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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36화 (36/175)

36화 마왕 꼬리로 뱀술 담가 마시자

뱀술.

예로부터 만병의 근원을 다스리고 심지어는 암세포조차 낫게 한다는 기적의 민간요법.

많은 현대인들이 원시적이라고 외면하고 있지만 강철남은 자연인.

구닥다리 옛날 소문일수록 더욱 호기심이 생기는 양반이다.

“철남이, 진짜 할 거야?”

“멍구. 마왕 나이가 몇 살이라 생각하나?”

“글쎄다. 못 해도 천년, 넉넉잡아 만년은 안 살았겠어?”

“그럼 살면서 천년 묵은 뱀으로 담근 뱀술을 마셔 볼 기회가 있을까?”

“꿀꺽.”

“목숨 한번 걸어 볼 만하지?”

이곳은 강철남과 멍구가 머무는 방.

둘이서 은밀한 작전 이야기를 하는 중이다.

강철남이 은근히 바람을 불어넣자 멍구도 혹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미쳐 버린 반려 인간에게 물들어 버린 것 같다.

그래. 한 번뿐인 견생. 인간 부럽지 않은 식도락을 즐기다 가야 하지 않겠나.

“계획은?”

“새벽에 마왕의 침실로 잠입한다.”

“그러고는?”

“꼬리를 자른다.”

“그게 다야?”

“그럼 가서 달라 하게?”

황당함을 넘어 어이가 없는 멍구.

“철남이, 아까 말 안 한 게 있는데.”

“뭔데?”

“마왕 걔 상태창 장난 아니야.”

“어떻게 나왔는데?”

멍구는 아까 슬쩍 엿본 마왕의 상태창을 알려 준다.

[카르텔

레벨: 305

힘: RS

마력: RS

맷집: RS

속도: RS]

굉장한 레벨과 랭크다.

그런데 저 R은 뭐지?

S보다 상위 랭크가 있었단 말인가?

게다가 마력이라는 낯선 능력치도 있다.

“좀 하네.”

“반면에 철남이 네 랭크는.”

[강철남

레벨: 212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카르텔에 비해 한참 밀리는 수치다.

강철남에게 없는 것이 카르텔에게는 두 가지가 있다.

R 랭크와 마력.

“끄응, 불리할 것 같은데.”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 아니야. 오로지 꼬리가 우리의 목적이다.”

“할 수 있을까?”

“싸움의 결과는 전략이 판가름하는 법이지.”

뭔가 생각이 있어 보이는 강철남.

자신만만한 표정을 믿어 봐도 좋은 걸까.

그때 경비대장이 그들이 쉬고 있는 방으로 들어온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으니 식당으로 오도록.”

“철남이. 밥이래.”

“좋군. 가자.”

둘은 또다시 길고 긴 복도를 따라 걸었다.

무료함이나 달랠 겸 이런저런 정보를 캐물어 보는데.

“경비대장, 마왕은 어떻게 마황제가 되려는 거지?”

“마황제란 몬스터들에게 인정받는 왕 중의 왕이 된다는 의미다. 카르텔 님은 마계에 경제적 풍요를 약속해 지지를 얻으시려 하지.”

경비대장은 우직하게 걸으며 카르텔의 포부를 알려 주었다.

한 마디로 잘 사는 마계를 만들겠다 이거로군.

그런데,

“인정받는다는 건 꼭 부유한 삶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닐 텐데.”

“흥. 돈이 있으면 뭐든 다 된다. 모든 문제는 돈에서 나오고 모든 문제는 돈이 해결해 주지.”

“그렇다면 너도 돈 때문에 카르텔을 따르는 거냐?”

“돈도 큰 이유 중 하나다.”

“그럼 카르텔이 봉급 깎으면 바로 뒤통수치겠네?”

“내가 진정으로 그분을 모시는 건 가치관이 같아서다.”

“거봐, 돈이 아닌 다른 이유로 마왕을 따르잖아. 돈이 전부가 아니라니까.”

모순을 꼬집어 속을 살살 긁어 주니 경비대장의 어깨가 움씰움씰한다.

“철남이, 그만해. 얘 울겠다.”

“날 뭘로 보고. 안 운다.”

“그게 더 없어 보여.”

“…너희들 언제 돌아가냐?”

“이것 봐 철남이. 얘 삐졌잖아.”

“네가 먼저 놀렸잖아.”

“안 삐졌다니까!”

투닥투닥 거리는 사이 식당에 도착했다.

