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90화 (90/175)

90화 카오스 전쟁

가이아의 나팔 소리다.

가이아는 진즉에 독기의 호수에서 거대한 군대가 크레톤을 향해 진군하는 것을 보았다.

사악한 기운이 크레톤을 집어삼키려는 걸 알아차리고 군대를 끌고 맞서기로 한 것이다.

“가이아의 군대입니다!”

“이렇게 고마울 때가.”

“우리도 용기를 내고 싸워야 합니다.”

“그래. 마왕님과 키켈님이 안 계신대도 우리는 원래 전사의 나라 크레톤. 모든 전사들은 무기를 들라!”

성밖에 크레톤을 침공하는 군대가 몰려온다는 소식을 들은 용족들.

하던 일을 내려놓고 무기를 챙겨 일어난다.

“3대 5000은 이날을 위해 만든 것이다.”

“운동한 보람이 있겠는걸.”

헬창들은 도끼와 몽둥이를 들고 나섰다.

도시 방벽에는 활과 쇠뇌들이 자리 잡고 있다.

크레톤의 방벽에는 마력이 둘러져 있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적들도 마음먹고 달려들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카오스의 군대는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방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이다.”

수비대장은 공격을 대기시켰다.

활에 살을 먹이고 잔뜩 긴장한 채 대기하는 용족들.

“아직.”

지금은 아니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우워어어!!!

카오스의 군대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병사들은 초조해졌다.

“아직.”

사정거리까지 앞으로 열 걸음.

곧 전쟁의 첫 탄이 터질 것이다.

“지금이다!”

화살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카오스의 군대는 쏟아지는 화살에 목과 발목을 맞아 바닥에 쓰러졌다.

[용포]

마력이 출중한 자들은 방벽 위에서 용포를 쏘았다.

불덩이는 힘차게 날아가 지상의 카오스 군대를 휩쓸었다.

트롤과 골렘들이 앞서 불덩이를 온몸으로 막았고

그 뒤에 궁수들이 용포를 쏘는 용족을 향해 화살을 퍼붓는다.

거센 반격에 잠시 용포가 주춤하는 사이 카오스의 군대가 성벽을 기어오른다.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며 벌레같이 방벽을 기어오르는 카오스군을 휩쓴다.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카오스의 군대는 오로지 전진만 할 뿐이었다.

크레톤의 전사들이 사다리를 밀쳐냈지만 사다리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올라왔다!”

끝내 방벽 위로 올라온 카오스의 군대.

이때를 기다린 헬창 전사들이 빠따를 휘두른다.

파앙!

홈런을 치듯 곤봉을 휘두르니 고블린이 저 멀리 날아간다.

“오케이, 1점.”

고블린은 운반되고 있는 사다리 위에 떨어져 사다리를 박살 내버린다.

“쿠어어어!!”

스톤 골렘이 달려오며 방벽에 구멍을 내려 한다.

“집중 사격!”

쿠웅!

다섯 용족들이 용포를 집중 사격하여 스톤 골렘을 산산 조각내버린다.

스톤 골렘이 무너지자 먼지가 일어난다.

수비 대장은 그 먼지 사이로 불온한 그림자가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쿵! 쿵! 쿵! 쿵!

“강철 골렘이다!”

쓰러진 스톤 골렘을 밟고 강철 골렘이 나타나 달려든다.

“어떻게 된 군대가 스톤 골렘에다 강철 골렘까지 저렇게 마음대로 부리는 거지?”

“이대로라면 뚫리겠어!”

용포를 막 쓴 참이라 장전 시간이 필요하다.

방벽이 무너질 절체절명의 상황.

이대로라면 크레톤이 함락되는 건 시간 문제다.

그때,

희망 어린 신록의 녹빛이 일렁인다.

[성장]

발밑에서 엄청난 굵기의 나무뿌리가 올라와

강철 골렘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묶어버린다.

“이 나무뿌리는?”

“가이아님이다!”

가이아의 지원군이 전투 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은 모양이다.

[마력탄]

하늘에서 마력탄이 쏟아져 지상의 카오스군을 덮친다.

날개 달린 말을 탄 정예 부대는 현란한 스킬로 카오스의 군대를 공격했다.

발이 묶인 채로 쏟아지는 화살을 맞으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카오스군.

그때,

[돌풍]

상위 스킬인 [돌풍]이 불어 창공의 말들을 날려버린다.

“핫!”

아예 말 위에서 뛰어내리는 가이아는 돌풍을 일으킨 마도사를 찾는다.

[탐색]

강한 마력이 느껴진다.

녀석이 다시 마력을 사용하려하자

한발 앞서 땅을 일으키는 가이아.

[지진]

[파리지옥]

땅이 흔들리며 군대가 넘어지며 데굴데굴 구른다.

