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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50화 (50/175)

50화 똥개 훈련에 멍구, 빡치다!

* * *

북한산.

서울 헌터 연합이 몬스터들을 썰어 버리고 있다.

장혜리가 이끄는 헌터 교육생들은 파견팀의 칼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

“벌써 다섯 놈 잡았어!”

황기민이 편곤 추를 휘두르며 성과를 뽐낸다.

“나는 일곱 마리째다.”

김성남은 칼끝에 몬스터의 피를 뚝뚝 흘리며 의기양양하게 서 있다.

그 소리에 황기민은 더욱 분발하여 달려드는 오우거의 머리통을 박살 낸다.

산의 정세는 혼란스러웠다.

북한산의 주인이 자리를 비웠다는 소식에 숨어 지내던 몬스터들이 눈치를 보다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파견팀은 예전의 파견팀이 아니다.

드래곤의 장비로 무기를 개발하고 꾸준한 수련을 거듭해 어엿한 북한산을 담당하는 최강의 헌터 부대로 거듭났다.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몬스터들 가운데서도 상당한 힘을 가진 녀석들도 전투에 뛰어들었다.

“쿠어어!!”

덩치가 4m에 달하는 그리즐리 베어가 나타났다.

달려오다 엉덩이에 부딪힌 나무가 쩍하고 쓰러진다.

엄청난 박력이다.

[그리즐리 베어

레벨: 71

힘: AAA

맷집: AA

속도: A]

“AA랭크입니다! 무게 중심을 무너뜨려야겠어요.”

감별사 최형권이 녀석을 분석한다.

“사격 준비!”

장혜리가 헌터 교육생들과 함께 활을 겨눈다.

“사격!”

화살이 빗발치며 녀석의 발목을 노린다.

장혜리의 화살만이 곰의 가죽을 꿰뚫었을 뿐,

다른 화살들은 튼튼한 가죽에 튕겨 나왔다.

“하압!”

그때 나무 위에서 뛰어내리는 한지영.

[고속]

곰의 뒷다리를 노려 엄청난 속도로 쌍검을 수십 차례 휘두르는 그녀.

녀석이 반격할 타이밍에 맞춰 백스텝으로 물러나 공격을 피한다.

“쿠워엉!”

곰은 비명을 지르며 비틀댄다.

밸런스를 잃은 곰.

그때 빈틈을 엿본 백진섭이 나무 사이를 빠르게 지나 달려온다.

[발도]

썽둥—

환도를 뽑아 휘둘러 곰의 발목을 도려낸다.

녀석은 완전히 땅바닥에 대자로 쓰러진다.

마무리다.

홍태진이 드래곤의 이빨로 만든 창을 거꾸로 쥐고 공중에 높이 떠올라 아래로 세차게 내려찍는다.

곰의 목을 노린 창은 그대로 경동맥을 끊고 땅을 뚫었다.

그대로 곰은 숨을 거두었다.

“이게 파견팀의 힘?”

“대단해.”

“완전 괴물 집단이잖아.”

해외에서 온 출장팀은 손도 쓰지 못했다.

압도적인 실력 차였다.

서울 헌터 연합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해외에서도 가르침을 받으러 연수를 오기도 했다.

인류 최강의 헌터 집단.

그것이 서울 헌터 연합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철남 씨는 잘 지낼까요?”

철수하는 길에 한지영은 백진섭에게 혼잣말처럼 흘리듯 말해 본다.

그가 떠난 지 한 달 하고도 보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사소한 소식 정도는 듣고 싶은 한지영이었다.

“하하. 금세 또 한국의 자연이 그리워 돌아올 겁니다.”

그런 한지영을 위로하는 백진섭.

그들은 마지막으로 정상의 구멍을 한 번 더 돌아본다.

강철남과 멍구.

진짜 지구의 최강자인 그들은 지금 마계에서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치고 있을까.

* * *

“아니, X바. 철남이. 이거 먹히면 내가 개가 아니라 고양이다.”

“진짜 먹힌다니까. 내 말 믿어.”

“하 씨, 이건 진짜 아닌데.”

기다란 망토를 두른 강철남.

망토에 감춰진 그의 허리 아래로는 개의 네 다리가 붙어 있다.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개.

신 종족 개타우로스의 등장이다.

“여긴 마계야. 눈깔 하나 달린 새끼들도 버젓이 돌아다니는데 이 정돈 애교지.”

“쪽팔리는 데다 너무 관종 아냐?”

“이 시국에 크레톤에서 인간 꼴로 돌아다니는 게 더 관종이야 인마.”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다.

자, 들어가 보자.

강철남과 멍구.

크레톤에 입장한다.

“잠깐, 거기 너.”

용족 경비병이 불러 세운다.

설마 입구 컷인가?

“증명서는 있나?”

