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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28화 (28/175)

28화 우리 집 유리창 깬 새끼 누구야?

퍼억—

이내, 새로 돋은 오른팔이 헌터 한 명의 뱃가죽을 뚫어 버린다.

“인간들은 나를 이기지 못해. 하하하하하.”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내며 인파이트로 헌터들을 학살하는 캥거루.

일반 헌터들은 도저히 상대가 안 되었다.

“도망치지 마 새꺄!”

김성남이 날아 들어와 캥거루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아까보다 가뿐히 공격을 쳐 내는 캥거루.

“너는 공격이 단조로워.”

그의 복부에 어퍼를 꽂는다.

김성남은 의식이 끊겨 버릴 것 같지만 근성으로 버텨 냈다.

그는 힘이 풀린 손목에 다시금 힘을 넣고 꽉 쥔 검을 휘두른다.

[검압]

검에 무시무시한 압력이 응축되면서 내려친 주변에 커다란 압력이 가해진다.

캥거루는 검을 막았지만 검압의 위력에 팔이 저린 듯 보였다.

그 순간,

“카악!”

황기민이 풀스윙으로 편곤을 휘둘렀다.

캥거루의 허리에 편곤 추가 깊게 파고든다.

비틀거리는 캥거루.

뒤이어 황지영이 발목 뒤쪽을 난도질하여 아킬레스건을 끊어 놓았다.

“지금이에요, 움직임을 묶었어요!”

팀장들의 연계 공격에 캥거루의 발이 묶였다.

기회는 지금.

다시 한번 뛰어올라 발도를 준비하는 백진섭.

그러나,

“두 번은 없다! 키에에에!!”

악에 받친 비명을 지르는 캥거루.

녀석의 주먹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다.

“큭! 뭐지?”

높게 쳐든 주먹을 그대로 땅에 세차게 내리꽂는다.

[광역 지진]

쿠아아앙!!

산이 크게 울린다.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일어나고 지반이 약한 곳의 나무들이 쓰러져 갔다.

무너지는 토사에 휩쓸리는 몬스터들의 비명이 들렸다.

헌터들은 균형을 잃고 산에서 굴러떨어지고 낙석에 부딪혀 굴러떨어진다.

“젠장!”

결국 백진섭은 발도에 실패하고 말았다.

“으드득. 으드득.”

그사이 캥거루는 고블린과 헌터들의 사체를 씹어 먹더니 근육과 혈관이 움씰거리며 더 강해졌다.

“으흐흐…….”

녀석은 더 이상 처음 보았을 때의 그 캥거루가 아니었다.

눈에는 광기가 가득하여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박준범 녀석처럼 맛탱이가 간 것처럼 보이는데.”

“혹시 인간을 먹으면 자아를 상실하기라도 하는 건가.”

“아니면 상성이 나쁜 몬스터를 먹으면 뇌가 기형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

가설은 많았다.

하지만 분석할 여유 따위가 없다.

지금 마주하는 녀석은 사고 능력을 잃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공포감을 주고 있으니까.

“감별사!”

“네, 넵”

바닥에 엎어져 나무를 꼭 붙잡고 있는 최형권이 ‘눈’을 개방했다.

[고블린 캥거루

레벨: 66

힘: S

맷집: AA

속도: S]

“미치겠군.”

헌터들의 등줄기에서 두려움으로 인한 식은땀이 흘렀다.

적은 더 강해졌다.

게다가 광기에 물들었다.

하물며 우리 측 병력은 줄었다.

최악의 상황이다.

“케에엥!”

“온다! 모두 단단히 각오해!”

[탄성(극)]

뭔가가 홍태진의 옆을 스쳤다.

안 보였다.

총알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세 명의 헌터가 사지가 찢어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순발력을 극강으로 끌어올린 스킬.

너무 강해서 허탈해질 지경이다.

스피드를 따라잡을 타이밍도 모르겠고 대처할 방안도 없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와요!”

캥거루가 준비 자세를 취하기 전,

한지영은 달려가 선수를 칠 셈이었다.

“위험해!”

그러나 한발 빠른 캥거루.

꼬리를 세우고 찌르기로 받아치려 한다.

이대로라면 한지영은 갈가리 찢어질 것이다.

“앗!”

모두가 늦었다고 생각한 그때,

“이 새끼!”

쿠아아앙!!

강철남이다.

그가 저 멀리서 날아와 주먹으로 캥거루의 머리통을 날려 버린다.

두개골과 뇌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녀석은 즉사했다.

모습이 점이 되어 안 보일 만큼 멀리 날아가 버린 캥거루.

순식간에 전투가 종료되었다.

“하…….”

긴장이 풀려 쓰러지려는 한지영.

마침 곁에 서 있던 강철남이 그녀를 등을 받아 줬다.

