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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94화 (94/175)

94화 마황제 강철남

투표 결과가 나오기까지 순탄하기만 했을까.

어림도 없지.

늘 그렇듯 처음이란 우당탕 엉망진창이기 마련이다.

아기는 첫걸음마를 떼기 전까지 수도 없이 넘어지고,

처음 하는 연애는 타이밍을 몰라 서툴기만 하고,

초고는 남에게 보여주지 못할 수준의 활자 조합물에 불과하다.

하물며 마계의 모든 마물이 함께 참여하는 첫 투표는 오죽하겠나.

“이봐!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이 국가에 내는 세금이 얼마인데 한 표밖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돼! 적어도 세 표는 될 텐데!”

한 소 대가리가 왜 한 표밖에 행사할 수 없냐고 따지고 있다.

“다른 분들도 모두 한 표잖아요.”

“내가 저 새끼들이랑 같아?”

그 말에 얌전히 있던 다른 마물이 발끈한다.

“뭐야?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어디서 건방지게 끼어들아, 이 세금도 쥐 오줌만큼 내는 거지새끼들이.”

“이 시방새가!”

쿠당탕!

이렇게 투표 현장에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이봐, 왜 새치기야?”

“잠시 화장실 갔다 왔어.”

“줄 이탈했으면 다시 서야지.”

“원래 내 자리였다니까?”

“근데 이 새끼가 몇 살인데 반말이야?”

“230살이다!”

“300년도 안 먹은 어린 노무 새끼가!”

콰앙!

참을성 없는 녀석들은 사소한 시비로 주먹 다툼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는,

“그럼 지금부터 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찬성표와 반대표를 구분하여 주시고 도장이 칸을 벗어난 경우는 무효표 처리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

번쩍-

“끄악! 누구야? 누가 섬광 마법을 터뜨렸어!”

“우리는 위대한 MMM단! 마물의, 마물을 위한, 마물에 의한 정치를 꾀한다!”

“인간이 마황제라니, 웬 말이냐?!”

웬 이상한 보자기를 쓴 집단이 몽둥이를 들고 개표장을 습격했다.

불시의 습격에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전부 때려잡아!”

그때 퍼뜩 정신을 차린 크레톤의 전사 출신 경비병들이 MMM단을 진압했다.

그중에 몇 놈은 놓쳤고 그놈들이 들고 튀었는지 투표함이 사라지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씨벌, 쫓아오기 전에 빨리 불태워.”

“화, 화염 마법!”

화르륵-

“끼악! 불길이 너무 세잖아!”

“부, 불부터 꺼!”

허술한 녀석들은 어설프게 방화를 저지르는 바람에 결국 멀리 못 가 잡히고 만다.

하지만 아직 부정 투표에 관한 법률이 제대로 체계가 잡히지 않았고

녀석들은 가벼운 훈방 조치로 풀려나게 되었다.

MMM단들은 그 이후에도 반인간 운동을 펼쳐왔으나

인간에게 마계가 구원받은 지 얼마 안 된 분위기 속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헤프닝은 투표와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도 일어났다.

바로 주점이다.

술자리에서 오르내리기 좋은 화제는 단연 강철남의 마황제 등극 찬반 투표.

“그러니까 정치란 파도와 같은 것이야. 밀물 때 확 밀어주고, 또 당길 때는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는 것이지. 마황제 추진이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그 이유가 바로 지금 다들 들떠 있을 때를 노려서 일을 팍팍 추진하려는 거야.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야지 감성적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니까?”

“그러면 생각을 해보슈. 마황제에 더 적격인 인물이 있수까?”

불이 붙은 찬반 토론.

시작은 언제나 점잖게 시작한다.

“당장은 없지만 찾아보면 또 모르지.”

“그 사이에 또 잡것들이 나타나서 마계를 휩쓸면 우짜게요?”

“그건 뭐 흠흠. 또 마왕들이 힘을 합쳐 어떻게 안 되겠나.”

“마왕‘들’은 무슨. 순전히 강철남 혼자 다 했구만.”

“너 말투가 왜그래? 혹시 급진 강철남파냐?”

눈을 흘기며 경멸 어린 시선이 날아든다.

“유치하게 편 가르지 하지 마쇼.”

“맞구만. 내 이래서 대깨강 녀석들하고는 말을 안 섞는 거야.”

“아니, 진짜 듣자듣자하니까!”

