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26화 (26/175)

26화 구라치다 걸리면 꼬리 날아가는 거 안 배웠냐?

리저드맨이 꺼낸 것은 윷놀이 게임이었다.

“명절 민속 놀이냐?”

“하하하. 하지만 내 실력은 놀이 수준이 아니라고.”

리저드맨은 윷놀이 판을 깔고 윷가락을 꺼냈다.

각자 주어진 말은 네 개.

네 개의 말이 모두 골인 지점으로 먼저 들어오는 사람이 승리하는 것이다.

“윷놀이는 운발 아니야? 이것도 잘하는 법이 있어?”

멍구가 리저드맨의 허세를 비꼬듯이 말했다.

“흐흐, 당연히 있지. 잘 봐라.”

리저드맨이 윷가락을 만지작대더니 하늘 높이 던졌다.

그러자 땅에 떨어진 윷가락 네 개는 정확히 세로로 꼿꼿이 서 있었다.

“뭐야, 저 도마뱀? 밥 먹고 윷가락만 던졌나?”

“하하하. 빨리 게임 시작하자고.”

“철남이, 괜찮겠어?”

“해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야. 나는 물러서지 않아.”

리저드맨의 윷가락 던지는 솜씨를 보고 걱정하는 멍구와 달리 강철남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자, 너 먼저 던져라.”

리저드맨은 선심 쓰듯 강철남에게 선수를 양보했지만, 윷놀이에서 먼저 시작하는 건 불리하다는 걸 알고 부린 수작이었다.

“개야, 철남이. 개가 나왔어.”

“이런 개 같은.”

“아니, 왜? 개는 좋은 거잖아?”

룰을 전혀 모르는 멍구는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강철남은 아쉬워하며 말을 고작 두 칸 앞으로 옮겼다.

“다음은 내 차례인가.”

리저드맨이 씨익 웃으며 윷가락을 던졌고 하늘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떨어진 결과는,

“이런 개X…….”

개가 나왔다.

“철남이, 개가 나왔네. 이러면 동점이야?”

“동점은 개뿔. 먹혔어.”

“뭐?”

리저드맨은 통쾌한 웃음을 지으며 강철남의 말을 휙 쳐 냈다.

“어, 뭐야? 이런 룰이었어?”

“이제 알았느냐? 말을 먹었으니 내가 한 번 더 던지겠다.”

리저드맨은 다시 한번 윷가락을 던졌고 이번에는 걸이 나왔다.

사선으로 가로질러 최단 거리로 골인 지점까지 갈 수 있는 개꿀 자리에 주차했다.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녀석이 노리는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었다.

“철남이, 모가 나오면 잡아먹는 거지?”

“그래. 모가 나와서 저 새끼 빳빳한 모가지를 숙여 주겠어.”

강철남은 마음을 담아 하늘을 향해 윷가락을 던졌다.

그 순간이었다.

“이엣취!!”

리저드맨이 난데없이 재채기를 한 것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윷가락은 고작 도.

“아니, 이 야비한 새끼가 어디서 수작질이야?”

분노한 멍구가 앞발을 쳐들고 달려들었다.

“워워. 진정해. 이건 생리 현상이라고.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다시 던지겠다.”

“아니, 그건 좀 그렇고. 낙장불입. 몰라?”

코를 훌쩍이며 리저드맨은 뻔뻔하게 나왔다.

“철남이, 그냥 게임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실력 행사하자.”

멍구가 종교도 없는 주제에 성호를 그으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가만있어 봐. 게임에서 졌다고 흥분하는 것만큼 꼴불견은 없으니까. 상대가 이딴 식으로 나온다면 이쪽도 진짜 꼼수가 뭔지 보여 주도록 하지.”

자기 차례가 되자 리저드맨은 실실 웃으며 윷가락을 던졌다.

이번에는 걸.

모 위치에 있던 말이 윷판의 정중앙으로 안전하게 안착했다.

이제부터 연속으로 모와 걸을 던져 차곡차곡 말을 업을 생각이었다.

