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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74화 (74/175)

74화 모털 도사와 탈모 치료제

탈모.

그것은 인류의 재앙.

역사상 최대의 난제.

신이 부린 장난 중 가장 악질 행위.

두피의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그 손을 놓고 정수리와 결별하고 마는 비극적인 결말.

대체 왜,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로켓을 쏘아올려 우주도 누비는 시대에 어째서 탈모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는 걸까.

만일 드래곤볼이 존재한다면 기꺼이 평생을 바치리.

그만큼 탈모인으로서의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젠장!”

모털 도사는 자기는 아닐 거라 생각했다.

자기는 머리숱이 많은 편이니까.

40대까지 풍성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비극은 살금살금 찾아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모털 도사에게 탈모는 보통일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모털 도사의 도력의 원천.

탈모는 곧 그의 도사 인생의 종언을 뜻했다.

그는 굴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머리카락을 되찾을 방법을 탐구하며 세상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못된 요괴들과 싸워나갔다.

마침내 마지막 머리카락이 한 털 빠지는 순간,

그는 가진 도력을 대부분 잃고 말았다.

요괴들에게 도전하지만 허구한 날 샌드백 신세.

그런 어느날,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명약에 관한 소문을 듣게 되었다.

소문이 진실일까?

믿을만한 정보인가?

고민해봤자 답은 안 나온다.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있는한 뛰어들어야 한다.

모털 도사는 멍든 몸을 일으켰다.

한 번 더 믿어 보자.

그렇게 꿈을 안고 강철남에게 도움을 청하러 달려간다.

“그딴 허무맹랑한 소리는 어디서 들은 거요?”

“숲속의 요괴들이 나누는 소문을 엿들었습니다.”

“도사가 요괴들은 안 때려잡고 뜬구름 잡는 소리나 듣고 앉아있소?”

“그게 너무 혹하는 소리다 보니.”

강철남의 눈에 들어온 모털 도사의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옷은 찢어져 있고 피부는 군데군데 까져있다.

“또 얻어맞고 온 거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그 새끼들 어디 있소?”

“네?”

모털 도사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 녀석들을 퇴치하러 가시게요?”

“일단은 신령이니 보여주기식으로라도 일은 해야 할 거 아니요.”

“이, 이쪽입니다!”

이럴수가!

강철남이 먼저 요괴 퇴치를 나서다니!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그를 안내하는 모털 도사.

왔던 길을 되돌아 풀숲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있던 녀석은,

“으응? 아까 실컷 얻어터지고 달아난 도사 놈이 아니냐? 아직 덜 맞았냐?”

“인간이랑 개를 데리고 왔는데? 진수성찬이 되겠구만. 낄낄낄.”

전신이 흙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요괴가 두 마리 있었다.

형상은 인간처럼 머리 하나와 팔 두 개, 다리 두 개를 지니고 있었다.

“토귀(土鬼)입니다. 18 요괴 중 하나죠. 저건 녀석의 본체가 아닙니다. 흙을 조종해 꼭두각시 인형을 만드는 요술을 부리거든요.”

토귀의 인형이 강철남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반송하지.”

[거울]

강철남이 도력으로 이루어진 거울을 소환한다.

그 거울에 부딪친 인형의 주먹은 그대로 되돌아가 자기 얼굴을 때려버린다.

콰직-

인형은 산산조각이 났다.

흙바람이 산에 나부낀다.

[진흙]

나머지 한 녀석이 입에서 걸쭉한 진흙을 토해낸다.

[칼바람]

손을 휘저으니 날카로운 바람이 불어 진흙을 헤치고 인형의 몸을 갈가리 찢는다.

“도술? 그냥 인간이 아니었나?”

어디선가 당황한 토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인형 소환]

토귀는 산의 흙을 끌어모아 엄청난 수의 인형들을 소환해냈다.

“죽여라!”

“케에엑!”

본체의 명령하에 일제히 강철남을 향해 덤빈다.

하지만 육탄전으로 그를 당해낼쏘냐.

잽 몇 방으로 가벼이 인형들의 몸통을 날려버리고 화염 폭풍을 일으켜 삽시간에 흙을 구워버린다.

[돌풍]

도력을 담아 거센 바람을 일으키니 흙은 가루가 되어 나부끼고 인형이었던 형태는 흔적도 없이 바스라지고 만다.

“대체 뭐냐! 인간치고는 터무니 없이 강하잖아!”

