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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14화 (114/175)

114화 광마 도사의 난

설악 영감은 공중을 날아다니며 광마 도사의 공격을 피해 다녔다.

광마 도사의 실력이 너무나 강해 정면에서 맞서 싸울 수가 없던 것이다.

“언제 이토록 강해졌단 말인가.”

[도력탄]

있는 힘을 다해 도망치는 설악 영감의 등 뒤를 광마 도사가 쏘아 올린 무시무시한 도력탄이 쫓는다.

[암룡]

제아무리 광마 도사가 강하다고 해도 설악산은 설악 영감의 홈그라운드였다.

돌산의 특성을 살려 바위용을 소환해 내어 도력탄을 맞받아쳤다.

“흥, 그깟 돌 지렁이쯤이야.”

[흡성대법]

광마 도사가 손바닥을 펼치자 주변의 도력이 소용돌이치며 그의 손아귀 속으로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뭣이?! 흡성대법이라고?!”

설악 영감은 놀란 나머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가 소환해 낸 암룡은 광마 도사의 흡성대법에 힘없이 흡수되어 버렸고 그 광경에 전의마저 꺾였다.

“스승님!”

그때 모털 도사가 날아와 광마 도사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하지만 설악 영감조차 당해 내지 못한 광마 도사를 견습 도사인 모털이 어떻게 당해 내겠는가.

“모털이, 너는 아직 멀었다. 내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해.”

모털 도사 자기도 잘 알고 있다.

광마 도사의 털끝 하나 상하게 하지 못 할 것이라는 걸.

그러나 스승이 당하고 있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분신술]

퍼퍼펑―

모털 도사가 머리카락을 뽑아 흩날리자 그와 똑같은 분신들이 나타나 광마 도사를 에워쌌다.

“개미가 아무리 많아봤자 코끼리를 이길 수는 없는 법.”

“받아랏!”

50여 명의 모털 도사가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으나,

“하앗!!”

“으앗!!”

광마 도사의 기합 한 번에 모조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네가 나를 너무 일찍 만났다는 것이지. 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 너에게 시간이 있었더라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해졌을 텐데 말이야.”

광마 도사는 쓰러진 모털 도사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안 된다!!”

퍼억!

“크윽!!”

설악 영감이 지팡이를 들고 달려들었으나 광마 도사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다.

“어찌 이럴 수가 있어요?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지금까지 가르침을 주었던 스승에게 발길질을 할 수가 있느냐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이유야 간단하지. 오로지 내 목적만을 생각하면 못 할 일이 없어.”

“목적이 뭐요?”

“곧 알게 될 거야.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만들어 나갈 새 시대를 구경이나 하고 있어.”

“평범한 인간?”

광마 도사는 손바닥을 펼쳐 술법을 발동했다.

[탈모 광선]

검은 빛줄기가 모털 도사를 덮치더니 이내 그의 모발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충격적인 느낌에 머리를 만져보니 모근이 닫히고 맨들맨들한 두피가 만져졌다.

모털 도사의 머리털이 모두 빠져 버린 것이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앞으로 네 머리는 영영 자라지 않을 것이다. 네 도력의 원천인 머리카락이 없으니 너는 이제 평생 평범한 대머리 인간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평생 탈모??”

그 말에 모털 도사는 정신적 충격을 받아 기절하고 말았다.

“네 이놈!! 어찌 동생에게 이토록 잔인한 짓을!!”

설악 영감이 노하여 지팡이를 크게 휘두르니,

[천둥 번개]

하늘이 크게 울리고 낙뢰가 떨어져 광마 도사를 덮쳤다.

하지만 거대한 힘일수록 광마 도사에겐 영양가 좋은 먹이에 불과했다.

흡성대법으로 설악 영감의 도술을 흡수한 광마 도사는 똑같이 천둥 번개를 내리기 시작했다.

“모털아!”

콰쾅!!

떨어지는 천둥 번개를 피해 가로지르며 설악 영감은 기절한 모털 도사를 끌어 안았다.

“네 이놈! 반드시 천벌이 떨어질 게야!”

광마 도사를 노려보던 설악 영감은 도술을 부려 신선계로 도망쳐버렸다.

뿌연 연기가 주변에 흩어지자 광마 도사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유쾌하기 웃어댔다.

“당신의 어리석음은 항상 내게 도움만 주는군.”

