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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00화 (100/175)

100화 옥형, 세상이 왜 이래!

강철남이 사라지고 나자 가이아는 혼란에 빠졌다.

“철남. 어디 있는가?!”

“이봐, 진정해. 어디든 있겠지. 철남이라면 지옥에 떨어져도 다시 기어 올라올 놈이야.”

멍구가 가이아의 걱정을 시크하게 달랬다.

하긴 맞는 말이었다.

마황제인 철남이 설마 이대로 당하겠나.

마음을 졸이는 가이아와 달리 작전이 성공한 나인은 비열한 웃음 지으며 이 순간에 취해있었다.

“마황제는 봉인되었다. 카오스는 죽었고 키켈이라는 섭정은 아직 약하다. 마계에 남은 유일한 방해꾼인 마왕은 고작 카르텔과 가이아 두 명. 상황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나.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 기나긴 세월을 버텨왔다. 좋았어, 이제 마계는 내가 삼켜버리겠다!!”

나인은 입에 게거품을 물며 야망을 토해냈다.

녀석은 마력을 잔뜩 끌어모아 소환해낸 몬스터들에게 가이아와 멍구를 치도록 명령했다.

“엘프 고기와 개고기다!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거라!”

고삐가 풀린 몬스터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들었다.

“쿠헤헤! 저 복슬복슬한 개고기는 내 거다!”

“다리는 구워 먹고 머리는 삶아 먹어주지.”

멍구를 놓고 레시피 배틀을 벌이는 몬스터들의 지랄에 멍구는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이 상노무 새끼들이 누가 누굴 잡아 먹어? 닥쳐라! 잡아 먹히는 건 네놈들이다!”

살짝 빡친 멍구는 망설임 없이 도약하여 몬스터들의 대갈통을 이빨로 으깬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거나 용감히 맞서 보지만 미친개 멍구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젠장! 뭐가 저렇게 강해?”

“어쩔 수 없다. 저기 여리여리해 보이는 엘프를 노리자!”

어리석은 몬스터들은 방향을 바꿔 가이아를 향해 이빨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착각도 단단히 착각을 한 모양이다.

[네펜데스]

곱게자란 고고한 아가씨처럼 보이는 그녀는 명색이 마왕 가이아다.

가이아의 손끝에서 녹색섬광이 번쩍하더니 독이 듬뿍든 주머니를 데롱데롱 달고 있는 초거대 식물이 나타났다.

“히익! 뭐야, 저건?!”

“미친 식물이다!”

덥석!-

달려드는 몬스터들은 관성 때문에 멈추지도 못하고 네펜데스의 주머니 속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치이이익---

주머니 속의 강한 독극물에 몬스터들의 뼈과 살은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이 엘프도 장난 아니게 강하잖아! 어떻게 된 거야!”

“나, 나는 도망갈래!”

“살려면 튀어야지!”

상황이 뒤집혔다.

멍구와 가이아의 압도적인 강함을 맛본 몬스터들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심한 녀석들.”

이 장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나인은 그들을 결코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마인드 컨트롤]

손에 검은빛을 뿜어내는 나인은 자신이 소환한 몬스터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흑마법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몬스터들은 눈에 초점을 잃고 나인의 명령에 복종하는 한낱 인형이 되고 만다.

“기분 나쁜 흑마법이로군.”

정신을 조종하는 비열한 흑마법을 보자 가이아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존나 쓰레기 새끼네, 저거.”

이런 꼴을 보고 그냥 참고만 있을 멍구가 아니다.

곧바로 달려들어 나인의 모가지를 물어 뜯으려 한다.

“어, 어, 어, 잠만, 잠만! 지금 나를 죽이면 봉인의 구에 갇힌 네 동료는 영영 나오지 못할걸?”

“잣 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 철남이가 좀 또라이긴 해도 명색이 마황제야. 그거 하나 탈출 못 할 거 같냐?”

“그래서 그 잘난 놈은 지금 어딨지? 탈출했나? 시간이 이렇게 흐를 동안 감감무소식인 걸 보면 제법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인데?”

나인은 진짜로 죽을까봐 멍구를 살살 달래면서도 약을 살살 올린다.

“하, 이 새끼 얼른 죽이고 싶다. 제발 나와, 철남이!!”

참다 참다 속이 터질 것 같은 멍구가 소리를 버럭 지른다.

하지만 반응 없는 강철남.

“너희는 여기서 나를 죽이지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몬스터들과 싸워야 할 것이다.”

나인이 손을 휘젓자 검은 빛이 일렁인다.

녀석이 부리는 몬스터들이 멍구와 가이아를 향해 자살부대처럼 돌격해왔다.

