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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96화 (96/175)

96화 개가... 마왕을...?!

에테르를 흡수하자 강철남의 의식이 어디론가 빨려 들어간다.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기분이 역하다.

하얀 섬광에 흡수되면서 이내 영혼이 사라지는 붕 뜬 기분에 휩싸인다.

혼란을 넘어 마침내 어디론가 다다르는데,

“여긴 어디야?”

온통 하얀 공간이다.

마치 정신병원에 수감 된 기분이다.

정신이 멀쩡한 인간도 이곳에 오래 머물면 반쯤 미쳐버리기 딱 좋을 지경이다.

“누구 있냐?!”

있는 힘껏 소리를 질러본다.

그러자,

“읏차, 이게 얼마 만인고.”

웬 온몸이 새하얀 인간형 덩어리가 땅속에서 기어 올라온다.

“왜 거기서 나오는데?”

“입구를 못 찾아서 그냥 이쪽으로 왔어. 하도 오랜만이라 헤맸거든.”

“너는 누구냐?”

“에테르의 주인.”

“네가 초대 마황제냐?”

“엄연히 따지자면 초대 마황제가 남긴 의식이지.”

에테르.

녀석은 뒷짐을 지고 이리저리 걷기 시작한다.

“흠흠… 그렇구만.”

“뭐가 그래?”

“지금 네 정신을 읽고 있는 중이야, 강철남.”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기억 안 나? 에테르는 네 몸에 흡수되었어. 즉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 거지.”

말을 이어가면서도 멈추지 않고 강철남의 의식을 읽어나가는 에테르.

“어디 보자. 네가 에테르를 흡수한 이유는 뭐지?”

“마황제가 되기 위해서지.”

“그건 이유가 아니야. 진짜 목적이 있을 거 아냐, 이 힘을 원한 이유가.”

“내 정신을 읽어봤으면 알 텐데.”

“그거 아니? 무의식에서 나온 말이 곧 그 사람의 진짜 성품을 드러낸다는 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네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 네가 말을 내뱉을수록 네 속에 감춰진 무의식과 네 성향이 더욱 잘 드러나는 법이거든. 내가 정신을 읽은 것만으로는 모든 것이 설명되지는 않아.”

대화를 가지고 노는 에테르가 강철남에게 속마음을 터놓을 것을 요구한다.

뭔가 귀찮은 녀석이지만 녀석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수밖에.

“힘을 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마계의 수목화를 꾀하기 때문.”

“수목화라. 자연인 강철남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개혁이지.”

“원하는 답이 되었나?”

“그런데 말이야. 그건 너한테만 좋은 거 아닌가?”

“일차적으로는 그렇지.”

“상당히 이기적인 마황제로군.”

에테르는 짓궂게 놀리며 쿡쿡 웃었다.

“이차적으로는 대가리 속에 온통 파괴와 싸움만이 가득한 마물들에게 자연의 평화로움과 안락함을 일깨워 줄 수 있지. 그건 곧 교양과도 직결된다. 명상과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지.”

“흠흠. 계속해봐.”

“힐링 되면 서로 싸울 일도 적어지니 의미 없는 소모전이 사라질 거란 말이지. 지금 마물들은 다들 전투에만 미쳐있어. 휴식이 필요하다고.”

“음…”

잠시 생각을 하는 에테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말을 가로챈다.

“마족들이란 원래 싸우며 살아가는 존재. 혈기 왕성한 그들을 억제하면 분명 문제가 일어날 텐데.”

“그래서 필요한 게 문화생활이다.”

“문화생활?”

“그래. 오락, 스포츠, 관광, 여행 등. 놈들의 억눌린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발산하는 거지.”

“오호. 설명해봐.”

“산속에서 달리고 공놀이 하고 격투 대회도 열고. 휴양림을 만들어 관광 투어도 열고. 오만 거 다 할 거야.”

왠지 거래처에다가 PT 발표를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한다.

예전에 어지간히 했던 직장 생활 트라우마가 올라온다.

“대충은 이해했다. 문화생활의 도입이라. 그건 나쁘지 않군. 확실히 마계에는 건전한 오락이 필요하다. 그건 동의하지. 다만,”

“다만?”

“마족들의 성향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힘에 의한 지배가 필요한 날이 올 거다.”

“그래서 넌 무슨 말이 하고 싶은데?”

이제껏 실컷 떠들어 댄 이야기를 묵살 하는 에테르의 태도에 빡친 강철남.

따지고 든다.

