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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89화 (89/175)

89화 어둠과 혼란의 마왕, 카오스

몸이 꽁꽁 묶인 듯 움직일 수가 없는 연구소장.

입만 살아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홍태진! 너 이 새끼야, 이거 쿠데타야!”

“우리 헌터 연합은 박장혁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다. 헌터는 오로지 인류를 위해 싸운다.”

보안 요원들을 가뿐히 제압한 팀장들은 총을 부러뜨린다.

홍태진은 연구소장을 포박하여 체포한다.

“너희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악당들이 할법한 단골 대사로군.”

황기민이 연구소장의 대가리를 찰싹 때린다.

위잉- 위잉-

그때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며 방송이 퍼진다.

코드레드 발생.

실험실 전투 병력을 모두 개방.

“갑자기 웬 지랄이야?”

갑자기 경보가 울리는 이유.

강철남은 왠지 예상이 갔다.

“하아. 멍구야.”

멍구가 어디선가 또 연구원들의 뚝배기를 깨고 다니다 발각된 모양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싹 쓸어 버리자고.”

황기민이 [보관] 스킬로 숨겨둔 커다란 편곤을 꺼내 든다.

나머지 팀장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전투 준비에 돌입한다.

덜컹-

키에에엑!!

실험실 문이 열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진다.

K-3 혈액이 투여된 C급 고블린들.

이마에 K-3라는 표식을 달고 달려온다.

한지영이 빠르게 돌파하여 단도로 목을 썰어버린다.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황기민이 편곤을 휘둘러 곤죽으로 만든다.

“데이터를 모조리 날려버려!”

연구소장이 악다구니를 지른다.

연구원들이 손을 써보려 하지만

날뛰는 몬스터들을 피하느라 아무도 데이터에 손을 대지 못한다.

그 사이 홍태진이 달려가 데이터를 빼돌리려 한다.

쿠콰앙-

그 순간 이마에 K-2 표식이 적힌 A급 고블린들이 들이닥친다.

연구소는 이미 엉망진창이었다.

“제가 엄호하겠습니다.”

[발도]

백진섭이 홍태진이 데이터를 옮기는 동안 사력을 다해 엄호한다.

환도에 찢긴 고블린은 멀리 나가떨어진다.

한지영, 황기민도 가세해 A급 고블린들과 사투를 벌인다.

강철남은 어딘가에 붙잡혀 있을 키켈을 찾아 연구소 깊이 들어간다.

“막아!”

보안 요원들이 총을 갈기지만 소용없는 짓이다.

[마력탄]

200개로 분산한 마력탄을 날리자 요원들이 두들겨 맞고는 의식을 잃는다.

널브러진 요원들을 넘고 넘어 키켈의 흔적을 뒤좇는다.

[탐색]

눈을 감고 집중하자 주변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진다.

박장혁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머지 않은 곳에서 용족의 기운을 감지한다.

곧장 그곳으로 달려가니 한 실험실이 있었고

그 안에 키켈이 쓰러져 있었다.

촉이 왔다.

이건,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구만.”

키켈은 미끼였다.

물론 알았더라도 쳐들어왔을 테지만.

“어딨어? 시간 끌지 말고 빨리 나와.”

실험실에 강철남의 목소리가 웅웅 울린다.

그러더니,

투웅-

철문으로 닫힌 방의 문이 열리더니

박장혁이 등장한다.

“강철남. 어서 와라.”

“이제는 서슴없이 반말을 하는군.”

“그럼 내가 나이가 몇인데.”

“왜, 한 천 년 만년 살았나?”

“지금 날 떠보는 건가?”

둘 사이에 긴장감이 흐른다.

강철남은 묻는다.

“너지? 첫 번째 마왕.”

“후후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박장혁은 웃는다.

“답안지 제출이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이 연구소는 이제 끝장이다.”

“여긴 이제 버려도 돼. 새들은 둥지를 떠났거든.”

“몬스터들을 빼돌린 건가. 도시를 파괴하려고?”

“이봐. 날 너무 속 좁게 보지마. 이깟 인간계나 먹으려고 내가 이런 연구를 했다고 생각해?”

“마계라도 먹으려고?”

“그 정도는 되어야지. 지금쯤 너와 섭정이 자리를 비운 크레톤은 마음껏 유린당하고 있을 걸?”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고 느낀 강철남은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박장혁이 손을 내젓는다.

“이봐, 진정해. 아직 제안은 유효하다구.”

