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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40화 (40/175)

40화 인류가 망하든 나하곤 상관없음

“멍구, 드래곤은 어떤 맛일까?”

“끝내주는 맛일 거야.”

드래곤의 두툼한 뱃살, 불을 뿜는 화염 주머니, 그 거대한 몸을 띄우는 날개 살.

궁금했다.

전설 속 드래곤의 전설적인 맛이.

그리고 지금, 그 꿈이 이루어지려 한다.

강철남이 낭만에 젖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반면, 서울 헌터 연합은 악몽을 꾸고 있었다.

“지금 저희 서울 헌터 연합에서도 최선을 다해 몬스터 섬멸 작전을 구상하고 있으며…….”

“현재 몬스터에게 어느 정도 대미지를 입히신 겁니까?”

“예상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사상자 수는 몇 명이죠?”

서울 헌터 협회 부협회장 서필도는 몰아치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꿋꿋이 받아내고 있다.

“몬스터에게 입힌 대미지는 수치로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피해 규모와 사상자 수는 경찰이 추산 중입니다.”

서울에 드래곤이 나타났다.

이미 수많은 헌터들이 녀석이 뿜는 불에 녹아 버렸고 시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압도적인 힘이었다.

녀석은 재앙에 가까운 힘으로 인간들을 몰아냈다.

지금은 강남의 한 빌딩 꼭대기에 둥지를 틀 듯 앉아 날개를 쉬고 있다.

“저 드래곤은 어떻게 잡을 계획이십니까?”

서필도의 어중간한 대답에 참다못한 한 기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그 질문에 기자회견장이 침묵에 잠겼다.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기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궁금했다.

과연 저 드래곤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세계 최고의 헌터들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런 말씀 마시고 구체적인 계획의 내용을 설명해 주세요!”

“기밀입니다.”

서필도의 거리를 두는 화법은 속이 답답한 기자들을 자극했다.

기자회견장은 빗발치는 질문 세례와 비난으로 소란스러워졌고 더 이상의 진행은 어려워 보였다.

밀어닥치는 기자들을 헤치고 서필도는 회견장을 떠났다.

머리가 아팠다.

세계를 멸망시킬 무시무시한 힘과 맞서야만 하는 상황과 그 공포를 숨겨야만 하는 입장이 버틸 수 없이 괴로웠다.

하지만 나아가야 한다.

몬스터들은 쉬지 않는다.

나태해지면 안 된다.

약해지면 안 된다.

이 세계의 주인인 인간으로서 두 눈을 부릅뜨고 싸워 나가야 한다.

“사격 준비!”

강남의 한 고층 빌딩 옥상.

장혜리와 그녀가 이끄는 헌터들이 서 있고 반대편 옥상에는 드래곤이 앉아 있다.

장혜리는 신참 헌터 궁수 부대에게 명령을 내려 드래곤을 겨냥했다.

“사격!”

핑— 핑— 피피핑—

무수한 화살들이 날아가 드래곤의 붉은 비늘에 부딪친다.

그러나 박히지 못하고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화살들.

빌딩 위에 똬리를 틀고 앉은 드래곤은 아무 느낌도 없는지 반응조차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뜨거운 콧김을 뿜으며 지루한 표정으로 쉬고 있을 뿐이다.

“장 팀장! 어떤 것 같나?”

“비늘이 너무 단단합니다. 무쇠 골렘으로 만든 쇠뇌로도 전혀 타격이 없을 거예요.”

“그렇다면 약점을 노려야겠군. 가능성이 있는 부위는 눈과 입 안. 거기를 노려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쓰러뜨려야 해.”

홍태진은 무전으로 답한 뒤 교신을 끊었다.

시끄럽게 돌아가는 헬기 프로펠러 소리 속에서 집중력을 최대로 끌어 올린다.

지금부터 인간의 저력을 보여 줄 차례다.

“김 팀장. 내가 믿고 있는 거 알지?”

“날 안 믿으면 누굴 믿겠어?”

김성남이 녀석과의 거리를 재어 본다.

“황 팀장, 김 팀장한테 지면 안 되겠지?”

“하하하. 내 뒤나 잘 따라오라 그래요.”

황기민도 집중하고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 본다.

긴장은 했지만 떨림은 없다.

모든 건 계획대로 될지어니.

“그럼, 부탁한다.”

“박살 내고 오지.”

“다녀오겠습니다.”

김성남과 황기민이 상공에 떠 있는 헬기 문 앞에 섰다.

허리에는 고탄성 로프를 맨 채 준비 자세를 취한다.

무전기를 드는 홍태진.

“기폭 준비됐나?”

“됐습니다.”

장혜리가 무전으로 답한다.

“폭파!”