[흡성대법]

광마 도사가 연기를 흡수하자 신선계로 향하는 길이 그의 몸속에 각인이 되었다.

잔뜩 흡수한 설악 신령의 도술을 이용하자,

퍼엉!

광마 도사는 신선계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

“아니, 녀석이 어떻게 여길!”

설악 영감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다른 신령들이 신선계로 들어 온 광마 도사를 보자 혼비백산하였다.

“여긴 네가 들어올 곳이 아니다!”

신령들은 번개와 불기둥으로 광마 도사를 공격하여 쫓아내려 애썼다.

하지만 광마 도사의 재능에 흡성대법이라는 난공불락의 술법이 합쳐지니 열 명의 신령들도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광마 도사는 도력을 흡수해가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흡수한 힘이 다름 아닌 신령들의 도력이니 그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였다.

“여긴 아주 도력 맛집이로구나. 영감들, 내 목표를 위해 협력해줘서 고맙소!”

“내 너를 받아들인 것은 백번 죽어도 못 갚을 중죄로다.”

설악 영감은 광마 도사를 거두어들이고 가르친 것이 뼈저리게 후회하였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는 없는 법.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궁리를 하여야 한다.

“대체 왜 이러는 것이냐! 무엇이 너를 이토록 타락하게 만들었느냐?”

“왜냐고? 스승님은 그토록 많은 마귀를 상대해보고도 깨닫지 못했소?”

“무엇을 말이냐.”

“인간이 열등하다는 것을. 마력도, 힘도 훨씬 강한 마귀들이 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편이 이 세계에 더 이로울 것이오.”

“인간을… 저버리겠다는 것이냐?”

“적자생존의 법칙이요. 결국에는 인간보다 강한 마귀들이 이 세상을 장악하겠지.”

“마귀에게는 마음이란 게 없다. 인간들이 가슴에 품고 사는 아름다움이 없단 말이다.”

설악 영감은 지친 목소리로 호소했지만 광마 도사의 귀에는 힘없는 노인의 구차한 변명으로 들릴 뿐이었다.

“나는 새로운 세계를 세우겠소. 여기 있는 신령들은 모두 새로운 왕인 나를 위해 힘을 바치시오.”

하늘을 향해 손을 쳐든 광마 도사는 도력을 집중시켰다.

광범위한 흡성대법을 펼칠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응?”

갑자기 신선계 중앙에 빛의 계단이 펼쳐지더니 천장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뭐야, 이 빛은?”

어리둥절해하는 광마 도사와 달리 그 빛의 정체를 알고 있는 신령들은 머리를 조아렸다.

“흠흠. 그래, 그래. 수천 년 동안 잠잠했으면 이 타이밍에 미치광이 하나쯤은 나올 법도 하지.”

노란 곤룡포를 입은 풍채 좋은 사내가 느릿느릿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당신은 설마? 옥황상제요?”

“번쩍번쩍하는 빛의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데 옥황상제가 아닌 게 더 이상하지 않겠나.”

“하하하. 나는 정말 운이 좋군. 마치 온 우주가 내게 새로운 시대를 열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지 않은가.”

“응? 무슨 소리냐? 나를 만나고 싶었느냐?”

“그렇다! 내 당신을 흡수하고 그 위대한 힘을 손에 넣겠소!”

“으하하. 고놈 참 배포가 크구나. 정신머리만 제대로 박혔더라면 차나 마시며 같이 알까기라도 한 판 했을 텐데 말이야.”

옥황상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광마 도사는 그에게 달려들었다.

입에서는 탐욕스러운 침이 흐르고 있었고 손등에는 힘줄이 곤두섰다.

“어허, 아서라.”

옥황상제의 말 한마디가 떨어지자 어느새 광마 도사의 얼굴이 바닥에 처박혀 있었다.

“크읏! 어떻게 된 거지?”

“그래도 내가 명색이 옥황상제인데 너한테 당하면은 체면이 안 살지 않겠느냐?”

“이 자식이!!”

광마 도사는 다시 일어나 두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옥황상제의 수염을 확 잡아채려고 팔을 뻗었는데,

“어라?”

손이 없다.

양쪽 모두.

손목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으아악!!! 내 손!!!”

광마 도사는 충격에 휩싸여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광마 도사는 듣거라. 거두어주고 가르침을 주었던 스승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 인간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고자 하였던 중죄를 물어 너를 도사직에서 파면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천계의 감옥에서 만 년 동안 형벌을 받을 것을 명한다.”

