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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67화 (67/175)

67화 효과 직빵인 탈모 치료제

몰식귀(沒食鬼).

음식에 몸을 숨겨 그 음식을 먹는 자의 몸에 침투하는 요괴.

녀석 또한 18요괴 중 하나다.

세상에 먹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쉽게 들러붙는 녀석이며,

그렇기에 누구보다 쉽게 강해지는 녀석이다.

“나를 먹어라. 그리고 내게 먹히거라.”

옛날 옛적부터 산을 넘어가는 등산객들의 도시락에 숨어들었던 몰식귀.

사람의 몸을 취하는 건 아주 쉬웠다.

취한 육체 속에서 그들의 생명력을 갉아먹으며 몰식귀의 힘은 빠르게 성장해 갔다.

“고얀 잡귀 놈! 감히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먹이로 삼다니!”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설악 신령.

몰식귀의 힘이 더 커지기 전에 녀석의 힘을 억눌러 설악산을 지켜 냈다.

오랜 기간 힘을 잃고 숨어 지내던 몰식귀.

하늘에 구멍이 뚫리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영감탱이. 곧 네놈도 끝이다.”

몰식귀는 서서히 본래의 힘을 되찾았다.

몬스터의 몸에 숨어들어 그 생명력을 먹고 자란 녀석.

이윽고 본래의 힘을 초월하기에 이른다.

결국 설악 신령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몰식귀.

놈은 더 큰 힘을 원했다.

“도사, 도사를 먹어야 해. 도력을 흡수하면 대요괴가 될 수 있다!”

요괴들의 왕이 되고자 도사를 찾아 헤매던 놈은 마침 모털 도사를 발견한다.

그가 삼계탕을 먹으려 하는 순간,

그 그릇에 숨어들어 비열한 야망을 드러낸다.

“크, 크아악!”

그리고 지금,

모털 도사의 몸속에 들어간 몰식귀가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다.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지는 모털 도사.

이미 자기의 도력만으로는 놈을 몰아낼 수 없다.

이대로 가다간 놈의 먹이가 되어 껍데기만 남는 건 시간문제.

손을 써야만 한다.

“모털이 너 요괴였냐?”

이 와중에 상황 파악을 못 한 멍구.

앞발을 쳐들고 뚝배기를 깨려고 한다.

“아니에요! 이건 몰식귀 놈의 짓이에요”

“뭐 몰상식?”

“몰식귀요! 크윽! 18요괴 중 하나로 음식에 숨어드는 녀석이요! 지금 내 배에 들어왔어요. 아이고, 배야!”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는 모털 도사는 통증에 혼절할 것만 같다.

하늘이 샛노랗고 땅이 빙빙 돈다.

보통 인간이었다면 이미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다.

“뱃속에 요괴가 들어앉았단 말이지? 철남이, 얘 좀 어떻게 해 봐. 죽으려고 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눈이 붉게 충혈된 모털 도사.

강철남이 보기에도 당장 요단강 건너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다.

“퇴마를 진행하지.”

그러더니 손바닥을 쳐든다.

다짜고짜 모털 도사의 등짝을 냅다 후려갈기는데,

짜악—

“으아악! 무슨 짓이에요!”

“요괴를 토해 내야 할 거 아냐.”

쫘아악—

아닌 산중에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소리가 난다.

모털 도사의 등짝이 아작 날 것 같다.

머리가 멍해지는 모털 도사는 입 안에서 피 맛을 느꼈다.

‘정신 차려야 해, 이대로는 몰식귀 때문이 아니라 이 미친놈한테 맞아 죽을 거야.’

“철남 씨! 등뼈가 부러질 것 같아요. 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죠!”

“흐음, 그렇다면.”

갑자기 모털 도사의 복부에 주먹을 얹는데,

“이건 또 무슨 병신 같은 짓거리죠?”

“하임리히법.”

“그건 기도가 막혔을 때나… 푸헉!!”

배꼽에 주먹을 얹고 뒤에서 끌어안아 강하게 압박하는 응급 처치.

그걸로 어떻게든 요괴를 꺼낼 셈이다.

하지만 내장에 들러붙은 몰식귀를 그런 식으로 떼어 낼 순 없었다.

걸레짝이 된 모털 도사를 내려놓고 고민에 빠진 강철남.

“철남이, 부적으로 조져 봐.”

“없어.”

“뭐가?”

“전단지 말이야. 그때 쓴 게 다야.”

“어떻게 된 집구석에 종이 한 장 없냐.”

멍구가 개한심하다는 듯 흘겨본다.