“하하하. 자, 어디 한 번 던져 보시지.”

강철남은 윷가락을 잡았다.

그리고,

“에잇!”

빠각—

윷가락이 하늘이 아닌 정면으로 날아가더니 리저드맨의 마빡과 코에 꽂혀 버렸다.

“우왁! 이게 무슨 짓이야?”

리저드맨은 코피를 질질 흘리며 성질을 냈다.

“어, 쏘리, 쏘리. 손이 미끄러져서. 그나저나 모가 나왔네? 한 번 더 던진다?”

“잠깐, 방금 폭력을 행사했다고. 알아? 이건 중대한 규칙 위반이야!”

“거참, 깐깐하게 구네. 아까 네 침이 튀어서 윷가락이 미끄러워서 그랬다 왜?”

“이 자식이…….”

강철남이 윷가락을 한 번 더 던질 준비를 하자 리저드맨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에잇!”

정확한 조준 사격으로 강철남의 손을 떠난 윷가락은 리저드맨의 눈두덩이를 가격했다.

“우이씨! 이건 진짜 고의야. 더 이상 못 참아!”

“아 진짜 예민하네. 그러게 왜 거기 서 있고 그러냐?”

멍구도 오히려 리저드맨의 탓으로 몰아가며 분위기를 조장했다.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리저드맨은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딴 핑계가 통할 것 같으냐?”

리저드맨은 옆에 놓아둔 삼지창을 꼬나쥔다.

진작에 이랬으면 편했잖아.

찌르기로 강철남의 손목을 조지려는 리저드맨.

그러나 눈앞에서 강철남이 사라졌다.

“어디로…….”

싹둑—

강철남이 손날 치기로 리저드맨의 꼬리를 잘라 버린다.

“끼얏!”

“구라 치다 걸리면 꼬랑지 날아가는 거 안 배웠냐?”

꼬리를 잃자 게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리저드맨.

“뭐야, 무슨 소란이야?”

“싸움 났어?”

몬스터들이 웅성대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간과 개, 그리고 쓰러져 있는 몬스터.

누가 봐도 오해받기 좋은 상황이다.

“저 인간이 더러운 수를 썼어.”

“돈을 잃어서 심술이 났나, 어디서 깽판이야!”

“반으로 찢어 주지.”

강철남을 향해 칼을 겨누고 다가오는 몬스터들.

이대로라면 동굴에 피바람이 불겠군.

“잠깐만요.”

나긋한 목소리로 누군가 중재한다.

입구에 서 있던 수리부엉이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는 것 같군요. 먼저 손을 댄 건 리저드맨 쪽입니다. 여기 손님들은 정당 방어를 한 것이지요.”

“이봐 주인장. 아무리 그래도 인간이랑 개야. 어떻게 리저드맨을 쓰러뜨려? 지금 인간 편을 드는 거야?”

“저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습니다. 객관적 사실만을 말할 뿐이죠.”

수리부엉이가 차분하게 말하자 몬스터들의 흥이 가라앉고 만다.

“쳇, 김빠져. 돌아가자.”

“아까 따고 있었는데.”

투덜거리며 걸어가는 몬스터들.

수리부엉이는 계약서를 챙긴 강철남과 멍구를 출구까지 배웅해 주었다.

“강철남 님. 아까는 참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지?”

“저도 있거든요. ‘눈’ 말이지요.”

“그랬군.”

“이런 일을 하려면 이 정도 능력은 있어야겠지요. 강철남 님을 건드리게 놔두었다가는 저희 영업장이 끝장이 났을 겁니다.”

끌끌 웃는 수리부엉이.

이런 현명한 판단력 역시 강함의 일부다.

뒤돌아 가는 그들을 ‘눈’으로 바라보는 수리부엉이.

[강철남

레벨: 164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멍구

레벨: 148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특급 전갈구이에 산 메뚜기 튀김, 흑염소 녹용 백하수오 가시오가피 100년산 산삼찜, 게다가 매화주와 국화주까지 푸짐하게 먹은 둘의 능력치는 비약적으로 상승해 있었다.

