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작은 마력탄을 만들어냈다는 흥에 취해 말이 두서없긴 했지만, 강철남과 가이아는 민하가 하려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학원에 다녀보고 싶은 거지?”

“응! 다녀도 돼?”

“철남, 아무래도 다녀와야 할 것 같구나.”

“그래, 멍구랑 집 잘 보고 있으렴.”

“엄마 아빠 어디가?”

똘망똘망 묻는 민하의 머리를 쓰다듬고 강철남이 웃으며 답했다.

“학부모 면담.”

* * *

베거가 민하가 학원에 방문하는 타이밍을 알 수 있었던 건 천리안의 힘 덕분이었다.

마침 학교를 마친 민하가 오는 것을 보자 반가운 마음에 문을 열어 맞이해주었던 것이었다.

“이제부터는 학원 홍보 아이디어를 내볼까.”

민하를 돌려보내고 더 이상 기다릴 손님이 없어진 베거는 천리안을 접어두고 원장실에 앉아 펜대를 굴리며 업무에 집중했다.

그때,

똑똑똑―

누군가 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찾아올 예정인 손님은 없었다.

그렇다면 학원 등록을 희망하는 학생인가, 아니면 견학?

누가 되었건 방문자는 좋은 징조다.

베거는 벌떡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

방문자의 얼굴을 본 베거는 말문이 막히고 혀가 굳어버렸다.

비록 정착지 없이 떠돌아다니던 카르텔의 유랑 상인 출신이었다 하더라도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마황제와 마왕을!

확인차 ‘눈’을 통해 그들의 상태창을 보자 베거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어, 그, 저… 마황제님! 마왕님! 저희 벤티 학원에… 후우. 벤티 학원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베거는 간신히 여력을 짜내어 일어나 인사말을 무사히 꺼냈다.

줄줄 흐르는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어찌해야 할지 굳어 있었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그제야 할 일이 생각난 듯 둘을 안으로 모시려 했다.

그러나 다리가 말을 안 들었다.

[진동파]

마력을 가슴에 모은 베거는 신체 내부에 진동파를 쏘았다.

근육과 장기에 충격이 가해지자 피가 다시 돌고 굳어 있던 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종의 충격 요법과도 같았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가이아가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그러자 베거의 몸이 한층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녀의 말에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언령이 서려 있어 타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너무 당황해서 그만.”

베거는 매무새를 가다듬고 원장실로 그들을 안내했다.

그리고 호출용 파랑새를 소환해 건물 내의 강사들에게 이 긴급 소식을 알렸다.

“전쟁 났을 때 날리는 전보 같소.”

“하앗? 보, 보셨습니까? 역시 대단하십니다.”

“…아니, 한 10 마리를 팍팍 날리면 보기 싫어도 보일 거요.”

긴장한 베거는 조금 허둥댄 자신을 꾸짖었다.

다시 한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원장실로 들어가 따뜻한 차를 우려냈다.

“홍차, 괜찮으신가요? 이번에 들어온 아쌈이 일품입니다.”

“좋아요.”

“나도 좋소.”

강철남과 가이아는 소파에 앉아 능숙하게 차를 타는 베거의 손길을 구경했다.

한편 구경의 대상이 된 베거는 죽을 맛이었다.

마황제와 마왕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부담감에 머리가 어떻게 되어 버릴 것만 같았다.

“이렇게 마황제님과 마왕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베거는 진심으로 존경의 의사를 표했다.

사실 마황제 강철남의 교육 정책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고 할 수도 있었으니까.

“저는 마황제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유랑 상인이었던 저는 마황제님이 취임하시고 크레톤을 교육 도시로 정하셨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 교육. 마족도 배워야 한다.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원을 차리고 교육자의 꿈을 꾸게 된 것도 모두 마황제님 덕분입니다.”

마치 준비라도 한 것처럼 베거는 자기 속마음을 진솔하게 터놓았다.

사실 마황제를 만나게 된다면 하고 싶었던 말이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회는 평생 안 올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마황제와 마주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고맙소. 내 교육 정책의 의의를 알아주어서 나 또한 기쁘다오.”

“하핫.”

이게 바로 성공한 덕후라는 걸까.

베거는 마음 같아서는 품위도 잊고 사인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 그런데 저희 벤티 학원에는 어쩐 일로 방문하신 겁니까?”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고 있었다.

조신하게 차 맛을 음미하던 가이아가 입을 열었다.