“절대적인 힘을 원하지 않나? 모든 마족이 쩔쩔매는 압도적인 힘.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까딱해도 크레톤에서 카르텔에 숨어 있는 못된 마족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는 그런 힘.”

“뭐야, 마황제의 힘이 그런 것도 가능해?”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힘. 그것이 바로 마황제의 힘이다.”

“그렇다면.”

“힘을 원하나?”

“그냥 자연을 활성화 할 수 있는 힘이나 줘.”

“내 말을 이해 못 했군. 네 방식으로는 마계를 통치할 수 없다.”

큰 소리로 쩌렁쩌렁 울리는 에테르의 목소리.

분노가 느껴지는 음성이다.

이 새끼가 왜 갑자기 급발진이람?

“나는 마계를 통치할 생각 따윈 없어.”

“마계를 통치할 생각이 없다?”

“통치는 니미 뻑이다.”

“??”

“내가 마황제가 되려는 이유는 마계에 휴양림을 세워서 마력이 듬뿍 깃든 열매와 나물을 캐 먹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다. 통치? 그런 건 옥황상제도 불가능 한 거야. 인간이나 마족이나 얼마나 제 멋대로인지 아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먹고 살 만하면 그 다음은 즐거움을 추구하거든. 마물들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싸움뿐이야. 여기서 또 질문. 왜 그런 줄 아나? 놀 수단이 없는 거야. 아무도 알려주지 않거든. 오로지 쌈박질만 할 뿐이야. 나는 맛있는 걸 먹고 즐겁게 노는 것이 삶의 이유라 생각한다. 그것이 전부야. 다른 건 필요 없어. 공포와 무력 통치로는 웃으며 놀 수가 없어. 알아들었냐 이 꼰대 새끼야!”

강철남은 땅바닥에 침을 뱉는다.

그리고 에테르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일갈한다.

“너는 약육강식의 마계의 룰을 신봉하는 새끼지?”

“그렇다.”

“그렇다면 한 판 붙자. 이기는 놈이 곧 정의다.”

“재밌는 놈이군.”

에테르와 강철남의 싸움이 시작된다.

그 후로 10년이 지나도록 승패는 갈리지 않았다.

“이러다 늙어 죽을 때까지 싸우겠군.”

“놀랍군. 인간이 이렇게까지 싸울 수 있을 줄이야.”

“아직 10년은 더 싸울 수 있어.”

“후후후. 그래, 그 열정에 박수쳐주지.”

강철남은 자세를 잡는다.

마도력을 끌어올려 다시 덤비려는 찰나,

“내가 졌다.”

“뭐?”

“내가 졌다고.”

“이건 또 무슨 작전이냐?”

“작전이고 뭐고가 아니야. 내 전의가 꺾였다는 말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널 인정하기 시작했다. 과연 네가 만들어가는 마계는 어떤 세계일까 궁금해졌거든.”

“진작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뭐든 결과가 따르기 전에 과정이 필요한 법이지.”

“빨리빨리 줄 거 주고 끝내자고. 여기 있으니 배는 안 고프지만 싸움을 마쳤을 땐 뭔갈 먹어줘야 하거든.”

“후후후. 그래, 한번 마음껏 네 꿈을 펼쳐봐라, 인간!”

에테르는 웃으며 강철남의 몸속으로 파고든다.

엄청난 에너지를 느끼며 강철남은 에테르를 받아들이고 다시 한번 번쩍이는 섬광에 육체와 정신이 빨려 들어간다.

“읏!”

“철남이, 왜 그래?”

정신을 차려보니 멍구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원래 세계로 돌아왔음이 실감이 난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 강철남은 에테르의 의식 속에서 10년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10초의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니 가이아와 카르텔이 놀라면서 한편으로는 진정한 마황제로 인정받은 강철남을 축하해준다.

“강철남님. 이제 진정한 마황제가 되셨군요.”

“축하한다. 그대라면 잘 해낼 것이다.”

“철남이, 배고프다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가 배고픈 건 아니고?”

“네 맘이 내 맘이지. 멍멍!”

크레톤에 돌아오자마자 강철남은 상차림을 지시한다.

마황제의 첫 명령이 상차림이라니.

대신들은 궁정 요리사들에게 신신당부를 하여 최고급 요리를 준비하도록 한다.

마침내 마황제에게 어울리는 한 상이 그럴듯하게 차려진다.

강철남과 멍구는 한 상 거하게 차려진 식탁을 싹 비운다.