쨍그랑-

정치 이야기는 언제나 멱살잡이로 끝나기 마련이다.

하루에도 술병이 깨지기 부지기수.

“아이고, 이 진상들! 둘 다 나가! 다 꺼져! 이놈의 투표가 끝나던가 해야지 원.”

술집 사장들은 빨리 이놈의 투표가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

마계에 막대한 파란을 불러일으킨 강철남 마황제 등극 찬반 투표는 어찌저찌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마침내 개표가 완료되었다.

드디어 결과가 나온 것이다.

개표 결과 발표를 앞두고 키켈은 강철남을 모시러 온 것이다.

“마왕님, 가시죠. 많은 분이 기다리십니다.”

“굳이 가야돼? 어차피 안 됐을 텐데.”

“겸손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마왕님이 아니면 누가 되겠습니까.”

“아니, 진짜 되면 안 된다고.”

제발 안 되길 바라면서 설렁설렁 일어나는 강철남.

멍구도 하품을 쩍 하며 일어나 다가와 붙는다.

공간 이동 도술로 마왕성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때,

“철남씨!”

한지영이 막아선다.

“저도 갈래요.”

“뭐요?”

뜬금없이 한지영이 강철남의 팔에 매달리는데,

“이봐, 한팀장.”

“가보고 싶었거든요, 마계요.”

한지영은 조금 고집을 부려봤다.

마계가 궁금하기도 하거니와 그에 대해 더 알고 싶기도 했다.

마침 좋은 기회가 눈앞에 있지 않는가.

팔에 힘을 잔뜩 주고 엉겨 붙는 한지영이었다.

“우린 지금 놀러 가는 게 아니요.”

“나도 내 한 몸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졌어요.”

“그 말은 의심 않겠소. 다만 마물들이란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소. 유쾌한 방문은 아닐지도 모르오.”

“상관없어요. 어차피 마황제가 인간인데 뭔 일 있겠어요.”

“투표 결과는 아직 안 나왔소. 그리고 떨어질 게 뻔하오.”

투표 결과 이야기만 나오면 냉소적인 말투로 돌변하는 강철남.

“저는 믿습니다.”

시종일관 믿무새 키켈이 얄미웠다.

한지영은 강철남의 눈을 마주 보고 팔을 꼭 붙잡는 것이 어떻게든 같이 가보고 싶은 모양이다.

강철남이 눈짓으로 어떻게 좀 해보라고 홍태진을 바라보자,

“사실 저도 마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습니다.”

“당신까지 그러기요?”

믿었던 홍태진마저 투정을 부리다니.

“어차피 저희 연차에다가 퇴근도 했으니 자유 시간입니다.”

“진섭씨까지.”

다 같이 고집을 부리니 강철남으로서도 떼어내기가 어려웠다.

“그래, 갑시다. 가요. 까짓거. 다들 꽉 붙잡으쇼.”

금세 싱글벙글 해맑아지는 한지영.

홍태진과 백진섭이 옆에 서고 황기민에게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린 김성남이 뭔지도 모르면서 눈치껏 옆에 선다.

[공간이동]

펑!

이렇게 강철남과 멍구는 다섯 팀장과 함께 마계로 떠나게 되었다.

* * *

개표 결과 발표는 크레톤의 마왕성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발표를 듣기 위해 각 여러 나라의 마물들까지 몰려와 마왕성 앞은 북적였다.

가이아와 카르텔은 성안에서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철남은 오고 있는 중인가?”

“키켈님이 데리러 갔습니다.”

개표 결과보다 강철남을 더 기다리는 가이아.

그녀는 이미 결과를 확신하고 있었기에 초조함 따윈 없었다.

카르텔은 결과에 따라 떡상 할 사업을 미리 산정해두었으며

바로 투자에 들어가기 위해 편지를 실은 수송 비둘기들을 잔뜩 데리고 왔다.

펑!

기다림이 이어지는 그때,

강철남이 마왕성에 도착했다.

“철남, 왔는가.”

하얀 연기가 올라오자 가이아가 벌떡 일어나 반응한다.

그런데 어째 이것저것 인간들을 줄줄 달고 왔다.

“우리 집 손님들인데 구경 왔어. 잘 모셔.”

“네!”

시종들은 경계를 풀고 팀장들을 극진히 자리로 안내했다.

“이럴 수가, 세상에.”

