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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41화 (41/175)

41화 전설의 술

* * *

청수폭포 뒤편 몬스터 시장은 오늘도 활기가 넘친다.

새로 들어온 물건을 소개하는 상인과 호기심에 발길을 멈추는 손님들.

모두 각자의 목적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물론 강철남과 멍구도 그중 하나다.

“철남 씨, 최대한 서둘러야 해요!”

“알고 있소.”

“철남이, 고기에 찍어 먹을 소스도 좀 볼까?”

“그러자.”

“철남 씨!”

“아, 알았소. 술만 사고 가지.”

아쉬워하는 멍구와 적당히 양보하는 강철남.

그리고 그 둘을 지켜보며 안달이 나 있는 한지영.

몬스터들에게 휩쓸리지 않으려 강철남의 손을 꼭 잡은 한지영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셋의 조합은 시장 안 몬스터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마왕 카르텔의 관리하에 있는 시장이라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으레 다양한 몬스터들이 몰리는 곳에서는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요것 봐라. 맛 좋게 생긴 인간이 둘씩이나 있네. 히히히.”

웬 술 취한 오크 한 마리가 시비를 걸어온다.

“이건 또 뭐야.”

멍구는 어이가 없다는 듯 무시하고 지나간다.

강철남과 한지영도 조용히 넘어가려는데,

“거기 안 서?”

녀석이 강철남의 어깨에 손을 얹는 순간 한지영이 손목을 잡아 비틀어 제압한다.

쿵—

“크앗!”

손목이 꺾인 녀석은 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며 탭을 친다.

“흥, 사람이나 몬스터나. 술을 마시려거든 곱게 마셔.”

주변의 시선이 쏠리자 오크는 창피한지 쌩, 달아나 버린다.

“대단한데? 많이 강해졌어.”

“그래도 철남 씨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죠.”

얼굴을 붉히며 강철남의 등을 떠미는 한지영.

“이제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내니 손은 놓아도 되겠지?”

“앗, 저. 혹시 모르니까 아직은 잡고 있는 게 좋겠어요.”

턱을 내리며 수줍게 말하는 한지영.

“좀 더 자신감을 가져. 이제 여기서는 혼자서 쇼핑도 다닐 만큼 강해졌으니.”

멍구가 끼어든다.

그러자 한지영이 눈빛으로 살기를 쏘아 보내는데,

“허업! 드, 드래곤이 여기 있나, 오한이…….”

그것에 담긴 시린 기운에 총총걸음으로 앞장서는 멍구.

그들은 살쾡이가 운영하는 식당에 도착했다.

“여어, 철남 씨. 오랜만이야. 어디 갔다 왔어?”

“마계에 좀.”

“마계에는 또 무슨 일로?”

“누굴 만나러.”

“하하하. 마계에 친구라도 있는 거야?”

“이번에 사귀게 된 친구가 있지.”

“하여간 몬스터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니까.”

“피곤한 매력이로군.”

가벼운 잡담을 나누는 살쾡이와 강철남.

한지영이 크흠, 하고 눈치를 준다.

“아 참, 내 정신 좀 봐. 혹시 제일 좋은 술이 뭔가?”

강철남은 탁자 위에 가져온 돈 전부를 꺼내 보인다.

작정하고 돈 쓸 용의가 있다는 것이다.

명색이 드래곤 고기인데 그에 걸맞은 최고급 술이어야 하지 않겠나.

살쾡이가 꿀꺽, 침을 삼킨다.

“오호, 철남 씨. 오늘 무슨 날인가 봐?”

“훌륭한 안줏거리가 생겨서 말이지.”

“그렇다면 이건 어때?”

살쾡이가 천으로 곱게 싼 무언가를 들고 온다.

제법 큰 함이다.

천을 풀어 함 뚜껑을 열어 보니 또 천에 둘러싸인 병이 나온다.

“뭘 이렇게 친친 감아 놨어?”

“한 방울이라도 새면 안 되니까.”

병을 감싼 천을 살살 푸니 마침내 드러나는 호리병.

그 안에 든 술은,

“이게 바로 용화주, 라는 거야! 용이 뿜어내는 화염으로 증류했다는 그 전설의 술!”

자신 있게 회심의 상품을 꺼내 보이는 살쾡이.

그러나 강철남과 멍구는 트라우마가 올라왔다.

마왕 카르텔의 꼬리를 잘라 뱀술을 담가 마셨던 그 용화주다.

몸에 좋다 생각하고 마신 약술이지 맛으로 즐길 만한 것은 아니었다.

“글쎄, 이 술을 마셨을 때 썩 맛있는 기억이 없어서. 다른 건 없어?”

