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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03화 (103/175)

103화 강민하, 호기심 많은 천방지축 5살!

귀여운 꼬마 아가씨의 등장에 헌터들은 잠시 멍해졌다.

이런 위험한 곳에 딸랑 여자아이 혼자 있다니.

“뭔가 수상해.”

의심 많은 김성남은 칼을 들었다.

“잠깐만요!”

한지영이 성급히 행동하는 그를 막아섰다.

의심이 들지만 혼자 있는 아이를 보니 걱정도 되었다.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꼬마야, 너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한지영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그러자 아이는 고개를 갸웃대면서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엄마 아빠를 모르는 사람도 있네?”

“뭐?”

황당한 발언이었다.

엄마 아빠를 당연히 알 거라 생각하는 저 자신감.

혹시 엄청 유명한 사람의 자제인가.

“엄마 아빠가 누구니?”

“언니는 누구에요?”

“아 참, 그렇지. 내 소개부터 할게. 나는 헌터 한지영이라고 해. 이 산에 남아있는 몬스터들을 퇴치하러 왔단다.”

상냥하게 자기 소개를 마친 한지영.

이제 네가 누군지 알려줄래, 라는 눈빛을 담아 아이컨택을 했다.

하지만 한지영이 아이에게 다가갈수록 김성남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이봐, 물러서. 아까 최형권이 한 얘기 못 들었어? 마력이 엄청나. 마왕급이라고. 겉모습을 숨기고 그 아래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모르는 게 몬스터야.”

“하지만…”

“상대는 마력이 엄청난 몬스터다. 어떤 속임수를 쓰고 우리를 홀리려 할지 몰라.”

김성남은 헌터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를 경계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숨어 사는 몬스터들도 있고,

또 무고한 척하다가 기습을 하는 몬스터도 있었다.

김성남으로서는 당연한 태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엄청난 상태창은 인간계 최강이라는 불리는 그조차 긴장하게 만들었으니까.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나 몬스터 아니야!”

갑자기 아이가 왈칵 소리를 질렀다.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뺨에 살짝 상기된 얼굴.

나쁜 사람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흥, 그런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도 몬스터가 아니라고? 하나 묻겠다. 네 상태창에 있던 도력은 뭐고, 신력은 뭐지? 그 능력은 어떻게 얻은 거냐? 인간을 잡아 먹은 것이겠지?”

김성남은 소리를 지르며 날카롭게 말했다.

조금의 친절함도 찾아볼 수 없는 공격적인 말투였다.

그 말에 아이는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았다.

“몰라. 인간은 먹은 적 없어.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어.”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 감정을 내뱉었다.

여차하면 울 것 같았다.

한지영이 말리려 해봤지만 김성남은 물러서지 않았다.

“김성남이. 언제까지 아가리로 싸울 거냐? 너 답지 않게.”

한 술 더 떠 황기민이 불난 집에 아예 휘발유를 들이 붙는다.

“그럼 나 답게 간다.”

자존심이 건들린 이상 가만히 있을 김성남이 아니었다.

누가 말릴 새도 없이 김성남, 황기민 두 사람이 움직였다.

“이런…”

한지영과 백진섭은 가만히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의 모습을 한 상대를 어찌 치겠나.

[검압]

김성남의 검이 강한 압력을 일으키며 아이를 향해 날아들었다.

[파괴]

황기민의 편곤 추가 큰 궤적을 그리며 아이를 덮쳤다.

그러나,

타앙-

무슨 신비한 힘이 일어난걸까.

아이의 몸에 둥그런 방어막이 형성되더니 김성남과 황기민을 쳐냈다.

“크아악!!”

“으어억!!”

방어막에 부딪친 둘은 저 멀리 산 아래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건?”

백진섭은 놀라서 아이를 돌아보았다.

자기도 모르게 환도 손잡이를 꽉 쥔 채로 말이다.

“메-롱-”

아이는 삐졌다는 듯 혀를 내밀고는 뒤를 돌아 사라졌다.

놀랍게도 아이는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워낙 빠르게 사라져버려 뒤 쫓을 수도 없었다.

“귀신에 홀린 것 같군요.”

“이, 일단 내려가죠.”

한지영과 백진섭은 멀리 날아간 김성남과 황기민을 찾으러 가는 수 밖에 없었다.

북한산에 나타난 어여쁜 아이.

하지만 무시무시한 상태창을 가진 아이.

인간계 최강의 사나이 둘을 날려 버린 아이.

수수께끼는 커져만 갔다.

* * *

“인간계의 산은 어떤 곳일까?”

어느 날 문득,

민하는 아빠에게서 들었던 인간계의 산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름다운 엘프와 잘생긴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엘프 민하.

그 외모는 마족, 인간, 엘프 누가 봐도 한눈에 감탄이 나올 정도로 어여뻤다.

5살밖에 안 되는 나이지만 그 장래가 궁금할 정도의 미모를 가졌다.

다만 워낙 호기심이 많고 돌발적인 행동을 일삼는 터라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하였다.

