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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34화 (34/175)

34화 아들 앞에서 애비 대가리를 때려?

* * *

이곳은 마계 최대의 상업 도시 카르텔.

돈이 곧 힘이 되는 자본주의 도시.

가진 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없는 자들은 한 푼이라도 벌려 하는,

모든 몬스터들이 오로지 돈만을 위해 살아가는 도시.

듀크.

아직 어려 육체가 강하지도, 그렇다고 두뇌가 뛰어나지도 않은 꼬마 악어 수인.

몇 푼 돈에 목숨을 걸고 소매치기를 한다.

듀크의 부모님은 일전에 빚을 진 적이 있는데 듀크는 부모님의 빚 탕감을 도와주기 위해 소매치기를 시작했다.

“제법 두둑한데. 한동안 굶을 걱정은 없겠어.”

신속으로 빼앗은 돈주머니가 꽤 묵직하다.

웬 개 한 마리와 처음 보는 종족 한 명이 카르텔 3지구에 막 들어왔다.

척 봐도 처음 온 듯 두리번거리는 폼이 타겟으로 삼기 딱이었다.

여기는 대도시라구.

눈 뜨면 코 베이는…….

“안녕?”

“히익!”

듀크는 놀라 뒤로 자빠졌다.

강철남이 주머니에 손을 푹 찌르고 녀석을 내려다본다.

땅에 찧은 엉덩이가 깨질 듯 아팠지만 아파할 새도 없이 헐레벌떡 일어난다.

“내 뒤에 있던 녀석이 어떻게…….”

황급히 뒤로 돌아 달아나지만,

“웬 쥐새끼인가 했는데 악어 새끼였네.”

멍구가 뒤를 막고 서 있었다.

“어, 어떻게 나를 따라잡은 거야?”

“어떻게라니. 그렇게 느려터졌으면서 속도에 자부심이 있다는 거냐?”

“으으…….”

[신속]

스킬을 써서 도망치려는 듀크.

콰악—

“어어어!”

그러나 강철남이 멱살을 꽉 잡고,

쿠웅!

“푸헛!”

그대로 땅에 내다 꽂아 버린다.

힘을 뺐으나 강철남은 강철남.

혀를 쭉 빼고 기절해 버리는 듀크.

“철남이. 애한테 너무 심한 거 아냐?”

“애니까 더욱! 남의 걸 훔치면 X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 줘야지.”

게거품을 물고 쓰러진 듀크의 품에서 돈주머니를 찾는 강철남.

혹시나 죽은 건 아닌지 맥을 짚어 본다.

* * *

듀크는 꿈을 꿨다.

빵이 가득 든 커다란 가방을 메고 기분 좋게 달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커다란 골렘이 나타나 자기를 덮치려 한다.

“아, 안 돼! 사, 살려 줘!”

벌떡 일어나 소리를 꽥 지르는 듀크.

“아이, 씨! 간 떨어질 뻔했네.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깜짝 놀란 멍구가 목에 도마뱀 구이가 걸려 켁켁 댄다.

“깼냐?”

“어라? 여긴?”

“안내소 옆 으슥한 골목이지. 네가 우리 돈주머니를 빼앗아 달아나던 길.”

“앗!”

듀크는 그제야 기억이 돌아왔다.

분명 최대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는데.

웬 정체불명의 이방인들에게 순식간에 잡혀 버렸다.

“당신들 정체가 뭐예요? 이때까지 한 번도 잡혀 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짓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닌 모양이군.”

“어쩔 수 없잖아요. 카르텔에서 쥐뿔도 없는 몬스터가 먹고 사는 방법이라곤 이것밖에 없는데.”

“원래 쥐한테 뿔은 없지. 허허허.”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멍구의 개드립.

강철남이 눈을 흘기자 멍구가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한다.

“아야야.”

“아프냐?”

“당연하죠. 어린애를 땅에 내다 꽂는 어른이 어딨어요?”

“범죄자는 범죄자. 어릴수록 더 엄하게 대해야 한다.”

“버, 범죄자라뇨.”

“절도 행위를 한 자를 두고 범죄자라고 하지.”

“크으…….”

이를 꽉 무는 듀크.

할 말이 없었다.

“잘못했어요.”

“반성하느냐.”

“네, 반성해요.”

강철남은 쪼그려 앉아 녀석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거짓말을 한다면 꿰뚫어 볼 수 있다.

“왜, 왜 그러세요?”

거짓은 없어 보인다.

“그래. 알겠다.”

“네. 감사합니다.”

“돈이 필요 하느냐?”

“네? 아, 네! 물론이죠.”

“그렇다면 일거리를 주마. 하겠느냐?”

“하겠습니다! 무엇이든지요!”

듀크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두툼한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한껏 기대하는 눈빛을 쏘아 보낸다.

“이 도시를 안내해다오. 눈치챘다시피 우리는 이방인이라 모르는 게 많아.”

“맡겨만 주세요! 저만큼 카르텔을 구석구석 꿰고 있는 몬스터는 없을 거예요!”

가이드라니, 골목을 누비던 좀도둑 듀크에겐 천직과도 같은 일이었다.