위를 올려다보니 젊고 아주 잘생긴 청년이 자기를 안고 있다.

얼굴이 화끈해진다.

“고, 고마워요.”

“어.”

이대로 있을까 싶은 한지영이었지만 그녀를 번쩍 일으켜 세우는 강철남.

“강철남 씨!”

백진섭이 반가움에 강철남을 향해 달려가는데 그보다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쏜살같이 곁을 지나간다.

“강철남, 각오해라!”

[검압]

김성남은 압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강철남을 내려쳤다.

티잉, 하는 맥없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 두 개로 검을 잡는 강철남.

“너는 안 지겹나?”

“죽을 때까지 쫓아다닐 거다!”

이를 꽉 물고 힘을 줘 보지만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

“그만해, 김 팀장.”

홍태진이 말린다.

김이 샜다는 듯 검을 거두는 김성남.

“강철남 씨. 먼저 구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구해 줘? 뭘 말이오?”

“저흴 구하기 위해 그 캥거루를 날려 버리신 거 아닙니까?”

“아닌데?”

“그럼 왜…….”

강철남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 * *

“철남이 잘 좀 끼워 봐!”

“그럼 네가 해!”

“난 개잖아.”

“진짜 도움이 안 돼요.”

몬스터 시장에서 사 온 유리창을 창틀에 끼우려는 강철남.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규격이 틀릴 리는 없다.

제법 값을 치르긴 했지만 보수에 맞게 유리 세공사가 좋은 재질로 정확한 길이를 맞춰 손수 제작한 상급 물건이니까.

“철남이, 배고파.”

“좀 기다려 봐.”

“멀었어?”

“아오, 진짜!”

울컥하는 마음에 힘을 팍, 줘 버린다.

그러자,

딸깍—

“어? 됐다!”

“됐어?! 이얏호. 이제 밥 먹자!”

유리창이 속 시원하게 딱 맞아 들어갔다.

이걸로 겨울나기는 문제없겠어.

그렇게 고민 하나 해결.

이라 생각했는데.

쿠아아앙!!

땅이 울리면서 지진이 일어났다.

주변의 나무들이 덜덜대며 픽픽 쓰러졌고,

집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쨍그랑!!

유리가 깨졌다.

몇 시간의 개고생이 물거품이 되었다.

“철남이. 우리 칩 얼마 썼지?”

“3,000칩.”

3,000칩이면 국화주가 세 병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값이다.

“밥은 이따가 먹자.”

“개 조지고 와.”

* * *

그렇게 된 것이었다.

캥거루 녀석은 강철남에게 용서할 수 없는 철천지원수.

그런 개인적인 이유였다.

“그나저나 먼저 고맙다고 하셨소만, 또 할 말이 있나 보오?”

“네, 그렇습니다.”

“서서 얘기하기도 뭣하니 집으로 오쇼.”

“감사합니다. 그 전에…….”

홍태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전사한 헌터들의 시신을 보며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홍태진과 백진섭만 먼저 강철남의 집으로 향했다.

나머지 헌터들은 시신을 수습했다.

“모두 고생하셨어요. 푹 쉬세요.”

한지영은 눈물을 흘리며 눈을 채 감지 못한 망자들의 눈을 감겨 주었다.

투닥투닥 대던 김성남과 황기민도 이 순간만큼은 경건하게 시신들을 옮겼다.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저 망할 하늘의 구멍이 닫히기를.

* * *

강철남은 홍태진과 백진섭에게 도라지 차를 대접했다.

몬스터의 기운이 닿지 않는 땅에서 채취한 안전한 먹거리였다.

백진섭은 멍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좋군요.”

“산에서 맛볼 수 있는 진미지.”

홍태진도 찻잔을 입에 가져다 대려는데, 그러다 이내 다시 내려놓는다.

“강철남 씨.”

“본론부터 말씀하쇼.”

“저희 헌터 연합과 함께하시지 않겠습니까?”

“집도 이제 막 다 지었소. 겨울 동안 불 때면서 고기나 구워 먹으면서 살려고 하는데 무슨 속세에서 일이나 하라고 그러슈.”

“저희 인류에겐 강철남 씨가 필요합니다.”

“나에겐 인류가 필요 없소.”

“이기적이십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내 삶을 희생하라는 요구 역시 이기적이지.”

홍태진은 생각했다.

강철남을 회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 그 수밖에 없어.’

“강철남 씨, 하나만 빌리겠습니다.”

갑자기 밭으로 향하는 홍태진.

그러고는 당근을 하나 쑥 뽑아 든다.

“괜찮겠소?”

홍태진이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이 갔다.

하나 그에게 번복 의사는 없어 보인다.

“잠깐만요, 홍 팀장님! 뭘 하시려고요!”