경비대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싹 바꾸고 문을 열었다.

자리에는 마왕 카르텔이 먼저 앉아 있었다.

식탁 위에는 화려한 식기와 이제껏 맡아 본 적 없는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요리들이 강철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앉으시죠. 멍구 님은 옆에 따로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식탁 옆에 멍구의 턱 높이에 맞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그 위에는 황금으로 된 개밥그릇에 진수성찬들이 담겨 있다.

“멍멍! 역시 개 팔자가 상팔자지.”

멍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시장하실 텐데 기다리지 않고 드셔도 됩니다.”

그 말에 바로 처묵처묵 시작하는 멍구.

“마왕에게 이런 대접을 다 받다니. 오래 살고 볼 일이군.”

“하하하. 강철남 님은 인간의 생으로 따지자면 지천명의 나이시니까요.”

“내 나이를 알고 있나?”

“그럼요. 그래도 명색이 마왕이니까요.”

“내가 젊어지는 약초를 먹었다는 것도 알겠군.”

“아니요, 강철남 님께서 드신 건 젊어지는 약초가 아닙니다.”

“뭐라고? 그럼 내가 먹은 약초는 뭐지?”

카르텔은 와인으로 목을 축인 뒤 잠시 말을 고르는 듯 입을 닫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 간다.

“강철남님이 드신 약초는 초월초. 먹은 자의 잠재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 올려 주는 약초죠.”

“그런 거였나.”

“그렇지만 초월초는 독초입니다.”

“독초라고?”

“네. 잠재 능력이 발현될 확률은 0.1% 불과하죠.”

“그럼 99.9%의 운명은?”

“죽음입니다. 몇 시간 뒤 몸이 부풀다 각혈하며 죽게 되죠.”

“그렇다면 멍구와 나는 0.1%의 확률을 뚫고 살아남았다는 건가?”

“그런 셈이죠.”

막상 믿기가 어려운 이야기였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섭리 아니겠습니까. 만일 잠재 능력이 없었다면 강철남 님과 멍구 님이 이토록 강해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뛰어난 잠재 능력을 가진 두 분이 대한산에 살고 있었다는 것. 그것은 마치 준비된 씨앗이 좋은 밭에 머물렀으며 게다가 때마침 내린 비를 맞아 꽃을 피운 셈이죠.”

“대한산에 살았다는 것까지 알고 있군. 대체 어디까지 조사한 거지?”

“하하하. 흉계를 꾸밀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강철남 님은 제게 대단한 흥밋거리거든요.”

“어째서?”

“먼저 스톤 골렘의 소재를 이용해 구들이라는 혁신적인 난방 기구를 만드신 것. 그리고 몬스터를 사냥하여 만든 다양한 요리. 마계에선 존재하지 않는 물건을 창조하시는 능력과 레시피를 개발하는 창의성에 혹했습니다.”

“나를 스카웃이라도 할 기세인데?”

“하하하. 물론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자연인 강철남 님을 묶어 두기엔 저희 마왕성이 너무 좁겠죠.”

카르텔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면서 슬쩍 강철남의 눈치를 봤다.

얌전히 밥을 먹는 강철남.

이미 답은 뻔했다.

“그래. 특히 1지구는 마음에 안 들어. 건물이 모두 황금이잖아. 바람 한 점 안 통하고 번쩍번쩍 눈만 아프고. 나무를 심으면 딱 좋은 곳인데 아깝더군.”

“후후후. 겉치레는 생각보다 중요하답니다. 특히나 지금 같이 패권 다툼이 심각한 시기에는요.”

“다른 마왕들을 돈으로 찍어 누를 셈인가?”

“그게 제 전략입니다.”

“내 스타일은 아니군.”

“미움 받아버렸군요. 하하하. 그렇지만 강철남 님.”

“뭔가?”

“강철남 씨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일을 하는 건 이제 딱 질색이야.”

“간장이든 특제 소스든 뭐든 드리죠.”

“필요 없어.”

단호하게 말을 끊어 내는 강철남.

잠자코 듣고 있던 멍구는 조금 아까운 모양이다.

“철남이. 마왕과 거래를 트면 상당히 이득이 될 텐데.”

“큰돈에는 큰 대가가 따르지. 시장 심부름과 차원이 다른 일이야.”

단호한 강철남의 태도에 잠시 말을 거두는 카르텔.

‘설득은 무리겠군.’