“좋아. 먼저 500골드를 주지. 안내를 잘해 주면 일을 마칠 때 또 500골드를 주겠다.”

“감사합니다!”

1,000골드면 도마뱀 구이 두 개 가격.

듀크에겐 큰돈인 것이다.

“그런데 두 분은 카르텔엔 무슨 일로 오셨나요?”

“꼭 만나야 할 놈이 있어서.”

구들장을 뺏어 간 놈.

마왕 카르텔을 족치기 위해서.

“히힛. 그럼 제가 이 도시 카르텔에 관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려 드릴게요. 따라오세요!”

듀크는 활기차게 가이드를 시작했다.

상업 도시 카르텔의 상가는 청수 폭포 시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저 과일 가게는 가이아에서 직접 공수한 과일을 팔아요.”

“가이아?”

“상업으로 유명한 카르텔처럼 농업으로 알아주는 도시의 이름이에요.”

“그곳도 마왕이 다스리나?”

“쉬잇! 네, 맞아요. 세 번째 마왕 가이아가 다스려요.”

듀크는 소리를 낮추어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런데 네 번째, 세 번째 순서는 왜 붙은 거야?”

“그건 태초의 마황제로부터 임용된 순서예요.”

마황제.

그러고 보니 기억났다.

호랑이 수인 호세라는 녀석이 마왕들은 마황제가 되기 위해 패권 다툼을 벌인다고 했는데.

“태초의 마황제? 그 녀석은 지금 어디 있는데?”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은 그 자리가 공석이라 마왕들끼리 싸우는 중이라는 얘기만 들려오고 있어요.”

“그런데도 여긴 평화롭군.”

“그래도 명색이 마왕님이 살고 계시는 도시니까요.”

강철남과 멍구는 걷다가 문득 공기의 질감이 달라진 걸 느낀다.

“음, 여긴.”

풍경이 달라졌다.

나무판자로 이루어진 건물들이 싹 사라지고 돌로 지은 건물들이 즐비했다.

“저 너머서부터는 2지구예요. 3지구에 비해 부유한 자들이 사는 곳이지요.”

듀크는 둘을 구석진 곳으로 이끌었다.

“왜 이런 샛길로 가는 거지?”

“쉿! 2지구와 1지구는 허가증이 없으면 함부로 들어갈 수 없어요. 그래서 이렇게 몰래 들어가는 거라구요.”

경비병이 다니지 않는 구석진 담벼락을 용케 알고 있는 듀크.

담벼락에 매달려 건너편을 살펴보고 안전을 파악한 뒤 넘어간다.

“빨리 넘어와요.”

“이미 네 뒤에 있다.”

“흐익! 어느새!”

멍구는 하품을 쩍 하고 있었다.

신출귀몰한 둘의 실력.

대체 이들의 정체는 뭐지?

2지구는 확실히 느낌부터가 달랐다.

거리에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겼고 시민들의 옷은 고급 원단으로 지은 명품 옷이었다.

“2지구는 참 멋있죠? 3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돈을 열심히 벌어서 2지구로 올라오려고 엄청 노력해요.”

“이왕 노릴 거면 1지구를 노리지 왜 2지구야?”

“에이, 1지구를 노리려면 다시 태어나야 해요. 차라리 멍구가 늑대가 되는 게 빠를걸요?”

“네가 덜 맞았구나.”

강철남은 2지구의 건축 양식이 흥미로웠다.

석조 건물의 양식은 마치 로마의 풍경을 연상케 했다.

몬스터들의 소양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빼어난 미적 디자인 감각.

자본을 기준으로 가른 계급 사회.

완전히 인간 사회와 다를 게 없다.

예술적 안목은 존경하지만 이런 계급 사회와 경쟁 사회는 이제 그만 넌더리가 난다.

“자, 다음은 드디어 1지구예요.”

“오호, 철남이. 나 두근두근 대!”

멍구는 완전히 관광을 온 기분이다.

“1지구로 들어가는 길은 조금 어려워요.”

미리 경고하면서 듀크는 구석길로 접어든다.

무성한 넝쿨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 숨겨져 있다시피 한 담벼락을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

“여기만 넘으면 돼요.”

듀크는 영차, 기합을 넣고 담벼락을 넘는다.

“됐다. 이제 넘어오시면 돼요.”

“네 뒤에 있다.”

“뭐에요, 역시 빠르시…….”

듀크는 말문이 막혔다.

뒤를 돌아보니 서 있는 건,

“듀크, 무슨 일이냐?”

강철남과 멍구가 담벼락을 넘어온다.

그랬더니 웬 갑옷을 입은 덩치 한 마리가 듀크를 내려다보고 있다.

못생긴 돼지라고 해야 할까, 고블린과 오우거를 섞어 놓은 듯한 외양이다.

“멍구. 쟤 뭐냐?”

“잠만 한번 볼게.”

[오크

레벨: 50

힘: A

맷집: BB

속도: BB]

“오크라는데?”

녀석은 끔찍한 표정으로 듀크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다.

겁에 질린 듀크는 어떠한 말도 행동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이봐, 바쁘니 비켜 주겠나?”

