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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17화 (117/175)

117화 광마 도사 VS 민하

강철남이 천계로 향하기 위해 신선계를 방문했을 때,

광마 도사는 이미 의수를 완성했다.

멍구가 천계 감옥의 몬스터들의 뚝배기를 깨고 있을 때,

광마 도사는 크레톤에 다다랐다.

감옥에서 억눌러왔던 광마 도사의 목표를 향한 집착은 엄청난 행동력으로 발전한 것이다.

[도력 감지]

“여기인가.”

광마 도사는 강철남의 집 근처까지 다다랐다.

강철남이 크레톤에 있다는 사실은 키켈 외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광마 도사는 마계에서 유일하게 도력을 내뿜는 존재를 감지하였기 때문이다.

“도력의 냄새가 짙어졌군.”

광마 도사는 땅을 접어 달려 금방 강철남의 집 앞에 다다랐다.

문 앞에 다가서자 집안에서 굉장한 도력이 느껴졌다.

그는 그것이 마황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똑똑똑―

광마 도사가 정중하게 문을 두드리자 문 뒤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엄청난 도력이 느껴지지 않기에 마황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시죠?”

문이 열리자 광마 도사를 맞이한 건 로브로 얼굴을 가린 여자였다.

도력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마력이 아닌 뭔가 신묘한 힘이 느껴졌다.

보통 여자는 아닌 것 같았다.

“마황제님을 뵈러 왔소.”

광마 도사는 일을 최대한 빠르고 간단히 처리하고자 했다.

마황제를 만나 악수를 청하여 흡성대법으로 힘을 빨아들이는 것, 이것이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군요. 여기가 마황제님이 사신다고 누구한테 들었죠?”

“이미 마을에 소문이 다 났는걸요.”

“그럴 리가요. 마황제님이 여기에 산다는 건 본인 가족 외에 세상에서 가장 입이 무거운 남자 한 명밖에 모른답니다.”

여자는 웃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흥, 그럼 마황제의 가족이냐? 마황제는 어디 있나?”

광마 도사의 말투가 공격적으로 변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여자는 무거운 톤으로 물었다.

“질문은 내가 했다.”

[결박]

타앙!

“호오?”

광마 도사가 도술을 부려 여자의 몸을 결박하려 했다.

하지만 여자는 방어 마법으로 도술을 튕겨냈고 그 바람에 로브가 벗겨졌다.

“넌 누구지?”

“나는 가이아, 마황제 강철남의 아내다.”

가이아는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며 손을 뻗었다.

대지의 힘을 끌어올려 손끝에 마력을 집중해 적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성장]

광마 도사가 딛고 있는 땅 밑에서 가시넝쿨이 솟아 그를 휘감았다.

[마력탄]

상대가 휘청하는 사이 빈틈을 노려 강력한 마력탄을 퍼부어 연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마력탄이 녀석이 뻗은 손에 닿는 순간 물에 닿은 눈송이처럼 녹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시넝쿨도 겨울을 맞은 듯 앙상하게 시들어 바스러지고 말았다.

“이건 어떻게 된 일인가.”

당황스러운 상황에도 가이아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반드시 이겨야 해.’

강철남과 멍구가 없는데 집 안에는 민하가 잠들어 있는 상황.

물러설 수 없다.

[벼락]

광마 도사가 손을 들어 벼락을 내리치니 가이아는 재빠르게 피했다.

이건 마력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도술이로군.”

“호오, 간파했나? 대단한 여자로군.”

“어째서 도사가 마계에 있는 건가.”

“마황제를 좀 만나고 싶어서.”

“지금 마황제는 없다. 얌전히 돌아가거라.”

“거짓말하지 마라. 집안에서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한 도력이 느껴지거든.”

광마 도사는 씨익 웃으며 손끝으로 집을 가리켰다.

손끝에서 어마어마한 도력이 모이고 있었다.

“이대로 날려버릴 수도 있어.”

“멈춰라!”

“왜 그러지? 마황제라면 내 공격쯤은 간지럽지도 않을 텐데.”

“안에 있는 건 내 아이다. 마황제가 아니다.”

“웃기지 마라. 신령조차 아득히 초월한 그런 도력을 아이가 지녔다고? 도사 앞에서 그런 허풍은 안 통한다.”

[압축]

가이아의 말을 끝내 믿지 않은 광마 도사는 도력으로 집을 찌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만둬!”

[파리지옥]

거대한 파리지옥이 입을 쩍 벌리며 광마 도사를 깨물었다.