갈라진 균열에서 솟아오른 파리지옥이 마도사를 콱 물어 삼킨다.

가이아는 이쯤에서 적들의 사기가 조금이나마 꺾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적들에게서는 어떠한 변화도 느낄 수 없었다.

정말 감정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죽은 자들의 군대 같았다.

“이상하군. 아무런 감정이 없는 녀석들 같아.”

가이아는 쉬지 않고 나무줄기를 소환해 카오스의 군대를 휩쓸고 있었다.

그때,

두두두두---

열을 헤치고 이마에 K-1이라고 적힌 고블린들이 달려온다.

녀석들에게서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가이아는 땅속으로 몸을 피한다.

펑! 퍼퍼펑!

그 사이 방벽에 선 용족들은 다시 숨을 고르고 용포를 날린다.

이대로 계속 막아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그렇게 안심하던 순간이었다.

콰쾅!!!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방벽이 날아갔다.

“뭐지?!”

“골렘인가?”

“아닙니다. 리저드맨입니다!”

“뭐라고?”

강철 갑옷을 입은 리저드맨 한 마리가 방벽을 날려버린 것이다.

마력을 두른 방벽을 손쉽게 박살 낸 것이다.

“막아! 도시로 침입하는 걸 막아야 해!”

강철 리저드맨이 창을 휘두르니 건물은 과자처럼 쉽게 부서지고 만다.

헬창 전사들이 도끼를 들고 덮쳐보지만,

타앙!

“젠장! 3대 5000을 치는 내 이두근이 못 당해낼 줄이야!”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죽음의 덫]

[광합성]

땅을 헤엄쳐 다시 나타난 가이아.

덫 식물을 소환해내 햇볕의 에너지를 흡수해 거대하게 만든다.

거대한 식물의 덫에 잡아먹힌 리저드맨.

하지만 이내 창을 휘둘러 모조리 찢어발기고 튀어나온다.

[독초밭]

가이아가 마력을 방출하자 바닥에는 무수한 독초들이 돋아났고

독초가 뿜어내는 독기에 카오스의 군대가 괴멸한다.

그러나 리저드맨은 꼿꼿하게 버텼다.

녀석이 휘두른 창이 땅을 쑤시자 바닥이 일렁이며 독초들은 뿌리째 뜯기고 만다.

“그대는 대체 정체가 뭔가? 그 정도 실력이면 마계에 이름을 떨쳤을 텐데.”

아무 대답이 없는 리저드맨.

가이아를 향해 창을 휘두르려 한다.

“눈에 초점이 없어. 대체 이 군대는…”

타앙-

창을 쳐낸 가이아.

육탄전은 특기가 아니지만 명색이 마왕.

이대로 당하진 않는다.

그때,

하늘에서 커다란 화살이 날아와 리저드맨을 덮친다.

화살촉에서는 강렬한 마력이 방출되더니 이내 리저드맨을 날려버린다.

“이건…”

“가이아님. 괜찮으십니까?”

“그대는 카르텔이 아닌가?”

지원을 온 것은 네 번째 마왕 카르텔.

“방금 화살은 좀 비싼 겁니다. 물론 강철남님에게 청구할 거지만요.”

“그대는 돈 냄새를 맡고 출병한 건가?”

“그럼요. 그렇지 않다면 전쟁이라는 야만적이고 비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할 이유가 없죠.”

후후, 웃는 카르텔.

가이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한 방 크게 먹은 리저드맨은 손가락을 꿈틀대며 서서히 일어난다.

강철 투구가 벗겨져 드러난 이마에는 ‘K-1 x2’ 라고 적혀있다.

강철남과 멍구의 혈액을 정량보다 두 배를 투입한 리저드맨인 것이다.

“대체 저 문자는 무얼 뜻하는 건지 아는가?”

“저도 잘 모르겠군요. 마계 안에서 제가 모르는 정보는 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이계에서 온 문자인가.”

“이계라면, 인간계 말씀입니까?”

“우리 막내 마왕님이 감감무소식인 걸 보니 아무래도 그쪽도 한창 바쁜 모양이구나.”

“그런 것 같군요.”

리저드맨이 창을 들고 달려든다.

“그래도 명색이 마왕이 둘이라면 이길 수 있겠죠?”

“훗. 말이라고.”

[환상]

카르텔은 리저드맨에게 환각이 보이게 시야를 조작한다.

리저드맨은 환상인줄도 모르고 보이는 가이아와 카르텔을 향해 창을 휘두른다.

그러나 허공에 바람을 가를 뿐.

[성장]

가이아의 마력이 지맥의 기운을 흡수하여 날카로운 식물 줄기를 소환해낸다.

푸욱!

식물은 그대로 날아가 리저드맨의 심장에 꽂힌다.

