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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73화 (73/175)

73화 설악 신령 강철남

다 죽어 가는 표정을 짓는 남자가 기분 나쁘게 강철남의 다리에 엉겨 붙는다.

성가시다.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덥썩—

“사, 살려 주세요…….”

“아니, 난 바빠서.”

바짓단을 잡는 손아귀 힘이 보통이 아니다.

“제발요.”

“힘센 거 보소. 멀쩡한 거 같은데? 이거 놓으쇼.”

“끄응.”

질질 끌려가면서도 결코 놓지 않는 손.

“대체 왜 그러는 거요?”

“사실 뱀에 물렸습니다.”

“여기에도 뱀이 있소?”

“안 믿기시죠? 저도 그 생각하다가 콱, 물려 버렸다니까요.”

“무튼 명복을 빌겠소.”

“아니, 잠시만요.”

아예 종아리를 붙들고 매달리는 남자.

“에효, 물린 지 얼마나 됐소?”

“몇 시간 됐을 겁니다.”

“그럼 노답이오. 마지막 유언이나 남겨 두쇼.”

“흑흑.”

죽음을 앞둔 남자.

강철남은 머리를 긁적이다 갖고 있던 천도복숭아를 건넨다.

“마지막으로 좋은 거나 드쇼.”

“아닛! 이건 신선 나무의 천도복숭아 아닙니까? 이 귀한 걸!”

“갈 땐 가더라도 마지막으로 좋은 기억 하나 가지고 가쇼.”

남자는 허겁지겁 천도복숭아를 입에 밀어 넣는다.

입안에서 터지는 과즙에 마치 천계를 노니는 기분이다.

“맛있소?”

“와구와구.”

“이 얄미운 새끼.”

강철남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미친 듯이 먹고 있다.

순식간에 천도복숭아가 사라지자 남자가 숨을 거칠게 내쉰다.

“걸신들린 것처럼 먹는구만.”

“추한 꼴을 보이고 말았군요.”

“맛있었소?”

“X나게요.”

“니X럴.”

아쉽긴 했지만 좋은 일에 쓴 셈 치자.

그런데,

“앗, 몸에 기력이 돌아왔습니다!”

“거짓말.”

“정말입니다! 아무래도 신선계의 열매라 해독의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남자.

이게 무슨 꽁트야?

“감사합니다! 제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잠깐만.”

“네?”

“당신 혹시 볏짚이라던가, 나무토막이라던가 그런 거 아냐?”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잠깐 이리로 와봐. 수플렉스 한 방만 맞고 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강철남.

남자는 X됨을 느끼고 뒷걸음질 친다.

하지만 어딜 도망가, 요놈.

덥석.

정면에서 남자를 붙잡은 강철남.

그대로 뒤로 내던지는 밸리 투 밸리 수플렉스를 날린다.

휘익—

쿠웅!

“아악!!”

남자는 등짝이 뽀개질 것 같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드러누웠다.

“뭐야, 진짜야?”

“대체 왜 이러세요?”

“아, 쏘리쏘리. 아까 속은 게 있어서.”

뒤탈이 날까 싶어 얼른 자리를 뜨는 강철남.

남자의 신음을 뒤로한 채 묵묵히 걷고 또 걸으니,

길을 따라 최종 목적지까지 다다른다.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신령들은,

“흐음. 약간 맛탱이가 간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시험은 통과했군요.”

“규칙을 기억하고 천도복숭아를 바로 먹지 않는 절제력, 게다가 타인을 위해 양보하는 측은지심. 잘 봤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돌발성이 걱정이 되는구료.”

“지금 이 자리에 모인 신령들도 모두 성격이 제각각이지 않습니까. 다른 맛에 사는 세상살이인데 나와 조금 다르다고 배척할 거 뭐 있겠습니까?”

긴 논의 끝에 신령들이 마침 결정을 내렸다.

한편 길의 끝에 도착한 강철남.

주변의 신비로운 경치를 구경하다가 이내 분홍빛 안개에 휩싸인다.

“수고했네.”

안개 너머로 태백 신령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였으니 그대는 이제 새로운 설악 신령으로 거듭났다네.”

“오올, 철남이. 신령이라는데?”

“신령의 개 멍구 또한 신수의 칭호를 부여받게 될 터이니 언행 가짐을 그에 걸맞게 해야 할 것이네.”

“개 팔자에 이런 출세가 또 어딨냐.”

신령과 신수라니.

강철남과 멍구는 자기들이 생각해도 웃음이 나왔다.

“이제 그대들이 설악산의 신령이라네.”

이제는 직책을 물려준 1대 설악 신령.

웃으며 새 부임자를 반긴다.

“이제 와서 묻기는 뭐한데 신령이 되면 뭐가 좋은거요?”