그 순간 파리지옥도 낙엽처럼 바스러졌다.

[대지의 화살]

땅에서 무수한 돌화살이 가시처럼 돋아 광마 도사의 심장을 노렸지만, 그가 손바닥을 펼치니 모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말았다.

자신의 공격이 녀석의 손바닥에 모두 흡수되는 것을 보자 가이아는 그제야 그 힘이 무엇인지 눈치챘다.

“흡성대법이로구나.”

“호오. 이 힘을 아는가?”

“그런 힘을 가진 자가 마황제를 찾는 거라면 이유는 뻔하겠구나.”

“감옥 밥은 질려서 말이지. 별미가 당기는군.”

“기필코 그대는 꼭 막아야겠다.”

[성광]

가이아는 성스러운 빛줄기를 뿜어냈다.

광마 도사는 총알처럼 날아오는 빛을 간신히 피했지만 어깻죽지를 관통당하고 말았다.

“신력이라고? 힘을 감춰두고 있었나.”

[태양의 빛줄기]

거대한 신력의 덩어리가 하늘로 떠오르더니 그곳에서 무수한 빛의 창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창끝은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오로지 적 하나만을 향해 날아들었다.

“섬세한 컨트롤이로군. 이 와중에 집을 신경 쓰는 건가? 하지만…….”

광마 도사는 손바닥으로 빛을 흡수하며 힘을 채웠다.

가이아는 그 틈을 타 땅 밑으로 숨어든 다음 적의 발밑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집중력이 산만해서는 날 이길 수 없어.”

광마 도사는 몸을 돌려 뒤를 덮치는 가이아의 목을 움켜잡았다.

한 손으로는 빛의 창을 흡수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가이아의 힘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목을 부러뜨려 죽여주마.”

“큭, 안돼. 민하야…….”

그때였다.

광마 도사는 무언가가 눈앞에서 번쩍하는 광경을 보았다.

‘이 은빛으로 번쩍이는 둥근 물체는 무엇인가. 마치 매일 보는 물건처럼 굉장히 익숙하다. 생각날 거 같은데… 그래! 이건 숟가락이구나!’

자기 이마빡을 향해 날아오는 물체의 정체가 숟가락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까아아아아아앙!!

크레톤 주민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단단한 굉음이 하늘로 울려 퍼졌다.

광마 도사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멀리 나가떨어졌다.

녀석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가이아는 켈록 대며 상황을 살폈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은 강철 숟가락이었다.

“엄마!!”

민하가 달려와 엄마를 꼭 끌어안았다.

주저앉은 가이아는 눈물이 나왔다.

힘을 빼앗겨 딸을 안아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으…….”

이마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걸어오는 광마 도사는 민하를 노려보았다.

“너로구나. 그 무시무시한 도력을 내뿜는 것이. 정말로 마황제가 아니었군. 그래도 좋아. 저런 도력 덩어리를 만나게 될 줄이야.”

“민하야… 도망치렴…….”

힘겹게 입술을 달싹이는 가이아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간신히 기어 민하의 앞을 막았다.

“안돼! 엄마가 위험해!”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있던 민하는 다가오는 광마 도사를 마주 노려보며 당당하게 섰다.

“꼬마야, 네가 나를 막겠다는 것이냐?”

“아저씨, 뭐에요? 왜 우리 엄마 괴롭혀요?”

“너네 엄마가 내 목적을 방해하려 하잖니. 그런 나쁜 어른은 혼 나야 한단다.”

“우리 엄마 안 나빠! 나쁜 건 아저씨야! 혼나야 할 사람은 아저씨라구!”

겉모습만 보면 코웃음이 나오겠지만 꼬마가 방금 날린 일격을 생각하면 결코 얕볼 수 없는 상대다.

가이아의 힘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의식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네 힘도 곧 내가 유용하게 써 먹어주마.”

[축지법]

광마 도사는 땅을 접어 눈 깜짝할 새에 민하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흡성대법]

민하의 작은 머리를 감싸고도 남을 커다란 손바닥이 민하를 덮치려 했다.

그 순간,

타악!

민하의 손바닥이 광마 도사의 손바닥과 부딪쳤다.

“고맙구나. 네 힘, 잘 받아가마.”

광마 도사는 힘껏 빨아들이려 했다.

그런데,

흡성대법이 발동되지 않는다.

“이건 어떻게 된 거냐?”

마치 입구가 막힌 청소기처럼 흡입구가 꽉 막힌 느낌이었다.

“왜 흡수가 안 되는 거지?!”

