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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13화 (113/175)

113화 마력 증폭 도핑 약

강철남이 민하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가이아는 반가움에 울음을 참지 못했다.

“다행이구나.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민하는 환하게 웃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엄마의 마음을 아직은 잘 모르는 듯했다.

“철남, 어떻게 된 건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그런가. 알겠다. 우선은 피로를 풀도록 하여라.”

가이아의 따뜻한 배려 속에서 강철남은 편안함을 느꼈다.

바깥에서 고생했을 민하를 위하여 가이아는 영원의 땅에서 자라는 나무 열매를 끓여 뭉근한 스튜를 만들어주었다.

엄마의 밥상을 맛있게 먹은 민하는 아빠와 함께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민하가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자 가이아와 강철남은 커피를 마시며 마주 앉았다.

“크레톤의 뒷골목에 마계로 통하는 구멍이 발견됐어. 민하는 그 구멍으로 들어가 인간계로 넘어갔었던 거야.”

“세상에. 구멍을 열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가 있단 말인가?”

“구멍을 열긴 열었지만 불안정했어. 입구와 출구가 계속 변하더군.”

“그렇다곤 해도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하는 구멍을 뚫는 일은 보통 비범한 자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다.”

“그건 그래. 인간계도 아수라장이었어. 몬스터들이 넘어가 난동을 부리더군.”

“혹시 조직적인 움직임이었나?”

“맞아. 누군가의 지시 아래 움직이는 듯했어.”

“아마 윗선이 누구인지 철저히 숨겨놨을 테지. 조무래기들은 누가 지시를 내리는지도 모른 채 움직이고 있을 거다.”

가이아는 작은 단서만으로도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 봤다.

지금은 강철남의 아내이자 민하의 엄마로 살아가지만, 명색이 초대 마황제로부터 두 번째로 선택받은 마왕 출신이었다.

암흑가 녀석들의 얄팍한 수법 따윈 훤히 보였던 것이다.

“좀 더 명확한 단서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면 녀석들의 꼬리를 잡을 수가 있을 텐데 말이다.”

“흐음. 단서라고 한다면.”

강철남이 구멍을 뚫은 조직에 관한 단서를 고민하고 있던 그때였다.

펑!-

주방 쪽에서 하얀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짠, 하고 멍구가 나타났다.

“멍구 아니냐? 지금까지 어딜 갔다 오느냐?”

“뭐야, 그 반응은? 설마 지금까지 내가 없어진 줄도 모르고 나란 존재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건 아니지?”

그 말에 찔리는 듯 강철남과 가이아는 커피만 홀짝였다.

“우쒸!”

“그건 그렇고 등에 둘러맨 건 뭐냐?”

“후후후. 이건 제주도다.”

“또 뭔 개소리야.”

“에효, 내 팔자가 개 팔자다. 철남이, 들어봐. 내가 끝내주는 레어템을 건졌단 말이야. 이걸 가지고 가서 서필도한테 제주도랑 맞바꾸자고 제안을 했는데 퇴짜 맞은 거 있지?”

멍구는 몹시도 억울하다는 듯 털썩 드러누웠다.

“어이가 없네. 갑자기 개가 쳐들어와서 제주도 내놔라, 그러면 퍽이나 주겠다.”

“이게 보통 물건이 아니라니까.”

“대체 그게 뭔데?”

“마력 도핑 약.”

순간 강철남과 가이아의 눈빛이 맞부딪쳤다.

“이거다!”

“이거야!”

부창부수라더니 부부는 동시에 외쳤다.

그러고는 큰 소리를 낸 입을 틀어막으며 잠든 민하를 빼꼼 들여다봤다.

다행히 깨지는 않은 모양이다.

“깜짝이야,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가이아. 분석해보자.”

“나한테 맡겨라.”

강철남은 멍구의 등짝에 메여있는 가방을 홱 낚아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어? 뭐야, 내 제주도!”

“제주도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가방을 열자 그 안에는 병에 든 캡슐 약들이 수북했다.

가이아는 그중에서 약 한 알을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렸다.

[감지]

생명과 존재의 원천인 땅의 힘을 빌려 물질의 근원을 밝히는 스킬.

오래지 않아 가이아는 약의 성분을 확인해냈다.

“철남.”

“응.”

“천환목의 뿌리다.”

“천환목? 그게 뭔데?”

“천계의 나무다.”

가이아가 밝혀낸 약의 성분은 충격적이게도 천계에서 자란다는 천환목의 뿌리였다.

자고로 천계란 도력이 없는 자는 절대 드나들 수가 없는 곳이다.

