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29화 (129/175)

129화 멍구의 직업소개소

강철남은 살무사를 앞에 두고 자기 포부를 밝혔다.

“모든 마족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거다.”

“…뭐?”

“다 들어 놓고 뭘 못 들은 척하고 있어.”

“그게 가능했다면 우리가 이렇게 먹고살았겠냐.”

“그러니까 말해보라고. 너희들이 원하는 것 말이다. 잘 먹고 잘 살지 못해서 지랄 염병을 떤 거 아니냐.”

살무사는 끈질기게 추궁하는 강철남의 태도에 지쳐 결국 입을 열었다.

“우리들이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은 비겁하고 거친 수단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계가 문명화 되어 봤자 우리 같은 무식한 마족들은 따라갈 수 없다고.”

억울하다는 듯 토로하는 살무사의 말을 강철남은 흘려 듣지 않았다.

“음… 그래도 분명히 각 국가에서 교육 기회를 마련해줬을 텐데?”

“그딴 것들 역시 우리에겐 맞지 않는 옷이었다. 결국 그 틀에 맞는 녀석들만 살아남게 된 것이지.”

“그러니까 제도의 허점이 있고 너희는 그 제도적 허점의 피해자라는 말이지?”

“그렇게 볼 수 있지.”

강철남이 마황제로 등극하고 나서 마계는 변화를 겪었다.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전쟁과 약탈을 금지하고 위법에 해당하는 마족들의 업종을 생산적이고 유익한 업종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천성이 거칠고 범죄로 먹고 사는 녀석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 탓을 한 대도 어쩔 수 없어. 우리는 그렇게 생겨 먹은 놈들이니까.”

“흠, 그래. 너네는 쌉노답새끼들이니까.”

“…….”

“개병신 상등신 멍청이 똥자루 새끼들이니까.”

“…….”

“미친 개또라이 음식물 쓰레기…….”

“자, 잠깐. 알겠으니 그만해. 언제까지 할 셈이야…….”

“좋아, 그렇다면.”

강철남은 좋은 방법을 떠올렸다.

이들이 범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먹고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방법을.

* * *

다음날 교도소 정원에 거대한 임시 부스가 놓였다.

그곳엔 ‘직업소개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고 자리에는 멍구가 올라앉아 있었다.

범죄를 저지르고 갇혀 있는 마족들은 무슨 일인가 구경삼아 모여들기 시작했다.

[확성]

충분히 구경꾼들이 몰리자 멍구가 스킬을 발동해 목청을 키우고 공지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라, 이 사회의 쓰레기 범죄자 새끼들아!”

멍구는 샤우팅으로 어그로를 끌었다.

비하하는 말에 발끈한 오우거 하나가 씩씩대며 멍구를 향해 다가왔다.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웃기지 마라! 사회의 쓰레기 범죄자 새끼라고 했잖아!”

타악!

오우거의 뒤통수에 앞발이 세게 꽂혔다.

“똑똑히 들어 놓고서는 뭐라고 했냐고 묻고 처 앉아 있네.”

오우거는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렸다.

“계속한다. 닥치고 듣도록. 이 몸은 마왕 멍구님이시다. 마황제가 바다와 같이 넓은 아량을 베풀어 너희 같은 것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고자 하신다. 출소 후 자기가 범죄 말고는 먹고 살길이 없다고 생각하는 인생 노답 새끼들은 여기서 직업을 소개받고 가도록 하여라!”

말을 마친 멍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나 같이 이게 무슨 일인고 싶어 눈치만 살살 볼 뿐이었다.

수감자들은 뭔가 궁금해서 질문이라도 해보려 해도, 저 미친개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머뭇대기만 했다.

“아, 씨! 답답하네. 야, 거기 너!”

“예, 저요?”

“그래, 너 이 시금치 새꺄. 일로 와 봐.”

멍구는 쭈뼛대는 고블린을 손짓으로 불렀다.

고블린은 잔뜩 쫄아서 멍구 앞에 다가가봤다.

“너, 밖에서 뭐하다 잡혀 왔냐?”

“노상강도요.”

“이 씹새. 자랑이다, 새끼야.”

“…물어보셨잖아요.”

“어? 말대꾸? 방금 말대꾸 한 거야?”

