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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85화 (85/175)

85화 박장혁의 정체

철컹 철컹-

요괴는 묶인 몸을 들썩이며 벗어나려 용을 쓴다.

소리를 지르려 해봐도 틀어막힌 입으로는 신음조차 낼 수 없다.

“강철남씨, 도력을 사용해 요괴를 죽여버리세요.”

박장혁이 여전히 웃는 얼굴로 명령에 가깝게 말한다.

실험실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연구원들은 살기와 죽음이 도사린 분위기에 겁을 먹고는 한발씩 뒤로 물러난다.

강철남은 팔을 뻗어 도력을 끌어올린다.

푸른 불꽃이 일렁이며 요괴를 태워버리려 하는 순간,

저벅저벅-

팔을 거두고 강철남이 요괴에게 다가간다.

그러더니 요괴의 머리에 손을 얹고 조용히 집중한다.

[승천]

푸른 빛이 요괴의 몸을 부드럽게 감쌌다.

요괴는 신음 한번 지르지 않고 고통 없이 떠났다.

혼이 빠져나가 빈 껍데기만 남은 요괴.

강철남은 녀석을 뒤로하고 방을 나가려 한다.

“제법 조신하게 처리하셨군요.”

박장혁이 조소 띤 목소리로 말한다.

“1:1 맞다이라면 모를까 니가 시키는 짓거리는 꼭 옛날 어느 나라의 수용소에서 하는 짓거리 같았거든.”

강철남이 박장혁을 노려보며 말한다.

“제법 감상적이시군요.”

“사사건건 태클 걸 셈인가?”

“그럴 리가요. 도술을 직접 보니 감탄했을 뿐입니다.”

강철남은 느꼈다.

이 박장혁이라는 인간이 수상한 가면을 쓰고 있다는 걸.

“다 끝났으니 가보겠소.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가 없으니.”

강철남은 멍구와 함께 실험실을 나섰다.

서필도가 그를 배웅해줬지만 강철남은 나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실험 결과는 어떤가? 도력이 작동하는 원리에 관해 알아낸 게 있나?”

박장혁은 밤까지 연구실을 지켰다.

덕분에 연구진도 야근을 피할 수 없었다.

“힘이 방출될 때는 심장에서 혈액이 퍼져나가지만 도력을 사용할 시에는…”

“뭔데?”

“신체에 아무런 작용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코딱지 만큼이라도 달라지는 게 없어?”

“그렇습니다. 모두 그대로입니다.”

박장혁은 골똘히 생각했다.

그렇게 다다른 한 가지 결론.

‘그렇다면 도력은 신체의 작용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오는군.’

즉, 영혼의 울림이다.

도력이란 영혼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다.

과학이 분석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됐다. 이제 다들 들어가봐.”

“네? 하지만 협회장님께서는.”

“얼른 들어가.”

박장혁이 인상을 쓰자 분위기가 달라진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연구진은 허겁지겁 실험실을 빠져나갔다.

그 사이 박장혁은 강철남과 멍구의 혈액 샘플을 하나 챙긴다.

“아주 귀한 걸 손에 넣었어.”

* * *

서필도는 강철남을 배웅해주면서 슬쩍 눈치를 본다.

“기분 상하셨습니까?”

“몹시.”

“끄응.”

무덤덤해 보이는 강철남이었지만 속은 아닌 모양이다.

“그 박장혁이란 인간 아주 밥맛이더구만.”

멍구가 필터링 없이 바로 직설을 날린다.

“그래도 서울 헌터 연합을 만드신 분이야.”

“업적이건 뭐건 인간성이 개차반이면 욕 처먹어야지.”

“개는 너잖아.”

“이 새끼가, 너 좀 맞을래?”

“흠흠. 아무튼 오늘은 고생들 하셨습니다.”

급하게 화제를 돌리는 서필도.

“이런 연구로 헌터들이 강해지는 거 맞소?”

“그럼요. 강철남님의 혈액을 토대로 연구해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저희 헌터들에게는 큰 힘이죠.”