[맹독 주입]

벌어진 심장 사이로 카르텔의 맹독이 스며들자 리저드맨은 혀를 길게 내빼고 괴로워하다가 숨을 거둔다.

싸움은 금방 끝이 났다.

“진작 오지 그랬나.”

“하하하. 어쩐지 말투가 강철남님을 닮아가시는 것 같습니다.”

번뜩 수줍어져서 얼굴을 붉히는 가이아였다.

* * *

[전이] 스킬로 마계로 도망쳐 온 카오스.

군대 주둔지로 돌아온다.

“마왕님. 괜찮으십니까?”

카오스의 심복이 그를 보필한다.

“아무나 한 놈 잡아와!”

씩씩 대는 마왕에게 겁을 먹고 심복이 탈영병 하나를 잡아온다.

“뭐, 뭐하시는 겁니까! 사, 살려줘어!!”

탈영병을 으적으적 씹어먹는 카오스.

상실했던 마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다.

“전세는 어떻게 되어가느냐?”

“마왕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가이아와 카르텔이 참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빈집털이로군. 남은 군대를 가이아와 카르텔로 보내.”

“네!”

카오스의 별동대가 가이아를 향한다.

병력을 몰고 나와 허술해진 틈을 노리려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가이아와 카르텔의 방어는 허술할 것이다. 가서 마음껏 약탈하고 정복하거라.”

초점을 잃은 눈으로 명령을 받느는 카오스의 군대.

지칠 줄도 모르고 오로지 진군만 있을 뿐이었다.

별동대가 도시에 다다르는 순간,

가뿐히 가이아를 꿀꺽할 생각에 쉴 틈 없이 바로 방벽을 향해 진격했다.

점령이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

그러나,

“와아아!!!”

하늘에서 빗발치는 어마어마한 수량의 화살이 그들을 덮친다.

가이아가 미리 심어둔 함정 스킬이 발동하면서 그들의 발목에 풀뿌리가 휘감긴다.

나르딘, 샘물 마을, 요르, 도하, 길라, 수르단, 세틸, 모돈, 주크, 리졸

크레톤 전쟁 때 힘을 합쳤던 마계의 소국가들이 이번에도 함께해 준 것이다.

“지금이다. 당장 쳐라!”

작전이 성공하자 잔뜩 들뜬 소국가들의 수장들은 앞장서서 달렸다.

기세가 오른 병사들은 발이 묶인 몬스터들을 칼로 베고 창으로 찔러 쓰러뜨렸다.

이 상황은 카르텔을 덮친 카오스의 군대도 다르지 않았다.

소국가 연합군은 기습 작전을 펼친 별동대를 훌륭하게 역기습으로 괴멸시킨 것이다.

카오스의 별동대는 허무하게 녹아내리고 만 것이다.

* * *

크레톤은 가이아와 카르텔이 방어하며 방벽 밖으로 적들을 밀어냈다.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꼭두각시 군대는 오래 상대할수록 체력 소모가 크다.

결국 체력전에 밀려서 다시 농성이 시작됐다.

“젠장, 이대로라면 전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녀석들은 공포도 탈진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대체 정신 상태가 어떻게 된 녀석들이지?”

대신들이 적들을 두고 논의할 때였다.

펑!

“녀석들은 세뇌당한 거야. 정신머리가 없는 것들이지.”

강철남이 키켈을 들쳐 맨 채 멍구와 함께 등장한다.

“마왕님!”

고개를 숙이는 대신들.

“키켈님이 어째서!”

쓰러진 키켈을 받아 들면서 바닥에 눕힌다.

“지금 상황 간략히 브리핑 해봐.”

“아, 네! 가이아님과 카르텔님이 각각 양 끝의 방벽을 막아주고 계십니다. 하지만 적들의 기세는 좀처럼 줄어들지를 않아서.”

“오케이, 정리하고 오지. 가자, 멍구야.”

“밥이나 준비해놓고 있어, 몇 끼 굶었더니 배고파 뒤지겄네.”

강철남과 멍구는 거침없이 방벽 위로 내달렸다.

방벽 위에 다다라 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어이가 없군. 한 녀석의 패권 욕심에 이 난리란 말인가.”

“얘네는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목숨을 바치고 있는 거야? 개불쌍하네.”

강철남은 방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카오스의 군대는 전장 한 복판에 나타난 강철남을 향해 창칼을 들이밀며 달려든다.

강철남은 자신에게 창칼을 들이미는 몬스터들을 본다.

눈빛에 영혼이라고는 1도 담겨있지 않다.

이 불쌍한 존재들을 구원해주는 길은 하나뿐.

[피의 주인]

강철남의 심장이 뛰며 혈액이 펌핑 된다.

온몸에 돌고 도는 피가 움씰대며 흩어진 피들을 불러일으킨다.

“완벽히 카피했다. 나한테 이 스킬을 시전한 게 실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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