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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99화 (99/175)

99화 영원의 땅에서 얻은 새로운 힘

강철남은 조용히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나온 결론은,

“여기가 어디여, 씨부럴!!”

당최 알 수가 없는 곳이었다.

주변은 온통 칠흑같이 검은 어둠뿐.

이건 봉인 수준이 아니라 염병 투옥 수준이다.

마력이든 도력이든 갖고 있는 장기를 총동원해봐도 통하지가 않았다.

[파괴]

콰콰쾅!!!

허공에 폭발만 일어날 뿐 아무것도 부서지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졸라게 고독하구만.”

[공간 이동]

펑!

공간 이동을 해봐도 그 자리에 소환될 뿐이었다.

이 무슨 미친 세계란 말인가.

“이걸 만든 작자 머릿속이 궁금하군.”

그렇게 생각하자 머릿속을 스치는 아이디어.

어려운 시험 문제를 맞닥뜨리면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공간을 만든 새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봉인의 구’는 엘프의 땅에 묻혀 있는 엘프의 보물이다.

그것은 엘프가 만들었다.

대체 왜 만들었을까.

당연히 강력한 몬스터를 봉인하기 위해서지.

그렇다면 봉인의 구가 몬스터의 손에 넘어갈 것을 생각 안 해봤을까?

그 똑똑한 엘프들이?

아닐 리가 없다.

분명히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

“그런데 씨바, 그게 비상 탈출용 레버 같은 것일 리는 없고.”

이제는 슬슬 혼잣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위험했다.

정신 분열의 초기 증상이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만약 엘프나 인간이 갇혔더라면 어떻게 그들만 쏙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을까?”

마물이 아닌 신성한 존재임을 증명하면 어떨까.

[정화]

강철남은 온몸에 정화의 빛을 둘렀다.

그러자 푸른 빛을 띠며 강렬한 빛이 어둠을 찢었기 시작하는데,

“옳거니, 시바! 이거구만.”

강철남은 [정화]에 더욱 힘을 쏟아붓는다.

마도력이 용솟음치며 일으킨 빛줄기는 길을 그리며 어디론가 길게 뻗어나갔다.

“길이 나타났다.”

빛이 인도하는 길.

강철남은 그 길을 향해 내달렸다.

저곳이 바로 출구구나!

[초광속]

파앗!

매섭운 속도로 질주하여 빛을 향해 골인.

자기를 이곳에 가둔 나인이라는 놈의 면상에 밥상머리 참교육을 꽂아줄 차례다.

그런데 어라?

강철남이 빠져나온 곳은 굉장히 낯선 장소였다.

그 장소는 뜻밖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앞에는 강이 펼쳐져 있고 아름다운 황금빛 노을이 반짝이고 있었으며,

나무로 만든 집과 풀로 뒤덮은 지붕에서는 바람을 타고 초목의 냄새가 불어왔다.

마당에는 엘프의 아이들의 뛰놀며 성인 엘프들은 나무를 베고 잎을 따고 있었다.

“여기는 어디지?”

“여기는 영원의 땅이다.”

강철남의 등 뒤로 조금 늙은 엘프가 다가와 말을 붙였다.

“앗, 깜짝이야! 영원의 땅? 그 엘프들이 삶을 정리하고 떠난다는 곳 말이오?”

“그렇다네.”

전설로만 전해지던 신비의 땅에 발을 들이게 된 강철남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건 그렇고.

“왜 초면에 반말이오?”

“어? 아니, 나는 엘프다. 인간인 그대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데…”

“거 농담 좀 한 거 가지고 삐지긴. 나는 강철남이오.”

강철남이 악수를 청했다.

사실 살짝 삐졌지만 괜찮은 척하며 악수를 받아줬다.

“나는 엘프의 숲의 선왕, 엘로드라고 하네.”

“아하, 엘론이 말한 게 당신이로군.”

“엘론을 만나보았는가? 엘론은 좋은 왕이 되었는가?”

엘로드는 후대를 물려준 엘론이 엘프의 숲을 훌륭히 통치하고 있을 거란 기대에 안부를 물어본다.

하지만,

“개병신인데?”

“뭐라고?”

강철남은 필터 없이 일침을 놓는다.

“엘프의 숲은 황무지가 되었고 엘프들은 포로로 잡혀들어갔소. 왕이라는 엘론은 혼자 살아남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소.”

“세상에…”

엘로드는 어질어질해져서 머리를 짚는다.

“대체 왜 그런 변고가.”

“나인이라는 몬스터가 쳐들어왔소.”

“나인? 그 녀석이 또!”