“그렇다면 됐소. 그걸로 당신네들이 알아서 인류를 구하건 말건 마음대로 하시오.”

“신세를 졌군요.”

“그런 말 하지 말고.”

출구에 도착한 강철남과 멍구는 햇빛을 보자 표정이 한결 누그러진다.

“역시 사람이든 개든 햇빛을 보고 살아야 해.”

멍구가 기지개를 쭉 편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가보겠소.”

[공간 이동]

펑!

연기를 흩날리며 강철남과 멍구가 사라진다.

그 도술에 매료되어 어벙벙한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는 서필도였다.

설악산으로 돌아온 강철남.

오늘 하루 피곤한 하루였다.

보양식이 땡긴다.

“철남이, 뭐 좀 특별한 먹거리 없을까?”

멍구가 칭얼대자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강철남.

“그거다.”

“뭔데?”

멍구에게 작전을 설명하는 강철남.

“좀 미친 생각 같은데?”

“그래도 맛있을 거 같지 않냐?”

“흐음.”

멍구의 고뇌는 오래가지 않았다.

존맛을 위해선 뭔들 못하리.

그들이 도착한 곳은 1대 설악 신령이 살고 있는 연못.

조심히 분위기를 파악하며 잔잔한 물결을 들여다본다.

그때 마침 물가에 잉어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순간이다.

“지금이다, 멍구!”

멍구는 폴짝 뛰어든다.

앞발을 세워 붉은색 잉어 세 마리를 확 낚아챈다.

첨벙-

“잡았다!”

“뛰어!”

잉어를 받아 들고 달리기 시작하는 강철남.

“야! 이! 미친놈들아!!!”

뒤늦게 눈치채고 튀어 나온 설악 영감이 샤우팅을 날린다.

온갖 욕설을 뒤로한 채 내빼는 강철남과 멍구.

집에 돌아와 커다란 가마솥에 불을 지핀다.

붉은 잉어 세 마리를 푹 고으니 이만한 냄새만 맡아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이건 못 참지.”

푹 고은 잉어탕을 맛보니 묵은 피로가 쫙 풀리는 기분이다.

“그래, 이 맛이지.”

“죽인다, 야.”

한참 맛있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을 무렵,

마당에 모털 도사가 나타난다.

“저, 강철남님 혹시 그건…”

“너도 먹을래? 잉어탕이야.”

무릎을 탁 꿇는 모털 도사.

“왜 또 지랄이야?”

“붉은색 잉어 세 마리… 그거 결계입니다.”

“뭐?”

“몬스터들이 이 설악산을 벗어나지 못하게 묶어두는 결계란 말입니다.”

순간 멍해지는 그들.

“결계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데?”

“산꼭대기 구멍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설악산을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그렇군.

일단 먹고 보자.

뭔가 일이 꼬여버린 걸 느낀 강철남과 멍구.

하지만 어쩌겠나.

어떻게든 되겠지.

일단 먹고 생각하자.

* * *

새벽 2시.

감시 카메라가 없는 한 방공호에 박장혁이 들어선다.

그리고 한 헌터가 입에 테이프를 붙인 채 묶여있다.

그 옆에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몬스터, 오우거가 한 마리 놓여있다.

“읍읍읍!!!”

헌터는 두려움에 떨며 발버둥친다.

“이건 역사적인 순간이야. 마계나 인간계나 둘 다에게 말이지.”

박장혁은 주사기를 꺼내 든다.

강철남과 멍구의 혈액 샘플을 주사기에 혼합하여 담는다.

“초대 마황제에게 도전하고 날개가 꺾인 첫 번째 마왕. 그 안쓰러운 존재가 부활하는 순간이지.”

박장혁이 주삿바늘 끝에 시선을 모으고 피스톤을 누르자 피가 쭉 뿜어져 나온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야. 추락한 존재의 부활이자 동시에 비상인 것이야. 왜냐고? 다시 일어난 첫 번째 마왕이 마황제가 되어 날아오를 예정이거든.”

