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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24화 (124/175)

124화 민하의 밥상머리 참교육

강철.

한마디로 철에 탄소가 포함된 합금으로 강철의 두께가 30cm 이상이 되면 웬만한 마력으로도 뚫을 수가 없다.

그런 강철로 만든 문을 종이 구기듯 접어버리는 이 아이는 정체가 대체 뭔가.

“강민하,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뭘?”

“강철 문 말이야. 저걸 어떻게 그렇게 쉽게 접을 수 있냐고.”

“샤를 넌 못 하니?”

“뭣?!”

물론 그런 걸 어떻게 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샤를은 지금껏 잔뜩 민하를 무시해놓고 민하가 할 수 있는 걸 자기는 못 한다고 말하기가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

“못 하긴 누가 못해!”

욱하는 마음에 자만하며 맞은편 방에 달린 철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잘 보라구.”

샤를은 마력을 손에 모았다.

비교 대상이 민하라서 부각 되지 않을 뿐이지, 샤를 역시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상당한 마력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강화]

최대로 끌어올린 마력을 몸에 흘려 넣자 힘의 가호가 샤를의 몸에 번쩍하며 강한 힘이 생겨났다.

“끄응!”

하지만 샤를은 아직 5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도 두께 30cm의 강철 문을 깨부술 수는 없었다.

“으으… 분해. 내 강화로도 안 된단 말이야? 야, 강민하! 너 대체 어떤 마법을 쓰는 거야!”

분통을 터뜨리는 샤를은 민하에게 얼굴을 들이밀고는 따지듯 묻는다.

분명 어마무시한 마법을 쓰는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돌아오는 의외의 답변은,

“마력은 안 쓰는데.”

마력을 전혀 담지 않았다고?

“뭐라구? 그럼 그냥 힘으로 저 두꺼운 철문을 찌그러뜨렸다는 거니?”

“샤를은 못 해?”

또다시 샤를의 자존심을 쿠욱, 찌르는 말이 파고들었다.

뼈를 맞아 아프지만 할 말이 없는 샤를이었다.

“그래, 못 한다 어쩔래! 그렇게 잘 났으면 여기 있는 문을 모두 다 뜯어봐.”

“샤를 너 되게 착하구나.”

“무슨 소리야?”

“여기에 잡혀있는 아이들을 구해주자는 말이잖아.”

“마,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하지만 문을 뜯으라고 했잖아.”

“그건 그냥 홧김에… 나도 몰라, 그냥 네 맘대로 해.”

어째 이상한 오해를 받게 된 샤를은 얼굴이 붉어져 흥, 하며 몸을 돌려버렸다.

“문이 많으니까 한 번에 뜯을게.”

“그런 게 가능해?”

[염동력]

민하가 손바닥을 펼쳐 오므린 다음 자기 몸쪽으로 당기니 복도에 늘어선 서른 개의 강철 문들이 모두 구겨지며 나가떨어졌다.

샤를은 그 광경을 똑똑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입만 벌린 채 바라보았다.

“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으음. 문을 콱 잡아서 홱 당겼어.”

“전혀 이해가 안 가거든? 그나저나 혹시 너희 부모님 뭐 하시는 분이야?”

“어… 텃밭을 가꾸셔.”

“채소 장사를 하시는 건가? 얘는 도저히 평범한 상인의 딸이라고 할 수 없는데.”

아빠가 마황제고 엄마가 마왕이라는 사실은 꼭 비밀이다.

민하는 대충 둘러대고서 어색하게 휘파람을 불었고, 샤를은 그런 민하에게 숨겨둔 비밀이 있을 거한 생각에 민하를 잔뜩 흘겨봤다.

“흥, 두고 봐. 꼭 숨기고 있는 비밀을 밝혀줄 테니까.”

그때 뜯어진 강철 문으로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으와앙!!”

“집에 갈래!”

각 방에서 갇혀 있던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패닉에 빠져 제멋대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통제가 안 될 지경이었다.

“잠깐, 가만히 좀 있어!”

샤를이 아이들을 말리려 해봤지만 겁먹은 아이들은 샤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민하도 엄마를 찾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가족이 그리워졌다.

아빠, 엄마.

…….

아 참, 그리고 멍구도.

“엣취!”

한편 집에 있던 멍구는 또 재채기가 나왔다.

요즘 자주 심한 취급을 받는 것 같다.

민하는 엄마의 말을 떠올렸다.

겁먹고 곤경에 처한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어야 한다고.

힘은 과시가 아니라, 힘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 써야 한다고 말이다.

“좋아! 모두 집에 가자!”

민하는 팔을 위로 힘차게 뻗으며 말했다.

“어떻게 집에 갈 수 있는데?”

