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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22화 (122/175)

122화 강철남의 새로운 꿈

가이아가 깨어났다.

영원의 땅에서는 그녀의 회복을 축하하는 잔치가 열렸다.

오래간만에 열리는 마을 잔치에 엘프들은 들 떠 있었다.

“여보, 이것 좀 옮겨줘요.”

“맡겨줘.”

우로스와 폰토스는 딸의 회복을 누구보다 기뻐하며 온종일 웃는 얼굴로 잔칫상을 준비했다.

“여기가… 대체 어디입니까……?”

백진섭은 입이 떡 벌어져 물었다.

강철남의 초대를 받은 헌터 팀은 영원의 땅에 도착하자마자 그 풍경과 기운에 압도되었다.

“이곳은 영원의 땅, 천계와 마계의 중간 차원이라 할 수 있소. 삶을 마친 엘프들이 머물러 사는 곳이지.”

“그, 그런 곳에 우리가 와도 되는 겁니까?”

“당신들은 내 아내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들이오. 충분히 자격이 있소.”

“사실은 지영씨가 다했지만요.”

“엣헴.”

한지영은 콧대를 높이 들고 귀엽게 으스댔다.

“앗, 여러분!”

헌터 팀이 도착한 걸 보고 잔칫상을 거들던 가이아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오늘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해요.”

방긋 웃는 가이아의 미소에 온 세상이 밝아진 듯 환해졌다.

“강철남, 반드시 죽인다.”

김성남은 이런 미인 아내를 둔 강철남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옆에서 황기민도 공감하며 똑같이 부들부들 댔다.

“지영씨!”

가이아는 한지영을 보자마자 꼬옥 끌어안았다.

쓰러져있는 동안 자기를 간호해주고 민하를 보살펴줬다는 얘길 들었다.

누구보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한지영도 가이아를 마주 안아주었다.

“언니!”

가이아를 거들던 민하도 달려와 한지영에게 와락 안겼다.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서로 만남의 기쁨을 나누는 동안 다른 헌터들과 강철남은 민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철남씨, 민하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 말 대로라면 철남씨를 뛰어넘는 재능을 가졌다는 얘기가 됩니까?”

백진섭이 민하에게 들리지 않게끔 조심히 물었다.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잖소.”

“헌터로 키우는 건 어때?”

민하의 재능을 탐내는 황기민이 그런 소리를 하자 강철남이 고개를 저었다.

“민하는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는 삶을 살게 하고 싶소.”

“으음. 그 의견에는 나도 찬성이다.”

홍태진이 그 말에 격하게 동의했다.

싸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 마족과 인간들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세상.

그런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철남씨, 마황제가 되었는데도 마족들은 도저히 구제 불능인 겁니까? 인간들과 싸우지 않도록 명령을 내리는 건 불가능한 겁니까?”

“되겠냐? 그 말도 지지리 안 들어 처먹는 똘빡 새끼들이.”

“스읍, 멍구야.”

혹시나 민하가 나쁜 말이라도 배울까 멍구에게 입단속을 시켰다.

멍구는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며 입을 꾹 닫았다.

강철남도 항상 생각했었다.

모든 종족이 사이좋게 살아가는 세상.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숨 쉬는 즐거움을 느끼는 세계.

민하에게 희망적인 내일을 보여줄 수 있는 건설적인 미래를 말이다.

“아빠.”

민하가 손을 흔들며 강철남을 불렀다.

강철남은 웃으며 민하와 가이아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 * *

엘프들은 가이아의 회복을 축하하며 잔치를 벌였다.

약재를 얻기 위해 뛰어다녔던 헌터 팀들에게도 친절히 음식을 권했다.

“엘로드. 이들이 이곳의 음식을 먹어도 되는 거요?”

영원의 땅의 음식은 인간의 음식과도, 마계의 음식과도 다르다.

그것을 먹으면 잠재 능력의 여부에 따라 신력을 얻게 된다.

강철남과 멍구가 신력을 얻은 것 또한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음식이 그들에게 맞지 않으면 신력 대신 독을 얻게 될 터였다.

“안심하게. 우리가 설마 잔칫날에 손님들을 초대해놓고 독을 대접하겠나. 허허허.”

엘로드의 가호로 인해 헌터들은 영원의 땅에서 나고 자란 어떠한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리로 안내 받은 헌터들은 영원의 땅에서 자란 곡식과 과일로 만든 음식 맛에 감탄했다.