수리부엉이는 기대하고 있다.

SSS랭크의 트리플 플러스를 넘기면 어떻게 되려는지.

집으로 돌아온 강철남.

화덕불에 계약서를 넣고 태워 버린다.

“어디 가서 함부로 도장 찍고 그러지 마.”

“반성할게.”

“대신 저 나무 손질해 놔.”

강철남은 무너진 집터 옆에 놓인 나무 골렘을 가리킨다.

“히잉. 귀찮은데.”

날은 9월.

가을이 다가온다.

가을 하면 밤과 홍시지.

강철남은 채집을 위해 길을 떠난다.

* * *

서울 헌터 연합.

새로운 프로젝트의 완성으로 바쁘다.

“부협회장님. 지금 실험실로 가시죠.”

“알았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장혜리와 서필도.

그들이 보안경을 끼고 실험실에 들어서자 과학자들이 인사를 한다.

“시연 준비 다 되었나?”

“네, 준비 완료입니다.”

“그럼 시작해 주게.”

과학자가 마이크를 켜고 강화 유리 너머에 있는 홍태진에게 전한다.

“시작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홍태진이 기다렸다는 듯 창을 꽉 쥐었다.

“흐야압!”

무쇠 골렘의 소재와 탄소를 결합해 만든 충격 테스트기에 깊은 찌르기 일격을 날린다.

터엉!

측정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손에 땀이 흐른다.

긴장하기는 서필도도 마찬가지.

“나왔습니다.”

“얼마인가?”

충격값.

그것은 무기의 성능과 헌터의 힘을 수치로 나타내는 기계다.

헌터의 실력이 강할수록, 그리고 무기의 성능이 좋을수록 수치는 높게 나온다.

무쇠 골렘의 소재로 만든 무쇠 창이 1,700을 기록했다.

홍태진의 레벨과 랭크를 고려하여 계산하여 실험값 목표를 잡았을 때,

박준범의 소재로 만든 이번 새로운 무기가 3,000을 넘겨 주면 실험은 성공이다.

과연 결과는?

“5,300입니다!”

“세상에, 정말인가?!”

“와아!!”

실험실에 환호가 터졌다.

과학자들은 부둥켜안고 방방 뛰었다.

장혜리는 물개 박수를 쳤고 서필도는 주먹을 꽉 쥐며 홍태진에게 흔들어 보인다.

그들의 반응에 홍태진도 안도의 미소를 짓는다.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자 서필도는 실험실로 파견팀장들을 불렀다.

그의 표정은 아직도 흥분에 들떠 있었다.

마치 무쇠 골렘의 소재로 신무기 연성에 성공했을 때처럼.

아니, 그때 이상으로 화색이 돌았다.

“다들, 신무기가 완성되었네. 팀장들에게 하나씩 지급할 것이네.”

과학자들은 각 무기를 세팅했다.

먼저, 홍태진.

박준범의 오른쪽 다리로 만든 창이다.

날카로우면서도 단단해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힘을 지녔다.

무게가 무겁지만 그만큼 파워를 실을 수 있다.

홍태진의 힘이라면 충분히 다룰 수 있는 무기다.

“아까 테스트해 봤지. 이 녀석은 나랑 잘 맞아.”

창을 붕붕 돌리는 홍태진.

벌써 창과 친해진 모양이다.

다음은 김성남.

박준범의 오른팔로 만든 검이다.

칼자루를 잡자마자 섬뜩했다.

이 칼은 ‘마검’과도 같다.

마치 그런 기운이 느껴진 것이다.

“테스트해 보지.”

충격 테스트기 앞에 선 김성남.

타격점을 노려보고 숨을 고른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 이내,

카앙—

강렬한 충격이 파열음을 일으킨다.

측정 결과는,

“7,400?!”

측정하던 과학자가 깜짝 놀란다.

이 정도 수치는 기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무기 덕만은 아니다.

김성남은 더욱 강해진 것이다.

“이거 긴장해야겠는데.”

홍태진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헌터로서 동료의 성장이 기뻤다.