“괴물을 잡으려면 나도 괴물이 되어야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지금 우리 실력이라면 인류가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럴 수가.”

손에 쥔 이상하리만치 큰 당근.

보면 안다.

원래 지구의 것이 아니다.

몬스터의 기운이 서려 있다.

이런 걸 매일 먹는 강철남.

그것이 정녕 강함의 비결이라면 시도해 볼 수밖에 없다.

콰득—

홍태진은 굳게 결심하고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으드득 씹히는 당근에서 단물이 나온다.

맛은 평범한 당근보다 훨씬 맛있다.

다만 딱딱하다.

씹어 삼키기가 힘들다.

턱이 아파 왔지만 꿋꿋이 씹어 넘긴다.

꿀꺽—

“정말 삼켰어.”

백진섭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의 몸이 부풀어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어, 어떠십니까?”

“아직은 모르겠어. 이대로 힘을 얻기만 한다면… 우욱!”

갑자기 무릎을 털썩 꿇는 홍태진.

복통이 밀려왔다.

전신에 오한과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홍 팀장님!”

“물러서.”

강철남은 홍태진의 복부에 손바닥을 올렸다.

가벼운 기합을 주자 삼켰던 당근을 게워 냈다.

그러나 완전히 회복된 게 아니다.

몸속에서 몬스터의 기운이 활개를 치고 있다.

시간이 지체된다면 홍태진은 죽는다.

“앗, 무슨 일이에요?!”

시신 수습을 마친 한지영과 다른 헌터들이 쓰러진 홍태진을 발견하고 달려온다.

“몬스터의 기운이 담긴 당근을 드셨어.”

“대체 어쩌자고 그런 무모한 짓을.”

안쓰러워하면서도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강해지고 싶은 마음.

쓰러진 동료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은 마음.

파견팀의 총팀장이라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 책임감이 컸을 것이다.

“몬스터 시장에 다녀오지, 약이 있을지도 몰라.”

“네? 그런 곳이 있나요? 저도 같이 가요.”

한지영이 강철남의 소매를 붙잡았다.

“발목만 잡을 뿐이야.”

“그거 알아요? 제가 여기서 발이 제일 빠르다는 거.”

한지영이 무리를 해서라도 강철남을 따라가려는 이유가 있었다.

홍태진은 그녀에게 강철남의 감시자 역할을 지시해 두었다.

그가 무엇을 하는지, 어디를 주로 가는지, 북한산 중턱 위는 어떤 지형인지.

헌터 연합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말이다.

“안 기다려 줄 거다.”

“각오했어요.”

“멍구. 잠시 집 좀 보고 있어.”

“올 때 매화주.”

강철남은 땅을 박찼다.

먼지가 일며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신속]

[가속]

한지영은 속도 증폭 스킬을 총동원했다.

일순간 폭발적인 힘으로 속도를 내는 신속과 서서히 속도가 증가하는 가속을 섞어 섰다.

평범한 헌터라면 인대 근육이 파열되었겠지만 근육이 놀랄 정도로 부드러운 한지영은 이 텐션을 유지한 채로 강철남을 뒤쫓았다.

강철남이 집을 비우자 집 주변에 불온한 기운이 감돌았다.

눈치만 보며 호시탐탐 인간들을 노리던 몬스터들이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

“안 그래도 캥거루 새끼 모가지 못 딴 게 기분이 영 별로였거든. 잘됐네. 다 썰어 주지!”

김성남이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그 순간 풀숲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그들을 덮쳤다.

김성남을 향해 날아오는 몬스터는 거대한 까마귀.

커다란 부리를 뾰족하게 세워 화살처럼 날아온다.

[찌르기]

부리와 정면으로 맞붙은 김성남의 검.

그대로 까마귀를 찢어 버린다.

“오올, 김성남이. 이제야 사람 노릇 하는구먼.”

“시끄러워, 똥개 주제에.”

이에 질 새라 황기민은 미친 듯이 편곤을 휘두른다.

그렇게 의욕만 앞세우다가,

와장창!

편곤 추가 멋대로 춤을 추더니 강철남네 장독을 하나 깨 먹고 만다.

“아잇, X팔 진짜!”

빡친 멍구가 달려와 황기민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푸컥!”

뒤통수를 얻어맞고 기절하고 마는 황기민.

“남의 집 살림 다 때려 부수고 있어.”

“이봐, 멍구! 전력을 줄이면 어떡해!”

백진섭이 황기민의 상태를 살핀다.

잠시 기절했을 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너네들한테 뭘 맡기냐. 다 짜져 있어. 내가 조질 테니.”

배가 고파진 멍구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몬스터들을 직접 두드려 패 줄 생각이다.

“다 뒤졌다 니들은.”

멍구가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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