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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30화 (130/175)

130화 마족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

마계와 인간계가 손을 잡고 웃으며 지내는 세상.

서로 다투지 않고 화합하며 서로 돕는 세상.

그것이 강철남의 꿈이었다.

“그게 될 것 같냐?”

김성남이 반발하고 일어섰다.

그는 누구보다 몬스터를 많이 상대하고 겪어본 인간이다.

강철남이 말하는 꿈같은 세상에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몬스터 새끼들은 사람들을 죽였어. 우리 인간계를 제멋대로 짓밟고 유린한 새끼들이란 말이야. 사이좋게 지내는 법? 하나 있지. 그건 바로 몬스터 새끼들이 전멸하는 것이야.”

비단 김성남뿐만이 아니라 헌터, 아니 모든 인간이 그렇게 생각했다.

몬스터는 인류의 원수고 인간과 마족은 공존할 수 없다고.

둘 중 하나는 끝장을 볼 때까지 다퉈야 한다고 말이다.

“백 년 뒤, 지금 인류 최강인 그대들이 사라지면 인간계가 어떻게 될 거 같나?”

강철남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사실 서필도와 홍태진은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최강의 헌터들이 늙고 은퇴하여 헌터 황금기가 지나버리면 인간계는 누가 지키는가 하고 말이다.

인간보다 수명이 길고 한없이 강한 힘을 가진 몬스터들이 인간계를 덮치면 인류는 존속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인류에게 희망은 보이지 않았다.

“마계의 침입을 막아낼 생각만 하고 있는 건가? 마계와 싸우지 않는 법을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그 말에는 김성남도 반박하지 못했다.

자기가 아무리 강해진다 한들 백 년이고 이백 년이고 인간계를 지킬 수는 없었으니까.

“철남 씨에게는 계획이 있나요?”

백진섭이 본격적으로 그의 의견을 물었다.

강철남은 물론 준비된 생각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청수 폭포 뒤편의 몬스터 시장.”

북한산에 흐르는 청수 폭포.

그 뒤편에 있는 몬스터들의 장터.

헌터들 모두 알고 있다.

6년 전 강철남이 유일하게 인간과 마계를 연결하는 교역로로 확보해 두었던 곳이니까.

“그곳을 어떻게 써먹으려고?”

황기민이 궁금한 듯 물었다.

몬스터 시장은 마계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족들이나 인간계를 사랑하여 그곳에 남고자 하는 마족들을 위해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엄연히 따지자면 인간들에게 득이 되는 곳은 아니었다.

만약 그곳을 인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써먹을 수 있다면 공생의 첫걸음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교역로를 통해 성향과 실력이 검증된 마족들을 조금씩 인간계로 이주시킬 것이오. 물론 인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선물을 가지고 말이오.”

“선물이라면 아까 말한 불치병 치료나 인간계 재건축 말인가?”

“그렇소.”

강철남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인간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료 마법과 마족들의 노동력이 제공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다.

반박할 여지도 없었다.

이런 싸움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를 없애고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말이다.

마계와 인간계, 두 세계가 더는 싸우지 않고 서로 공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여론이겠죠.”

사실 그것이 가장 문제였다.

인간계를 철저히 짓밟은 몬스터들과 갑자기 손을 잡는다는데 어느 누가 호의적으로 볼 수 있을까.

“인간의 마음은 물에 젖는 거요.”

“네?”

갑자기 수수께끼 같은 말을 하는 강철남.

“사랑도 그렇소. 타인의 마음에 자신을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다가간 후 서서히 스며가는 것이라오.”

마족들이 천천히 인간들의 삶에 스며 들어가는 것.

강철남은 아주 느리되 꼼꼼하고 진솔한 동화 과정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강철남 씨는 로맨틱하군요.”

서필도가 웃으며 말했다.

“내 이런 고집스러운 계획에는 믿을 수 있는 인간계의 동료들이 필요하오. 나를 도와주겠소?”

강철남은 헌터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가 알고 있는 가장 듬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료들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서로 눈치를 보던 헌터들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철남 씨 덕분에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백진섭이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왔다.

“전 철남 씨를 도울 수 있다면 뭐든 좋아요.”

한지영도 한 발 앞으로 나왔다.

“할 일이 생긴다는 건 기쁜 일이지.”