“10,000은 넘을 줄 알았는데.”

“흥, 새끼. 잘난 척은.”

김성남의 혼잣말에 황기민이 틱틱 댄다.

이어져 황기민이 무기를 집어든다.

그의 무기는 편곤.

박준범의 왼쪽 다리로 만들었다.

긴 작대기에 무거운 추가 철퇴처럼 달려 있는 둔기다.

예비 동작 없이 바로 충격 테스트기에 꼬라박는 황기민.

“으라차! 결과는?!”

4,400이다.

“뭐야, 이게!”

적잖이 실망한 황기민.

김성남이 코웃음을 친다.

“황 팀장. 무기의 특성을 활용해. 추의 무게를 이용해서 타격해야지. 갈비뼈도 성하지 않은데 몸으로 밀어붙이니까 대미지가 안 들어가는 거야.”

어정쩡한 자세를 보고 홍태진이 조언해 준다.

피드백을 듣고 황기민이 편곤을 붕붕 돌리며 집중해 본다.

그리고 돌아가는 추에 느낌이 오는 순간,

타앙!

제대로 들어갔다.

측정 결과는 6,100.

“으라쌰!!”

김성남에게는 못 미치지만 이 역시 엄청난 수치.

과학자들이 또다시 웅성거렸다.

다음은 한지영.

가볍고 다루기 간편한 두 자루의 단도다.

박준범의 왼쪽 팔로 만들었다.

쌍칼을 손에 들고 화려한 손목 스냅으로 무기와의 궁합을 체크해 보는 한지영.

“좋아요. 딱 내 거 같아요.”

그러고는 충격 테스트기에 일격을 가한다.

탕!

측정값은 3,700.

단발성 공격이 아니라 다발성 공격이 주된 쌍칼로 대단한 결과가 나왔다.

한지영의 속도로 열 번의 공격을 가하면 37,000의 대미지가 축적될 것이다.

무기란 본디 그것을 다루는 헌터가 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다.

“힘내요, 백 팀장님.”

백진섭의 차례다.

그의 무기는 환도.

허리춤에 찬 채 발도로 뽑아 치는 힘을 이용해 빠른 공격을 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무기는 특이하게도 박준범의 골반뼈를 기반으로 그의 심장을 녹여 만든 것이다.

과학자들은 박준범의 심장에서 측정할 수 없는 에너지를 확인하였다.

이것을 무기에 접목하여 분석력이 좋은 백진섭에게 과제로서 맡긴 것이다.

“무겁군요. 무기뿐만이 아니라. 제게 거는 기대가.”

백진섭은 충격 테스트기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발도로 환도를 뽑아 친다.

캐앵—!

그 결과는,

4,300.

그것이 백진섭의 측정값이었다.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다만 앞서 보여 준 터무니없는 숫자들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사실이었다.

박준범의 심장을 녹여 만든 환도이기에 예상을 뛰어넘은 훨씬 강한 파워를 보여 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단해요, 백 팀장님! 언제 저보다 강해지셨어요?”

한지영이 티 없이 맑은 표정으로 축하해 준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아직 무기의 잠재력을 모조리 끌어내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환도를 바라보는 백진섭.

이 무기의 힘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다면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백진섭뿐만이 아니라 다른 헌터들 역시 마음을 다잡았다.

강해지겠다고.

그래서 어떤 몬스터가 나타나도 이기겠노라고.

“훌륭한 눈빛들이야. 그럼 다음 임무에도 관심이 있겠지?”

서필도는 넌지시 입을 열었다.

팀장들은 촉이 왔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3차 북한산 수복 작전의 때가.

서울 헌터 연합이 북한산 수복 작전을 꾀하고 있을 때 우리의 강철남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스톤 골렘으로 만든 화덕에 불을 지피는 강철남.

몬스터의 기운이 잔뜩 서린 고구마와 밤을 포일에 싸서 집어넣는다.

말랑말랑하게 잘 익은 홍시를 찢어 먹으며 군밤과 군고구마가 익어 가길 기다린다.

“가을 하면 홍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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