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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10화 (110/175)

110화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6년 만의 재회였지만 참 달라진 건 없었다.

강철남만 보면 다짜고짜 실력 행사를 하는 것이 김성남의 버릇이었고,

그 강철남에게 뚝배기를 얻어맞고 나자빠지는 것 역시 김성남의 버릇이었다.

“꽥!”

볼품없이 나가떨어진 김성남은 대자로 뻗어버렸다.

“철남씨!”

다음으로 뒤따라온 사람은 한지영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잘 지냈소, 지영씨?”

“전 언제나 잘 지냈죠. 멍구도 잘 있었니?!”

한지영이 멍구의 턱을 쓰다듬었다.

고롱고롱 대며 기분 좋은 듯 멍구가 눈을 사르르 감았다.

그 뒤로 황기민이 따라붙었다.

“요, 강철남.”

“몸집이 더 커졌구만. 혹시 약물 했니?”

“내추럴이다!!”

발끈하는 황기민 뒤로 백진섭과 홍태진이 나타났다.

“잘들 있었소?”

“정말 오랜만입니다!”

백진섭은 가까이 다가와 강철남의 두 손을 맞잡았다.

뜨거운 열기에 그의 마음이 전해졌다.

“여전히 강철남씨가 계신 곳은 난장판이 되는군요.”

홍태진이 엉망이 된 주변 꼴을 보고 난처한 듯 웃었다.

“이건 정당방어야. 저 새끼들이 먼저 총 쐈어.”

멍구는 떳떳하다는 듯 으스대며 말했다.

처참히 깨어져 버린 헌터들의 투구를 보면 닥치고 있는 게 유리할 것 같은데.

“그나저나 총을 든 헌터들을 상대로도 상처 하나 없다니. 역시 철남씨와 멍구 군요.”

“저 총은 특별한 총이오?”

“6년간 헌터 무기 발전이 제법 고도화되었습니다. 총의 부품, 나사 하나까지 몬스터의 소재로 만들어서 몬스터를 꿰뚫을 수 있는 총을 만든 것이죠.”

“호오.”

“그래도 저희는 칼과 창이 익숙하지만요. 하하하.”

백진섭이 환도를 꽉 쥐어 보이며 웃었다.

“그래도 이것만 못 할 거요.”

강철남은 강철 숟가락을 들어서 흔들어보였다.

“아하하하. 오랜만에 보는군요. 정말이지 압도적인 힘 앞에서 기술은 무력한 법이지요.”

백진섭은 강철남의 강철 숟가락을 보자 함께 싸웠던 옛 추억들이 떠올랐다.

“회상하는 건 좋은데 말이야, 이건 어떻게 된 건지 설명 좀 해줄래?”

황기민이 마계와 연결된 구멍을 가리키며 물었다.

하지만 강철남도 아는 바가 없었다.

“우리도 방금 막 발견한 구멍이라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이 구멍은 어디와 연결되어 있죠?”

“교육 도시 크레톤이야. 아마 뒷골목의 깡패 조직 같은 녀석들이 뚫어 놓은 거겠지.”

“강철남씨. 혹시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구멍을 뚫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실력이 필요하죠?”

홍태진은 맞서야 할 적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해 물어봤다.

여차하면 다시 한번 전쟁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이건 강하고 약하고의 문제가 아니야. 이런 힘은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어.”

“특별하다는 건?”

“보통 마물과는 남다른 능력을 가진 녀석이라는 소리야. 게다가 구멍도 아무도 모르게 몰래 숨겨두었어.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두었던 거지. 무슨 꿍꿍이가 있다는 거야.”

“어떤 몬스터들이 반란을… 꾀한다는 겁니까?”

“아직은 모를 일이야. 마계에서 병력을 풀어 조사해봐야 해. 문제는 이런 구멍이 몇 개나 되는지 모른다는 거야.”

“인간계에도 최근 몬스터들의 출현이 많아졌습니다. 현재 발견한 구멍은 5개입니다. 각 구멍마다 헌터 병력이 배치되어 있죠. 아마 이게 전부가 아닐 겁니다. 발견하지 못한 구멍이 더 뚫려 있을 것입니다.”

“피차 서로 바빠지겠구만.”

강철남은 구멍과 구멍을 뚫은 세력을 찾고 홍태진은 인간계에 밀려 들어오는 몬스터들을 막아야 했다.

“강철남씨, 또 한번 함께 싸우게 되었군요.”

“미우나 고우나 엮일 운명인가 보군.”

홍태진이 악수를 청했고 강철남은 그 손을 맞잡았다.

