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화 강철남이 강한 이유
협회의 연구실 안으로 들어온 강철남과 멍구.
멍구는 최신식 설비가 갖춰진 이곳이 신기해서 두리번 두리번 거린다.
“아하하. 댕댕이가 이곳이 신기한 모양이구나.”
한 반려견 집사 연구원이 멍구가 평범한 개인줄 알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만지지 마. 서울 온다고 간만에 샴푸도 했으니까.”
“엄마야!”
갑자기 말을 하는 멍구 탓에 깜짝 놀라서 뒤로 나자빠진다.
“협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길을 안내하는 서필도가 거듭 감사의 뜻을 전한다.
“됐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건강 검진이라 생각하면 된다면서요?”
“네. 편안히 계시면 됩니다.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서필도는 아주 편안한 검사라고 안심시켰다.
그런데,
지이잉--
“방금 그건 드릴 소리 아냐? 철남이, 씨바 나 걱정되는데.”
“아니, 저건 부품을 조립하는 소리란다. 몸에다가 드릴을 들이댈 리 없잖니.”
서필도가 안심시켜보지만 멍구는 뭔가가 께름칙하다.
“철남이,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뭐가 또.”
“동물적인 감각이 말한단 말이야. 이 새끼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멍구가 잔뜩 털을 곤두세우며 서필도를 흘겨본다.
“꿍꿍이라뇨. 목적은 이미 처음 말한 그대로입니다. 강철남씨와 멍구의 힘을 연구해 헌터들의 전력 강화에 활용한다는 것. 정말 그게 전부입니다.”
“어떻게 강화한다는 건데? 혹시 팔 한 짝 뜯어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건 절대 아니야! 대체 우리를 뭘로 보고.”
손을 가로젓는 서필도.
멍구는 계속 시끄럽게 따지고 든다.
강철남은 벌써부터 피곤하다.
“오셨군요.”
소란 때문일까, 기다리기 지쳐서였을까.
박장혁이 그들에게 먼저 다가와 맞이한다.
“앗, 협회장님. 이쪽이 강철님씨와 멍구입니다. 강철남씨, 저분이 바로 서울 헌터 협회의 협회장 박장혁 협회장님이십니다.”
“안녕하슈.”
“이렇게 만나뵙게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듣던 대로 정말 미남이시군요.”
사람 좋은 웃음으로 악수를 건네는 박장혁.
강철남은 악수를 받아준다.
눈빛을 보아도 도통 속내를 알 수가 없는 인간이다.
“나는?”
“하하하. 그래, 멍구 고놈 참 잘생겼다.”
멍구는 엎드려 절 받기로 칭찬을 얻어내고 뿌듯해한다.
“본론부터 진행하지. 빨리 산속으로 돌아가고 싶으니까.”
“당연히 그래야지요. 귀한 시간을 뺏을 순 없죠.”
박장혁은 그들을 먼저 첫 번째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강철남과 멍구는 이상한 슈트를 착용했다.
“이건 뭔데?”
“여러분들의 파워가 어디서 나오는지 분석하는 장비입니다. 그 슈트를 입고 공격을 가할 시 모니터에 파워의 흐름이 측정되죠.”
“음. 뭔진 모르겠지만 냅다 후리면 된다는 거지?”
실험실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북 같은 것이 떡하니 놓여있다.
딱 봐도 때리고 싶게 생긴 것이 용도에 맞게 잘 만든 듯했다.
“그건 측정치 분석기라고 하는 것입니다. 측정치란 타격 파워를 측정한 것으로 데미지를 수치화한 것입니다.”
“오락실 펀칭 머신이라고 생각하면 돼?”
“정확하십니다!”
박장혁은 강철남의 사소한 한 마디에도 후한 리액션으로 화답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지, 아니면 사회생활을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철남이, 이걸로 오늘 저녁 당번 내기 콜?”
“오케이. 너 먼저 쳐.”
“오냐, 가드아아아!!!!”
쿠웅!!
멍구가 와다다 달려가 머리로 쿵 들이박는다.
모니터에 멍구의 파워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워는 심장에서 뿜어져 나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박장혁은 파워의 흐름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심장에서 퍼져나가 팔다리와 머리까지 전해지는 파동의 흔적.
비밀은 그곳에 있는 걸까.
띠링-
측정값이 나왔다.