울며 뛰어다니던 아이는 민하를 바라보며 별로 믿지 않는 듯한 투로 물었다.

그러자 민하는 배시시 웃으며,

“내 등 뒤에 꼭 붙어 있어!”

그 말과 함께 민하는 복도 끝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깐, 같이 가!”

얼떨결에 민하의 뒤를 쫓아 샤를이 달리기 시작했고 다른 아이들도 눈치를 보다 덩달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 *

한편 피도 눈물도 없는 몬스터들은 계산기를 두드리며 몸값을 예상하고 있었다

“예상 수익은 얼마 정도 일 거 같나?”

“으하하, 상가 전체를 통으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뭐? 웃기지 마. 큰 손의 자식이라도 잡은 거냐?”

“그 말 그대로야.”

“진짜냐?”

“그럼. 아까 데려온 토끼 꼬맹이가 바로 상가를 쥐었다 폈다 하는 큰 손의 딸이야.”

“이야, 대박인데!”

나쁜 몬스터들은 껄껄대며 돈방석에 앉을 생각에 싱글벙글했다.

곰탱이는 의자에 널브러져 낮잠을 자고 있었고 그 대신 졸개 고블린들이 감옥이 있는 건물을 지키고 있었다.

그때 열심히 보초를 서던 고블린은 귀가 간질간질해지기 시작했다.

“야, 무슨 소리 안 들리냐?”

“무슨 소리?”

“두두두두, 하는 소리?”

“안 들리는데?”

“이 새끼는 고블린이 귀가 나쁘면 어따 써먹어.”

그 말에 다른 고블린이 복도에 귀를 기울이며 소리를 들어봤다.

“으음… 이건 뭐지? 달리는 소리인가?”

“개소리 마. 꼬맹이들이 빠져나와서 달려오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럴 리가 있겠냐. 그런다면 내 전 재산 다 건다.”

두다다다다―

“응? 야, 이거 찐인 거 같은데?”

“구라 치지 마. 내 돈 뜯어내려고 헛소리를…….”

쿠앙―

문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고블린 두 마리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외벽이 박살나더니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파편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혼돈이 일어났다.

“이크!”

또 힘 조절에 실패한 민하.

살짝만 터트리려고 했는데 요란한 폭발을 일으키고 말았다.

“왜 힘이 안 빠지는 거지…….”

민하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뒤따라오던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지금 자기가 따라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소리야?!”

“폭발입니다. 보초를 서던 고블린 두 마리가 정신을 잃었어요.”

“냄새를 맡고 온 경비병들인가?”

“확인해보겠습니다!”

몬스터들이 창과 칼을 갖추고 달려왔다.

하지만 그곳에는 경비병은 없고 방을 탈출한 아이들이 쫄래쫄래 달아나는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꼬맹이들이 도망친다, 잡아!”

중무장한 오크 두 마리가 꼬마들의 앞을 막아섰다.

민하는 멈추지 않고 줄곧 내달려오던 가속도에 힘을 실었다.

콰앙!

민하가 폴짝 뛰어 복부에 펀치를 먹이니 오크 한 마리가 날아가고,

퍼억!

날아서 옆차기를 날리니 남은 오크 한 마리도 날아가 벽에 꽂혀버렸다.

민하는 나름 살살 쳤는데도 도무지 힘 조절이 안 되었다.

“저, 저, 저 꼬맹이 뭐야! 일단 쟤를 막아!”

민하의 실력을 두 눈으로 본 몬스터들이 민하를 향해 집중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민하의 뒤에 꼭 붙어서 무서워서 훌쩍이고 있었다.

[쇠창]

리저드맨이 스킬을 발동하자 창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날카로워졌다.

송곳과도 같은 창끝이 민하를 향해 날아왔지만,

[흡성대법]

민하가 손을 뻗자 창에 깃든 마력이 모조리 빨려 들어가 한 줌의 녹슨 가루가 되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입이 떡 벌어진 리저드맨의 정강이를 걷어차니 뼈가 부러져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뭐야, 저 꼬맹이! 돈이 될 거 같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

[마력탄]

구렁이 같은 몬스터들이 마력탄을 쏘아 꼬마들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거울]

민하가 거울을 소환하자 마력탄이 모두 반사되어 시전자에게 되돌아가고 말았다.

퍼펑!

결국 자기가 날린 마력탄에 쓰러진 몬스터들.

남은 건 곰탱이 녀석 뿐이었다.

“넌 정체가 뭐냐.”

“아저씨들은 누구예요?”

“말해줄 수 없다.”

“그럼 저도 말 안 할래요.”

“가라.”

“아저씨는 우리 안 막아요?”

“내가 너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구나.”