“소개가 늦었군. 이번에 새로 부임하게 된 뉴페이스 설악 신령이다.”

“뭐라고?”

[융기]

강철남이 땅에 손을 짚자 땅밑에서 커다란 흙더미가 기둥으로 솟아오른다.

그 기둥의 끝에는 매달려 있는 건 다름 아닌 토귀의 몸뚱이였다.

“으왁! 어떻게 내 본체를?”

“악취 나는 요력을 숨길 수는 없지.”

“젠장!”

[모래폭풍]

토귀는 모든 요력을 짜내 모래폭풍을 일으킨다.

시야를 차단한 뒤 도망칠 셈이다.

그러나,

[소나기]

강철남은 모래폭풍의 중심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폭풍이 일어나는 지점에만 비구름이 생성되니 그것이 난데없이 세찬 빗줄기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크아악!”

엄청난 무게로 쏟아지는 비구름에 모래폭풍은 가라앉고 토귀는 바닥에 팽개쳐지고 만다.

“으으.”

싸움은 끝났다.

강철남은 녀석에게 정보를 캐물을 작정으로 가슴팍을 발로 콱, 밟고 묻는다.

“물어볼 게 있다. 머리카락이 자라는 명약에 관해 아는 게 있나?”

“케케케. 신령이라는 게 그것도 모르냐? 너희 신선계에 있다고 들었는데?”

“들었다고? 그런 이야기를 해준 녀석이 누구지?”

그러자 갑자기 황급히 입을 막는 토귀.

뭔가를 숨기는 것 같아 께름칙하다.

“뭘 숨기고 있지?”

“숨기는 거 없는데?”

[빙의]

빙의는 마력과 도력을 섞어 창조해낸 강철남만의 고유 스킬이다.

상대의 정신속으로 스며들어 생각과 기억을 훔쳐볼 수 있다.

강철남은 토귀에게 빙의했다.

그 안에서 토귀의 과거를 훑어보니 흐릿하게 낯익은 인상이 보인다.

긴 수염에 하얀 소복.

“이건…”

후욱-

토귀의 정신에서 빠져나온 강철남.

녀석의 머릿속에서 본 형상이 의심스럽다.

“너 이 새끼. 내 머릿속을 봤구나? 그렇다면 알았겠지. 배신자가 있다는 걸.”

[점화]

도력을 연료로 푸른 불꽃을 피워올린다.

그 불꽃에 토귀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소리 없이 소멸하고 만다.

“철남씨. 아니, 설악 신령이시여.”

“평소대로 부르쇼. 괜히 남사스럽게.”

모털 도사가 괜히 고개를 푹 숙이다.

“철남이, 아까 토귀 녀석이 한 말.”

와중에 멍구는 귓동냥으로 들은 이야기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응. 아무래도 신선계에 뚝배기를 깨야 할 새끼가 있겠군.”

“간첩 새끼. 용서하면 안 돼, 그런 놈은.”

으르렁대는 멍구는 그저 지랄을 부릴 핑계가 있어 의욕이 넘치는 모양이다.

“모털이, 신선계로 갑시다.”

“네? 아, 넵!”

모털 도사는 머리가 자라는 명약을 위해,

강철남은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멍구는 난동을 부리기 위해,

신선계로 향한다.

강철남은 날숨에 도력을 가볍게 실어 보낸다.

그 기운에 분홍색 안개가 피어오르니 처음 보는 영묘한 광경에 모털 도사는 놀랄 따름이었다.

“가자.”

강철남과 멍구, 모털 도사는 안개를 따라 신선계로 접어들었다.

* * *

“여기가 신선계?”

처음 신선계에 와본 모털 도사.

그 신비로움에 압도당하는 기분이다.

“촌스럽게 두리번거리지 말고 빨리 가.”

멍구가 자기도 두 번째 방문이면서 괜히 틱틱 댄다.

그때,

펑-

“설악 신령.”

한라 신령이 다가와 말을 건다.

그 위엄에 모털 도사는 절로 몸을 굽히고 절을 하는데.

“너는 모털 도사로구나. 일어나거라.”

“신을 이시옵니까?”

“알다마다. 성실한 도사라고 신령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더구나. 어쩐 일이냐?”

“부끄럽사오나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명약을 찾으러 왔습니다.”

“오호, 그거라면 청연 폭포의 절벽에 매달려 있는 폭발(爆髮)초를 찾아보거라.”

