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83화 (83/175)

83화 드디어 나타난 헌터 협회장

서울 헌터 협회.

무역, 경제, 보건, 군사, 정보 등 모든 단체를 제치고,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

실질적으로 부협회장 서필도가 이끌어 가며,

현장은 홍태진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력이 곧 명성인 헌터 세계에서 압도적인 위용을 내뿜는 서울 헌터 연합.

이곳에 오기 위해 많은 헌터들이 노력한다.

입사만으로도 인생은 엘리트 평가를 받으며,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해외에서 파견을 오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거나 귀화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세상은 그야말로 K-헌터 열풍.

그런 헌터 세상의 중심인 서울 헌터 연합에 사람들은 묻는다.

대체 협회장은 어디있느냐고.

인간계에 가장 먼저 헌터 연합을 세운 자,

박장혁.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죽었다, 해외에 있다, 사실은 서필도다 등 낭설만 무성하다.

공식적으로는 해외의 헌터 연합 고위 인사들을 만나러 늘 한국을 비운다고 알려져 있긴 하다.

하지만 정작 그를 만나보았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다들 어딘가 다른 나라에 가 있겠지, 라며 추측만 할 뿐.

“서필도 부협회장님. 협회장님은 어떤 분이십니까?”

한 기자가 물었다.

“박장혁 회장님은 세계 최초로 헌터 협회를 세우신 분입니다. 그만큼 현실 감각이 뛰어나고 상황 판단이 빠르신 분입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헌터 협회를 세우고 몬스터에게 대항할 헌터들을 육성하고 계십니다.”

서필도는 박장혁에 관해 아는만큼 말해주었다.

형식적인 답변처럼 들리겠지만 정말 아는 것이 그것뿐이었다.

부끄럽지만 부협회장인 그 자신도 협회장에 관하여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서울 헌터 협회가 자리를 막 잡기 시작할 무렵 사라진 박장혁,

그 뒤로 사라진 그를 만난 적은 없었다.

그런데,

그가 지금 불쑥 여기 나타난 것이다.

“회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부협회장도 잘 계셨습니까?”

웃는 얼굴로 악수를 청하는 박장혁.

당황한 서필도는 손에 땀을 닦고 얼른 악수를 받는다.

“그나저나 아주 재미있는 상태창이군요.”

박장혁은 바닥에서 주운 강철남과 멍구의 상태창이 적힌 종이를 흔들며 웃는다.

“누가 작성한 거죠?”

“저입니다.”

최형권이 바짝 긴장해서 한 걸음 나온다.

소문만 무성하던 서울 헌터 협회장 박장혁.

왠지 모를 무게감이 느껴지는 남자다.

“이 자들에 관해 좀 더 상세히 들려주시죠.”

박장혁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최형권은 얼른 마주 앉아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고민했다.

강철남과 멍구의 무용담이라면 끝이 없다.

일단 처음 만난 사건과 최근의 사건에 관하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야기 중간중간 변화한 그들의 레벨과 랭크에 대해서도 덧붙여 설명했다.

박장혁은 최형권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었다.

중간중간 미소를 보였는데 그건 아마 그들의 기행 때문일 것이다.

“재밌는 자들이로군요. 우리 편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확실히 말씀드리자면 우리 편이라고 하기에도 뭐합니다. 워낙 자유분방한 자들이라.”

서필도가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시간이 이만큼 흘렀는데도 아직 그들을 회유하지 못한 것에 책임감을 느끼는 듯 보였다.

“괘념치 마세요. 원래 들짐승은 야생에서 기르는 게 적격인 법이니까.”

박장혁은 호탕하게 웃어넘겼다.

“다만 이 자들의 힘은 연구 대상감이지.”

“네?”

“이들을 불러들여야겠습니다.”

“초 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어려울 겁니다.”

서필도는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박장혁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다 안다는 듯 대꾸했다.

“이들의 욕망이 무엇입니까.”

“네?”

“욕망이요. 자고로 고집이 있는 자들은 욕망이 있기 마련이죠.”

그들의 고집과 정의는 욕망으로부터 나오리라.

박장혁은 그렇게 꿰뚫어 본 것이다.

“그건, 자연인들이라 산속에서 조용히 은거하기를 즐깁니다.”

“그거면 되겠군.”

뭔가를 생각해낸 박장혁.

바로 회의를 소집하여 지시를 내린다.

협회장의 지시에 헌터 연합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박장혁의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 * *

마계에서 돌아온 강철남.