“얼마 나왔나?”
박장혁이 연구원에게 묻는다.
그러나 연구원은 어쩐지 말을 잇지 못한다.
마치 입이 굳어버린 듯 어버버 거리기만 한다.
“이봐, 안 들려? 얼마 나왔냐니까?”
“앗, 죄, 죄송합니다. 그게…”
“얼마냐고.”
“7,451,200 입니다!”
웅성웅성-
연구원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뭐가 잘못된 거 아냐?”
“어떻게 저런 수치가 나와?”
“김성남도 20,000을 겨우 넘겼다고.”
객관적으로 말이 안 나오는 수치다.
인간계 최강자로 알려진 김성남과 비교해도 터무니없는 수치였다.
한 마리의 개가 지구를 두 쪽 낼 만한 힘을 보여준다고?
연구원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든 기계에 의심을 품었다.
모두가 의심하고 오류를 찾는 와중에,
그 수치를 보고 미소를 짓는 자는 오로지 박장현뿐이었다.
“철남이, 넥스트!”
의기양양한 기세로 털을 골라내는 떠는 멍구.
강철남은 여유롭게 기계 앞에 선다.
“간다!”
투스텝으로 달려들어 그대로 스트레이트 펀치!
기계는 둔탁한 소리를 흡수하며 충격을 견디고 있다.
모니터에는 파워 흐름이 측정되었다.
멍구와 마찬가지로 강철남 역시 심장에서부터 힘이 올라오고 있었다.
박정혁은 심장에서 출발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힘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역시 그렇군.”
삐, 삐— 삐-
“뭐야, 왜그래?”
연구원들 사이에서 긴급상황이 터졌다.
멍구와 강철남의 타격에 측정기가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고 만 것이다.
“야, 인간들아! 결과는 어떻게 됐냐?”
답답해하며 결과를 닦달하는 멍구.
오늘 저녁 당번은 누구냐?
“기계가 고장이 나서 측정이 불가능합니다!”
“뭐? 이 썅, 이과 새끼들도 죄송해야겠네.”
“그럼, 승부는 무효인가.”
“그런게 어딨어? 실격이면 빵점이지.”
“뭔 또 개소리야.”
“씨바, 기계가 안 부서질 만큼 요령껏 때렸어야지.”
“그게 달려가서 대가리로 꼬라박은 네가 할 소리냐?”
강철남과 멍구가 또 티격태격 댄다.
그동안 박장혁은 측정 결과에 대해 중얼거린다.
“파워는 심장에서 피를 타고 흐르는 모양이군.”
박장혁은 연구소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네. 그들의 파워 원천은 심장이 출발점인 것 같습니다.”
“심장… 심장이라. 심장은 혈액 펌프지.”
“힘의 원천은 어쩌면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키는 것에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좋아, 실험을 계속 진행하지. 부협회장.”
“네에!”
“이동합시다.”
“네.”
서필도는 그들을 다음 실험장으로 안내했다.
이번 실험장은 생체리듬 테스트.
“이번엔 또 뭘 하면 되지?”
“편안히 누워 계시면 됩니다.”
이번에도 박장현이 사람 좋은 웃음으로 그들을 이끈다.
강철남이 눕자 연구원들은 몸 이곳저곳에 패드를 붙인다.
멍구도 엎드리자 등이며 엉덩이며 패드가 붙는다.
“아함. 따분해. 한숨 잠이나 자자.”
그대로 코를 골며 잠이드는 멍구.
“참 속 편한 개로군.”
강철남은 혀를 끌끌 차는데,
“쿠우울--”
그러고선 3초 만에 잠이 든다.
삑- 삑-
연구진은 흘러들어오는 정보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특이사항 있나?”
“생체리듬이나 신체 구조 모두 일반 인간과 개나 다름없습니다. 세포도 젊고 뼈나 근육도 건강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혈액의 농도가 남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엄청 진합니다. 보통 일반인의 혈액 농도가 1이라면 강철남씨와 멍구의 혈액은 1,000을 넘습니다.”
“그게 의미하는 바가 뭐지?”
“피 한 방울에도 보통 사람의 1,000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의 몸에 흐르는 피의 양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파워인 셈입니다.”
“으음. 혈액 검사를 진행해 봐.”
“네.”
연구원이 주사기를 들고 잠이 든 둘에게 접근한다.