“차가 아주 맛있군요.”

“그거 다행입니다!”

“좋은 차는 수확 시기가 중요한 법이죠. 중요한 건 시기랍니다.”

“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교육 역시 배워야 할 시기가 있죠. 인성과 기본은 어릴 때 배워두지 않으면 안 좋은 버릇이 들기 쉬우니까요.”

“네 공감합니다.”

가이아는 다시 한 모금 차를 마셨다.

베거는 가이아의 비유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려고 애썼다.

“우리 아이가 여길 다녀갔어요. 이곳에서 느낀 즐거움에 대해 신이 나서 얘기하더군요.”

“네? 아이라면… 설마! 혹시!!”

“예상하는 바가 맞소. 민하가 바로 우리 아이라오.”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린 베거였다.

6살 여자아이의 말도 안 되는 재능.

그것은 역시 마황제와 마왕의 핏줄이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개, 멍구.

역시 그 소문 역시 맞았다.

마황제와 마왕 부부의 집엔 반려견조차 마왕이라고.

“혹시 저희 측에서 무슨 결례라도 범한 건 아닌지.”

“결례라니요. 오히려 민하의 고민을 해결해 줘서 고마운걸요.”

“정말 영광입니다.”

“그래서 말이오. 우리 민하를 이 학원에 맡겨볼까 싶소.”

“…네? 저희 벤티 학원에 마황제님의 따님을요?”

“애초에 민하를 염두에 두고 스카웃을 해 오신 거 아니었소?”

맞는 말이었지만 마황제와 마왕의 딸이라니.

생각보다 너무나도 그릇이 큰 아이다.

자기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거절할 수는 없다.

어떠한 아이도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있는 힘껏 가르친다.

그것이 바로 벤티 학원의 정신.

“좋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소. 그럼 강사들을 만나 뵐 수 있겠소?”

“네?”

그러자 원장실 밖에서 우당탕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굳이 알리지 않아도 다들 모여있는 것 같네요, 후훗.”

강철남이 걸어가 문을 열자 넘어져 있던 강사들이 벌떡 일어나 이등병처럼 딱딱한 차렷 자세를 했다.

“다들 긴장들 푸시오. 무슨 검열을 나온 것도 아니고.”

몸을 편하게 하고 싶어도 본능적으로 근육이 굳어버린 걸 어떡하냐.

강사들은 차마 강철남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반갑소. 잘 부탁하오.”

“여, 영광입니다. 마황제님.”

하림 선생은 양 날개를 내밀어 강철남이 내민 손을 감쌌다.

“멍구가 얘기한 치킨 선생이 당신이오?”

“스읍, 철남.”

농담이라며 껄껄 웃는 강철남의 농담에 하림 선생은 땀이 삐질삐질 흘렀다.

“제가 교사가 된 건 마황제님의 교육 필요성에 관한 연설을 듣고 난 후였습니다. 존경합니다, 마황제님.”

“앞으로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힘 써주시오.”

“네!”

그 뒤로 늘어선 강사들과도 인사를 나누었고 강철남과 가이아는 그들을 배려해 그만 학원을 떠났다.

마황제 부부가 돌아가자 숨을 참고 있던 강사들이 호흡을 터트리며 다 같이 주저앉아버렸다.

“허억, 허억. 숨막혀 죽는 줄 알았네.”

“기백이… 남달라…….”

“실제로 보니 존잘이었어요.”

강사들은 실제로 본 마황제 부부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으며 긴장을 달랬다.

다리에 힘도 돌아왔겠다 이제 그만 일어나서 일하러 가보려고 하는데,

벌컥―

“아 맞다, 물어볼 게 있는데 말이오.”

“으악!!”

문을 열고 강철남이 다시 등장하자 강사들이 다시 나자빠지고 말았다.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빨리 사라져야겠군. 원장 양반. 잠시 시간 좀 내주시오.”

“기꺼이요!”

강철남과 가이아는 베거의 안내를 받아 다시 원장실로 들어왔다.

“물어보실 말이라는 게 어떤 것입니까?”

강철남은 가슴에 품어왔던 자신의 꿈의 한 조각을 꺼내어 말했다.

“마족은 마력, 신령은 도력, 천계인은 신력을 가졌듯이 인간에게도,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힘이 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라오. 혹시 아는 바가 있소?”

질문을 들은 베거는 긴장된 표정에서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베거가 아는 한 그것에 관한 정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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