황기민도 성큼 걸어 나와 우뚝 섰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인간계를 위한 일이니 돕지요.”

홍태진도 발자국을 옮겼다.

“자,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서필도가 걸음을 옮기며 김성남을 돌아다 봤다.

모든 헌터들이 김성남의 발끝만 바라보고 있었다.

“쳇. 다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헌터가 되어서 인간계를 지킨다는데 발 뺄 수도 없잖아.”

김성남이 아주 찔끔 1mm 정도 걸음을 앞으로 당겼다.

“고맙소. 그럼 지금부터 곧바로 마계와 인간계의 교류를 시작하도록 하겠소.”

“응?”

다짜고짜 손을 허공으로 뻗는 강철남을 보고 김성남이 깜짝 놀랐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지만 뭐가 그리도 급한지 강철남은 김성남이 한 발 옮기기 무섭게 도력을 끌어올렸다.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겁니까?”

“우리 인생 중 가장 젊은 날은 바로 오늘이오. 하루라도 팔팔할 때 해야지.”

“자, 잠깐…….”

[공간 이동]

펑!

순간 서필도의 사무실이 하얀 연기에 가득 휩싸이더니 엄청난 도력 반응과 함께 어디론가 통째로 이동해버리고 말았다.

“으으, 머리야. 응? 무슨 소리가…….”

방이 흔들리는 진동에 잠시 몸이 휘청거렸던 홍태진이 밖에서 나는 소란을 듣고 문을 열어보니,

“어서옵쇼! 어서옵쇼!”

“새로 들어온 물건이 많습니다!”

“보고 가세요! 싸게 해드릴게요!”

그곳은 청수 폭포 뒤편의 몬스터 시장이었다.

“앞으로 이곳이 새로운 마계와 인간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갈 사무실이오.”

마치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다는 듯 강철남은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사무실을 빼앗긴 서필도는 허탈했지만 이런 화끈한 추진력은 마음에 들었다.

“한 방 먹었네요.”

“철남 씨는 다 계획이 있었군요.”

헌터들은 밖으로 나와 몬스터 시장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6년 전에 한 번 와 본 적 있는 한지영은 엄청나게 커버린 몬스터 시장의 규모와 신축된 시설에 입이 떡 벌어졌다.

“대체 얼마나 번창한 거예요? 예전이랑 차원이 달라요.”

“자유 경제 속에서 시장이란 성장하는 법이오. 더구나 마족들의 호전적인 성향이 상업과 만나면 그 성장세는 인간계의 시장에 비할 바가 안 되지.”

똑똑똑―

그때 문을 정중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오.”

강철남이 들어오라 대답하자 문을 열고 수리부엉이가 나타났다.

“앗, 부엉씨!”

한지영이 오랜만에 만난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수리부엉이는 한쪽 날개를 우아하게 들어 보이며 미소로 화답했다.

“여기 이분은 몬스터 시장의 관리자라오. 앞으로 인간계에 파견할 인력이 있으면 이 양반을 통해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이오.”

“잘 부탁드립니다.”

수리부엉이가 예를 갖춰 인사하자 그 분위기에 헌터들도 얼떨결에 고개를 숙였다.

“다른 이들에게 일을 맡기고 넌 뭘 할 건데?”

김성민이 틱틱대며 물었다.

그 물음에 강철남은 예상했던 질문이라는 듯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계의 땅을 개혁하러 가야지.”

* * *

인간계에 구멍이 닫히고 제법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인간계로 흘러들어오는 마력은 없었으나 아직 인간들의 땅에는 마력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그 탓에 지상에 자라는 식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뒤섞여 있었다.

마력이 깃든 식물을 사람이 먹게 되면 인간의 몸은 부하를 견디지 못해 사망에 이른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채소와 과일에 깃든 마력을 판별하여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번거로운 과정이 생기면서 많은 사람이 채소나 과일을 아예 먹지 않게 되었다.

“이게 뭔 지랄 난 세상이야. 사람은 자연의 산물을 먹고 자라야 하거늘.”

“암, 그렇고말고.”

강철남과 멍구는 사람들이 채소와 과일을 먹지 못하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인간계 토양의 정화.

정화 스킬로 인간 땅에 깃들어 있는 마력들을 모두 깨끗이 씻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철남이, 인간 땅의 마력을 전부 씻어내면 마계의 초목들을 옮겨 오겠다는 계획은 어떻게 할 거야?”