“너는 뭐냐? 처음 보는 종족이군.”

오크가 허리에 찬 칼을 만지작댄다.

잘 손질된 갑옷에 번듯한 칼.

경비병인 모양이다.

“철남 씨. 경비병이에요. 게다가 오크라구요. 상대가 안 될 거예요. 이대로 순순히 경비대로 동행하는 편이 나을 거예요.”

“흥. 꼬맹이 악어 새끼가 현명하군. 들었지? 따라가자.”

오크는 강철남에게 손을 뻗는다.

그러나 손을 탁 쳐 내는 강철남.

“잘못한 게 없는데.”

“담벼락을 통해 넘어왔지? 허가증이 없으니 그랬겠지.”

“허가증? 못 올 데를 왔나? 구경 좀 하겠다는 게 무슨 죄지?”

“흥. 이래서 이방인이란. 카르텔은 그런 도시다. 자금으로 신분이 매겨지는 사회. 가난한 자는 부유한 자와 길바닥조차 공유할 수 없는 도시가 바로 카르텔이다.”

대화는 여기까지라는 듯 오크가 강철남의 팔을 제압하려 한다.

그때,

척!

강철남이 오크의 모가지를 콱, 잡고는,

콰앙!!

“푸커억!”

초크 슬램으로 바닥에 내리꽂는다.

“처, 철남 씨?!”

“오늘부터 센 놈이 곧 법이다.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기절한 오크를 내버려 두고 강철남은 걸음을 옮겼다.

와중에 멍구는 오크의 주머니에 있는 육포를 슬쩍 뺏어 먹고는 뒤따른다.

멍한 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듀크.

“가자, 듀크.”

“앗, 네, 네!!”

화들짝 놀라 그들을 따라간다.

경비병 오크를 한 방에.

대체 뭐 하는 자들이지?

* * *

1지구는 마치 다른 나라, 아니 다른 세계였다.

건물들은 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꼭대기에는 루비, 사파이어 등 휘황찬란한 보석들이 박혀 있었다.

중앙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옷을 입은 여신상이 분수에서 물을 쏟아 내고 있었는데 그 물은 수로를 따라 1지구 전체를 둘러싸며 흘렀다.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가 있다면 이런 이미지였을 것 같다.

“제 말이 맞죠? 1지구는 달라도 너무 다른 곳이죠?”

“정말 그렇군. 엉망진창이야.”

“네? 이렇게 멋진데요?”

“태양 빛이 반사돼서 눈이 아프잖아. 게다가 건물이 전부 금이면 통풍이 제대로 되겠어? 어떻게 된 게 나무가 한 그루도 없어. 음이온이 부족하잖아.”

자연인 강철남.

풀 한 포기 없다면 마계 입구 암석 지대와 다를 바 없다.

황금은 개나 줘라.

“철남이, 저 벽지 한 움큼만 찢어 가도 국화주가 몇 병이여.”

“안 돼요. 1지구는 마왕성이 있는 곳이라 치안이 다른 지구랑 비교도 안 될 만큼 엄하다구요.”

그때 강철남과 멍구의 머릿속을 스치는 한 단어.

마왕성.

“그 마왕성은 어딨지?”

“마왕성이 보고 싶으신 거예요? 따라오세요.”

듀크는 능숙하게 비밀 샛길을 지나갔다.

군말 없이 따라가니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긴 했지만 마왕성이 보였다.

“더 이상 접근하는 건 위험해요. 이 벽 뒤에 숨어서 지켜보는 게 최선이죠.”

하지만 강철남은 여기에 관광 따위나 하러 온 게 아니다.

마왕을 조지러 온 것이다.

“멍구, 가자.”

“드가자.”

“앗, 철남 씨! 멍구야!”

둘이 마왕성으로 향하려는 찰나,

마왕성에서 누군가 나온다.

“어? 저 양반은.”

강철남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익숙한 악어 수인의 모습.

생각났다.

그는 바로 카르텔의 초대를 전하러 온 전령.

술 마시고 직장인의 고된 삶을 하소연했었지.

그리고 그 옆에는 뚱뚱한 하마가 동행하고 있다.

악어를 울렸던 그 진상 상사인 모양이군.

아니나 다를까 분위기가 심각하다.

빠악!

“아야!”

“야 이 새끼야! 너 때문에 맨날 내가 욕 처먹는 거 아니야. 대체 언제 밥값 할래? 응? 이 얼빵한 새끼!”

악어의 머리를 빡, 때리는 하마.

“이곳 직장 생활도 썩어 빠졌군.”

강철남은 그렇게 생각하며 무시하고 마왕성에 들어가려는데,

“아빠…….”

듀크가 이를 콰득 악물고 중얼거린다.

꼬마 악어와 어른 악어.

그런가.

그런 거였어.

“어이, 듀크.”

“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네? 갑자기 무슨…….”

“이 빚은 평생에 걸쳐 갚아라. 앞으로 남의 물건에 손대지 않겠다는 청렴한 삶의 자세로.”

영문을 파악 못 한 듀크.

기다려라.

곧 결말을 보게 될 테니.

강철남은 하마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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