[포효]

멍구가 크게 짖자 그 위압에 몬스터들이 땅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추락해버린다.

포효를 정통으로 맞은 녀석들은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는 듯 꾸물꾸물 대기만 했다.

“미친 거 아냐? 멍멍이. 대체 넌 정체가 뭐냐? 거의 마왕을 초월한 실력이잖아.”

“소개가 늦었군. 무려 여섯 번째 마왕이신 멍구님이시다.”

“뭐? 여섯 번째 마왕? 고작 똥개 주제에?”

멍구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

[벌크]

멍구의 개근육이 튼실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앞다리가 퉁퉁.

뒷다리가 튼튼.

우락부락 범과 같은 위용이 뿜어져 나온다.

“이제 철남이가 나오건 못 나오건 상관하지 않는다. 너는 진짜 진심 리얼 100% 뒤졌다.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을 준비나 해라.”

“어? 야, 야! 나 죽이면 진짜 네 동료는 못 나온다고!”

“그럼 이건 어때?”

한 마리의 사자처럼 근육을 씰룩대며 달려든 멍구는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을 눈 깜짝할 새에 발톱으로 찢어버렸다.

그리고 봉인의 구를 입으로 덥석 무는데,

“얌마! 그거 조심히 다뤄!”

“네놈도 이 안에 들어가면 철남이도 따라 나올 수 있겠지. 빨리 나오는 게 좋을 거야. 늦게 나올수록 고통스럽게 죽여줄 테니까.”

“근데 너 그거 사용법은 아냐?”

“으르릉!”

그딴 거 알 리가 없다.

멍구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입에 문 봉인의 구에 마력과 도력을 마구잡이로 욱여넣는다.

그러자 봉인의 구에서 신비로운 빛이 흘러나오는데,

“야, 너 거기다 뭔 짓 한 거야?”

봉인을 일으키는 빛과 다른 빛이 나오자 화들짝 놀란 나인이 소리를 지른다.

“낸들 아냐! 네가 꺼낸 물건이니 네가 알 거 아냐?”

“뭐야, 몰라 그런 거. 무서워.”

신비로운 빛은 점점 커지더니 이내 커다란 빛의 계단을 만들어낸다.

“어라, 이 계단은 낯이 익은데?”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웅장한 빛의 계단이 나타났다.

엘프인 가이아는 그 신성한 빛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다.

“멍구, 대체 이 빛의 계단은 무엇인가?”

“으음. 내 예상이 맞다면 아마도 그 양반이 내려올 거란 말이지.”

“그 양반이라니?”

뚜벅- 뚜벅-

“양반은 못 되는군.”

말 끝나기가 무섭게 빛의 계단 꼭대기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신성한 빛에 압도되어 오싹오싹 떨리던 나인의 시선도 계단 끝을 향했다.

예상대로 등판한 자는,

“역시! 옥형, 오랜만이야!”

“오호, 멍구구나. 익숙한 도력이 부르기에 설마설마했더니. 그나저나 여기 풍경은 많이도 변했구나.”

“옥형! 세상에 왜 이래!”

황폐한 엘프의 숲을 보면서도 옥황상제는 인자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부드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위엄을 내뿜으면서 황금빛 곤룡포를 휘날리며 걸어 내려오고 있었다.

“오, 오, 옥형이라니?”

‘마계에 마황제가 있다면 천계에는 옥황상제가 있다’ 라고 나인은 전설로만 들었다.

그런데 진짜로 옥황상제가 존재했다.

게다가 그런 옥황상제랑 호형호제를 한다고?

킹갓 제너럴 엠페러 옥황상제와 친하다고?!

저 개가??!

“멍구! 그대는 옥황상제와 아는 사이냐?”

항상 우아한 자태와 표정을 유지하던 가이아조차 얼굴에 놀란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응. 철남이랑 나랑 되게 친한 아는 형이야.”

“아는 형의 수준이라기엔 너무 대단하구나.”

의외의 엄청난 인맥에 가이아는 말문이 턱 하고 막혔다.

“허허허. 너는 가이아가 아닌가. 아주 많이 자랐구나.”

옥황상제는 껄껄 웃으며 가이아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저를 아시옵니까?”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너를 잘 알고 있다. 네가 태어났을 때 너의 부모님께서 정성스레 천계에 기도를 올렸지. 그들의 마음이 어찌나 신성하고 갸륵하던지 천계까지 그 정성이 전해지더구나. 그때 너라는 소녀의 존재를 알았단다.”

“그런 저희 부모님은 일찍이…”

“나도 알고 있다. 그들은 지금 영원의 땅에 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천성적으로 생명의 빛이 약했던 그들이었으나 내 그들을 아껴 영원의 땅으로 인도해 놓았노라.”