“제안? 아. 에테르를 찾게 해주면 인간계를 나한테 넘겨주겠다는 제안?”

“그래. 그래도 명색이 차세대 마황제인 나와 싸울려고?”

능청스럽게 너스레를 떠는 박장혁이었다.

강철남은 그의 태도가 역겨워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다.

“엿 먹어. 이걸로 생각이 정리됐다.”

“결론은?”

“내가 다 먹겠다. 마계니, 인간계니. 너 따위 더러운 놈에게 넘겨줄 바엔 말이지.”

“크흐흐. 이제야 욕망에 솔직해지셨군. 그런 인간이 아주 마음에 들어.”

박장혁은 광기 어린 웃음을 띠며 강철남을 노려보았다.

“그거 알아? 내 스킬 [피의 주인]. 내 몸속에 흐르는 타인의 피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지.”

“네 몸에 내 피가 들어있으니 날 조종하겠다는 건가?”

“한번 해볼까?”

“해봐.”

[피의 주인]

박장혁은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발동했다.

그러나,

“뭐야? 왜 안 통하지?”

[정화]

강철남은 자기 몸에 흐르는 다른 마력을 말끔히 정화해낸 것이다.

“아직 힘이 덜 회복 된 거냐, 아니면 네 원래 힘이 그 정도인거냐?”

“잘난 척도 거기까지다.”

박장혁이 숨을 내쉬자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첫 번째 마왕의 이름이 뭔지 아나?”

“이제 알려줄 때가 된 건가? 묘비에 새길 이름이니 늦진 않았어.”

박장혁은 마지막으로 하얀 이를 드러내며 피워낸 검은 안개에 완전히 숨는다.

“카오스다.”

[암흑]

카오스의 암흑 스킬이 발동되자 공간 전체가 암흑 속으로 삼켜진다.

강철남은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 * *

김성남은 마음껏 날뛰며 연구소를 파괴했다.

“이거지! 속 시원하다! 모조리 박살을 내버려야 해.”

[신수의 빛]

멍구도 입에서 도력을 방출해내며 연구소를 깽판 내고 있다.

“김성남이!”

황기민이 가장 소란스러운 곳을 찾아와보니 역시 김성남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황기민이, 넌 일 안 하냐? 와서 이것 좀 같이 부수자.”

“지금 그럴 때가 아니야. S급 몬스터가 도시로 나갔어.”

“뭐 S급?”

몬스터가 도시로 나갔다는 말보다 S급이라는 말에 더 귀가 번뜩이는 김성남.

“드디어 내 힘을 실험해볼 때로군.”

혼자 S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궁금하던 찰나였다.

김성남은 검을 쥐고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저 미친놈 어딨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철남이 좀 찾아볼게. 아까부터 연락이 안 되네.”

그러더니 멍구도 쌩, 어디론가 가버렸다.

황당한 황기민은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씨부럴, 팀플레이 더럽게 안 되네…”

* * *

서울 헌터 연합의 헌터들이 밤중에 긴급 호출을 받고 출동했다.

거리에는 이마에 K-3니 K-2니 이상한 글자가 적힌 고블린들이 날뛰었다.

장혜리의 헌터 견습생 부대가 드래곤의 이빨로 만든 화살을 날려 고블린들을 퇴치했다.

A급 고블린이 나타나자 장혜리가 직접 나서 화살을 머리에 꽂아 넣는다.

“홍팀장님. 여기는 장혜리입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현장이야. 몬스터들은 여기서 나오고 있어.”

“거기가 어디입니까?”

“협회장의 연구실.”

“네? 어째서 거기에서.”

“자세한 설명은 이따가 하지.”

홍태진은 S급 고블린과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통화를 오래 하지 못했다.

녀석이 도심지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캬아!”

고블린이 곤봉을 휘두르고 홍태진이 창으로 막아낸다.

손잡이까지 진동이 떨려오며 홍태진은 하체가 후들거린다.

어마어마한 파괴력이다.

[초광속]

고블린이 곤봉을 휘두른 후 딜레이에 멈친한 사이

한지영이 달려들어 고블린의 손목을 칼로 긋는다.

한 손에 힘이 빠진 고블린은 곤봉을 놓쳐버리고 만다.

[참격]

예의 주시하고 있던 백진섭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참격으로 너덜너덜해진 손목을 완전히 잘라내 버린다.

“끼에엣”

[투창]

지금이다.

홍태진이 창을 거꾸로 잡고선 날린다.