“내가 여기 온 것도 녀석이 엘프의 보물을 사용해 나를 봉인했기 때문이오. 어떤 암흑 공간에 갇혔는데 마력을 찢으니 이쪽으로 통하는 길이 열리더군.”

강철남은 내친김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경위도 밝혔다.

“그렇군. 봉인의 구를 나인이 사용했는가. 그런데 어째서 자네 같은 인간을 봉인한 거지?”

“1:1로 못 이길 것 같으니까 꼼수를 쓴 거지.”

“뭐? 그 나인이 인간 한 명을 못 이긴다고? 자네는 대체 정체가 뭐지?”

엘로드는 살짝 미심쩍은 듯 묻는다.

“일단은 마황제야.”

그 말에 엘로드는 벙찐 표정으로 강철남을 멀거니 바라본다.

“마, 마황제에?”

마황제라면 마왕들의 정점에 선 자이며 마계의 최고 권위자가 아닌가.

이 인간이 정말 마황제란 말인가.

“확실히 봉인의 공간을 뚫고 영원의 땅까지 홀로 온 것은 대단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마황제라니…”

“믿건 말건 당신 자유지 뭐. 그건 그렇고 그 봉인의 공간이라는 건 대체 뭐하는 곳이오?”

“원래 봉인의 구가 무엇인지 아나?”

“모르니 묻는 거잖소.”

“크흠. 그래, 그래. 엘프의 보물이 살생 무기가 아닌 봉인 무기인 것에는 이유가 있지. 바로 마물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네.”

뜻밖의 정보였다.

엘프의 보물이란 마물을 퇴치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대화를 위한 테이블에 앉히는 것이 목적이었다.

“죽이지 않고 대화로 잘 풀어보기 위해서 그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거요?”

“그렇네. 엘프들은 마물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존중하려 했지. 원래 봉인의 구의 기능은 난동이 심한 몬스터를 봉인의 공간에 집어넣은 뒤, 대화를 통해 영원의 땅으로 인도하는 것이라네.”

“몬스터의 갱생을 꾀하는 거로구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강철남은 엘프들의 낙관론이 기가 막히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이상을 품을 수 있음에 대단하다고도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몬스터의 손에 넘어가서 악용되고 있소만.”

“악용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악용할 수가 없는 도구네. 자네 같은 귀인이 영원의 땅에 방문하지 않았나.”

“은근슬쩍 띄워줘도 안 기뻐요.”

“하하하. 까칠하구나.”

강철남이 익숙해진 엘로드는 살짝쿵 농담도 던졌다.

둘은 영원의 땅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우로스, 폰토스. 농사는 잘되어 가나?”

“그럼요. 오늘도 산딸기가 싱싱합니다. 손님께도 대접해드리지요.”

중년의 엘프 부부인 우로스와 폰토스는 강철남을 보며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엉겹결에 강철남도 꾸벅 인사를 했다.

“밥이나 먹고 가세.”

밥이라니.

엘프의 식사를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군침이 싹 돌았다.

하지만 그보다 동료들의 안위가 걱정되니,

“그럴 시간이 없소. 지금 이러는 사이에 나인이 엘프의 숲을 박살 내고 동료들을 괴롭힐 거요.”

“안심하게. 영원의 땅에서의 시간은 바깥의 세계와는 다르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이곳에서의 하루는 바깥에서의 1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네.”

“그럴 수가 있소?”

“상식이란 상대적인 것이네.”

엘로드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우로스와 폰토스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익숙한 듯 웃어 보였다.

“자네가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는 밥 한 끼 먹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네.”

“그런 법도 있소?”

“나를 믿어 보시게.”

뾰족한 수가 없으니 엘로드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었으니 식사 준비를 하도록 합세.”

엘로드는 소맷자락을 걷고 나섰다.

“돕겠소.”

“그래 주면 고맙죠.”

폰토스는 선뜻 나서는 강철남을 반겼다.

무릇 함께 준비해 같이 먹는 밥상이 가장 맛있는 법이다.

엘로드와 우로스는 밭에서 작물들을 수확했다.

엘프의 콩은 신비한 푸른 빛을 띠었고 붉은 과실에서는 산미 향이 물씬 풍겼다.

강철남은 부엌에서 폰토스의 지시대로 나물을 손질했다.

“능숙하군요.”

“산에서 밥해 먹고 사는 사람이라서요.”

“자연을 좋아하나 보군요.”

“자연 없인 못 사는 사람이죠. 그래서 이번에 마황제가 되자마자 추진한 것도 마계 수목화 계획이오.”

“아주 훌륭한 계획이네요.”

폰토스는 강철남의 계획을 칭찬하며 공감해주었다.

그녀와 얘기를 나눌수록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강철남이었다.