“우와, 세상에! 어떻게 이런 맛이!”

“놀랍군.”

“너무 맛있습니다!”

모두 하나 같이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요정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목초지를 뛰어노는 젖소의 젖으로 짜 만든 치즈의 향은 일품이었다.

그 치즈에 비옥한 땅에서 자란 밀로 빵을 구워 피자를 만드니 그 고소함이 인간계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 여기서 계속 살고 싶어요.”

한지영이 행복한 표정으로 음식에 취해버렸다.

친구들이 잔치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강철남은 흐뭇해했다.

“후훗, 그대도 제법 변했구나.”

어느새 가이아가 다정히 다가와 팔짱을 꼈다.

“내가 변했나?”

“예전에는 항상 자기 안락을 위해서만 움직이지 않았나. 그런데 이제는 가족을 위해, 친구를 위해 웃을 줄도 알게 되었지 않느냐.”

“나한테는 당신과 민하만 있으면 돼.”

“엣취!!”

저 멀리서 요리를 즐기고 있던 멍구가 코가 간질간질 해서 재채기를 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엄청 섭섭한 취급을 받은 것 같은데.

“모든 종족이 사이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나?”

“욕심이겠지?”

“물론 욕심이다. 하지만 아무도 비웃을 수 없는 욕심이지.”

“어째서?”

“모두가 꿈꾸는 미래니까.”

가이아는 강철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한 번 해보지 않겠나. 그대와 우리가 꿈꾸는 미래를.”

강철남은 가슴속으로 그려보았다.

마족과 인간들이 사이좋게 어울릴 수 있는 세계.

그런 꿈의 세계를.

* * *

강철남이 세 개의 약재를 찾는 동안 키켈은 마계에 퍼진 구멍을 막으러 다녔다.

크레톤의 왕립 학교 출신의 상위 마법사들이 마력으로 구멍을 무력화 시킬 수 있었다.

카르텔은 사설 용병들을 고용하여 마력 도핑 약을 암거래하는 조직들을 소탕하고 다녔다.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두자 순식간에 잔당조차 싹쓸이 할 수 있었다.

광마 도사가 꿈꿨던 마족들의 폭력성을 증폭시키고 인간계를 마족들의 땅으로 정복하겠다는 야망은 그렇게 종결되었다.

평범한 일상이 다시 찾아왔다.

가이아는 건강을 되찾았고 강철남은 다시 집에서 텃밭을 가꾸게 되었다.

민하는 다시 학교에 나갔고 멍구는 몰래 뒤 따라다니며 호위견 역할을 맡았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힘찬 인사와 함께 민하가 집을 나섰다.

가이아와 강철남은 손을 흔들어주고 민하의 등교를 지켜보았다.

“흠~ 흠~”

민하는 학교가는 길이 무척이나 설렜다.

학교 친구들에게 이번 모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잠시 쉬겠다고 해두었고 자세한 이야기는 비밀이었기에 입을 꼭 다물어야 했다.

대신 그것 말고도 재밌는 일이 잔뜩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대를 하며 학교에 도착한 민하는,

“강민하. 전학오자마자 학교를 빠지다니. 역시 제멋대로인 불량학생이었구나.”

샤를이 교실에 들어온 민하를 보자마자 짓궂게 놀려댔다.

하지만 민하가 누구인가.

천연덕스러운 친화력 만렙의 사랑스러운 아이가 아니던가.

“샤를, 보고 싶었어.”

민하는 샤를을 보자 와락 끌어안았다.

갑작스러운 민하의 포옹에 샤를이 당황하며 밀어내려 하지만 힘이 무지막지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거 안 놔?!”

“미안, 숨 막혔어?”

“흥. 내 몸에 함부로 손대지 말아줄래?”

“알았어. 허락 맡으면 돼?”

“절대 허락 안 해 줄 거야.”

어쩐지 민하의 기세에 눌리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아진 샤를은 자리로 돌아갔다.

분명 놀려주려고 그랬는데 어쩐지 자기가 도리어 당한 기분이 들었다.

“자, 그럼 수업 시작하겠어요.”

선생님이 들어오자 아이들은 수업을 준비했다.

기초적인 산수와 문자 수업은 어려웠지만, 민하는 열중해서 수업을 들었고 늦었지만 진도를 잘 따라갔다.