“신선계를 드나들 수 있으며 신선계의 과실을 맛볼 수 있다네. 게다가 설악산의 기운을 다스릴 수 있지. 설악산에 있는 한 그대의 도력이 놀라우리만큼 강해질 것이라네. 또한 신령이기에 부릴 수 있는 다양한 도술들이 있다네. 그건 차차 공부해 봄세.”

이것저것 혜택이 많았지만 강철남의 귀에는 신선계의 과실만이 착 날아와 꽂혔다.

“그럼 지금부터 사양 않고 마음껏 싸돌아다니겠소.”

“허허허. 마음껏 둘러보게.”

달릴 준비를 하는 강철남.

다리를 떼려다 말고 잠시 멈춰서서 생각에 잠긴다.

“철남이, 왜 그래?”

“지금 내가 신령이라면.”

강철남 절벽 위에 있는 복숭아나무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모습을 뇌리에 새긴 후 눈을 감고 도력을 끌어올리니,

[공간이동]

펑—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의 몸이 복숭아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

“이야!! 철남이, X나 멋있어.”

“멍구, 너도 빨리 와라.”

“X바, 그거 어떻게 함? 나는 안 될 거 같은데.”

“신수니까 날아오든 기어 오든 알아서 해 봐.”

멍구는 집중해서 도력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폴짝 뛰어서 허공에 발길질을 해 보니,

[하늘 걷기]

멍구가 하늘 위를 걷는다.

저도 놀라서 땅으로 떨어질 뻔했으나 간신히 균형을 잡는다.

다리를 열심히 허우적거리면서 마치 헤엄치듯 허공을 유영한다.

“이야!! 철남이, 봤냐? 봤어? 나 좀 짱인 듯!”

흥분한 멍구가 나무로 뛰어든다.

그 기세로 눈앞에 보이는 천도복숭아를 한입에 꿀꺽 삼키니 기분이 더할 나위 없이 찢어졌다.

강철남도 천도복숭아를 하나 따서 한입 가득 베어 문다.

과연 천상의 맛이었다.

뱀독이 씻은 듯 나았다는 남자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몸의 피로와 근심 걱정이 눈 녹듯 사라지는 신비로운 힘이 느껴졌다.

“허허허. 공간이동과 하늘 걷기를 단번에 깨우치다니. 역시 대단하구나.”

1대 설악 신령이 웃으며 칭찬한다.

“영감님은 이제 어떡할 거요?”

“예끼! 영감님이라니. 바로 은퇴한 늙은이 취급이냐? 나는 이제 연못에서 평안히 살아갈 것이다.”

“그래, 고생했수다. 몇천 년을 고생했으면 쉴 때 됐지.”

빙그레 웃으며 유유히 모습을 감추는 설악 신령.

복숭아나무 위에 앉아 강철남과 멍구가 손을 흔들어 준다.

신선계를 둘러보는 강철남과 멍구.

폭포와 계곡에 이르니 인간계에선 볼 수 없었던 신비로운 물고기가 노닌다.

물줄기 사이로 둥그런 무지개가 피어오르니 마치 이곳이 무릉도원과도 같았다.

물가 주변엔 촉촉이 이슬이 맺힌 풀들이 돋아나 있었다.

“이건?”

낯익은 약초를 발견했다.

강철남이 맨 처음 먹은 초월초다.

잠재 능력을 끌어올려 준다는 독초.

“오랜만에 한 번 먹어 볼까.”

초월초를 뜯어 한입에 넣어 으적으적 씹어 먹는 강철남.

톡 쏘는 맛이 제법 독기가 가득 오른 녀석이다.

주변에는 다른 약초들도 보였다.

푸른색, 노란색, 자주색, 약초들이 컬러풀했다.

그중에서 빨간 멍울이 맺힌 약초가 신기하다.

“이건 뭘까나?”

멍구가 관심을 갖고 킁킁 냄새를 맡는다.

그때,

“이건 연옥초라는 것이네.”

“우왓! 깜짝이야. 갑자기 튀어나오니 놀랐잖아.”

“허허허. 미안하네.”

소리 없이 다가온 것은 한라 신령.

제주도 한라산을 지키는 신령이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가와 말을 건다.

“근데 왜 이름이 연옥초야?”

“한입 먹으면 연옥에 빠진 듯한 고통을 겪는다는 약초지. 신령들이 고행을 목적으로 먹는 약초라네.”

“그래? 저기 철남이는 X나 맛있게 먹고 있는데?”

멍구가 가리킨 곳에 강철남이 연옥초를 왕창 씹어먹고 있었다.

한라 신령은 어이가 없었다.

하나 먹기만 해도 눈에서 피눈물이 나오는 고통을 겪는 연옥초다.

그런 연옥초를 저렇게 마구마구 먹다니.

“아앗. 당장 뱉어 내게!”

“왜? 어…….”

갑자기 팔을 축 늘어뜨리는 강철남.

“철남이, 왜 그래?”

“팔이 안 올라가.”