강철남과 멍구는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혈액을 찾아 주삿바늘을 꽂으려는데,
“뭐여, 씨벌?”
짝!
“키엑!”
멍구가 뺨다구를 후린다.
그대로 기절하고 마는 연구원.
“웬 모기새끼마냥 자고 있는 개한테 주사기를 들이밀어?”
멍구가 한바탕 난리를 피운다.
“댕댕아, 개껌 줄게. 착하지.”
반려견 집사 연구원이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드는데,
“흠흠. 날 개 취급하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개껌을 보고 참도록 하지.”
개껌을 앙, 문 멍구는 순순히 팔을 제공해준다.
그 사이 연구원들은 멍구의 피를 뽑는다.
“저기…”
강철남의 피를 뽑을 차례.
한 대 맞을까봐 조심스레 접근한다.
“피 좀… 뽑아도 될까요…?”
“…”
죽은 듯 자는 강철남.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냥 뽑아.”
선배 연구원이 후배의 등을 떠민다.
“에라이.”
이판사판으로 팔을 잡고 혈관을 찾는다.
그때,
“뭐야, 모기냐?”
강철남이 손을 휘젓는데,
부웅-
쿠와아앙!
그 풍압에 연구실 벽이 갈라지며 초토화가 된다.
살짝 빗겨나가 목숨을 건진 연구원은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이런 씹! 장비 챙겨!”
“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데이터 백업해!”
이 난리통 속에서 박장혁만이 씨익 미소 지을 뿐이다.
“왜 이렇게 시끄러워?”
“주무시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강철남씨의 혈액을 체취해도 되겠습니까?”
박장현이 주사기를 들고 직접 나선다.
“피는 왜?”
“원래 혈액 검사는 모든 검진의 기본이죠.”
“그래, 뽑아가슈.”
박장혁은 주삿바늘로 강철남의 피를 쏙 뽑아낸다.
저렇게 쉽게 빼내다니, 연구원들은 허탈함에 드러눕는다.
“그나저나 이거 언제 끝나오?”
“이제 마지막입니다.”
“교장 훈화 말씀처럼 말로만 마지막이라 하는 거 아니요?”
“하하하. 정말입니다. 믿어주시죠.”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속아주겠다는 듯 강철남은 박장현을 따라간다.
그가 마지막으로 향한 방.
“강철남씨. 혹시 몬스터를 죽이실 때 희열 같은 걸 느끼십니까?”
마지막 방 앞에서 박장혁이 장난스럽게 말한다.
“뭐? 뭘 그런 걸 묻고 그러쇼?”
“자기가 더 강하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이지 않습니까. 짜릿하지 않아요?”
“별생각 없소.”
강철남은 살짝 기분이 불쾌해졌다.
“하하하. 스스로도 자각을 못하시나 보군요. 그럴까봐 준비했습니다.”
“무슨?”
박장혁은 마지막 실험실의 방을 열었다.
“이건 또 뭐야?”
강철남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소 찝찝한 광경이었다.
“읍읍!”
고블린의 모습을 하고 있는 몬스터, 하나 요력이 느껴졌다.
놈은 요괴다.
요괴가,
포승줄에 꽁꽁 묶여있었다.
“마지막 실험입니다. 강철남님. 도력이란 것을 사용해 요괴를 죽여주십시오.”
박장혁은 늘 그렇듯 사람 좋은 미소로 말했다.
“너 참 취미 한번 지저분하구나.”
“몬스터는 사람을 위협하고 인간의 터전을 빼앗는 존재입니다. 침입자죠. 집에 바퀴벌레나 모기가 나타나면 어떡하죠? 때려잡잖아요.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인 저 몬스터들을 박멸해야 합니다. 살충제를 개발하기 위해 모기나 바퀴벌레를 대상으로 실험을 하듯 몬스터 대항 무기를 개발할 때 역시 대상을 놓고 실험을 하는 게 가장 확실하죠. 더구나 녀석은 요괴입니다. 인간을 잡아먹는 요괴란 말입니다. 더 이상 무슨 동정이 필요하겠습니까. 오히려 인류의 복수를 행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주죠.”
박장현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강철남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철남이.”
멍구가 강철남을 올려다본다.
멍구의 눈도 매우 불쾌하다는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강철남은 요괴를 향해 팔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