머리를 쓰는 건 피곤한 일이었지만 엄마는 이런 작은 노력이 쌓여 큰 보람을 이룬다고 알려주셨기에 민하는 힘낼 수 있었다.

“자, 다음 수업은 마력 실습 훈련이에요. 모두 실습장으로 모여주세요.”

“마력 실습?”

생소한 수업에 민하는 고개를 갸웃했다.

“얘, 샤를. 마력 실습이 뭐니?”

“뭐어?”

민하는 샤를이 자기를 따돌리려는 줄도 모르고 달라붙어 말을 붙였다.

당황한 샤를이 더 황당했던 건 마력 실습이 뭔지도 모른다는 민하의 무지함이었다.

“마력 실습이 뭔지도 모르는 거니? 기가 막혀. 하긴 마력 재능이라고는 F 등급 정도도 안 되어 보이는 네가 알아서 뭐 하겠니.”

“그래서 마력 실습이 뭔데? 혹시 샤를도 모르는 거야?”

“내, 내가 모를 리가 없잖아! 그런 건 상식이라구!”

또 민하의 페이스에 말려 들고 만 샤를은 마력 실습에 관해 알고 있는 정보를 술술 불었다.

“잘 들어. 마력 실습이라는 건 학생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마력으로 마법을 사용해보는 훈련이야. 마력 재능은 저마다 다르고 또 훈련에 따라서 키울 수도 있어. 마력이 높을수록 더 다양하고 강력한 마법을 쓸 수가 있지.”

“우와, 샤를 대단해! 역시 똑똑하다니까.”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샤를은 웃으며 으스댔지만, 순간 민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는 사실이 분했다.

“에잇! 시끄러. 아무튼 수업 시작할 테니 이만 실례.”

“같이 가자, 샤를.”

민하가 샤를의 팔짱을 꽉 끼자 샤를은 도망치지 못하고 꼼짝없이 함께 마력 실습장까지 동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두 잘 들으세요. 마력이란 잘 다루면 일상에서 매우 유용한 힘이에요. 하지만 반대로 잘못 다루면 본인, 나아가 주변의 친구들을 다치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힘이 될 수도 있어요. 마력 실습 시간은 여러분이 마력을 올바르게 쓸 수 있도록 훈련하는 수업이에요.”

선생님은 먼저 마력을 다루는 법을 설명해주었다.

마력을 다루는 법은 매우 감각적이라 타인에게 알려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선생님은 그 느낌적인 느낌을 어린 아이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해주었다.

“자, 그럼 간단한 실습부터 해볼게요. 먼저 여기 있는 작은 상자 안에 물건을 담는 실습부터 해보도록 해요.”

아이들은 순서대로 다가와 물건을 들어 올리기 위해 마력을 쥐어짰다.

생각만큼 잘되지는 않았지만 몇 번의 시도 끝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상자 안에 물건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물론 민하와 샤를은 아주 가볍게 성공했다.

“흥, 제법이네.”

샤를은 민하가 의외로 손쉽게 성공하는 모습에 아주 살짝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은 물건을 움직이는 것 말고도 다양한 원소의 힘을 다룰 수도 있어요. 다음은 여기 있는 초에 불을 붙여 볼 거예요. 잘 안되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요. 그건 불과 적성이 맞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거든요.”

선생님의 시범과 설명이 끝나고 아이들은 또다시 마력을 모아 도전해봤다.

하지만 아까와 달리 노력 해봐도 쉽지 않았다.

성냥을 그으면 일어날 작은 불꽃 하나 지피기가 이렇게나 힘들다니.

“에잇!”

그때 샤를이 최초로 불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우와! 대단해!”

“역시 샤를이야!”

“어떻게 한 거야? 나도 알려줘!”

아이들은 샤를을 에워싸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콧대가 높아진 샤를은 다음 차례인 민하를 내려다 보았다.

어떡할래, 라는 눈빛이었다.

민하는 고민에 빠졌다.

엄마가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절대로 힘을 과시해선 안 된다고.

민하가 가진 힘은 아빠와 엄마로부터 물려받아 세상이 깜짝 놀랄 정도로 강력하니 잘못 다루면 주변 친구들이 다칠 수 있다고 말이다.

“약하게… 약하게…….”

민하는 중얼거리며 촛불에 다가갔다.

하지만 민하는 몰랐다.

힘을 조절하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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