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인간 VS 요괴
서울 헌터 연합.
서필도는 오늘도 밀려드는 업무에 정신이 없다.
베테랑 비서였던 장혜리가 신입 헌터들을 위해 현장으로 나선 것이 아쉬울 지경이다.
“흐음. 인간을 먹고 요력이라는 힘을 가진 몬스터를 요괴라 지칭한다… 이 요괴라는 존재는 일반 헌터들의 힘으로는 처치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라…”
골치가 아픈 서필도였다.
몬스터들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요괴니 뭐니 새로운 것들이 인간계를 괴롭혀대니 말이다.
“으음.”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책상에 팔을 괴고 있는 서필도.
그때,
펑!
부협회장실에 하얀 연기와 함께 누군가가 들이닥친다.
“뭘 그리 골똘히 고민하고 있는 거요?”
“우왁!!”
눈가가 파르르 떨릴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란 서필도는 의자째로 발라당 넘어진다.
갑자기 소리 소문도 없이 나타난 강철남.
무서울 정도의 갑툭튀다.
“어디로 어떻게 언제 나타난 거요?”
“그런 거나 일일이 설명하고 앉아 있을 시간 없소.”
강철남은 소파에 대강 퍼질러 앉고는 이야기를 진행한다.
“병력을 최대한 끌어모으쇼.”
“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간략하게 18 요괴 중 잔존해 있는 7마리 요괴에 관하여 설명하는 강철남.
자기는 첫 번째 마왕의 초대로 마계로 갈 것이고,
인간계에 남아 있는 헌터들은 요괴들과 한바탕 전쟁을 벌일 것이다.
“그러니까 강철남씨가 인간계를 비우신 동안 저희 인간들이 어떻게든 이 세계를 방어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까?”
“그렇지. 그럼 이야기 끝났지?”
“아니, 잠깐만요. 강철남씨 없이 어떻게 저희끼리 인간계를 지킨단 말입니까?”
그 소리에 강철남이 아주 살짝, 정말 살짝 빡친다.
“엄살 부리고 있네. 그 정도로 망할 세계라면 망하라 그래. 지들 스스로 못 지키는 주제에 뭔 욕심으로 더 연명하겠대? 나가 뒤져!”
쓴소리에 머리가 아찔한 서필도.
맞는 말이다.
너무 강한 강철남을 보자마자 응석을 부리고 말았다.
그래, 인간의 주인은 우리 인간들이다.
스스로가 지켜내지 않으면 누가 지켜주리.
일어서야 한다.
인간의 강인함과 굳건한 의지를 저 사악한 마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때, 문이 열린다.
“무슨 일이오?”
부협회장실에서 느닷없이 들려오는 큰 소리를 듣고 파견팀장들이 들이닥친다.
“아니, 강철남씨?”
“철남씨!”
홍태진과 백진섭은 강철남을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뽑은 무기를 집어넣고는 달려온다.
반갑게 강철남의 손을 붙들고 악수를 하는 두 사람.
하지만 한 사람은 예외다.
“한판 붙자, 따라나와!”
김성남은 흥분해서 길길이 날뛴다.
엄청 강해진 지금이라면 강철남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단단히 빠져 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황기민은,
“김성남 1초 컷에 전재산 다 건다.”
진짜 진심으로 올인을 할 기세다.
“처, 철남씨.”
한지영이 쭈뼛쭈뼛 다가온다.
악수를 핑계로 지긋이 손을 맞잡아보며 얼굴을 붉힌다.
“오랜만이오들. 아쉽지만 지금은 노가리를 까고 있을 시간이 없소. 자세한 이야기는 서필도에게 듣도록 하시오. 그럼.”
[공간 이동]
펑!
연기와 함께 사라지는 강철남.
신령이 부리는 도술을 처음 본 팀장들은 이게 무슨 귀신에 홀린 기분인가 싶다.
“이게 뭐야?”
“사라졌어?”
“대체 저 인간 어디까지 강해지는 거지? 아니, 이제 인간이 맞는지도 의심이 가.”
대체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이제는 그 강함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부협회장님. 강철남씨가 한 이야기라는 게 뭐죠?”
홍태진은 사태의 엄중함을 파악하고 상황 파악부터 들어간다.
한지영은 아쉬운 듯 손에 남은 온기를 되새기고 있다.
* * *
신령들은 분홍 연기를 흩뿌려 통로를 이었다.
여기서 터널이란 산맥과 산맥을 있는 터널과도 같은 것이다.
이른바 포털인 셈이다.