창끝은 날아가 그대로 고블린의 심장을 관통한다.

[절단]

백진섭이 힘을 쥐어 짜내 고블린의 목을 친다.

S급 고블린의 머리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김팀장, 어딨어?”

홍태진은 김성남에게 연락을 취한다.

“지금 바빠! 엇, 씨! S급 발견!”

연락을 바로 끊어버리는 김성남.

S급 고블린을 발견하자 흥분해서 달려든다.

[검풍]

검을 휘두르자 돌풍이 불어 고블린을 날려버린다.

[초신속]

[검압]

빠르게 달려들어 검압으로 바닥에 내려찍는다.

쿠앙-

“끼엑!”

갑작스러운 기습에 고블린이 기괴한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녀석도 S급.

이 정도로 죽지는 않는다.

파악-

있는 힘껏 내지른 발길질에 김성남이 날아간다.

“해보자 이거지?”

[한계 돌파]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김성남이 돌진한다.

[참수]

목을 향해 칼날을 휘두르는 김성남.

고블린은 손으로 막아보지만 그대로 손이 잘려 나간다.

“끼에엑!”

김성남은 몰아치는 기세로 공격을 이어간다.

[폭검]

고블린 품으로 뛰어들어 녀석의 복부에 칼을 푹, 쑤셔 넣는다.

그리고 이내,

퍼퍼펑!!

굉음과 함께 고블린의 뱃속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참수]

이번에야 말로 약해진 녀석의 목근육을 찢어발기는 김성남의 검.

칼날은 그대로 목뼈를 치고 깔끔하게 목을 날려버린다.

“됐다. 이걸로 S급 클리어.”

갈비뼈가 부러졌지만 마침내 거둔 승리에 만족하는 김성남이었다.

* * *

암흑 속에 갇힌 강철남은 가만히 서서 상황을 파악해본다.

“네 스타일은 우선 상대를 관찰하는 거로구나.”

마치 방송처럼 카오스의 목소리가 울린다.

“간만 보면서 선뜻 공격하지 않는 걸 보니 너도 어지간한 간잽이인 모양이군.”

“캬하, 이거 한 방 먹었구만.”

카오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면에서 뭉게뭉게 검은 구름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곧 이 구름이 네 몸을 삼킬 것이다. 서서히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를 느껴봐라”

검은 구름은 강철남의 몸을 집어삼켰다.

매연과 최루가스가 뒤섞인 듯한 유해 물질이 강철남의 폐로 스며든다.

산 공기만 마시던 자연인 강철남에게 이런 연기는 독과 같았다.

급격히 기분이 나빠졌다.

참을 만큼 참았다.

[공간 이동]

펑!

“어? 이 새끼 어디 갔어?”

연구소 지붕 위로 올라간 강철남.

오랜만에 강철 숟가락을 꺼내 든다.

하늘로 높게 쳐든 강철 숟가락이 달빛에 빛난다.

“안에 있는 놈들은 요령껏 살아남아라. 간다!”

[필살! 고공 뚝배기 파괴술]

강철남은 폴짝 뛰어 지붕을 뚫고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그리고 장막처럼 펼쳐진 어둠 속에 숨어있는 카오스를 향해

마력과 도력을 섞은 마도력을 담아 숟가락을 내려친다.

까앙-

“푸흑!”

카오스의 입에서 각혈이 터져 나온다.

정신이 아찔해지며 실신하려던 찰나,

[전이]

카오스는 전이로 도망쳐버린다.

연구소가 무너지는 통에 카오스를 놓친 강철남.

“철남이, 여기서 뭐해? 왜 또 건물은 박살 내고 지랄이야”

아까까지 신나게 건물을 부수고 놀던 멍구가 달려온다.

“멍구 붙잡아라. 마계로 간다.”

“마계는 또 왜?”

“전쟁이다.”

“쉬벌, 또 무슨 전쟁?”

강철남은 키켈을 들쳐 메고 멍구를 끌어안고 마계로 [공간 이동]을 한다.

한편 마계에서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크레톤을 침공한 카오스의 군대가 깃발을 펄럭이며 진군한다.

“이런 때에 키켈님은 어디 가신 거야?”

“인간계에 가셨답니다.”

“그렇다면 마왕님을 모셔 오시겠군.”

“그게 연락이 끊겼습니다.”

“뭐라?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려는지.”

크레톤에 남아있는 대신들은 좌절했다.

그때 성 밖에서 나팔 소리가 울려퍼진다.

소리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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