“우으으…”

그때 바닥에 쓰러져 있는 헌터 하나가 정신을 차렸는지 꿈틀대기 시작했다.

“이 개눔의 시끼… 죽여버릴 거야.”

헌터는 부들대며 멍구한테 총을 겨눴다.

“얘가 분위기 훈훈한데 찬물을 끼얹네.”

퍽!

헌터는 멍구의 주먹에 다시 기절하고 말았다.

“우리 동맹 맞죠?”

한지영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멍구는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웠다.

* * *

한편 그 와중에 학교를 마친 민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엄마, 아빠, 멍구가 보고 싶어 서둘러 집으로 향했지만,

“보물산에서 선물을 가져가면 다들 좋아하겠지?”

민하는 동네 친구들과 보았던 잡동사니 더미에서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주워 가기로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더미 앞에 서는데,

“어라라?”

물건들이 바닥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고 아침에는 못 봤던 커다랗고 검은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게 아닌가.

“이 구멍은 뭐지?”

민하는 구멍을 들여다보았다.

구멍 속은 밤보다 껌껌했다.

“야호!”

소리를 질러봤더니 메아리조차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 신비로운 구멍을 보고 민하에게 든 생각은,

“혹시 저 너머에 보물의 왕국이 있는 게 아닐까?”

위험한 생각은 추호도 안 하는 호기심 강한 민하.

겁도 없이 구멍 쏙으로 쏘옥 뛰어들고서는 긴 복도를 타다다닷 달려 간다.

그리고 통로의 끝에 하얀빛을 향해 폴짝 뛰어오르는데,

“전부 사격 중지! 어린 애다!”

민하를 기다리고 있던 건 구멍을 향해 총을 겨눈 헌터 부대였다.

그중 한 헌터가 어린 민하를 보고 황급히 총구를 돌렸다.

하지만 공격 명령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무슨 소리야! 구멍을 통해서 넘어왔어! 몬스터라고!”

“젠장, 저 모습 안 보여? 그냥 아이잖아!”

“인간 아이치고는 비범해 보여. 엘프의 피가 섞인 것 같아.”

“엘프라고? 그렇다면 괜찮은 거 아냐?”

“그래도 인간은 아니잖아.”

“그래서 어쩌자고?!”

보물의 왕국을 기대하고 넘어온 민하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아저씨들은 누구세요?”

총이 무엇인지 알 리 없는 민하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헌터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질문이 많은 건 헌터들이었다.

“꼬마야, 넌 어디서 왔니?”

“저는 도시 멍구에서 왔어요. 지금은 크레톤에 살고요.”

“들었어? 크레톤이래. 마계의 도시를 말하는 것 맞지? 그렇다면 몬스터가 틀림없어.”

“인간의 탈을 쓴 몬스터란 말인가. 이렇게 귀여운 아이의 모습으로 변해서 우리를 방심시킬 작전인가.”

“이봐, 말하는 거 못 들었어? 말투가 진짜 어린애잖아. 괜히 겁주지 말라고.”

민하의 정체를 두고 또다시 헌터들이 다투기 시작했다.

이 정신 없는 광경이 민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 이제 그만 집에 갈게요. 안녕히 계세요.”

“잠깐 꼬마야, 엄마 아빠는 누구니?”

민하는 대답을 하려다 멈칫했다.

엄마가 부모님이 누구인지 대답하지 말랬다.

“말 못해요.”

“이거 봐, 말 못 하잖아.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다니까.”

“저 이제 그만 가도 돼요?”

“꼬마야, 잠시 아저씨들이랑 같이 가 줘야겠다.”

한 헌터는 이 꼬마에게서 마계의 정보를 얻고자 했다.

이 꼬마를 넘기면 분명 실적에 도움이 되겠지? 싶었다.

인센티브를 노렸던 치사한 속셈이었던 것이다.

그 검은 손이 민하의 손목을 잡으려는 찰나,

“때찌!”

타악!-

“크악!”

민하가 헌터의 손목을 탁 쳐버리자 헌터가 맥없이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으악! 역시 몬스터였어. 사격 개시!”

“쏘지 마! 이쪽에서 먼저 손을 댄 거였잖아.”

“아직도 그런 한가한 소리야?! 저 파워를 봐!”

헌터들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에,

스윽-

“쿠하하하!! 여기가 인간계인가? 맛있는 인간들의 냄새가 솔솔 나는구나.”

구멍을 통해 웬 거대한 오크들이 잔뜩 튀어나오는 게 아닌가.

“오, 오크다!”

“이번에는 진짜 쏴야 해. 전원 사격 개시!”