퍼퍼펑!!

기폭 장치를 누르자 드래곤이 앉은 건물의 하단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발목이 부러진 건물은 휘청이더니 기우뚱 무너지기 시작한다.

발판이 균형을 잃고 기울어지자 드래곤의 몸이 쏠리더니 자세가 흐트러지고 만다.

“지금이다!”

홍태진의 신호에 두 팀장이 헬기를 박차고 튀어 나간다.

[초신속]

[초신속]

그 충격에 헬기가 휘청하며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지만 준비하고 있던 조종사는 밸런스를 능숙하게 원상복구 시켰다.

총알처럼 날아간 김성남과 황기민은 당황하고 있을 드래곤의 눈알 하나씩을 파괴하려 한다.

그동안 단련해 온 이유도 이런 녀석이 나타났을 때 솜씨를 발휘하기 위해서다.

김성남은 강철남을 뛰어넘기 위해, 황기민은 김성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실력을 갈고닦았다.

그 노력의 결실을 보여 주겠다.

“하압!”

[검압]

김성남은 검에 무거운 압력을 실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위치 에너지를 압력으로 변환하여 찍어 내릴 셈이다.

“우라얍!”

[혼신의 일격]

황기민은 뒤를 생각하지 않았다.

낙하하는 편곤 추를 휘둘러 그대로 녀석의 눈을 내리찍고 자기 몸도 내던질 생각이다.

그들의 칼과 추가 드래곤의 눈알에 거의 맞닿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1cm.

조금만 더 다가가면 인류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타앙!

김성남은 손목이 저릿했다.

하마터면 검을 놓칠 뻔했다.

마치 고무 타이어를 내리친 듯한 강력한 탄성에 튕겨 나왔다.

황기에게 가해진 반작용은 더 컸다.

편곤 추가 튕겨 나오면서 무게가 뒤로 쏠려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대체 왜.”

허공에 날리며 김성남이 본 것은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드래곤이 눈을 감고 있었던 것이다.

눈꺼풀.

그것이 김성남과 황기민의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나는 녀석의 얇은 눈꺼풀 한 장도 찢지 못한 것인가.”

허무에 빠진 김성남이 아래로 떨어진다.

“정신 차려!”

수직 낙하하는 황기민이 정신 줄을 놓은 김성남을 향해 소리를 빽 지른다.

그 틈에 홍태진은 그들의 허리에 묶인 로프를 끌어당긴다.

도르래가 돌아가며 빠르게 그들을 헬기 쪽으로 데려오는 로프.

드래곤은 눈을 끔뻑이며 헬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제발 아무 짓도 하지 마라.”

작전이 물거품이 되었다.

뒷일은 운에 맡길 뿐이다.

드래곤이 이쪽을 무시해 주길.

하지만,

쿠르릉—

홍태진은 심장이 시려 왔다.

그건 본능이 느낀 공포였다.

녀석의 턱 안쪽에서 울리는 불길한 진동.

분명 아까도 들었던 소리.

입에서 화염 구슬이 뿜어져 나오기 직전의 소리다.

“전원! 헬기에서 낙하한다!”

헬기 조종사와 세 명의 팀장들은 낙하산을 챙긴다.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미칠듯한 열기가 느껴졌다.

화염 구슬이 준비된 것이다.

지금 뛰어내린다 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있을까?

없을지도 모른다.

그 거대한 화염 구슬의 영향권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살아남아야 한다.

계속 인류를 지켜야 한다.

쿠아아앙!!

“뛰어!”

진동이 곧 큰 소리로 바뀌자 일제히 헬기에서 뛰어내린다.

운명을 운에 맡기는 네 사람.

눈을 질끈 감고 뛰어내리는데,

“뭐지?”

화염 구슬이 이쪽이 아닌 하늘 위로 솟구친다.

홍태진은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기 위해 두려움을 이겨 내고 드래곤 쪽을 똑똑히 보았다.

그곳에서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드래곤의 목에 무쇠 골렘의 거대 화살이 부딪쳤고,

그 화살을 타고 날아온 백진섭이 발도술로 녀석의 턱을 날려 버린 것이다.

대미지는 줄 수 없었지만 화염 구슬의 궤도를 바꾸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왔다는 것은…….

착—

홍태진은 낙하산을 펼쳤다.

그리고 낙하지점을 찾아 무사히 착지했다.

나머지 세 명도 무사히 건물 옥상에 내린 듯했다.

서둘러 무전부터 날린다.

그가 왔다면 인류는 구원받을 수 있다.

“장 팀장, 목표는 여기 도착했나?”

하지만 들려오는 의외의 대답.

“그게… 아직 안 왔습니다.”

“뭐라고?”