온 정신을 집중해 모든 도력을 끌어올려 광마 도사는 흡성대법을 발동했다.

그러나,

“힘이…….”

오히려 힘이 빠지고 있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나? 아니면 감옥에서 썩는 동안 약해진 것인가? 저 여자가 무슨 수작을 부렸나?’

착각인 줄 알았지만 착각이 아니었다.

힘이 쇠약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꼬맹이! 너도 흡성대법을 다룰 줄 아느냐!!”

깨달음은 늦었다.

광마 도사는 마지막 남은 도력 한 방울까지 흡수당해 무릎을 꿇고 쓰러지고 말았다.

* * *

강철남과 멍구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민하가 쓰러진 엄마를 끌어안고 안절부절못하며 엉엉 울고 있을 때였다.

광마 도사로 보이는 자는 쓰러진 채 신음하고 있었고 집 주변은 전투의 흔적들로 황폐해져 있었다.

가이아를 집안에 눕히고 간호하는 동안 멍구는 녀석을 물고 가 천계의 감옥으로 집어 던졌다.

“아이고, 정말 감사합니다!”

탈옥수를 보자 간수장이 개껌을 본 개 마냥 달려들었다.

“이렇게 놈을 다시 잡아주시…….”

퍼억!!!

“케엑!!”

멍구는 간수장의 상판대기에 앞발 펀치를 내다 꽂았다.

“다시 한번 이딴 일이 벌어지면 그땐 천계하고 전쟁이야. 기억해둬.”

멍구는 가이아가 겪은 일을 생각하면 다 물어 죽이고 싶었으나 옥형의 얼굴을 봐서 참았다.

간수들은 멍구가 돌아가고 나서도 벌벌 떨리는 몸이 멈추질 않았다.

“아빠… 엄마는 언제 다 나아?”

가이아의 기력은 대단히 약해져 있었다.

강철남이 치료하려 해봤지만 흡성대법으로 잃은 기력을 다시 회복하는 법은 일반 치료와 다른 것 같았다.

“아빠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엄마를 치료해줄 테니 걱정마.”

민하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강철남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안심시켰다.

“좀 어때?”

축 처진 꼬리로 돌아온 멍구가 물었다.

“약이 필요하겠어.”

“어디서 구하게.”

“일단 영원의 땅으로 가볼 거야. 멍구야, 여길 좀 지켜줄래?”

“좋아. 문 두드리는 새끼들 전부 패 줄게.”

“…아니, 일단 사정은 들어보고 패든가 말든가 해.”

멍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강철남은 멍구에게 민하와 가이아를 맡긴 뒤 영원의 땅으로 향했다.

* * *

강철남이 영원의 땅에 도착했을 때 우로스와 폰토스는 밭에 물을 주고 있었다.

“오, 강서방. 어서오게.”

“강서방. 잘 왔어요.”

우로스와 폰토스는 사위를 보자 하던 일을 놓고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폰토스는 사위와 포옹을 나눈 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자기 딸을 찾았다.

“저, 가이아는 오지 못했습니다.”

“못했다라, 무슨 일이 생겼나요?”

강철남은 그간에 그간의 일을 설명했다.

가이아가 광마 도사와 맞서 싸우다 흡성대법에 당해 기력을 빼앗겼다는 얘기까지.

“그런 큰일이.”

“죄송합니다. 아내가 당하고 있을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했습니다.”

가이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강철남은 우로스와 폰토스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니네, 김서방. 우리한테 사과할 것 없네. 가이아는 스스로 망설임 없는 선택을 했어. 자네가 죄책감을 가지는 걸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네.”

“그래요. 자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지 않는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나요.”

폰토스는 강철남의 손을 잡고 일으켜주었다.

“제가 마황제였기 때문입니다.”

“가이아도 그걸 다 감당하고 선택한 길이에요.”

“그것보다 앞으로의 역경을 헤쳐 나가야겠지. 치료법부터 찾자고.”

우로스가 인사치레는 이쯤 했으면 됐다는 투로 말하고는 강철남의 어깨를 두드렸다.

“혹시 고견을 구할 수 있을까요.”

걱정하는 강철남의 물음에 우로스와 폰토스가 미소 지었다.

“여긴 영원의 땅, 살 만큼 산 엘프들이 모이는 땅이지요.”

“그렇죠… 아, 그렇다는 건?!”

그제야 강철남도 깨달은 모양이다.

“그래, 주민 한 명 한 명이 걸어 다니는 대도서관일세!”

우로스의 우렁찬 확신에 강철남은 눈물이 핑 돌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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