투다다당!!!--

총성이 퍼지면서 오크들의 가슴팍에 총탄이 박혔다.

“꾸에엑!!”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오크들 뒤로 더 많은 오크들이 튀어나오며 헌터들과 육탄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전장의 한 가운데에 선 민하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들…”

와아아!!!

“다들 싸우지 마!!”

[멘탈 아웃]

파아앙!!!

민하의 몸에서 하얀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헌터와 오크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빛에 삼켜진 자들은 머리가 하얘지며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우쒸! 나 집에 갈 거야!”

단단히 삐진 민하는 구멍으로 폴짝 뛰어들어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그런데,

“어라라?”

분명 보물산이 있던 골목으로 되돌아왔어야 했는데,

“예전에 봤던 아저씨들이랑 언니다!”

“엇?! 지난번에 봤던 꼬마 아가씨잖아?”

홍태진의 헌터 연합이 있는 곳으로 나온 민하였다.

그렇다면 강철남은?

* * *

“손 들어라!”

“하, 또 왜 지랄들이실까.”

어째서인지 구멍을 통해 왔던 길로 되돌아왔을 뿐인데 나자빠져 있는 헌터들과 쓰러져 있는 오크들이 있는 인간계의 어느 땅으로 와버리고 만 것이다.

“정체를 밝혀라.”

“인간 한 명하고 똥개 1인분이요.”

“철남이, 이 새끼가.”

타앙!

“장난칠 상황이 아니다!”

지원 요청을 받고 달려온 헌터 부대는 위협사격을 하며 강철남과 멍구를 압박했다.

“멍구야, 아무래도 저 통로, 이래저래 꼬인 것 같다.”

“왜 꼬인 건데?”

“제대로 된 솜씨가 아니라서 그래. 돌팔이 의사가 집도한 절개 수술 같은 거야.”

“무면허로 구멍을 뚫은 거야? 이 새끼들 노빠꾸네.”

타앙!

“잡담은 거기까지다! 신원을 밝혀라.”

“근데 아까부터 저 새끼는 왜 자꾸 시끄럽게 총질이야.”

“야! 총 내려놓고 주먹으로 다이다이 까자!”

총을 쐈던 헌터는 어이가 없었다.

말하는 개한테 맞짱 신청을 받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개소리마라.”

“개니까 개소리하지. 왜, 쫄았냐? 쫄리면 쫄린다고 해.”

멍구의 비웃음에 헌터는 이가 빠직 갈렸다.

다른 동료 헌터들에게도 웃음거리가 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오냐, 정 죽는 게 소원이라면 죽여주지!”

헌터는 총을 내려놓고 멍구에게로 다가갔다.

“이야, 붙잔다고 진짜로 나오네. 개랑 싸우겠다고? 너 등신이니?”

“으으… 바보 취급 그만해!!”

헌터는 주먹을 꽉 쥐고 풀스윙으로 펀치를 날렸다.

부웅-

하지만 허공을 가르는 펀치.

멍구는 헌터의 정수리에 올라타 엉덩이에 힘을 주는데,

“설마?!”

뿌직-

뜨뜻하고 축축한 것이 헬멧을 타고 흘러내렸다.

“으악!! 개똥이다!!”

헌터는 헬멧을 집어 던지고 헛구역질을 뱉어냈다.

“아, X발…”

이건 같은 편인 강철남도 차마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었다.

[공간 이동]

펑!

“어…”

멍구가 너무 창피해서 버려두고 사라진 강철남이었다.

“가이아, 나왔어.”

“어디를 이렇게 오래 다녀오는가?”

“사실 멍구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고 해서.”

“멍구가? 그런데 멍구는 어디에 있는가?”

“…어딘가 있을 거야. 아무튼 중요한 건 구멍이 다시 뚫렸어.”

“구멍이라면 설마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구멍 말인가?”

“맞아. 한두 개가 아닌 것 같아. 일단 크레톤의 뒷골목에 하나 있는데 나머지는 더 찾아봐야 할 것 같아. 인간계에선 비상이 걸린 모양이야.”

“새로운 세력이 음모를 꾸미는 모양이구나.”

가이아의 표정도 무거워졌다.

아무래도 문제가 커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민하는 아직 안 왔어?”

“응? 철남, 그대가 데리러 갔던 거 아니었나?”

“…”

“…”

이런, 젠장.

“우리 민하!”

“걱정마, 가이아.”

민하가 사라졌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야 한다.

“민하를 찾아올게.”

“부탁한다, 철남!”

강철남은 품 안에서 부적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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