한탄해 본들 어쩔 수가 없다.

없는 건 없는 거다.

“부적을 찾으세요? 그거라면 대체품을 간단히 구할 수 있어요. 아야야야! 잎이 넓은 활엽수 나뭇잎을 쓰세요. 큭, 원래는 약식이라 효과가 미미할 테지만 철남 씨의 도력이라면 충분히 강한 힘을 낼 거에요. 아앗!”

말을 하는 중간중간에도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털 도사.

결국 말을 마치자마자 피를 토하며 쓰러진다.

이미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멍구, 모털이를 잘 지키고 있어.”

멍구에게 모털 도사를 맡겨 두고 활엽수를 찾아 나서는 강철남.

풀숲으로 나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몰아닥친다.

“이 기회주의자 새끼들이.”

요괴들이다.

모털 도사가 흘린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것이다.

“캬아아!! 피다! 인간의 피다!”

지긋지긋하다.

바빠 죽겠는데 귀찮게 엉겨 붙는 것들.

[화염창]

강철남은 키켈이 쓰던 스킬을 떠올리며 불타오르는 창을 구현해 본다.

손에 잡히는 기다란 불길을 두른 창.

별 어려움 없이 한 번에 성공해 냈다.

마력과 도력이 담긴 화염창은 요괴들을 학살했다.

부웅—

화르륵—

“카아악!!”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요괴들 서너 마리가 재가 되어 사라졌다.

“히이익!”

그 위용에 압도된 요괴들이 앞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주먹을 꺼냈으면 휘두르기라도 해라.”

달아나는 비겁자들의 등에 화염창을 투창하는 강철남.

이글거리는 화염창은 매섭게 날아가 요괴들의 심장을 꿰뚫고 육신을 불태웠다.

요괴들을 깔끔히 정리한 뒤 마침 근처에서 참나무를 한 그루 발견했다.

잎이 넓은 것이 부적으로 쓰기에 딱 좋아 보였다.

손가락을 깨물어 그 위에 피를 뿌리니 신비한 푸른빛이 떠오르며 반응했다.

“이거면 됐어.”

참나무잎을 챙겨 다시 돌아온 강철남.

돌아와 보니 모털 도사의 상태가 떠날 때보다 더욱 위독해 보였다.

눈이 뒤집혀 흰자를 보이며 으르렁댄다.

짐승 같은 눈빛이 강철남을 노려본다.

“철남이, 활엽수 잎은?”

“지금 바로 시작하지.”

강철남은 참나무 잎 위에 피를 뿌려 글자를 쓴다.

물론 형식도 모르고 아는 한자도 없다.

그저 느낌대로 휘갈긴다.

적힌 글자는,

[나와!]

느낌표까지 콕, 찍자 푸른빛이 용솟음친다.

낙엽이 흩날리며 상쾌한 바람이 일렁였다.

춤을 추는 푸른빛은 쩍 벌린 모털 도사의 아가리를 파고든다.

“우웩, 위내시경 같아.”

못 볼 꼴을 본 듯 멍구가 고개를 돌린다.

빛줄기는 찬란히 발광하며 모털 도사의 몸 곳곳에 스며든다.

한참을 빛나던 빛은 마지막으로 크게 번쩍하더니 사라진다.

“된 건가?”

“으으…….”

퇴치는 성공했나?

모털 도사의 안색을 살피려는 그때,

보고도 못 믿을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닛!”

“X바, 저게 말이 돼?”

헛웃음이 나오는 강철남과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멍구.

“두 분 왜 그러세요?”

자기 얼굴을 보더니 황당해하는 둘을 보고 의아해하는 모털 도사.

그제야 뭔가 낯설다는 걸 느낀다.

그건 포근함이었다.

두피에 느껴지는 폭삭함.

“…….”

“……!!”

“어머나!!”

세상에, 모털 도사의 머리에 풍성한 머리카락이 돋아난 것이다.

도사 생활 50년, 혹독한 도술 수련을 쌓아도 결코 극복할 수 없었던 탈모.

인류 최대의 재앙이 지금 치유된 것이다.

“이럴 수가! 머리가! 머리가 자랐어!”

모털 도사는 벅차오르는 감동에 심장이 뛰고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이것은 옥황상제의 축복인가.

꿈이라면 평생 깨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철남이, 저 머리카락에서 요력이 느껴지는데.”

‘눈’을 통해 본 멍구가 폭탄 발언을 한다.

“과연 그렇군. 머리에 풍성하게 솟은 것이 머리카락이 아니라 요괴의 본체란 말이지.”

모털 도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강철남.