이 포털을 타면 신선계의 영역을 거치게 되고 한달음에 공간을 지나올 수 있다.
이를테면 태백산에서 설악산까지 눈깜짝할 사이에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로서 각지 어느 곳에서 요괴가 나타나도 즉각 반응할 수 있다.
“산에서 날뛰는 요괴들은 우리가 혼쭐을 내 줄 테니 걱정말게. 대신 산 아래 요괴들을 부탁하네.”
태백 신령은 모털 도사 일행에게 역할을 당부했다.
7마리의 요괴들이 행동을 개시하면 전쟁의 시작이다.
그때가 되면 산 아래의 요괴들도 일제히 움직일 것이다.
이들을 막는 것은 모털 도사, 멍구, 냥고, 그리고 헌터들의 역할이다.
“우와앗! 진짜야. 이 분홍 연기를 따라서 걸으니 정말 제주도에서 내륙까지 1분 컷이야!”
한라 신령의 포털을 타고 내륙까지 이동해 온 제주 헌터 연합의 헌터들이 신기한 체험에 놀라고 있다.
신령들의 포털 덕분에 서울 헌터 연합도 병력을 나누어 전국 각지로 퍼질 수 있었다.
“준비는 마쳤군. 그럼 나는 마계로 가겠다.”
“다녀와.”
강철남은 멍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다.
“멍구야. 지금은 네가 여기 대빵이다. 잘 부탁하마.”
“오오, 대빵.”
잠시 생각을 하고는,
“…아니다, 모털이 너한테 맡기마.”
“다녀오시죠.”
“히잉.”
[공간 이동]
펑!
강철남이 마계로 떠났다.
그가 독기의 호수에서 첫 번째 마왕과 접촉하는 순간,
요괴들은 강철남이 인간계에 없음을 알고 날뛰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작전 시작까지 술이나 마셔볼까.”
“뭣?”
강철남이 없다고 술부터 따는 멍구.
모털 도사가 술을 빼앗는다.
“이래서 철남씨가 걱정한 게로군.”
“이봐, 모털이. 머리카락을 되찾아 준 은혜는 잊지 않았겠지?”
“이번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독하게 마음먹고 은혜도 잊은 배은망덕한 놈이 되겠습니다.”
“으으 이놈이…”
모털 도사와 멍구가 아옹다옹하던 그때였다.
치이익-
“광주에 강력한 몬스터 출현! 요괴로 추정됩니다.”
“여기는 대구입니다. 요괴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
“부산입니다. 바다에서 무지막지한 몬스터가, 아아악!”
시작되었다.
작전 개시다.
* * *
독기의 호수가 고여 있는 동굴로 들어온 강철남.
종유석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조차 피부에 닿으니 강한 산 반응을 일으키며 살을 녹인다.
[회복]
살이 녹은 부위를 회복으로 채워가면서 걸어나간다.
“여전히 음침한 곳이군.”
황과 염산보다 훨씬 독한 마력의 정수로 고여 있는 독기의 호수는 얼핏 보면 아름다운 호수 같은 풍경이다.
강철남이 그 안을 유심히 그 안을 들여다보니 마치 깊은 해저 동굴이 있는 것 같다.
“저것은…”
검게만 보이는 해저 동굴.
그곳에서 뭔가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온다.
그리고 이내,
“왔군.”
푸와아아악--
호수 깊은 동굴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엄청난 박력을 뿜으며 올라온 것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아는 얼굴이었다.
“크레톤?!”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분명히 크레톤이다.
온몸이 녹았다가 다시 얼린 아이스크림 같은 꼴이다.
걸쭉하게 녹은 비늘이 다시 굳은 흉측한 형상.
그리고 놀랍게도 손에는 예전에 함께 버렸던 강철남의 무쇠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이 새끼가, 강철남 코스프레 하냐?”
“끄으으으…”
크레톤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듯하다.
마치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느낌이다.
“이봐, 크레톤. 내 말 알아듣겠나?”
“끄으으. 끄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크레톤.
확실히 정상이 아니다.
크레톤은 몬스터.
요괴와 달리 요력은 없고 순수히 마력만을 가진 전 마왕이다.
그런데,
어째서 요력이 느껴지는 걸까?
[전류]
강철남은 부적을 던졌다.
몸에 붙은 부적이 강한 전류를 일으키며 크레톤의 움직임을 마비시킨다.
역시 요력이 있었다.
마력만 있었더라면 도술이 통하지 않았을 테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지만 대화가 통하는 상태는 아닌 것 같군.”
“끄웨에엑!”