헌터를 향해 박장혁이 날카로운 주삿바늘을 꽂는다.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 하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주사를 허용하고 마는데,

“넌 선택 받은 거야. 이런 기회는 아무에게나 주는 게 아니거든. 네가 갖고 있는 면역 스킬로 죽지 않고 버텨봐라.”

주사 직후,

온몸에서 이상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헌터.

일반 혈액에 비해 1,000배는 압축된 고농축 혈액이다.

보통 사람의 몸으로 버티는 건 불가능이다.

[면역]

헌터는 면역 스킬로 최선을 다해 버텼다.

몸이 부서지고 내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목에서 각혈이 터졌다.

“으으으으!!!!”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빠졌다.

참는 것이 고통이었다.

안간힘을 써보지만 한계의 한계를 넘어도 또 한계가 찾아왔다.

결국,

“끄으으…”

헌터는 눈을 감았다.

박장혁은 발로 톡톡 건드려보고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화장]

손에서 불길을 일으켜 헌터의 육신을 흔적도 없이 불살라버린다.

“인간의 그릇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가 없는 모양이군.”

이내 발걸음을 쓰러진 오우거를 향해 옮긴다.

“너는 실망시키지 마라.”

박장혁은 오우거에게 혈액이 담긴 주사를 놓았다.

잠시 물러나 반응을 기다리자 이내,

움씰- 움씰-

오우거의 혈관이 부풀어 오르며 피가 꿀렁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우오오오!!!!”

벌떡 일어나 팔을 마구 휘두르는 오우거.

녀석의 눈에는 파괴만을 원하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만족스럽군. 날뛸 장소를 제공해주마. 네 마음껏 놀아봐라.”

[전이]

박장혁이 손을 펼치자 둥그런 차원의 문이 생성된다.

문이 오우거에게 닿자 놈은 사라져 어딘가로 전이되어 버린다.

“그럼 이 피를 탐닉해볼까.”

박장혁은 강철남과 멍구의 혈액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꽂아 주사한다.

* * *

서울 헌터 연합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한복판에 강력한 몬스터가 출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광속]

당직을 서던 백진섭은 환도를 챙겨 현장으로 달려갔다.

“백팀장, 상황은 어떤가?”

지방 출장을 나가 있던 홍태진이 연락을 취한다.

백진섭이 현장에 막 도착해 현장을 둘러본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하는데.

“오우거 한 마리가 빌딩을 뽑아 들고 있습니다.”

“뭐? 오우거가 어떻게 그런 힘을 낼 수가 있어?”

“뭔가 평범한 오우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젠장. 최대한 버텨!”

연락을 끊고 백진섭은 피해가 커지기 전에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발도]

녀석의 발목을 치자 피가 뿜어져 나오며 균형을 잃는다.

하늘에서는 헬기들이 특수 장치를 내려 빌딩을 간신히 붙들고 있다.

헌터들이 빌딩 안의 사람들을 황급히 대피시킨다.

“우오오!!!”

오우거가 백진섭을 향해 달려든다.

썰린 발목쯤은 아무런 고통도 아니라는 듯 무식하게 달려든다.

그때,

[검압]

무거운 검의 압력이 오우거의 승모근을 내려친다.

오우거가 바닥에 내리꽂힌다.

“김팀장.”

“이렇게 강한 놈이 있으면 날 기다려야지.”

김성남이 녀석의 뒤통수에 날을 세운 칼을 박아 넣는다.

하지만 그 가죽과 뼈가 단단하여 날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 씨, 왜 이렇게 단단해!”

“우워!!”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오우거가 일어나고 만다.

“보통 개체와 다른 것 같습니다. 파워와 속도, 회복력이 남다릅니다.”

“내가 갈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

홍태진이 최대 속도로 달려오며 지시를 내린다.

“녀석은 요괴인가?”

“아닙니다. 몬스터로 보고 받았습니다. 이 실력이면 큰 구멍으로 내려올 녀석이 아닙니다.”