인간들에게는 환상의 공간이며 마물들에게는 그들의 본질과 정반대되는 공간이다.

천계는 오직 허락받은 자들만의 공간인 것이다.

“그렇다는 건 구멍을 뚫고 마력 도핑 약을 만들어 유통하는 조직이 천계와 관련 있다는 거야?”

“아마 천계를 드나들 수 있는 도력을 가진 자가 연루되어 있을 것이다.”

“흐음, 대체 왜 그런 짓을…”

“모털이 아니야? 못 본 사이에 머리카락이 다시 빠져서 미쳐버렸다거나.”

“멍구야, 그게 말이 되는…”

멍구가 또 개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그 개소리 속에서 힌트를 건져냈다.

“옳거니. 모털 도사에게 가보자.”

“거봐. 너도 걔가 의심되지?”

“내가 너 같은 줄 아냐?”

강철남은 일어서서 나갈 준비를 했다.

그 모습을 본 가이아도 일어나서는 강철남을 꼭 껴안아 주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또 나가는 것인가.”

“단서를 잡았을 때 움직여야해서. 한시라도 빨리 구멍을 막아야 무고한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맞는 말이다.”

강철남이 떠나려하자 그때,

“아빠~”

잠에서 깬 민하가 아빠를 향해 달려왔다.

“우리 민하 깼구나.”

“또 어디 가?”

“응, 아빠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어서.”

“우움… 그러면 가야지.”

“우리 민하 대견하네. 이해할 줄도 알고.”

그럼에도 섭섭해하는 민하를 위해 강철남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주었다.

“이게 뭐야?”

“나쁜 짓을 하는 녀석들이 있다면 이걸로 밥상머리 참교육을 해주는 아빠의 부적이란다. 이걸 갖고 있으면 아빠는 민하가 어디에 있든 곁에 있어 줄 거야.”

강철남이 민하의 손에 쥐어준 것은 강철 숟가락이었다.

민하는 그걸 꼭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녀올게.”

“무리하지 말거라.”

가이아는 강철남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준비를 마친 강철남과 멍구는 설악산을 떠올리며 도술을 부렸다.

[공간 이동]

펑!

* * *

아름다운 명산 설악산.

토대가 돌산이라 깎아지른 바위가 절경을 자아내는 대한민국의 명승지.

이 산의 중턱에는 한 자연인이 만든 황토집이 있고 마루를 건너 바닥에는 울산바위로 만든 구들장이 깔려있다.

“흐음.”

여기에 머리카락이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풍성충 모털 도사가 드러누워 있다.

“어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고.”

뭔가 고민이 있는 듯 같은 말만 입안에서 곱씹고 있는데,

벌컥!

갑자기 문이 열렸다.

“웨매, 깜짝이야!”

“너 뭐냐? 세상이 난리 지랄통이 났는데 도사란 놈이 뜨뜻한 온돌 위에 드러누워 꿀이나 게으름이나 피우고 있어?”

설악산을 다스리고 있는 모털 도사에게 불호령을 놓는 자는 다름 아닌 멍구였다.

“아니, 너는 멍구가 아니냐! 정말 오랜만이구나.”

모털 도사가 벌떡 일어나 멍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 있었소?”

“철남씨!”

뒤이어 따라 들어 온 강철남과 뜨거운 악수를 나누고서 모털 도사는 그들을 안으로 모시었다.

“그나저나 왜 여기서 뒹굴거리고 있었던 거요?”

“요즘 일이 많아서 허리가 아프더군요. 온돌에 뜨끈하게 등이나 지질까 해서 누워 있었죠.”

“일이 많아졌다는 건 몬스터나 요괴들이 이 산에 많아졌다는 의미요?”

“네, 많습니다. 어째서인지 그 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어요.”

역시 설악산에도 구멍을 통해 넘어오는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는 모양이었다.

모털 도사는 혼자서 이 산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최근에 마물들이 많아진 것은 인간계와 마계를 잇는 구멍이 뚫렸기 때문이오.”

“네? 하지만 6년 전에 철남씨가 막지 않으셨습니까?”

“어떤 세력이 나쁜 마음을 먹고 구멍을 뚫었다오. 우리는 그들을 추격하는 중이오.”

“또 한 번 인간 세계에 위기가 닥쳤군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나요? 뭐든 돕겠습니다.”

“한 가지 있소.”

“뭔가요?”

강철남은 주머니에서 마력 도핑 약 캡슐 하나를 꺼내 보였다.

“이건 마력을 터무니없이 증폭시켜주는 도핑 약이오. 몬스터들 사이에서 암거래로 유통되는 물건이지. 그런데 이 약의 재료가 뭔지 아시오?”