그런 민하를 혼자 인간계에 보낸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엄마, 인간계의 산에 가보고 싶어요!”

엄마를 졸라 마침내 허락을 맡으니 엄마는 멍구와 함께 가라며 보디가드를 붙여줬다.

천방지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멍구였지만,

민하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멍구야, 우리 재밌게 놀다 오자!”

“육아는 노는 게 아니야…”

민하를 돌볼 생각을 하니 출발하기도 전에 피로감이 몰려오는 멍구였다.

“이랴, 이랴, 달려라, 달려!”

멍구의 등에 올라탄 민하는 잔뜩 들떠서 두 다리를 붕붕 흔들었다.

슬개골과 척추가 묵직해졌다.

“아이고, 민하야. 이거 동물 학대야.”

“학대 아냐. 내가 멍구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민하가 복슬복슬한 멍구의 목덜미를 와락 안으며 헤헤헤, 웃으니 멍구도 불평을 할 수가 없다.

귀엽다는 건 정말이지 너무 치사하다.

“그럼 간다.”

“고! 고!”

[공간 이동]

펑!

하얀 연기를 일으키며 멍구는 민하를 태우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북한산에 도착하자 불어오는 산바람에 기분 좋은 녹음의 향기가 느껴졌다.

민하는 산 공기에 취해 눈을 감았다.

자연인의 딸 아니랄까봐 산에 온 것만으로도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멍구야, 우리 먼저 어디로 놀러 갈까?”

잔뜩 들뜬 민하는 산 경치를 두리번거리며 멍구를 재촉했다.

“흐음, 일단 오랜만에 왔으니 알고 지내던 녀석들에게 인사나 나눌까.”

“인사! 인사! 누구야? 친구들 많아?”

“친구라기 보다는…”

친구라기 보다는 꼬붕에 가까운 녀석이 있다.

민하의 정서 교육상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제일 먼저 가 볼 곳은 가장 가까운 계곡.

“오, 멍구 형님! 오랜만이네요!”

북한산 독 계곡의 붉은귀거북.

멍구가 오자 머리를 빼꼼 내밀고 인사를 건넨다.

“넌 아직 여기 사냐? 마계로 오래도. 마계 수송단이 수시로 드나들잖아.”

“전 여기가 좋은걸요.”

마계 수송단.

마족들은 구멍이 막히자 마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럴 때 활약하는 것이 바로 인간계의 마족들을 데리고 가는 수송팀, 마계 수송단인 것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마계로 돌아갈 수 있지만 모든 마족이 순순히 마계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인간계에 지내면서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녀석들도 있었고,

아니면 그저 인간계가 마음에 들어 눌러사는 녀석들도 있었다.

붉은귀거북이 바로 인간계가 좋아 눌러사는 마족이었다.

“우와! 거부기다!”

민하가 뭍까지 헤엄쳐 온 붉은귀거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붉은귀거북은 부드러운 아이의 손길에 기분 좋은 듯 기지개를 쭉 편다.

“멍구 형님. 이 아이는 누구죠?”

“누굴 거 같나.”

붉은귀거북은 아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아직 아이지만 선명한 눈, 코, 입.

똘망똘망한 눈에 오똑한 콧날.

앵두빛 입술에 조그만 머리.

인간들이 말하는 미인의 조건은 다 갖추고 있었다.

이런 빼어난 외모 물론이거니와 범상치 않은 기운마저 느껴진다.

“호, 혹시! 서, 설마!”

그제야 뭔가를 눈치챈 붉은귀거북.

멍구는 피식 웃었다.

“잘 지내고 있어라. 마음 바뀌면 언제든 마계로 돌아오고.”

“네, 형님! 마황제님께도 안부 전해 주세요!”

민하가 손을 흔들어주자 붉은귀거북도 신이 나서 앞발을 흔들어준다.

“세상에. 그분의 딸이라니. 어릴 때부터 떡잎이 다르구만.”

붉은귀거북은 민하에게서 흘러나오는 신비롭고 위대한 힘에 홀려 입이 떡 벌어졌다.

“멍구야, 다음은 어디로 가?”

“소문을 많이 알고 있는 곰이 있어. 그 곰에게 가보자.”

“우와! 곰돌이다, 곰돌이!”

보통 평범한 5살 아이에게 곰을 소개시켜주지는 않는다.

야생의 곰은 뭐든 찢어버리니까.

하지만 멍구는 반대로 민하의 힘에 곰이 찢어질까 조마조마했다.

“민하야. 곰돌이 너무 세게 쓰다듬으면 안 된다.”

“응, 알았어!”

힘차게 대답하는 민하에게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

무튼 신세를 졌던 녀석이니 그토록 좋아하는 꿀을 좀 가져다 줘야겠다.

혹여나 민하가 벌에 쏘였다간 애엄마한테 뒤질 수도 있으니 혼자 빨리 갔다 오는 게 낫겠다.

“민하야,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멍구, 어디가?”

“응, 뭘 좀 가지러 갔다 오게.”