밥도 다 먹었겠다,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벌려보자.

“멍구야.”

“왜?”

생선 가시로 이빨에 낀 음식물을 삭삭 긁어내며 대답한다.

“원래 마왕은 네 명, 4 마왕이잖아.”

“그렇지.”

건성건성으로 대답하는 멍구.

“크레톤은 키켈이 마왕을 하면 될 테고. 그런데 카오스가 죽었어.”

“죽었지.”

“마왕 한 자리가 비지?”

“비지.”

“네가 해라. 그 마왕 자리.”

“응?”

그제야 입을 쫍쫍 대는 멍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돌아본다.

“개가… 마왕을…?!”

“암튼 그렇게 해주라.”

“암튼이 뭐야, 암튼이. 감투를 그렇게 아무한테나 줘도 되는 거야? 난 인정 못해. 안 해.”

“그냥 이름만 좀 올려놔 주는 거야. 일 같은 거 안 시켜.”

“정말이지?”

“그래. 일단 마계는 마왕을 힘 좀 쓰는 놈으로다가 앉혀 놔야 국가가 돌아가는 법이거든.”

“그런데 카오스는 국가가 없잖아?”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강철남이 씨익 웃으며 선포한다.

“그래서 하나 만들 생각이다. 대자연의 도시 멍구를.”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계획이란 말인가.

“이런 또라이…”

황당함에 주둥이에 물고 있는 생선 가시를 톡 떨어뜨리는 멍구였다.

에테르의 힘을 손에 넣은 강철남.

본격적으로 마계 수목화 개혁을 펼친다.

* * *

산 중턱에는 약속대로 묘목 몇백 그루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목련꽃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강철남은 그 꽃을 가슴에 품었다.

인간계의 묘목이 마계에 도착하자 마물들은 신기한 듯 바라본다.

“저것들이 다 무어란 말이오?”

“지금부터 마계를 멋지게 꾸며줄 나무들이지.”

멍구가 나무에 대해 설명해주지만 조그만 묘목들로는 쉽게 상상이 안 가는 모양이다.

“여기가 좋겠군.”

도시 가이아의 외곽지, 작은 언덕에 오른 강철남.

힘을 시험해보기에 좋은 장소다.

그저 민둥산에 불과한 돌무더기 위에 손을 짚고 힘을 집중한다.

하늘과 땅의 기운을 느끼며 깊게 잠들어 있는 마계의 핵으로부터 힘을 이끌어낸다.

그러자 곧 땅에서 흙이 돋아나더니 돌산은 흙으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세상에!”

구경하고 있던 대신들과 마을의 마물들은 그 신기한 힘에 모두 놀란다.

“자, 이제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어라.”

강철남의 명령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일정한 간격으로 묘목을 심고 씨앗을 골고루 뿌려준다.

지리 전문가가 그린 설계도대로 가장 아름다운 동산이 될 수 있도록 조경을 계획했다.

“다 끝났습니다!”

묘목과 씨앗이 모두 제 자리를 잡았다.

다음은 물을 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강한 수압은 흙을 파내고 씨앗을 흙 밖으로 흘러 내보내게 할 것이다.

[보슬비]

강철남의 영험한 힘에 하늘에서 선녀님이 고이 물을 뿌려주듯 부드러운 보슬비가 내린다.

피부에 맞닿는 빗방울이 간지러울 정도로.

땅이 충분히 젖고 씨앗들이 물기를 충분히 머금자 다음 단계를 실행할 때가 왔다.

“가이아.”

“응.”

땅의 주인 가이아가 흙을 향해 마력을 불어넣는다.

[성장]

씨앗과 묘목은 햇빛과 물, 그리고 가이아의 마력을 먹고 순식간에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우오오!!”

구경하던 마물들의 함성은 위로 향하는 고개만큼 점점 높아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을 뒤덮는 거대한 그늘이 드리운다.

나무가 솟고 꽃이 핀다.

마침내 마계의 첫 번째 동산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건 참…”

“뭐라할까…”

“아름답구만!”

마물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좋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초목의 풍경은 그 안에 들어가 푸릇한 냄새를 맡으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답네. 마계에 이런 곳이 생기다니. 다 철남, 그대 덕분이네.”

“네가 도와준 덕이다, 가이아.”

둘은 손을 맞잡는다.

두 사람을 향해 초목의 들바람이 불어온다.

참으로 온화한 바람이다.

다음은 본격적으로 그 계획을 실현할 때다.

대자연 휴양림, 도시 멍구의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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