“그럼 강철남 님. 거래 같은 거창한 건 아니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에 관한 고견을 여쭤봐도 될까요? 식사 자리의 가벼운 대화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

“백 보 후퇴한 건가. 그래, 계속 거절만 하면 소화도 안 되겠지. 뭔데?”

“하하하. 감사합니다. 제 지지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치에 관한 질문인가.

귀찮으니 적당히 둘러댈까.

정말로 내 말대로 할 것도 아닐 테니.

“구들.”

“네?”

“구들을 먼저 3지구의 시민들에게 제공해 봐.”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냥 무상으로 제공하라고요? 그게 무슨 이익이 있죠?”

“돈이 그렇게 아깝냐? 1지구에 있는 아무 집 문짝 하나 뜯어서 팔아도 구들값은 나오겠다. 너희들 마법으로 땅에 구들 묻는 거 일도 아니잖아?”

“그건 아주 간단한 일이죠.”

“그러면 시공비나 인건비도 별로 안 들겠네.”

“그래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좀.”

“너 이 나라 복지 제도는 어떻게 되냐?”

“지원금을 팍팍 주는 거죠.”

“아이고, 머리야.”

가만 보니 이 나라에는 복지 제도가 제대로 안 되어 있는 모양이다.

카르텔의 수완으로 국가가 번창하고 지원금을 팍팍 풀고는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삶이란 돈으로만 만족 되지는 않는다.

“그럼 시민들은 겨울에 이불 대신 돈 덮고 자니? 추위를 못 막잖아.”

“벽난로에 불을 때죠.”

“그래도 춥지?”

“겨울이니까요.”

“으이그, 그러니까 구들을 시민들한테 나눠 주라는 거야. 국가가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준다, 그게 바로 최고의 복지야.”

“그런데 왜 3지구 시민들한테 먼저 돌리라는 겁니까?”

“3지구는 대체로 나무 집을 짓고 살더군. 외풍에 취약하지. 1지구 녀석들이 사는 집은 황금 집. 여름에는 통풍조차 안 되지만 반대로 겨울에는 끝내주는 바람막이가 되지. 또 도시 출입문 가까이 지내는 3지구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 활기나 만족도가 겉으로 드러나겠지? 그렇게 되면 무역 상인들에게 좋은 인식을 줄 수도 있는 거지.”

“혹시 1지구 시민들의 반발이 심하지는 않을까요?”

“황금으로 둘러싸여 사는 새끼들이 구들 하나 가지고 쪼잔하게 군다고? 다 두들겨 패 그럼.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해. 마황제가 되겠다는 새끼가 일일이 꼬치꼬치 일개 인간한테 묻고 있어.”

강철남은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제법 맛 좋은 술이었다.

“그러지 말고 제게 더 가르침을 주십시오. 시간은 많습니다. 더 좋은 술도 많구요.”

카르텔은 하인을 시켜 술을 종류별로 가져오게 했다.

“멍멍! 안주는?”

“물론 준비되어 있죠.”

흡족해하는 멍구.

멍구는 안주를 먹어 치웠고 강철남과 카르텔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계의 국가는 강철남의 생각만큼 체계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초등학생도 알 법한 이야기를 꺼냈는데도 카르텔은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이 나라가 이토록 부유한 것도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는 말 그대로 ‘상업’만 할 줄 알고 돈을 벌고 돈을 잘 쓰는 마왕에 불과했지 정치는 젬병이었다.

덕분에 강철남은 밤새 그의 술 상대가 되어 주어야 했다.

* * *

“자는 거지?”

“완전 뻗었어.”

혓바닥을 축 내밀고 기절한 듯 잠에 빠져든 카르텔.

그 위로 강철남과 멍구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네가 잘라.”

“개가 어떻게 꼬리를 잘라?”

티격태격할 새 없다.

기회는 이때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 묵은 뱀 꼬리 담금주를 마실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철남이. 자를 수 있겠어? 랭크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 스킬을 쓰는 수밖에.”

“그 스킬?”

전에 홍태진의 해독제를 구하러 시장에 갈 때,

한지영이 끝까지 강철남을 따라붙기 위해 개화했던 스킬.

[한계 돌파]

강철남의 몸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우오옷. 이건!”

멍구는 ‘눈’으로 강철남의 상태창을 확인해 본다.

[강철남—한계 돌파

레벨: 202

힘: RS

맷집: RS

속도: RS]

마왕과 동급의 힘을 뿜어내고 있다.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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