“존나 위험해 보이는 풀이름이로군.”

멍구가 치를 떤다.

“허허허. 모발이 폭증한다는 의미라네.”

사람 좋은 웃음으로 모털 도사를 독려하는 한라 신령.

강철남은 마침 한라 신령에게 물어볼 것이 있던 참에 잘 되었다.

“이보슈, 한라 영감.”

“무슨 일이냐?”

“모털이의 도력의 원천은 머리카락이오. 설악 영감이라면 당연히 그걸 알았을 것이오.”

“흐음.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뭔가?”

“폭발초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텐데 왜 모털이에게 말하지 않은 거요?”

“그건 폭발초가 최근에 피어난 약초라 그러네. 원래는 자라지 않던 약초야.”

가만히 한라 신령의 눈을 들여다본다.

그 의중을 알 수 없다.

“아 참, 그리고 신선계의 먹거리는 오직 신령만이 먹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소.”

“모털이라면 먹을 자격이 충분히 있지.”

“왜요? 신령도 아닌데.”

“자네 참 빡빡하구만. 사람이 정이 없어.”

어물쩍 넘어가려는 듯한 한라 신령.

아무래도 뭔가 걸리는 느낌이다.

“모털이는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짧은 생을 받쳤네. 다른 이유도 아니고 도력을 되찾아 다시 설악산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다른 신령들도 이해할 거라네.”

제법 납득이 가는 말을 했다.

“으음, 설악 신령. 자네 뭔가 이상하군. 마치 나를 의심하는 말투야.”

“그랬다면 실례했습니다. 아직 신선계에 관해 모르는 게 많아서 질문을 한다는 것이 그만.”

강철남은 순간 [빙의]를 써야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한라 신령이 내통자가 아니라면 일이 꼬여버릴 수도 있다.

지금은 일단 물러나자.

“그럼 우리는 폭발초를 찾아가 보겠소.”

“그래, 그래. 기왕왔으니 편히 쉬었다 가게.”

펑-

한라 신령이 사라졌다.

여전히 엎드려 있는 모털 도사를 발로 콕콕, 건드려 일으켜 세우고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폭발초를 찾아 나선다.

“감사합니다, 철남씨.”

“갑자기 뭐야?”

“제가 살아생전 이렇게 신선계를 방문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요.”

“샘나지 않소? 신령 자리를 내게 빼앗겼는데?”

“하하하. 부럽긴 하죠. 하지만 질투는 없습니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누가 지켜주건 결국에는 설악산이 안전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사람 참 순수하군.”

모털 도사의 됨됨이에 강철남은 미소를 지었다.

분홍 안개를 헤치며 셋은 청연 폭포에 도착했다.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 절벽에 정말로 외로이 돋아난 약초 한 뿌리가 있었다.

“저것이!”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흥분하기 시작한 모털 도사.

결국 참지 못하고 계곡에 첨벙 뛰어든다.

“저리도 좋을까.”

“철남이, 우리는 여기 물고기나 잡아먹자!”

멍구가 깡충깡충 뛰며 좋아라한다.

신선계의 물고기는 그 비늘이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며 우아하게 헤엄치고 있다.

먹기엔 아까울 지경이다.

하지만 자연인 강철남,

물 좋은 곳에 자연산 생선이 있는데 외면할쏘냐.

치이이-

바로 불을 지피고 꼬챙이에 물고기를 꽂아 직화구이 작업에 들어간다.

“영차, 영차.”

그 와중에 모털 도사는 열심히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조금만 더.”

탁-

“됐다!”

모털 도사는 폭발초를 뿌리째 뽑았다.

신이나서 다시 물에 다이빙을 하고 헤엄쳐 오는 모털 도사.

“철남씨! 드디어 얻었어요! 폭발초에요!”

“그거 잘 됐군. 잠깐 줘 보겠나?”

“네, 고놈 참 정말 예쁘게 생기지 않았나요?”

폭발초를 가만히 들여다보던 강철남.

그러더니,

와작-

“아아앗!!! 철남씨!!! 뭐 하시는 거에요?!”

모털 도사가 뭐라고 하든 말든 폭발초를 으적으적 씹어먹는 강철남.

그 순간,

퍼퍼퍼펑!!!

강철남의 입안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철남이!”

폭발이 잦아들자 그 소리에 신령들이 몰려든다.

“무슨 소리인가?”

“이 신성한 신선계에서 어찌 폭발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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