비명을 지르던 광마 도사는 그렇게 천계의 감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 * *

모털 도사는 기나긴 이야기를 마쳤다.

잠자코 듣고 있던 멍구가 건넨 첫 마디는,

“무서운 능력이로군, 탈모 광선.”

“아니, 무서운 건 흡성대법이라고.”

강철남은 모털 도사의 이야기를 듣고 구멍을 뚫고 마력 도핑 약을 유통한 범인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 광마 도사라는 새끼를 찾아서 조져야겠군.”

“어디 가서 찾게요?”

“옥형한테 물어볼까?”

“…이젠 진짜 동네 형 같은 느낌으로 대하시네요.”

“철남이, 공간 이동으로 가보자구.”

“잠깐만요. 두 분은 천계에 다녀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지난번에 옥형하고 알까기 했던 곳이 천계 아니야?”

“사실 그곳은 엄연히 따지자면 천계가 아닙니다. 옥황상제님이 손님을 맞이하는 휴게실 같은 곳이죠.”

“뭐여? 그럼 천계로 어떻게 가?”

“신령님들께 상의를 드려보죠.”

모털 도사는 떠날 채비를 했다.

그 와중에 강철남은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철남씨, 왜 그러시죠?”

“모털이. 그 흡성대법이란 게 그렇게 대단한 술법인가?”

“대단하다는 말로도 부족하죠. 그건 천년에 한 명, 만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이 아니에요. 그 이상으로 희소하고 압도적인 재능의 영역이에요. 심지어는 그 옥황상제님마저 다루지 못한 술법이니까요.”

“음…….”

“철남이. 그렇다면…….”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왜 그러시나요?”

“아니야.”

강철남과 멍구는 흡성대법을 가뿐히 다루던 민하를 떠올렸다.

민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아이인지도 모르겠다.

* * *

강철남은 멍구와 모털 도사와 함께 신선계로 갔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신선계의 안개 향기가 달콤했다.

“설악 신령이 아닌가?”

태백 신령이 강철남을 보고 인사했다.

“잘 계셨소.”

“허허. 요즘 따라 인간계가 어지러워서 바빠 죽겠다네.”

넌더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 태백 신령의 이마에는 어쩐지 주름이 짙어 보였다.

“그 문제 때문에 찾아온 것이오. 천계에 좀 가고 싶은데.”

“어허, 이 양반아. 천계란 곳이 화장실처럼 그렇게 자네 마음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네.”

“지금 인간계가 이 난리 통인 건 천계 탓도 있을 테요.”

“그게 무슨 소리인고?”

별 황당한 소리를 다 듣겠다는 듯 태백 신령이 눈을 꿈뻑거렸다.

“철남씨는 아무래도 이번 요괴들의 난동이 광마 도사의 소행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옆에 있던 모털 도사가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서 전달해주었다.

광마 도사의 이름을 듣자 태백 신령은 낯빛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뭐라? 그렇게 생각하는 연유가 무엇이냐?”

“인간계에 마계와 연결된 구멍이 뚫렸어. 그 구멍을 통해 마력 도핑 약이 유통되고 있는데 그 약의 성분이 천계에서만 자란다는 천환목의 뿌리요.”

“이럴 수가.”

머리가 아찔해진 태백 신령은 지팡이에 몸을 의지했다.

“광마 신령은 옥황상제님의 힘으로 천계 감옥에 투옥되었네. 만약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천계의 감옥을 탈옥했다는 소리가 되네. 그건 이제껏 없었던 무시무시한 일이라네. 사실을 확인할 엄두도 못 내겠구먼.”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리? 가서 확인해 보자고.”

강철남의 말은 틀린 데가 없었다.

진실을 마주하기 두렵다고 해서 덮어둘 수는 없는 법.

“천계로 가는 법을 알려주겠네.”

태백 신령은 지팡이를 휘둘러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하늘 높은 곳에 빛의 계단이 나타났고 몽실몽실한 구름이 내려와 강철남을 마중 나왔다.

“가거든 옥황상제님께도 인사를 드리게. 천계의 주인이오니 말이다.”

“그러도록 하지.”

“그럼 철남씨, 잘 다녀오세요. 저는 지상에서 날뛰는 요괴들을 퇴치하러 다시 가보겠어요.”

“그래, 모털이. 고생하게.”

강철남이 준비를 마치자 구름은 빛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강철남과 멍구는 천계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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