크레톤은 온몸의 비늘을 단단히 경화시켜 달려든다.
무쇠 숟가락을 휘두르는 폼에서 전투 센스가 엿보였다.
“전보다 움직임이 좋아. 이건 네 솜씨냐, 아니면 널 조종하는 인형술사의 솜씨냐?”
강철남은 조금씩 알 것 같았다.
배후에서 크레톤을 조종하는 누군가가 있다.
[산탄총]
10발의 굵직한 마력탄을 단숨에 발사하는 스킬.
타앙!
“끄오오옥!”
마력탄이 가슴에 박힌 크레톤은 무릎을 꿇고 주저앉는다.
[일격필살]
그대로 달려들어 크레톤의 턱주가리를 주먹으로 있는 힘껏 내려친다.
쿠와아앙!!
바닥에 내리 꽂히면서 턱이 완전히 돌아가 버리는 크레톤.
그래도 여전히 마력과 요력이 남아 있다.
“역시 껍데기뿐인가.”
녀석은 이미 시체,
녀석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장기와 세포가 아닌 인형술사의 마력와 요력이다.
“그렇다면 인형을 태워주마.”
[분신]
크레톤을 끌어안고 온몸에 푸른 불꽃을 불사른다.
도력의 푸른 불꽃과 마력의 붉을 불꽃이 뒤엉키며 거대한 화염 구슬 안에 둘을 가둔다.
영험하고 웅장한 화염 속에서 크레톤은 서서히 녹아내려 갔다.
“끄어어어…”
“죽어서 심한 꼴을 당했구나. 편히 쉬거라, 크레톤.”
강철남의 영험한 불꽃에 휩싸인 크레톤은 재가 되어 흩어졌다.
“이제 남은 건 이 고약한 취미를 가진 녀석이로군.”
[추적]
한 줌 남은 크레톤의 잿더미에서 요력과 마력을 추출한 강철남은 부적을 찢어 그을음에 문댄다.
“후우-”
입김을 불어 부적 조각을 날리니 그것이 팔랑이며 날아가기 시작한다.
“저 아래 쪽이라는 건가?”
부적 조각은 독기의 호수 한가운데 위에서 빙빙 맴돌다가 이내 퐁당 빠져서 스르르 녹아버린다.
“쳇, 어쩔 수 없군.”
[강화]
[결계]
풍덩-
전신에 마력과 도력으로 떡칠한 장벽을 두르고 독기의 호수에 풍덩 빠져드는 강철남.
속이 시커먼 해저 동굴로 헤엄쳐 들어간다.
* * *
“멍구, 스틸하지마!”
“까고 있네. 답답한 새끼. 요괴 한 놈 잡는데 몇 날 며칠 걸릴래?”
김성남이 고전하고 있을 때 멍구가 난입해서 도와준다.
자존심 강한 김성남이 잠자코 있을 리 없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저런 것쯤이야!”
[대검압]
검압의 상위 스킬.
김성남이 칼을 휘두른다.
타앙-
“인간치고는 좀 하는구나.”
상대는 18 요괴 중 하나인 참귀(斬鬼).
날숨조차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버린다는 잔혹한 요괴다.
[절단]
김성남의 칼날을 잡은 참귀가 칼을 내리쳐 그를 두 쪽 내려고 한다.
[신수의 빛]
멍구의 입에서 하얀 광선을 쏘아 공격하니 참귀가 그걸 피하느라 김성남을 놓치고 만다.
“야, 고맙다고 안 하냐?”
“너 없어도 빠져나올 수 있었어.”
“아오, 저 밉상!”
[참격]
참귀의 참격이 날아온다.
“흥, 그거 좋은 스킬이군.”
참격을 숙여 피한 김성남.
[참격]
참귀의 스킬을 흉내 내어 날려본다.
위력은 그에 못 미치지만 한 번에 성공시키니 참귀가 놀란다.
“한 번 만에 참격을 성공시켜? 재밌는 인간이로구나. 넌 꼭 내 손으로 죽여주마.”
“오, 잘 해봐. 성남이, 1:1로 조져!”
왠지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멍구가 등을 떠민다.
참귀를 김성남에게 맡겨둔 채 주변의 다른 요괴들을 물어뜯으며 정리하는 멍구.
그 꼴을 보고 참귀가 비웃는다.
“좋은 파트너를 뒀군.”
“빌어먹을 댕댕이가.”
손끝을 세우며 김성남을 벨 준비를 하는 참귀.
[일도양단]
온다!
채앵!
김성남의 가슴팍이 찢어지고 피가 분수처럼 솟는다.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