“그럼 작은 구멍으로 내려왔다는 얘긴가? 그럴 리가 없어. 몬스터는 산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하지만 녀석의 힘이…”

백진섭이 홍태진과 통신을 주고받는 사이,

얌전히 있을 김성남이 아니다.

[폭발검]

김성남이 검을 휘두르자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오우거를 휩쓴다.

데미지가 들어갔는지 비틀거리는 오우거.

“지금이다.”

[절단]

백진섭이 사력을 다해 발목을 도려낸다.

“잘렸습니다!”

그때였다.

발목이 잘린 오우거가 버둥거리며 자기 발목을 잡아 든다.

“저 새끼 뭐하는 거야?”

김성남이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는 찰나,

오우거 녀석이 자기 잘린 발을 씹어먹기 시작한다.

“우웩! 뭐 하는 거야, 이 미친놈이!”

“으적- 으적-”

파앗-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오우거가 발목을 삼키자 잘린 발목이 다시 돋아난 것이다.

놈은 분노에 으르렁 대며 일어나 백진섭과 김성남을 노려본다.

“이거 구질구질한 진흙탕 싸움이 되겠구만.”

장기전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칼을 꽉 쥐는 김성남과 백진섭.

목숨을 다해 버텨야 한다.

오우거 녀석이 돌진해온다.

그 순간,

[화염창]

“케엥!”

화염으로 이루어진 창이 날아와 오우거의 심장을 꿰뚫는다.

심장이 불타면서 괴로운 비명 속에 오우거는 숨을 거둔다.

“누구야, 어떤 새끼야?”

자신의 공적을 빼앗겨 화가 난 김성남이 뒤를 돌아본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

“김팀장. 위를 보십시오.”

백진섭이 위를 올려다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다.

그곳에는 날개를 퍼덕이며 이쪽을 노려보는 용족이 있었다.

“대가리는 용인데 몸통은 사람이야. 날개도 달려있고.”

“드래곤 수인인 것 같습니다.”

잔뜩 긴장하는 두 사람.

느껴지는 기운으로 알 수 있다.

녀석은 강하다.

“우리는 용족이라고 하네.”

용족이 먼저 대화를 걸었다.

“인사 정도는 해두지. 나는 크레톤의 마왕 대리, 즉 섭정 키켈이다.”

“뭐? 크레톤의 마왕 대리?”

“잠시만요. 그렇다면 당신은 강철남씨의 부하입니까?”

“그렇다. 강철남 마왕님의 가장 가까운 부하지.”

백진섭은 아찔했다.

대체 강철남은 어찌 이런 어마무시한 부하를 거느릴 수 있는 걸까.

“여기까지 어떻게 내려온 거지? 산꼭대기 작은 구멍을 통해 나온 녀석들은 산밑으로 내려올 수 없을 텐데.”

맞는 말이었다.

의문은 그것이었다.

“우리 마왕님이 어떤 분이라고 생각하나. 설악산의 신령이자 주인님이시다.”

“뭐, 강철남의 힘으로 그 제약을 해제했다고?”

“어떻게 그게 가능합니까?”

어떻게냐고?

잉어를 처먹다 그랬다는 사실을,

차마 말하지 못하는 키켈이었다.

“그분의 큰뜻을 어찌 너희 같은 인간들이 헤아리려 하느냐.”

키켈은 대충 얼버무렸다.

“그럼 오우거 녀석도 산에서 내려온 거냐?”

“아니, 인간계와 연결된 작은 구멍은 우리 크레톤이 관리하고 있다. 거기서 나온 녀석이 아니야.”

“그렇다면 놈은 어디서 나타난 거지?”

김성남은 뭔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들 문제는 인간들이 알아서 해라. 나는 따로 할 일이 있어서.”

키켈은 날개를 퍼덕이며 어딘가로 날아갔다.

그때 서울 헌터 협회 몬스터 수거반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일사천리로 오우거를 수습해가려 했다.

그 순간,

“당장 멈춰라!”

누군가 오우거의 수습을 막아섰다.

오우거의 피에 담긴 심상치 않은 음모를 의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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