“네, 있습죠.”

다행히 카르텔에게 받은 술 장인을 방문할 수 있는 추천서가 있다.

그 증명서를 보여 주니 용족들의 태도가 변한다.

“으음. 카르텔 님의 지인이라니. 귀한 손님을 몰라뵈었군요. 얼른 들어가시죠.”

“수고들 하시오.”

강철남과 멍구는 삐걱삐걱 대며 아슬아슬하게 도시 안으로 들어온다.

네 다리는 발발대며 총총,

상체는 행사장 풍선처럼 휘청휘청.

기괴한 움직임 덕에 몬스터들의 관심이 이쪽으로 쏠리는데.

“이런 미친! 멍구야, 우로, 우로 가!”

“안 보여! 거적때기가 구겨져서 시야 확보가 안 돼!”

이 꼴이 신기한 모양인지 웬 용족 하나가 접근한다.

“너는 대체 무슨 종족이냐? 몸놀림도 이상하고 목소리도 두 개를 갖고 있고.”

“아앗, 저는 개타우로스입니다.”

“개타우로스? 처음 듣는군.”

“당연히 처음 듣겠지. 우리가 1세대니까.”

“뭐라? 그렇다면 너희 부모님은 이종족 간에 교배를 해서…….”

짝—

“이 새끼가 패드립을.”

참지 못한 강철남이 싸대기를 때린다.

녀석이 맞을 만한 소리를 내뱉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도시에 입장하자마자 폭행이라니.

“멍구, 일단 뛰어!”

멍구는 되는 대로 냅다 달린다.

저 멀리서 소리를 지르며 욕지거리가 들려오지만 다행히 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다.

“더워.”

강철남이 망토를 벗자 시원한 바람이 스며든다.

일단 도시에 무사히 잠입했다.

다음은 술 장인을 찾는 임무인가.

강철남은 로브를 뒤집어쓰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제부터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무작정 다니기보다는 효율적으로 움직이자.

“철남이, 어디로 가지?”

“나무를 구하려면 숲에 가야 하는 법.”

“뭔 소리야?”

“술을 구하려면 술집에 가야지.”

그런고로 강철남과 멍구는 크레톤의 술집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한다.

첫 번째로 들이닥친 술집은 ‘아르방’.

들어가자마자 은은한 인센스 스틱 냄새가 화악 코에 스며든다.

“아이고, 코야. 무슨 향을 피우나.”

멍구는 진한 향냄새에 코가 시큰했다.

“이름도 아르방이 뭐야, 동네 다방도 아니고.”

첫인상부터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인지 멍구가 신랄하게 비난을 한다.

“인테리어는 나쁘지 않구만. 일단 목이나 좀 축이고 보자구.”

바에 앉으니 용족 주인장이 다가온다.

강철남은 골드를 몇 닢 내밀고 위스키 언더락으로 두 잔을 주문했다.

술을 기다리는 동안 강철남은 가게 안을 둘러봤다.

손님들도 주인장도 상당히 교양이 있어 보이는 기풍을 풍기는 곳이었다.

주인장이 미술에 관심이 많은지 가게 곳곳에는 그림이 몇 점 걸려 있다.

어느 용족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강철남이 보기에는 그 도마뱀 대가리나 저 도마뱀 대가리나 전부 비슷해 보일 뿐이었다.

풍경화도 걸려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가이아의 목초지 그림이 있었다.

“주인장, 저건 가이아의 풍경이 아니오?”

“그렇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주인장은 위스키 언더락을 대접하며 대답했다.

목이 말랐던 멍구는 잔에 코를 박고 할짝할짝 마셔 댄다.

“아이러니하군. 지금 크레톤은 가이아를 침공하려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죠.”

“주인장은 가이아를 좋아하오?”

“좋아하죠. 제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물장사하는 마물 중에 가이아를 미워하는 마물은 없을 겁니다. 좋은 물과 좋은 술, 좋은 과일 안주, 좋은 식자재 모두 가이아로부터 나오지 않습니까. 다른 곳의 식재료를 쓰면 맛이 떨어지는 걸 손님들이 바로 안단 말이지요.”

“키야! 쥬타! 철남이, 나 한 잔 더 마시고 싶어!”

멍구는 얼음을 입에 물고 좋아한다.

“천천히 마셔야지.”

그러자 강철남이 살짝 알딸딸해진 멍구를 달랜다.

코가 삐뚤어지기에는 이르다.

아직 돌아야 할 주점은 많으니까.

“그나저나 술맛이 참 좋군.”

“감사합니다.”

“혹시 전설의 술 장인이 담근 술인가?”

“하하하. 그럴 리가요. 주인인 제 입장에서 말씀드리기도 뭣하지만 그분의 술을 가게에 들여놓을 수 있는 술집은 특별해야지요.”

“특별?”