“뭐? 이 술을 마셔 봤다고? 에헤이, 이 사람이 허풍은! 이 술은 여기 아니면 마왕성에만 납품되는 진짜 중의 진짜 술이야. 어디서 마셔 봤다는 건 짝퉁이겠지.”

할 말은 있었지만 굳이 하지 않았다.

마왕이랑 진탕 뻗을 때까지 술을 마셨다는 말을 누가 믿어줄까.

“그렇다면 이건 어때?”

살쾡이가 다른 함을 들고 왔다.

이번에도 천에 곱게 싸여 있었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호리병 속의 술은,

“이 술의 이름은 용살주. 용도 죽일 만큼의 독한 술이라는 거야. 용화주가 100도라면 이 술은 자그마치 200도!”

“워매, 술이여, 염산이여.”

멍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흠흠. 그렇다면 그걸 선보여야겠군.”

탐탁지 못한 둘의 표정을 읽은 살쾡이가 이번에는 제법 오래 물건을 뒤진다.

기다리는 한지영은 초조하기만 했다.

“오래 기다렸지? 필살기처럼 꼭꼭 숨겨 둔 비장의 술이라네.”

이번에도 함을 가져오는 살쾡이.

“세 번째 마왕의 도시, 크레톤에 사는 술 장인이 정성스레 빚은 술이지.”

천을 풀어보는데 두루미가 새겨진 청자 호리병에 담긴 것이 병부터가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 술의 이름은 고려주. 전설의 술 장인이 빚은 술이지. 때는 인간계의 어느 먼 과거. 당시에는 마계와 인간계를 잇는 구멍 따윈 없었어. 그런 와중에도 운명처럼 인간계에 떨어진 마물이 있었지. 그 마물은 인간들 틈에 어울려 살며 조용히 술을 빚으며 지냈어. 훗날 지금에서야 하늘에 구멍이 뚫리면서 수많은 마물들이 인간계로 넘어오게 되자 그 마물은 여태 빚어 놓은 술을 팔기 시작했지. 그 몇 안 되는 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고려주야.”

강철남과 멍구는 침이 꼴딱 넘어갔다.

전설의 술 장인이 빚었다는 술.

이름이 고려주라면 아마 고려 시대에 빚은 술일 것이다.

“철남이. 답 나왔네.”

“좋아. 이걸로 사지.”

“고맙네.”

강철남은 전 재산을 털어 고려주를 구입했다.

카르텔에게 구들의 제조 공법을 팔아 받은 계약금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오늘 있을 최고의 파티를 생각하면 말이다.

“자, 철남 씨. 볼일도 끝났으니 이제는 전력 질주예요!”

“그래, 얼른 가서 고기를 뜯자고.”

“…말만이라도 인류를 구한다고 해 주세요.”

기다려라 드래곤 안주. 강철남과 멍구가 간다.

* * *

드래곤은 미동도 없었다.

눈보라로 날개를 얼려도 가만히 앉은 채 강력한 화염 구슬을 뿜어내니 당해 낼 수가 없었다.

[불길]

세레나는 화염을 뿜어 맞대응했다.

하지만 불을 다루는 드래곤에게 화염은 아무런 대미지도 주지 못했다.

“이길 수가 없어. 버티는 것도 한계야.”

쿠콰아앙!!

화염 구슬이 날아오자 세레나는 도시의 피해를 줄이고자 눈보라를 응축하여 만든 얼음 알갱이를 날렸다.

하지만 마력의 차이가 커 녀석의 공격을 상쇄시킬 수가 없었다.

도로에 거친 불길이 치솟았다.

“큭!”

바닥난 마력에 체력 소모까지 심했다.

이대로는 더 버티지 못한다.

그때,

“파견팀, 총공격 준비!”

세레나의 뒤편에서 헌터들이 집결해 선다.

“멀리서 온 엘프가 우리 인간을 위해 싸워 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손 놓고 있어서야 되겠느냐?!”

홍태진이 창을 휘두르며 헌터들에게 사기를 불어넣는다.

“분명 우리는 드래곤에 비해 작고 나약하다. 하지만 여태 거대하고 강력한 존재들을 차례차례로 무너뜨리며 여기까지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언제나 답을 찾는, ‘인간’이다!”

“와아아아!!”

홍태진은 드래곤을 노려보았다.

“돌격!”

그의 신호에 맞춰 파견팀 헌터들이 돌격한다.

세레나는 있는 마력을 모두 쥐어짜 내 드래곤의 입에 얼음 결정을 생성하여 불꽃을 막는다.