“아아, 정말 감사드리옵니다. 옥황상제님이시여.”

가이아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멍구는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이 구슬에서 나타난 거야?”

“정확히는 그 구슬이 나를 부른 것이지.”

“대체 이건 뭐야?”

“허허허. 본디 엘프와 천계는 아주 친하단다. 내 오래전 엘프의 땅에 준 선물이 바로 그 구슬인 게지. 이름이 와전되어 봉인의 구라고 불리는 것 같다만 사실 그 구슬의 이름은 연결의 구란다.”

“연결의 구? 뭐랑 이어지는데?”

“고대 엘프왕이 마족들과 싸우지 않고 대화할 수 있는 도구를 달라기에 만든 것이 바로 그 구슬이지. 마력을 불어 넣으면 엘프와 마족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이어지고, 도력을 불어 넣으면 나와 통할 수 있는 하얀 계단과 이어지는 것이지.”

“엘프와 마족이 대화?”

아직 알쏭달쏭한 멍구였다.

“아마 그 봉인의 구에는 철남이가 들어갔겠지?”

“맞아! 역시 용하구나!”

“철남이라면 대화의 공간을 통과해 교류의 공간으로 넘어갔을 거란다.”

“교류의 공간은 어딘데?”

“영원의 땅이지.”

영원의 땅.

선택받은 엘프들이 생을 정리하고 떠난다는 그곳.

강철남이 그곳에 있다니.

“그럼 철남이는 여기로 돌아올 수는 있는 거야?”

“허허허허. 철남이를 못 믿는 게냐?”

“아니, 하도 안 오니까. 이렇게까지 기다리게 할 줄은 몰랐거든.”

“멍구가 철남이가 없으니 외로운 모양이구나.”

“어우, 징그러운 말 하지마. 그냥 밥 해 줄 사람이 없어서 귀찮아서 그런다구.”

멍구는 고개를 탈탈 털고 뒷발로 목을 벅벅 긁는다.

그 모습을 보며 옥황상제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껄껄 웃는다.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가이아는 영원의 땅에서 강철남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 더욱 강하게 믿기 시작했다.

‘제발 무사히 돌아와다오, 철남.’

한편 나인은 옥황상제가 근처에 있기만 해도 그 위압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마력이 쇠사슬에 꽁꽁 묶인 느낌이었다.

‘젠장!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꼼짝도 못 하겠어!’

그때였다.

찬란한 빛줄기가 허공에 선을 그으며 나타났다.

그곳에서,

강철남이 나왔다.

“후아!”

마치 물에서 나온 듯 숨을 푸하, 터뜨리며 빛을 통과했다.

이제껏 했던 공간 이동 중 가장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던 것 같다.

“철남!”

가이아는 끓어오르는 반가움을 억누르지 못하고 강철남을 와락 끌어안는다.

강철남은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해준다.

“무사했니?”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멍구가 잘 지켜줬다.”

강철남이 멍구를 바라보자 ‘뭔 소리? 저 여자 존나 세서 혼자 다 씹어먹음’ 이라는 의미의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옆을 보니 어라?

“옥형 아니오?”

“허허허. 철남이 못 본 사이에 거물이 되었다면서?”

천계의 수장이 마계의 수장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둘이 서로 악수를 하는 순간 나인은 눈치를 보며 뒤로 달아나려 슬그머니 움직인다.

[번개]

콰르릉!!

강철남의 신력이 깃든 번개가 내려쳐 나인을 하얀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호오, 신력을 깨우친 건가. 항상 예상의 예상을 뛰어넘는구만, 청남이.”

옥황상제조차 강철남이 신력을 깨우칠줄은 몰랐다.

강함 위의 강함.

초월을 초월한 초월.

예측이 불가능한 존재.

그것이 강철남이라는 인간이었다.

“가이아.”

“왜 그러나 철남?”

강철남은 나긋한 목소리로 가이아를 찾는다.

그리고,

“나랑 영원의 땅에 다녀올래? 만나게 해주고픈 사람이 있어.”

그녀에게 손을 내민다.

가이아는 운명적인 만남을 직감한 듯 뜨거워진 가슴을 안고 그의 손을 맞잡는다.

“멍구랑 옥형도 가자고. 거기 밥 맛있어.”

“바압?!”

배가 몹시 고픈 멍구가 폴짝폴짝 뛰며 환장한다.

옥황상제도 오랜만에 영원의 땅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구나 싶다.

“그럼, 다 같이 간다!”

[공간 이동]

펑!

하얀 연기와 함께 강철남은 가이아, 멍구, 옥황상제를 데리고 영원의 땅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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