멍구가 모순이 있다는 걸 깨닫고 이의를 제기했다.

맞는 말이었다.

마계의 초목을 인간계에 접목하여 황폐해진 땅을 푸르게 되살리겠다는 계획이 있지 않은가.

마계의 식물들이 번식력이 강하고 음이온이 풍부한 원천은 바로 마력에 있었다.

그 마력을 제거한다면 마계의 식물들은 평범한 식물과 다름없어진다.

“내가 그것도 생각 안 했을까 봐?”

“뾰족한 수가 있어?”

“엄청 뾰족하지.”

“오, 뭔데, 뭔데?”

폴짝폴짝 뛰는 멍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철남이 짧은 한마디를 던졌다.

“품종개량이야.”

“품종개량?”

“마계의 풀과 나무들이 인간 땅에 정착해서 푸른 초목을 가꿔 나가면서도 마력은 내뿜지 않도록 품종을 개량하는 것이지.”

“잠깐, 애초에 마계의 식물들이 빠르게 자랄 수 있는 게 마력 덕분인데 그걸 빼면 어떻게? 팥 없는 붕어빵이잖아.”

“마력 대신 다른 걸 채워 넣어야지.”

“오? 그럼 도력? 신력?”

“둘 다 아니야.”

“그럼 뭔데? 또 다른 힘이 있나?”

마력, 도력, 신력, 그 이외에 자기가 모르는 힘이 또 있나 싶어 고개를 갸웃하는 멍구.

강철남은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마족에게는 마력이, 신령들에겐 도력이, 천계인들에겐 신력이 있다. 그렇다면 인간들에게도 그들만이 가진 힘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

“오오, 그럴 듯 하구만. 그렇다면 우리 동물들에게도 특별한 힘이 있을까?”

“물론.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 모든 존재는 저마다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철남이가 하려는 인간의 잠재 능력을 발굴해 그 힘으로 인간계를 복원하겠다는 거야?”

“그건 아주 일부일 뿐이야. 궁극적으로는 인간들이 마족들 못지않게 굳건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자각하게 하고 싶어.”

“이야, 그거 어려워 보이는데.”

마족도 신령도 천계인도 아닌 오직 인간만이 가진 힘.

강철남은 그 힘의 비밀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리고 자연이 죽어버린 인간계를 다시 치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참에 전세계인을 자연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어때?”

“그거 괜찮지.”

멍구와 강철남은 오랜만에 속 시원히 껄껄 웃어댔다.

* * *

크레톤의 기초 학교의 새 학기가 밝았다.

6살이 된 민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학교로 향했다.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더니,

“샤를!”

“민하야! 어… 크흠. 강민하구나. 뭐야, 너도 이 반이니?”

샤를은 얼굴에 꽃밭이 활짝 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얼굴을 가다듬고 엄근진한 태도로 민하를 대했다.

“올해도 같은 반이네? 1년 동안 잘 지내보자.”

“뭐, 네가 정 원한다면.”

민하는 샤를의 옆자리에 꼭 붙어 배시시 웃었다.

애써 입근육을 억눌러보는 샤를이었지만 결국 들썩들썩 움직이는 미소를 참지 못했다.

“자리에 앉도록 해요.”

“어?!”

새 학기 새로운 학년, 새 교실에 들어온 선생님은 다름 아닌 헤라였다.

“샤를, 어떡해. 헤라 선생님도 우리랑 같은 반인가봐.”

기가 막힌 인연에 샤를의 가슴도 쿵쿵 뛰었다.

물론 내색은 안 했지만.

“반가워요. 익숙한 얼굴도 있지만 처음 보는 얼굴도 있네요. 1년 동안 여러분의 담임을 맡을 헤라라고 해요.”

반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헤라의 학급이 된 것이 기뻐 물개박수를 보냈다.

어쩐지 올해는 좋은 일들만 가득할 것 같다.

그러나,

크레톤의 기초 학교를 멀리서 지켜보는 한 마족이 있었으니.

[천리안]

“저곳이 크레톤의 기초 학교인가.”

옥황상제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천리안 스킬을 사용하는 자의 이름은 베거.

정장을 갖춰 입은 젠틀한 고양이 수인이다.

베거는 학교에 주목했고 특히,

“저 아이는 재목이 남다르군.

민하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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