“아, 아니요. 아니에요!”

“너 여기서 나가면 뭐 할 거야.”

“노상강도요.”

순간 멍구는 앞발을 쳐들어 고블린의 턱주가리를 후려갈길 뻔했다.

“어휴, 나도 성질 많이 죽었다. 너 인마 계속 그렇게 살면 늙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다 썩어.”

“그러면 어떡해요, 그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요.”

“야, 너 노상강도 할 때 너만의 필살기 없었냐?”

“있었죠. 저는 귀가 밝아서 주변에 누가 있나, 없나를 잘 파악해요.”

“으음. 귀가 좋다라… 오케이, 너는 피아노 조율사 자리 하나 알아봐 줄게. 그거 존나게 기술직이야. 돈 엄청 잘 벌어.”

“오, 정말요? 얼마나 버는데요?”

멍구가 종이 위에 피아노 조율사의 수익을 슥슥 써 주자 고블린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저 이거 할래요! 하게 해주세요!”

“그럼 형기 끝날 때까지 얌전히 지내. 사고 치면 딴 놈한테 넘겨 버릴 테니까 처신 잘 하라고.”

“물론이죠!”

이렇게 첫 직업소개가 잘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그런데요, 멍구님.”

“왜, 또, 뭐?”

“피아노라는 게 뭐에요?”

“…어휴 이 빠가 새끼들을 상대하고 있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지만 아마 갈 길이 만릿길은 되어 보였다.

* * *

멍구의 직업소개소는 제법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고블린을 시작으로 그 뒤로도 다양한 마족들이 상담받고 만족한 얼굴로 돌아갔다.

“넌 뭐하다 잡혀 들어왔어?”

“폭행이랑 위조지폐요.”

“위조지폐 감별하고 만든 새끼들 주먹으로 조지는 일자리로 알아봐 줄게.”

“감사합니다.”

저벅저벅―

“넌 뭔데?”

“무단침입이랑 기물 파손이요.”

“건물 내부 해체 인부 자리 알아봐 줄게.”

“감사합니다.”

일은 일사천리였다.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범죄율도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었다.

“살무사, 넌 뭐 하고 싶나?”

강철남은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살무사에게 물었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대답을 오래 유보했다.

그러다 이내,

“나는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싶었다.”

“최고의 꿈이로군.”

“그런데 나 같은 놈에게 그런 행복은 과분하지.”

“예전까지만 해도 그랬지.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주어졌어.”

강철남은 살무사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딱히 없으면 지하철 사업이나 해볼 텐가?”

“지하철 사업? 그게 뭔데?”

백마디 말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나은 법.

강철남이 허공에 손을 휘젓자 도력으로 그림이 그려졌다.

“네가 뚫어 놓은 터널 있지? 그걸 교역로로 쓰는 거야. 물자들의 운반이라든가 사람들의 교통로로 쓰는 거지.”

“그럼 나같이 거대한 뱀을 쓸 셈인가?”

“누구든 일 잘 할 것 같은 녀석이라면 안 가려.”

“좋아, 그러면 내가 하지. 또 몇 녀석 더 있으니 추천해주마.”

살무사는 웬일로 의욕을 보였다.

자기가 뚫은 터널이 국가 간을 잇는 다리가 되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 모양이었다.

“일단 죗값을 치르도록 해. 일은 그다음이야.”

“얼마나 있어야 하지?”

“제법 길 거야. 하지만 네가 하기 나름이지. 아이들에게 진심 어린 반성의 편지도 쓰고 사회봉사에 열심히 참여한다면 형량이 줄어들지도 몰라.”

“…애써 보지.”

살무사는 강철남이 뒷세계 마족들에게 일자리를 준 것과 자기를 인정해 준 것에 마음을 열었다.

그리하여 삶의 태도를 바꿔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먼저,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할 생각이다.

* * *

강철남은 오랜만에 텃밭을 가꾸며 자연인의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쑥쑥 자란 인삼을 캐서 흙을 털어내 씹으니 쌉싸름하고 건강한 맛이 혀를 자극했다.

먹자마자 불끈불끈 힘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철남, 다 되었네.”

“고마워, 수고했어.”