“한발 늦었구만.”

그대로 풀썩 쓰러지는 강철남.

“철남이!”

“이미 연옥초를 먹었으니 어쩔 수 없네. 이 정도로 많이 먹었으니 며칠, 아니 몇십 년 후에나 깨어날지도 모르지.”

“그냥 존버밖에 답이 없는 거야?”

멍구는 안절부절못하며 쓰러진 강철남 주변을 맴돈다.

고개를 가로젓는 한라 신령.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대는 신수. 신령과 운명을 함께 해야 하네. 신령이 깨어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게.”

“아니, 그건 싫은데.”

“그러니까 신수는…….”

“엿 먹으쇼! 따분해서 어떻게 기다려? 이따 좀 깨워 주쇼. 나도 한숨 푹 자고 일어날 테니까.”

그러더니 연옥초를 와구와구 뜯어먹는다.

“이 무슨 미련한…….”

몸이 움씰움씰 대더니,

그대로 꾀꼬닥, 혀를 쭉 빼고 쓰러지는 멍구.

“허허허. 이런 신령과 신수는 처음이구만.”

한라 신령을 껄껄 웃는다.

그리고 묘한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 속에는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강철남과 멍구는 잠에 빠져들어 꿈속에서 지독한 수련을 겪는다.

둘은 왜 그런지도 모른 채 힘든 고행을 버텨 나간다.

‘X바, 이런 건 진작 말해 줘야지. 신령 새끼들, 나가면 다 뒤졌다.’

* * *

한 달이 지났다.

곤히 잠들어 있던 강철남과 멍구가 부스스 일어난다.

뼈가 뻐근하고 근육은 찢어질 것만 같다.

신령들은 모여서 차를 마시며 비틀대는 강철남을 보고 웃고 앉아 있다.

“허허허. 듣자 하니 연옥초를 한 보따리나 먹었다지?”

“젊은이들은 역시 달라.”

“패기가 대단해.”

고개를 축 늘어뜨리고 아직 잠이 안 깬 멍구를 안아 드는 강철남.

희희호호 웃고 떠드는 신령에게로 천천히 다가가더니,

찻주전자를 낚아채 입에 물고 벌컥벌컥 마신다.

“에헤이, 이 예의 없는 놈!”

“무례하긴!”

강철남을 두고 한 마디씩 오간다.

“영감들 저런 게 있다면 미리미리 좀 알려 줘야지.”

“네가 멋대로 먹었잖느냐.”

“내 책임이라는 거요? 사람이 뒤질 뻔했잖수. 여기 관리하는 책임자들이라면 주의사항 같은 건 사전에 공지를 해 놔야지. 이 무슨 병신 같은 행정 체계야?”

“어허, 강철남이. 자네는 이제 신령이네. 걸맞게 행동해야지.”

“영감들도 걸맞게 행동하쇼. 대낮부터 모여서 수다나 떨고 있지 말고.”

“에흠.”

헛기침으로 상황을 무마하려는 신령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 거요?”

“그건 네 몸이 알고 있을 게다.”

퀭한 눈으로 집중해 보는 강철남.

그러자 분홍빛 안개가 그를 감싼다.

“잘들 계슈. 난 갈 테니께.”

강철남은 등을 보이며 서서히 사라져 갔다.

소백 신령은 그제야 뭔가를 보고 경악했다.

안개에 휩싸여 사라지는 강철남을.

그의 도력이,

어느새 옥황상제의 그릇과 닮아 있음을.

* * *

설악산으로 돌아온 강철남.

시간이 한 달이나 지난 사이 집터에는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고 웬 겁대가리를 상실한 몬스터들이 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한 오우거가 주제도 모르고 나선다.

“헹, 인간이냐? 배고픈데 마침 잘 됐군. 잘 먹겠습…….”

[벼락]

콰쾅—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친다.

마력과 도력을 섞어 벼락을 내리치니 오우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으…….”

나머지 몬스터들이 뒷걸음질을 친다.

강철남의 눈과 마주치자,

“히익, 도망쳐!”

[공간이동]

펑—

그들의 앞을 가로 막아서서 가볍게 머리통을 박살 내 준다.

“음냐…….”

“깼냐?”

소란에 멍구가 잠에서 스르르 깨어난다.

“밥이나 먹자.”

한 달이나 자고 일어났더니 몹시 시장하다.

아궁이에 불을 때려 하는 그때,

“철남 씨!”

누군가 다급히 뛰어 들어오며 그를 찾는다.

모털 도사다.

“신선계를 다녀오셨다죠?”

“그렇소만.”

“저,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관광이라도 하고 싶으쇼?”

“아니, 그게 아니라.”

황급히 달려왔는지 헥헥, 댄다.

“그게 있다고 들었어요!”

“그게 뭐요?”

침을 꼴딱 삼키고 말을 토하듯 뱉는 모털 도사.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신비의 명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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