복통은 강철남 덕분에 씻은 듯 나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에게 무시무시한 공포를 느끼는 모털 도사였다.

“아, 안 돼요! 이건 절대로 떼지 말아요!”

“대가리에 요괴를 붙이고 살겠다고?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마쇼. 도사라는 양반이 요괴랑 공존이라니. 이리 오쇼. 공과 사는 구분해야지.”

“부디 제 꿈과 로망을 꺾지 말아 주세요.”

“어허, 뭐가 옳은지 당신도 아실 텐데.”

모털 도사는 진심으로 간절했다.

이 얼마 만에 느껴 보는 정수리의 따뜻함인가.

세상 모든 걸 갖다 바쳐도 얻을 수 없었던 이 행복을 포기하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털이. 요괴를 퇴치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소?”

“에라이, X바 진짜! 어차피 철남 씨는 요괴 퇴치에 딱히 관심 없었잖아요!”

이성을 상실한 모털 도사.

“내 음식에 장난질을 치는 새끼는 용서할 수 없소.”

강철 숟가락을 꺼내 드는 강철남.

어쩐지 저 숟가락,

한 대 맞았다간 그대로 사망일 것 같은 포스가 느껴진다.

“머리카락을 바치시오.”

“안 돼요!”

[도력탄]

강하게 거부하며 강철남을 공격하는 모털 도사.

손바닥에서 둥그런 푸른 구슬이 발사되어 강철남을 때린다.

“오, 인간들이란. 고작 머리카락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

멍구가 쯧쯧, 혀를 찬다.

“멍구. 고작 머리카락이 아니야.”

사뭇 진지한 톤으로 강철남이 말을 이어받는다.

“머리카락은 자존심과 로망, 그 자체다.”

[도력탄]

연속해서 도력탄을 쏘아내는 모털 도사.

하지만 먹힐 리가 없다.

애초에 도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날 원망 마시오.”

[신속]

스윽—

“아, 안 돼!”

강철남이 모털 도사의 뒤로 접근해 목을 끌어안는다.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한 움큼 콱 쥐는데,

“끼에에엑!!”

머리카락이 비명을 지른다.

몰식귀 녀석이 발악을 하는 모양이었다.

“아앗! 철남 씨, 아파요! 두피가 뜯어질 것 같아요!”

엄청난 통증을 호소하는 모털 도사.

이미 피부와 신경이 연결되어 동일화가 된 모양이다.

그렇다면,

“불태운다.”

“네에?! 잠깐만요. 철남 씨! 철남 씨! 철남 씨이!!”

[점화]

“키에엑!!”

도력을 담은 점화.

푸른 불꽃이 타오른다.

붉은 불꽃과 달리 순수 도력으로만 이루어진 푸른 불꽃.

마치 종양을 도려내듯 요력을 가진 존재만 깔끔히 태웠다.

모털 도사는 아무런 열감조차 느끼지 못했다.

“잡았다, 요놈!”

검게 탄 머리카락을 확 끄집어내자 두피에서 떨어지는 몰식귀.

강철남의 한 손에 사로잡힌 몰식귀를 보며 모털 도사는 자기 머리를 만져 본다.

그러자 만져지는 것은 반들반들한 두피의 감촉.

“이럴 수가.”

그는 무릎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만다.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 줬다 뺏는 놈이지. 너는 한 인간에게 희망을 줬다가 절망에 빠뜨렸어. 그건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이야.”

“놔라! 인간 주제에!”

강철남은 몰식귀를 높이 던졌다.

이내 다시 아래로 떨어지는 놈을 노려본다.

꺼내든 강철 숟가락이 봄 햇살에 반짝인다.

[밥상머리 참교육]

먹거리에 장난치는 것들은 예절부터 다시 가르친다.

낙하하는 몰식귀를 향해 타이밍에 맞춰 힘껏 강철 숟가락을 휘둘러 후려갈긴다.

까아앙!!

정확히 맞은 몰식귀.

어마 무시한 도력이 놈을 집어삼켰고,

이내 날아가다 소멸하고 만다.

강철남은 흐르는 땀을 닦았고,

모털 도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인생이란 고달픈 법. 인생에 너무 기대하며 살아가지 마쇼.”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그래도 말이나 건네 본다.

저물어 가는 석양을 보며 자신의 풍성한 머리카락을 만져 보는 강철남.

X바, 나는 회춘해서 다행이구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설악산의 밤은 고요해졌다.

그러나 북한산의 밤은 소란스러웠다.

산의 주인 자리를 꿰찬 요괴가 인간을 입에 물고 히죽히죽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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