“이게 정말 철남씨의 마왕성이란 말입니까?”

“철남씨, 대단해요!”

“흥. 그저그렇네.”

“새끼. 이럴 때마저 가오 잡기냐? 솔직히 개쩔지 않냐?”

한없이 높은 마왕성을 올려다보며 목을 젖히는 팀장들.

그 웅장함에 압도될 지경이다.

쿵쿵 뛰는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며 성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김성남은 테라스로 나간다.

그때,

“이게 뭐야!”

그제야 난간 아래를 바라본 것이다.

개표 결과를 듣기 위해 빼곡히 몰려든 마물들을 보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강철남 때문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몬스터들이 몰린 거야?”

순간적으로 급의 차이를 확연하게 느낀다.

대체 강철남 저 인간은 뭐란 말인가.

“발표는 언제인데?”

“지금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럼 빨리빨리 시작하자고.”

“네!”

선거 관리 위원회를 맡은 자는 카르텔의 행정 관리.

강철남의 부하도 아니며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카르텔의 공무원이기에 선정되었다.

“그럼 개표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그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웅성대던 마왕성 앞의 군중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두가 하나같이 난간을 쳐다보며 관리의 입술에 주목한다.

“에… 결과는…!”

꼴깍-

모든 마물의 침 넘어가는 소리만이 들렸다.

역사적인 날이다.

초대 황제가 마계를 떠나고 4권으로 분립되어 있던 마계가 하나의 권력 아래에 통합되는 날.

마계 최강의 권력자이며 질서, 진리 그 자체인 마황제.

그 자리에 앉을 자격이 유례없는 민주주의에 의해 결정되는 날이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거대한 여파가 불어닥칠 것이다.

과연 결과는?

관리가 숨을 고르고 입을 연다.

결과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뭐?

“아아아!!!”

군중들의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행되는 광고 타임.

“지금부터 광고 시간입니다. 인간계에서 가져온 인간들의 식량. 두 유 노 김치? 건강식으로 유명한 김치를 맛보러 오세요. 오직 카르텔에서만 구입 할 수 있습니다. 김치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소주. 한국인들이 홀딱 빠진 인간계 극상의 술도 카르텔에서만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앗, 저것은? 강철남의 고향, 한국에서 대유행 중인 닭고기 요리 치킨, 이른바 K-치킨. 바삭바삭한 튀김옷에 야들야들한 속살. 이른바 겉바속촉! 이 또한 카르텔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개표 결과 발표 후 방문해주세요. 사랑해요, 카르텔!”

카르텔에게 한 방 먹었다.

60분 같은 60초가 지나고 개 같은 놈의 광고가 끝이 났다.

이런 식으로 기회를 이용할 줄은 몰랐다.

다음부터 선거 위원회는 다른 곳에 맡겨야겠다.

“자, 기다려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기다린 게 아니지.

억지로 기다리게 만든 거잖아.

“그럼 개표 결과를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되겠어?

“84%의 찬성으로 강철남님이 마황제로 등극하셨습니다!”

“니미!!”

강철남이 머리를 감싸쥐는 동시에 마왕성 안팎으로 환호성이 터졌다.

경비병들은 MMM 단의 테러에 대비하여 경계를 강화했고 카르텔은 즉시 비둘기들을 비즈니스 파트너들에게 날려 보냈다.

환호하는 군중들의 머리 위로 술집 주인들이 술을 뿌려댄다.

달콤한 술의 비를 맞으며 마물들은 춤을 춘다.

거리는 떠나가라 강철남 만세와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철남. 해냈구나.”

가이아는 강철남의 곁에 다가가 그의 손을 잡고 축하한다고 말해준다.

해내긴 개뿔!

강철남은 울고싶다.

“철남씨, 축하해요!”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한지영도 불쑥 나타나 남은 손을 붙잡는다.

가이아와 한지영 사이에 뜨거운 눈빛이 오간다.

그사이에 낀 강철남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귀찮아질 걸 생각하니 까마득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대로 일 한번 저질러 보겠다고.

나 이제부터 마계를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거지?

강철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철남!! 강철남!! 강철남!! 강철남!! 강철남!!”

난간으로 다가가 강철남의 이름을 연호하는 군중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인다.

“와아!!!”

그리고 입을 뗀다.

“지금부터 마계의 첫 개혁을 발표하겠다.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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