“우로스와 나 사이에는 딸이 한 명 있었어요. 그 아이도 자연을 참 좋아했지요. 자연을 사랑하는 젊은 당신을 보니 우리 딸이 떠오르는군요. 지금 마계 어디쯤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당신이 하는 일에 아주 기뻐할 거예요.”

음식을 준비하는 폰토스의 눈을 보며 강철남은 그녀가 누군가와 몹시 닮았다고 느꼈다.

“다 됐구랴. 이제 상을 차려 볼까요.”

나물을 무치고 오븐에 넣어 두었던 빵을 꺼내어 상을 차렸다.

엘로드와 우로스가 따온 채소와 과일을 산에서 흘러나오는 깨끗한 물로 씻어 상에 얹으니 건강 밥상이 따로 없었다.

“그럼 먹어볼까. 그대는 잠시 원래 세계의 일은 잊고 맘 편히 식사를 즐기게.”

“아니, 잊으라 해도 그럴 수가 없소. 이러는 와중에도 동료들은.”

“나를 믿으래도.”

엘로드의 신념이 강하게 어린 눈빛에 강철남은 한 수 접어주기로 했다.

그래, 믿어 보자.

자기가 없다 하더라도 호락호락 당할 멍구와 가이아가 아닐 테니.

“잘 먹겠소.”

강철남은 우선 푸성귀를 한 잎 입에 넣어 본다.

상큼한 녹즙이 터지며 싱싱한 떫은맛이 혀를 감싼다.

역하지 않고 감미로운 떫은맛이다.

붉은 과실을 한 입 베어 무니 날것 그대로의 과즙이 입안에 파도친다.

석류와 비슷한 식감에 복숭아 물이 터지는 맛이다.

사양할 땐 언제고 복스럽게도 먹는 강철남을 보며 세 엘프는 흐뭇해한다.

식사를 마친 강철남은 그제야 정신이 들어 너무 체면을 구겼나 싶은 생각에 머쓱했다.

“이거, 너무 게걸스럽게 먹은 건 아닌지 모르겠군.”

“하하하. 대접하는 입장에선 손님이 잘 먹어주면 그것보다 기쁜 게 없죠.”

우로스는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 때가 되었네.”

“무슨 때?”

엘로드가 자리에서 일어나 강철남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영원의 땅에 흐르는 물과 영원의 땅에서 자라난 작물을 먹은 이에겐 신력이 깃들기 마련이지.”

“신력이라는 건 뭐요?”

“신력이란 건 천계의 힘이라네. 영원의 땅은 천계로부터 신력을 전수 받은 축복의 땅이네. 신력은 마력과 상충 되는 힘이지. 마력이 어둠의 힘이라면 신력은 빛의 힘이라네.”

“마치 [정화]와 비슷하군.”

“마력을 제거하는 스킬을 다룰 줄 아는가? 그렇다면 신력을 다루기 매우 수월할 것이네.”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면 진작 말씀해 주시지 그러셨소.”

그 말에 엘로드는 빙그레 웃었다.

“신력을 품은 음식은 먹는 자의 본질을 판단하는 법이지. 그대가 그릇된 마음을 지녔더라면 그 음식들은 신력을 주는 대신에 독이 되었을 것이야.”

“날 시험해 본 거요?”

“하하.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해주시게.”

“에효, 결과가 좋으니 그냥 넘어가겠소.”

강철남은 한 손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느껴지는가? 찬란한 빛을 떠올려보게.”

따뜻한 온기가 손에 감돌더니 이내 밝은 빛이 몸을 타고 손에 모였다.

“그것이 [신력]이네. 그 힘은 천계의 힘으로 있다면 마력을 상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 영원의 땅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네.”

“그렇구만. 다시 원래의 힘이 올라오는 느낌이요.”

“영원의 땅은 마계와 천계의 중간지점, 마계와 차원이 다른 세계라네. 그 간극을 넘어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 서두르세. 내가 길을 안내해줌세.”

엘로드는 그제야 바삐 서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철남은 여유를 부렸다.

“뭔가? 급하다 하지 않았나?”

“신력을 섞어 [공간 이동]으로 가면 금방일 거요.”

“뭐라? 그렇다면 그대는 도력 또한 다룰 수 있는 것인가?”

“아, 이래 봬도 설악 신령도 겸하고 있소.”

“신령? 마황제이면서 옥황상제의 직속 부관인 신령까지? 허허, 대체 자네라는 사람은…”

엘로드는 도저히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럼 신세 많이 졌소. 일이 정리되면 다시 방문하겠소.”

강철남은 신력과 도력을 모았다.

조지러 가자.

나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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