“뭔데요?”

“천환목의 뿌리요.”

“네? 그 천계에서 자란다는 나무의 뿌리 말인가요? 그럴 수가. 오로지 천계에서만 구할 수가 있을 텐데. 그, 그렇다면 그 약을 만든 자는 천계와 연관이 있는 자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게 추측하고 있소. 오늘 당신을 찾아온 것도 짐작 가는 인물이 없나 물어보러 온 것이오.”

모털 도사는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고뇌에 잠겼다.

“있어요. 짐작 가는 인물이 딱 한 명.”

그리고 모털 도사는 그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 * *

때는 40여 년 전.

모털 도사가 견습 도사 시절이었다.

당시 설악 신령이었던 설악 영감에겐 제자가 둘 있었으니 한 명이 모털 도사였고, 또 다른 한 명은 마광 도사였다.

마광 도사는 모털 도사의 선배로 촉망 받는 인재였다.

그의 재능은 만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모든 신령이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마광 도사를 제자로 둔 설악 영감은 그를 매우 아꼈으며 알고 있는 모든 도술을 전수해주길 아까워하지 않았다.

“선배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선배님의 실력이 있다면 이 금수강산을 더럽히는 마귀들이 두렵지가 않습니다.”

모털 도사는 마광 도사를 존경했다.

재능이 있으며 늘 조용히 단련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성실함에 매료되었던 것이다.

“모털아, 너는 왜 힘을 기르는 것이냐?”

“네? 그야 마귀를 퇴치하고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죠.”

“고놈 참 소박하구나.”

“인간계를 지키겠다는 꿈이 소박한가요? 아, 알았다. 선배님은 인간계뿐만이 아니라 마계도 천계도 지켜내고 싶다는 창대한 포부가 있으신 거죠? 역시 저 같은 평범한 도사와는 생각하는 게 다르다니까요.”

모털 도사의 호들갑에 광마 도사는 그저 웃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광마 도사는 달밤의 설악산을 거닐었다.

무언가 궁금한 것이 있어 잠 못 드는 모양인지, 스승이 머무는 호수로 찾아가 설악 영감을 찾아뵈었다.

“스승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니다. 네가 밤잠을 설칠 정도로 궁금하다 하니 내 어찌 혼자 두 발 뻗고 편히 잘 수 있겠느냐. 의문이 무엇이냐?”

설악 영감은 살짝 덜 깬 잠에 비몽사몽간 물었다.

그러자 광마 도사가 꺼낸 말은,

“흡성대법이라고 알고 계십니까?”

“상대의 마력과 도력을 빨아들인다는 환상의 술법 말이냐? 알고는 있지.”

“혹시 그 흡성대법을 구사할 줄 아는 이를 아십니까?”

“흐음… 그것은 말 그대로 환상의 술법이니라. 한 번도 다룰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잠결에 대답을 이어가던 설악 영감은 뭔가가 번뜩하고 떠올랐다.

“무학 신령. 그분이라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네. 가장 오래된 신령이며 가장 많은 술법을 구사할 줄 아는 분이시니. 무학산은 이제 산의 정기가 사그라들고 마귀들이 들끓지 않는 평범한 산이 되었기에 무학 신령은 조용히 지내고 있을 걸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광마 도사는 딱 필요한 말을 다 들었다는 듯 조용히 자리를 물러났다.

그리고 그날 밤 곧장 말없이 설악산을 떠나더니 얼마 뒤, 무학 신령에게 변고가 생겼다는 소식이 전해져 신령들에게 충격을 안겨 주었다.

“어찌된 일이오? 무학 신령이 당하다니.”

“전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소. 매우 뛰어난 기습이거나 아니면…”

“아니면 뭐요?”

“아는 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오.”

신령들이 내린 결론은 무학 신령이 지인에게 방심하고 있는 틈에 당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설악 신령의 머릿속에는 그날 밤 나누었던 광마 도사와의 대화가 스쳐 지나갔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며 되뇌었지만 그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광마야, 거기 있느냐.”

신선계에 갔다가 다시 설악산으로 돌아온 설악 영감은 광마 도사를 찾았다.

그러자 검은 도포를 휘날리며 광마 도사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그 도포는 어찌 된 것이냐?”

본디 도사의 도포는 눈처럼 하얀 법이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순수한 도력의 영향 탓이다.

하지만 도포가 검게 물들었다는 것은 도력이 더럽혀졌다는 걸 의미했다.

“스승님도 슬슬 눈치 채셨지 않습니까?”

“네 이놈! 당장 이실직고하여라!”

“하하하하!”

광마 도사는 크게 웃으며 도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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