“빨리 와야돼.”

“후딱 다녀올게.”

쌔앵-

멍구가 눈 깜짝할 새에 사라지자 혼자 남은 민하.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 리 없다.

사사삭-

“다람쥐다!”

도토리를 찾으러 다니는 다람쥐를 발견하자 민하는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며 다람쥐를 쫓아 놀았다.

그 스피드와 민첩성에 다람쥐가 당황해서 구멍으로 쏙 숨어버렸다.

“히잉. 숨어버렸네. 어라? 여긴 어디지?”

이리저리 나무 사이를 넘나들다 보니 어느새 낯선 곳으로 오고 말았다.

“멍구한테 혼나겠다.”

이러다가 멍구가 걱정하겠다.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려는데,

어라? 이 언니는 누구지?

“꼬마야, 너 부모님은 어디 계시니?”

웬 인간들과 마주쳤다.

어떤 언니는 엄마 아빠가 어디 있는지 물었고,

어떤 아저씨는 시종일관 겁박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게다가 자기를 몬스터 취급을 하자 기분이 팍 상했다.

엄연히 엘프인 엄마와 인간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하프 엘프인데 말이다.

그러던 중 혼자 소리를 꽥꽥 지르는 아저씨가 갑자기 달려들었다.

에이, 그러면 큰일 날텐데.

결국 혼자 북치고 장구치던 아저씨는 아빠가 미리 둘러 준 방어막에 튕겨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다른 인간들도 그 아저씨를 찾으러 후다닥 달려가 버렸다.

“뭐였을까?”

인간계에는 원래 이상한 사람이 많은 건가?

“민하야, 헥헥.”

마침 멍구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혼자 돌아다니면 어떡해.”

“미안, 다람쥐들이랑 놀다가 그만. 헤헤헤.”

“킁킁. 이 냄새는… 오랜만이군. 익숙한 냄새야. 설마 헌터 연합 녀석들인가?”

“웬 이상한 아저씨가 달려들더니 혼자 날아가 버렸어.”

“민하한테 달려들어? 보나마나 김성남이겠군. 그 등신새끼 여전해.”

“등신이 뭐야?”

“아, 아니야. 아무것도! 방금 한 말 기억하면 안 된다!”

멍구는 입에 지퍼를 채웠다.

이상한 말을 가르쳤다간 애엄마한테 뒤질지도 모른다.

민하의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니까.

“그럼, 가자, 민하야. 곰돌이 보러.”

“응!”

민하는 곰돌이란 말에 환하게 함박웃음을 지었다.

멍구의 등에 올라타 귀여운 곰돌이를 볼 생각에 싱글벙글 산을 누빈다.

* * *

“쿠워어엉!!! (딸이라니. 세월 참!)”

소문곰은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다.

마계의 소식도 이미 알고 있던 터라 진즉에 알고 있었다.

그분의 딸을 실제로 영접하니 영광스러운 모양이다.

“꺄핫! 곰돌이다, 곰돌이! 기여어!!”

민하는 곰돌이의 배에 안겨 폭신폭신한 털을 쓰다듬으며 놀고 있었다.

소문곰은 말랑말랑한 곰 발바닥을 보여주며 민하와 놀아주었다.

“자, 이거 네가 좋아하는 꿀.”

“꾸워엉! (뭘 이런 걸 다!)”

“너는 마계로 안 돌아가?”

“쿠워어어어. 쿼웡 쿠커어엉. (그렇지 않아도 곧 준비를 할 것이다. 헌터들이 점점 포위망을 좁혀오니.)”

인간계에서 마족들을 몰아내려는 헌터들의 노력은 6년째 이어졌다.

실제로 많은 마족이 인간계에서 살 것을 포기하고 마계 수송단과 함께 돌아오곤 했다.

북한산도 이제 버틸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래, 마계 수목화도 훌륭하게 정착되었으니까 돌아오면 좋은 보금자리 마련해줄게.”

“쿠우, 웅어엉. (고맙다, 멍구.)”

“그만 가자, 민하야.”

“응! 곰돌이, 빠빠이!”

“쿠웅! (빠빠이!)”

곰돌이에게 안겨 있던 민하는 마지막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동굴을 나왔다.

민하의 쾌활함에 소문곰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이제 어디갈거야?”

“흐흐흐. 맛있는 걸 먹으러 갈 시간이야.”

“맛있는 거?!”

그러자 오늘 봤던 민하의 표정 중 가장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멍구도 기대 만땅이었다.

민하를 돌보라는 말을 듣고 순순히 임무에 전념할 멍구가 아니었다.

멍구에겐 다른 꿍꿍이가 있었다.

‘오랜만에 포식 좀 하겠구만.’

그랬다.

바로 민하의 엄마 아빠 지갑을 슬쩍해 온 것이다.

두툼한 지갑을 들고 향한 곳은 청수 폭포.

여전히 웅장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곳이다.

‘쉬벌, 오늘 이 돈 다 쓰기 전에 집에 안 간다.’

각오를 다지는 멍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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