심심해서 풀이나 뜯고 있는 멍구가 반겨준다.

“왜 이리 오래 걸렸어?”

“크레톤에도 들리느라고. 요괴들은?”

“전부 조져버렸지.”

“고생했어.”

솥에 물을 끼얹어 불을 얹는다.

오랜만에 얼큰한 김치찌개가 땡긴다.

“슬슬 김치가 다 떨어져 가는군.”

반찬을 새로 채워 넣어야 할 것 같다.

“철남이, 마계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첫 번째 마왕, 녀석의 부하를 만났어.”

“뭐래?”

“같이 손을 잡재. 마왕 녀석은 마황제가 되는 게 목표고 나더러 인간계의 지배자가 되라더군,”

“그게 가능해?”

“4마왕의 힘으로 초대 마황제의 금고를 열면 ‘에테르’라는 힘이 있대. 그걸로 가능하다나 봐.”

“그래서 콜 했어?”

멍구가 눈을 초롱초롱 뜨며 묻는다.

“마왕 녀석. 몬스터건 요괴건, 심지어 인간이건 닥치는 대로 잡아 먹고 있었어. 껄끄러운 녀석이야.”

“새끼, 존나 처먹네. 숨어서 벌크업 중인가? 근데 철남이, 그 새끼가 또 18 요괴 새끼들 푼 것처럼 또 개수작 부리면 어떡하지?”

“일단 키켈한테 첫 번째 마왕에 관한 단서를 찾으라 지시해놨어. 마계와 인간계를 연결하는 나머지 구멍들도 찾아서 수상한 움직임이 없는지 감시하라고 해놨고 말이야. 나머지는 사건 터지면 그때 생각하자. 일단 밥부터 먹자.”

“호오. 역시 마왕.”

그래,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밥부터 먹자.

솥에 얼큰한 김치찌개가 펄펄 끓는다.

맵싸한 향이 코를 자극한다.

“오, 스멜.”

아픈 골치가 상쾌해지는 기분이다.

부엌의 가마솥에 밥을 지어 찌개와 한 상에 놓는다.

강철남은 밥을 한술 뜨고 국을 한 입 마신다.

멍구는 국에 말아 먹는 스타일로 찌개에 밥을 푹 말아 찹찹 그릇을 핥아 먹는다.

간만에 찾아온 평화.

솔솔 불어오는 산바람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

절로 풍류가 나올 법한 수묵담채화 같은 설악산의 정경.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란 말인가.

그런데.

우르르릉!

“하, 씨바.”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이다.

아래쪽에서 무슨 굉음이 터진다.

“왜, 또, 뭔데!”

“철남이, 가 봐.”

“니가 가!”

“가위.”

“이 씨, 가위바위보!”

멍구가 손을 교차하여 가위 모양을 내민다.

존나 철저히 연구했나보다.

“에라이, 지랄 염병!”

강철남이 강철 숟가락을 들고 밑으로 뛰어 내려간다.

폴폴 날리는 먼지를 걷어내니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아앗! 철남씨?!”

백진섭이 그를 발견하고 외친다.

헌터 한바탕 연합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홍태진이 창을 휘두르며 고블린을 찌르고 있고,

한지영이 트롤의 발목을 잘라 쓰러뜨린 후 백진섭이 목을 뎅겅, 베어버린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조용히 처리한다는 게. 역시 아직 실력이 부족한가 봅니다.”

머쓱한 듯 인사를 건네는 백진섭.

그래도 강철남이 나서지 않고도 상황을 정리한 것은 놀라운 성장이었다.

“밥 먹는 타이밍에 잘도 찾아오셨소.”

“하하하… 실례가 많습니다, 항상.”

백진섭은 머리를 긁적인다.

“철남씨! 뭐 먹고 있었어요?”

한지영이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데,

“김치찌개요.”

“와, 정말요? 나도 김치찌개 정말 좋아하는데.”

“아마 남은 건 멍구가 다 처먹고 있을 거요.”

“히잉.”

“…식사나 하고 가시겠소?”

“정말요? 그래도 돼요?”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기쁨.

한지영은 엄청 들뜬 모습이다.

“저희가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를 헤집고 홍태진이 끼어든다.

“협회장님께서 강철남님을 초대하셨습니다.”

“협회장? 서필도 그 양반한테 다 떠넘기고 코빼기도 안 보이던 사람 아니오?”

“그분이 지금 돌아오셨습니다.”

“나를 왜 초대하는 거요?”