가이아는 뭔가 묵직한 보따리를 건넸고 그걸 받아든 강철남은 가이아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가이아는,

“민하는 학교에 갔구나.”

“응, 그렇지.”

“멍구는 어디론가 또 싸돌아다니는 중이고.”

“응, 그렇네.”

“그럼 집에 우리 둘뿐이로구나.”

“이런, 그러면 잠시 당신 혼자 집을 지켜야겠네.”

“응?”

“금방 다녀올 테니까 외로워도 좀 참고 있어.”

[공간 이동]

펑!

강철남이 사라져버리고 연기와 함께 벙찐 표정의 가이아만이 남겨졌다.

“후우, 정말이지. 오늘 저녁은 굶겨야겠구나.”

가이아의 몸에서는 불길이 이글이글 올라오고 있었다.

한편 강철남이 향한 곳은 인간계.

그것도 헌터 연합의 본부다.

“강철남 씨, 오셨군요.”

서필도와 홍태진이 반갑게 강철남을 맞이했다.

“철남 씨.”

한지영과 백진섭도 달려와 반겨줬다.

김성남은 질투하는 표정으로, 황기민은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아내가 엘프 도시락을 싸줬소. 다들 맛 좀 보시오.”

엘프의 음식이라는 얘기에 헌터들이 꼴깍 침을 삼켰다.

한 입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환상의 빵과 금빛으로 빛난다는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꽃잎을 먹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간계의 헌터들은 구멍으로 들어온 나쁜 몬스터들을 퇴치하였고 이제는 몬스터들로 인한 피해접수 건수도 대폭 줄어들었다고 했다.

“고생들 했소. 마계를 제대로 통치하지 못한 내 책임이 크다오.”

“하하하. 철남 씨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나쁜 짓을 하는 몬스터들이 나쁜 거지.”

“맞아요! 그렇게 자책하는 건 철남 씨 답지 않아요!”

백진섭과 한지영이 강철남을 다독여주었다.

“그러게 말이오. 가정이 생기다보니 많이 유순해진 것 같소. 철이 들었다고나 해야 하나.”

“당연히 철이 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예쁜 마누라를 얻었으면.”

김성남은 여전히 강철남의 결혼이 부러운 모양이었다.

“성남이 너도 성질만 죽이면 좋은 짝을 만날 수 있을 거다.”

“그런 훈계 하지마! 차라리 그냥 평소처럼 때려.”

오글거림에 발끈하는 김성남 때문에 모두 박장대소하고 말았다.

“그나저나 강철남 씨, 이제 슬슬 우리를 이렇게 모은 이유를 말씀해주시겠습니까?”

“그렇군. 이미 안부는 나누었으니 본격적으로 일 얘기를 해볼까 하오.”

일이라.

마황제 강철남이 벌이려는 일이란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마계와 인간계를 이으려고 하오.”

그 소리에 헌터들은 일동 침묵했다.

이제껏 구멍으로 인해 인간들이 개고생을 해왔던게 아닌가.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홍태진은 침착하게 강철남의 의견을 물었다.

“첫 번째는 마력이라는 힘이 인간에게 유용하기 때문이오. 인간에게는 과학은 있지만 마법은 생소한 분야라오. 이 마력을 마계로부터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현재 인간의 의학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까지 치료할 수가 있소.

두 번째는 인간계 회복이오. 지금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계는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소. 그것을 복구하는데 마족의 인력과 물자를 동원하면 수월할 것이오.

세 번째는 환경 복구요. 인간과 마계의 땅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아시오? 마계의 땅은 자생력이 인간의 땅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오. 그런 마계의 환경을 인간계에 접목한다면 황폐해진 인간계는 예전보다 더 살기 좋은 곳으로 회복 가능 하오. 직접 마계 수목화를 추진해보며 얻은 확실한 결론이라오.”

강철남은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헌터들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세 번째는 인간계 전체를 자연화 할 수 있으니 자연인 강철남 씨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겠군요. 하하.”

서필도가 우스갯소리를 건네보았다.

그리고,

“철남 씨가 진짜로 원하는 건 뭔데요?”

한지영이 강철남의 심중을 꿰뚫는 질문을 날렸다.

그 말에 강철남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마계와 인간계의 화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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