귀를 의심하는 홍태진.

그러나 침착하자.

아직 안 왔다고 했지, 오지 않는다고 하지는 않았다.

“목표는 어디에 있나?”

“그게…….”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장혜리.

백진섭이 뭐라고 했던 걸까.

“괜찮으니 말해 봐.”

장혜리는 자기 입으로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는지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한다.

* * *

북한산을 떠나기 전에 강철남과 멍구는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

“철남이, 아무래도…….”

“뭔가 허전하지?”

무언가 텅 빈듯한 이 공허함은 무엇인가.

마치 꼭 있어야 할 것이 빠진 듯한 이 느낌.

라면에 김치가 없는 듯한 아쉬움.

가려운 곳을 찾지 못해 엄한 곳을 벅벅 긁어 대는 답답함.

“이 산에 미련이라도 있는 거예요?”

“그럴 리가.”

“그럼 가스 불이라도 잠가야 해요? 아니면 누구 먹이라도 챙겨 줘야 해요?”

“무슨 자취생도 아니고. 그만 가지. 기분 탓일 거다.”

한지영에게 휘적휘적 손을 내저으며 가자는 신호를 하는 강철남.

그때, 멍구가 번뜩, 하고 촉이 왔다는 듯 크게 짖는다.

“멍!”

“아이, 깜짝이야. 왜 갑자기 개지랄이야?”

“생각났어.”

“뭐가?”

“드래곤을 먹으러 가는 길이잖아.”

“그런데?”

“그런데라니, 그거 없이 되겠어?”

멍구가 ‘그거’라는 단어에 힘을 줘서 발음한다.

“맞다.”

강철남도 그제야 모든 의문의 해답이 풀린 듯 박수를 짝, 친다.

왜 이제껏 그걸 생각 않고 있었을까.

“그거라뇨? 그게 뭔데요?”

“철남 씨, 재촉하고 싶지는 않지만 서두르셔야 합니다.”

한지영과 백진섭은 약간 초조해진 듯 채근해 보지만,

“좋은 요리에는 술이 있어야지.”

라며 어이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강철남.

“네에?”

“술이라뇨?”

황당한 표정을 무시하고 강철남은 꿋꿋하게 주장을 이어 나간다.

“드래곤 요리를 먹는데 좋은 술이 빠져서야 되겠나.”

“혹시 그 술을… 지금부터 시장에서?”

청수 폭포 뒤편 몬스터 시장에 함께 간 적이 있는 한지영은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갔다 와서 사도 되지 않습니까?”

“그럼 늦어. 인기 좋은 술은 금방 다 팔리거든.”

“그럼 내일 사면 어떻습니까?”

“그럼 고기가 상하잖아.”

백진섭의 회유에도 한 마디도 안 지는 강철남.

느긋한 강철남과 달리 두 팀장은 속이 타들어만 가고 있다.

“뭔가 착각하는 모양이군. 나는 인류를 구하러 가는 게 아니야. 용 고기를 먹으러 가는 것뿐이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이 터질 듯한 황당함은 감출 수가 없다.

보다 못한 세레나가 오랜 침묵을 깨고 끼어든다.

“저랑 먼저 현장에 같이 가 보죠.”

“네? 당신이 어째서?”

“상황이 위급하다면서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닐 텐데요?”

“괜찮겠습니까? 이건 인간의 문제입니다.”

“걱정 말아요. 난 누구와 다르게 애초에 인간계를 지키러 왔으니까.”

그러면서 세레나는 강철남을 째려본다.

“한지영 씨?”

“네에?”

세레나가 느닷없이 자기 이름을 부르자 화들짝 놀라는 한지영.

“저 인간 곁에서 딱 붙어 잘 감시해요. 딴 길로 새지 않고 현장에 바로 올 수 있도록요.”

“아, 네.”

상사도 아닌데 세레나의 말에는 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그녀의 말은 옳았다.

확실히 강철남과 멍구를 그 시장 바닥에 달랑 보내는 것보다 한지영이 함께 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현장 상황의 급박함도 알고 있는 사람이 옆에서 쪼아 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럼 이따 보죠. 꼭이요.”

“걱정 마쇼. 나도 드래곤 고기를 놓치고 싶지 않으니.”

“백진섭 씨, 안내해 줘요.”

“아, 네.”

그렇게 백진섭과 세레나는 현장으로, 강철남과 한지영은 몬스터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현장에 먼저 도착한 백진섭과 세레나.

백진섭의 타격은 큰 대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이미 드래곤의 강함을 파악한 세레나는 마력을 한껏 끌어모은다.

“강하네. 진심을 다해야겠어.”

[눈보라]

세레나의 공격이 드래곤의 날개를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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