“협회장님께서는 강철남씨와 멍구의 힘에 반하셨습니다. 둘에게서 인류의 미래가 있다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그 강함의 비결을 연구하여 개발할 수 있다면 인류는 더 강하게 몬스터와 맞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홍태진의 눈에는 희망이 가득했다.

협회장의 말 대로 이 연구가 정말로 인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를 연구? 젠장, 또 귀찮아질 것 같은데.”

“단 하루, 단 하루면 충분하다고 하십니다! 대신 조건도 붙여주셨습니다.”

“무슨 조건?”

“대통령 권한으로 대한민국의 원하는 아무 산에 대한 소유권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설악산에 잘살고 있는데.”

“그게… 엄연히 따지자면 불법 점거입니다.”

“이 씨바,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물론 강철남님께서 인류를 구하신 공헌에 대해서는 무척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산에 대한 정당한 소유 없이 계속 지내실 경우 정부가 귀찮게 해드릴지도 모릅니다. 이건 협박이 아니라 저 홍태진, 개인적인 노파심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홍태진은 괴로워 보였다.

위에서 내리는 명령과 생명의 은인인 강철남 사이의 의리에 부대껴 눈치를 보고 있다.

“맘 같아선 청와대도 박살 내고 싶지만.”

“윽.”

“여튼 연구해서 헌터들이 좀 강해지면 내가 귀찮아질 일이 줄어들 테니까.”

“그렇다는 건?”

“그래, 그래. 가요, 가.”

“감사합니다!”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홍태진.

강철남은 홍태진을 보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당신 정도면 새로 헌터 연합 하나 세워서 따로 활동해도 되잖수. 왜 그런데 붙어 있는 거요?”

“저는 싸우는 것밖에 재주가 없습니다.”

“과소평가로군. 사람들이 따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지. 한번 생각해보쇼.”

강철남은 홍태진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집으로 올라갔다.

홍태진과 헌터들은 그를 뒤따랐다.

“멍구, 안녕.”

“인간들이 또 왔군.”

멍구는 강철남의 밥그릇의 밥과 찌개까지 싹 닦아 먹은 뒤였다.

“이 식충 새꺄! 나는 절반도 못 먹었는데.”

“아따, 배부르고 따숩다. 한숨 잠이나 자야지.”

“개 같은 헛소리 말고 장작이나 가져와. 밥 한 상 더 차릴 거야.”

강철남은 부엌에서 남은 김치를 썰어 찌개를 끓일 준비를 한다.

“강철남씨. 저희는 시간이…”

“맨날 시간, 시간. 사람 그렇게 바쁘게 살다가는 나이 들어서 후회하오.”

한참 어려 보이는 강철남은 때때로 애늙은이 같은 소리를 한다.

“내 핑계 대고 조금 천천히 돌아가요. 그동안 쉴새 없이 달려왔잖소. 오늘만큼은 느긋하게 머물다 가쇼.”

그 말에 홍태진은 더 이상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지치고 피곤했다.

누군가에게 쉬어도 된다는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몬스터와 싸우며 인간들을 구했지만 세상은 그에게 더, 더, 더를 원했다.

“정말 쉬어도 됩니까?”

“푹 쉬시구랴.”

참으로 따뜻한 말이다.

홍태진은 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이었다.

“참 좋지 않습니까? 저도 나이 들면 이런 곳에서 집 짓고 살렵니다.”

백진섭이 옆에 앉으며 말을 건다.

“그러려면 은퇴 전까지 이 빌어먹을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려놔야겠군요.”

“하하하. 역시 홍팀장님. 일 이야기 빼고는 대화가 어려우시죠?”

아차, 싶어서 머쓱해진 홍태진이었다.

“철남씨, 도와드릴 거 없어요?”

“밭에서 파 한 뿌리만 가져와 주시오.”

“이거요?”

이미 큼직한 대파 하나를 뽑아온 한지영이었다.

“철남씨는 농사도 잘 지으시네요. 어떡하면 이렇게 파가 커다래요?”

“…묻지 마시오. 알면 상처받을 거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특급 비료의 정체를 말이다.

* * *

서필도는 박장혁에게 보고를 올렸다.

“지금 강철남씨와 멍구가 협회로 오고 있답니다.”

“좋습니다. 바로 검사 준비를 하죠.”

“네.”

박장혁은 설레기 시작했다.

세계 최강의 존재를 분석할 수 있다.

이제,

그 힘은 박장혁의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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