“저 새끼 모가지는 내가 딴다!”

김성남이 빌딩을 단숨에 뛰어올라 검을 든다.

[초신속]

[강화]

[강철검]

김성남의 몸에서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엄청난 괴력이 뿜어져 나온다.

강철검 스킬로 칼은 강도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욱 단단해졌다.

강력한 한 방을 노리는 김성남의 삼신기.

그것을 최대로 발휘한 그가 그대로 녀석의 목을 친다.

카앙!

쇠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의 고개가 흔들린다.

하지만 목에는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

그사이 달려온 헌터들이 드래곤을 향해 달려들어 녀석을 쓰러뜨리기 위해 고전한다.

“머리통을 날려 주마!”

어느새 녀석의 머리 위로 올라선 황기민이 편곤 추를 붕붕 휘두르며 힘을 모은다.

[강화]

[강철추]

[혼신의 일격]

황기민의 근육이 단단해지면서 힘이 차오른다.

동시에 그가 들고 있는 편곤 추에도 묵직한 무게가 실린다.

뒤를 생각하지 않는 그답게 온몸을 내던지는 일격을 날렸다.

쿠아아!

드래곤의 몸이 휘청한다.

어쩌면 희망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초신속]

[집중]

[연속 발도]

드래곤이 흔들리는 지금이 기회, 백진섭은 환도를 뽑아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

손이 저리고 두꺼운 가죽을 때리는 감각이 전해진다.

녀석의 비늘을 뚫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흥!”

드래곤은 콧김을 세게 불었다.

뜨거운 녀석의 콧김을 정통으로 맞은 백진섭이 풍압에 날아간다.

녀석은 자기 몸에 더덕더덕 붙은 헌터들을 떼어 내 멀리 내던졌다.

가뿐히 꼬리를 한번 휘두르자 빌딩들이 종이짝처럼 굴러다닌다.

“이럴 수가.”

멀리서 지원 사격을 가하던 장혜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상황이… 엉망이군요.”

뒤늦게 도착한 최형권.

“감별사, 녀석의 상태창은 어떻게 되지?”

홍태진이 그에게 묻는다.

그러자 드래곤의 상태창을 본 최형권의 동공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녀석은…….”

[레드 드래곤

레벨: 253

마력: SSS+++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최형권은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견딜 수 없었는지 구석으로 달려가 속을 게워 낸다.

저런 엄청난 상태창을 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를 본 헌터들의 얼굴에서 희망의 빛은 사라지고 검은빛만 감돌았다.

“그래서 뭐? 아까 봤잖아! 우리 공격이 조금씩 먹히고 있다는 거!”

김성남이 악을 지르며 다시 달려든다.

하지만 뒤따르는 이들은 없었다.

[초신속]

최대 출력으로 녀석에게 달려드는 김성남.

그 순간 드래곤과 눈이 마주치자 김성남은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놀랍게도,

녀석의 입에서 말이 나왔다.

“상태창을 볼 줄 아는 인간이 있군. 정말 내 상태창이 그렇다면 아직 ‘녀석’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겠어.”

넋이 나가 아래로 추락하는 김성남.

“위험해!”

황기민이 몸을 날려 받는다.

“말을 했어.”

드래곤이 입을 열자 헌터들이 동요한다.

그 와중에 홍태진은 녀석이 했던 말의 내용에 관심을 갖는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

그것은 지능이 있다는 반증이고 역이용하면 시간을 끌 수도 있다.

“네가 이기겠다는 ‘녀석’은 대체 누구지?”

“인간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다니. 당돌하구나.”

드래곤은 눈알을 아래로 떼록 굴리며 홍태진을 바라본다.

시선이 마주치자 위압감에 굳어 버리는 홍태진.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선 안 된다.

‘그 남자’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알려다오! 네가 말한 ‘그 녀석’이 누구지? 너보다 강한 녀석이 있다는 건가?”

“조그마한 인간들이 용들의 다툼에 관심을 가지다니. 같잖구나.”

“용들의 다툼? 그렇다면 녀석은 용인가?”

“그렇다.”

“녀석도 인간계에 오는 건가?”

“흥. 이깟 작은 인간계는 한 입 거리도 안 될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지.”

“그게 뭐지?”

“마계를 꿀꺽 삼키는 일.”

“녀, 녀석은 그렇게 강한가?”

위압감에 말을 더듬는 홍태진.

서 있는 것조차 큰 기백이 필요했다.

“후후후.”

드래곤은 웃으며 홍태진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당연하지. 마왕이니까?”

“마…왕……?”

“그래, 용신. 세 번째 마왕 크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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