“술 장인의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그치만 워낙 변덕이 심한 양반이라 그 기준이랄 게 없는 게 문제죠.”

“혹시 술 장인의 행방이나 장인의 술을 파는 곳을 아나?”

강철남은 골드 몇 닢을 팁으로 슬쩍 내밀며 좀 더 자세히 묻는다.

주인장은 골드를 쓸어 담으며 두리번거리다 나지막이 말한다.

“술 장인의 행방은 베일에 꼭꼭 싸여 있죠. 국가에서 보호하는 마물이라 찾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의 술이 납품된다는 소문이 도는 주점을 몇 군데 알고 있지요.”

테이블 아래에서 메모장을 꺼내어 몇 곳의 주점 이름을 적어 준다.

강철남은 메모를 받아들고서는 멍구를 데리고 아르방을 나갔다.

“다음은 이곳인가?”

두 번째 주점은 ‘로이도’.

“뭐야, 이 주점은? 왠지 단백질 셰이크 팔 거 같은 이름이잖아.”

들어가기도 전에 멍구가 초 치는 소리를 한다.

“너 아까도 그 소리 해 놓고는 술은 잘만 마시더라.”

문을 열고 로이도 안으로 들어가 본다.

들어가자마자 손님들의 시선이 둘에게로 쏠린다.

째려보는 시선에 불쾌함을 느낀 멍구가 바로 쌍욕을 꼬라 박으려던 찰나,

“뭘 ㅂ, 허읍!”

강철남이 멍구의 주둥이를 틀어막는다.

“소란 일으키러 왔냐? 조용히 술 마시다 가자.”

바에 앉을 때까지 끈질기게 따라붙는 시선이 따갑다.

멍구는 그들의 엉덩이를 물어뜯어 버리고 싶지만 애써 참는다.

이곳도 주인장과 손님들의 스타일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민소매를 입은 용족은 우람한 어깨 근육을 뽐내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딱 달라붙는 스포츠웨어를 입은 주인장은 몸에 칼로 벤 흉터들이 무늬처럼 새겨져 있었는데 마치 그걸 자랑스레 여기는 듯 보였다.

가게 장식품도 전쟁을 암시하는 물건들이 많았다.

용족의 형상을 본 따 만든 철갑옷과 방패, 검이 장식으로 진열되어 있다.

“뭐 줄까?”

“맥주 두 잔 주시오.”

“여기!”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곧장 맥주 3000cc 두 잔이 떡 하니 올라온다.

“아니 아직 용량도 말 안 했는데.”

“딱 보니 이거 시킬 것 같은데.”

“제일 작은 걸로 시키려 했단 말이오.”

“우리 집에선 이게 제일 작은 거야.”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둘러보니 미친 용족들은 오크통을 통째로 들고 처마시는 놈들도 있었다.

“우와! 맥주다!”

싱글벙글한 건 멍구 뿐이다.

얘가 술맛을 알아 가지고는.

“철남이, 건배!”

맥주잔을 짠 부딪치고 거품을 질질 흘리며 시원하게도 마시는 멍구.

“키야아!!”

“고놈 참 시원하게 잘도 마시는구만, 하하하.”

주인장은 멍구의 먹성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천천히 맛을 음미하듯 강철남도 맥주를 마셔 본다.

라거 특유의 톡 쏘는 청량함과 에일의 부드러운 목 넘김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듯했다.

“맛있다.”

“그렇지?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크레톤 최고의 맥줏집이 바로 여기라고 생각해.”

살면서 먹어 본 맥주 중에서 단연 No.1이다.

그렇다면 혹시 이게 장인의 맥주일까?

“주인장, 궁금한 게 있소.”

강철남은 골드 몇 닢을 내밀며 질문을 던지려 한다.

그런데 어째 주인장의 표정이 영 탐탁지가 않다.

골드가 모자라서 그런가?

웃돈을 얹어 주려는 그때,

쿵!

“어이 형씨! 날 뭐로 보고!”

“왜 그러시오?”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이런 거보다, 이걸로 자격을 증명해야지.”

주인장은 골드를 옆으로 밀어 놓고 팔꿈치를 바에 쿵 얹는다.

설마,

팔씨름?

“흐응!”

콧방귀를 거칠게 내쉬는 주인장.

그 기백에 손님들이 우글우글 모여든다.

“야, 승부다!”

“주인장이 팔씨름을 하려나 봐.”

“누구래, 그 불쌍한 희생양은?”

눈에 띄는 건 사양인데.

얼굴이 드러날까 봐 고개를 살짝 돌린 강철남.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감질나게 맥주를 마시고 있는 멍구였다.

옳거니.

“어이, 거기 개! 나랑 한 판 붙자.”

맥주를 마시다 말고 어이가 없는 멍구.

씨익 웃으며 그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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