곰탱이는 비겁하게 맞기 싫어서 쿨한 척하며 아이들을 못 본 채 했다.

그러나,

“좋아요. 그럼 한 대만 때릴게요.”

“뭣? 나는 순순히 길을 터 줬잖니.”

“그래도 나쁜 짓을 했잖아요.”

“아니, 그래도 이런 흐름이라면 보통 그냥 보내주지 않니.”

“… 그런 거 모르는데요.”

스윽―

민하는 품속에서 아빠의 강철 숟가락을 꺼냈다.

나쁜 짓을 한 녀석들은 이 숟가락으로 밥상 머리 참교육이라는 걸 해줘야 한다고 아빠한테서 들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밥상머리 참교육]

때앵―

강철 숟가락이 곰탱이의 미간에 정확히 꽂히자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참교육이 완료되었다.

“좋아, 이제 가자.”

민하는 혀를 축 늘어뜨린 곰탱이를 뛰어넘고 아이들을 이끌고 계속해서 힘차게 달려 나갔다.

* * *

헤라와 함께 식사 준비를 마친 가이아는 강철남을 불렀다.

“철남. 민하는 어디에 있는가?”

“응? 안에서 식사 준비 돕고 있던 거 아니었어?”

“나는 텃밭 일을 돕는 줄 알았다.”

“…….”

“…….”

“이런,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강철남이 부적을 들어 민하를 추적하려던 그 순간,

“엄마~ 아빠~ 다녀왔습니다.”

바깥에서 민하의 활력 넘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사라진 줄로 알았던 딸이 무사히 돌아오자 가이아와 강철남은 후다닥 밖으로 나와보는데,

“어라? 너희는 누구니?”

배시시 웃는 민하의 등 뒤로 서른 명은 되는 또래의 아이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던 것이다.

“어머, 너는 샤를 아니니?”

소란에 헤라도 밖에 나와보니 민하와 같이 자기가 담당하는 반의 샤를도 함께 있었다.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담임 선생님을 뵈니 샤를은 왠지 자기도 민하처럼 사고뭉치가 된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니?”

“엄청 큰 곰 아저씨가 데려갔는데요, 거기서 오크랑, 리저드맨이랑…….”

민하는 신이 나서 전투 이야기만 늘어놓기 시작했다.

“에효,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샤를이 나서서 전투 이야기만 하는 민하는 잠시 제쳐두고모든 이야기를 설명했다.

그러자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헤라는 바로 경비대에 신고했고 신속히 출동한 경비대원들은 현장으로 달려가 기절해 있던 조직원들을 체포했다.

아이들은 민하네 집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다가 데리러 온 부모님들의 손을 잡고 차례차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 고마웠어, 다음에 또 봐!”

“잘가!”

“고마워!”

“다음에 같이 놀자!”

아이들 모두 민하에게 감사의 인사를 나누며 엄마의 손을 잡고 헤어졌다.

샤를도 집사 알베르토가 데리러 오자 자리에 일어났다.

“저기…….”

“응, 샤를. 내일 학교에서 보자.”

“그래, 그리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 샤를.

하지만,

“아무것도 아니야!”

결국 말하지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민하의 부모님을 향해 인사를 하며 그들의 얼굴을 다시 한번 유심히 봤지만, 도저히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엄청난 선남선녀 부부라는 것밖에는.

“오늘 식사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는 저희 집에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거 기대하고 있으마.”

“잘 가렴. 민하랑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고.”

강철남과 가이아는 샤를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샤를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번 인사를 올렸다.

이제 집에 남은 손님은 헤라뿐.

헤라는 이번 일에 관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런 조직이 이 정도 소규모로 활동할 리가 없어요.”

헤라는 더 거대한 조직이 작은 무리의 뒤를 봐주고 있을 것이라 여겼다.

“이 이상은 경비대와 국가의 일이오. 선생께서 무리하게 관여하였다간 난처해질 수도 있소.”

“하지만 걱정이 되어서.”

“키켈한테는 내가 학교 경비에 힘을 더 쓰라고 말해놓겠소.”

“네에?! 키켈님이라면 크레톤의 마왕님?! 그분에게 그렇게 쉽게 명령을 내리실 수가 있나요?”

그 마왕 키켈을 마치 친한 동생 대하듯 말하다니.

깜짝 놀란 헤라를 향해 웃어 보이며 강철남은 부적을 들어 하늘로 날렸다.

그러자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도력의 불꽃이 올라가더니 오래지 않아,

쿠웅!―

“마황제님. 부르셨습니까?”

“엄마야!”

헤라는 놀라서 넘어지고 말았다.

하늘에서 떨어져 근엄한 포스를 내뿜으며 문 앞에 서 있는 용족은 바로,

크레톤의 마왕 키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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