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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25화 (25/175)

25화 몬스터들과 즐겜을

* * *

게임장은 생각보다 구색을 제법 갖추고 있었다.

횃불로 밝혀 놓은 조명.

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

원목 테이블에 소가죽으로 만든 테이블보.

마실 걸 서빙하는 웨이터도 있었다.

“철남이, 이거 영화에서 봤어. 손모가지 날아가는 곳이지?”

“날아갈 바엔 날려 주지.”

자신감 있게 들어서는 강철남과 멍구.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그들에게 이목이 집중된다.

게임을 하던 몬스터들은 각자 패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이쪽을 흘긴다.

“눈빛 한번 험악하네. 우리가 못 올 곳 왔냐?”

“눈들 깔고 게임들 계속하쇼.”

뭘 어찌해야 하나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카운터에서 오라는 듯 손짓한다.

버스 정류장에 담배나 로또를 파는 부스처럼 생긴 음습한 카운터다.

철창 사이로 고블린이 스윽 얼굴을 드러낸다.

“가진 건 있수?”

“음. 가진 거라.”

강철남은 주머니를 털어 본다.

“이런 게 있소만.”

나온 건 고작 인삼 몇 뿌리.

이걸로 될까 싶었지만 고블린은 별말 없이 인삼을 거둬 간다.

“우리 정말 그지새끼구나 철남이.”

“쌉쳐.”

느릿느릿 셈을 하던 고블린이 선반 위에 칩을 두 개 얹어 준다.

“이게 다야?”

“이보슈, 고블린 양반. 이거 혹시 내가 개라고 구라 치는 거 아니요?”

멍구가 발끈해 보지만 고블린은 이미 만사 귀찮은 듯 대꾸도 안 하고 드러누워 있다.

말이 안 통하는 상대랑 말싸움해 봤자다.

진만 빠진다.

“가자.”

“고작 그 칩으로 뭘 어쩌게?”

“다 방법이 있지.”

강철남은 게임장을 둘러봤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때 강철남의 눈길을 끈 게임이 있었으니,

“나도 껴도 되겠소?”

게임을 하던 몬스터들이 강철남을 째려본다.

그러고는,

“으흐흐. 인간이 우리랑?”

“야들야들한 게 맛있게 생겼구만.”

“알고 있니? 우린 악수하는 게 아니란다.”

살벌한 반응을 보인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게임은 팔씨름.

팔뚝이 웬만한 성인 남자 허리둘레만 한 고릴라가 앉아서 코웃음을 친다.

“여기 칩 두 개 다 걸겠소.”

“우하하하하!! 이봐 애송이. 여기 판돈 안 보여? 100개부터 걸라구.”

“가진 게 이게 다요.”

“그렇다면 다른 걸 걸어야지.”

고릴라는 히죽히죽 웃으며 강철남을 향해 입맛을 다신다.

“그럼 저 개를 걸지.”

“뭣?!”

“말도 하고 냄새도 잘 맡지. 무엇보다 잘 먹여서 살이 통통 올랐소.”

“흐음. 확실히 오동통하니 제법 든든하겠어.”

“이것들이 무슨 소리야!”

멍구가 이빨을 드러내려 하자 강철남이 제지한다.

“이기면 되잖아.”

“지면?”

“이겨.”

“그러니까 지면?”

“그때부턴 깽판 타임인 거지.”

“어휴, 이 대책 없는 인간.”

강철남은 판돈 테이블에 칩 두 개와 멍구를 올려놓고 경기 의자에 앉는다.

몬스터들이 입맛을 다시며 멍구를 노려본다.

멍구는 테이블 위에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준비.”

심판인 미어캣이 맞잡은 선수들의 손을 잡는다.

그런데 이놈이 시작은 안 하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어느덧 구경꾼들이 제법 많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고릴라가 인간을 가지고 놀아 주길 바라고 왔다.

“준비하시고.”

또 고개를 들어 요리조리 두리번거리는 미어캣.

슬슬 짜증이 올라오는 강철남.

“이봐, 언제 시작할…….”

“시작!!”

“내가 이겼다, 으하하!!”

미어캣은 맞잡은 손을 고릴라가 이기는 방향으로 힘껏 밀며 시작 구호를 외친다.

명백한 짜고 치는 고스톱.

겁도 없이 몬스터 게임장에 발을 들이민 인간을 혼쭐낼 속셈이었다.

그런데,

어라?

왜 손이 그대로지?

“이봐, 잠망경 대가리. 쪼잔하게 손장난 치지 말고 그냥 너도 거들어. 2:1로 상대해 줄 테니까.”

고릴라가 아무리 힘을 줘도 인간의 손이 꿈쩍도 안 한다.

순간 게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명색이 북한산 팔씨름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야! 장난하지 말고 빨리 끝내.”

“인간 한 마리 상대로 쪽팔리게 뭐하냐.”

주변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인간, 도저히 안 넘어간다.

“우오오오!!”

갑자기 주머니에서 무슨 약 같은 걸 꺼내는 고릴라.

벌컥벌컥—

정체불명의 액체를 들이마시는 순간 고릴라의 근육이 쿵, 펌핑하더니 커지기 시작한다.

이건 누가 봐도 도핑 아니냐?

멍구는 기가 찼다.

“이봐 심판, 저거 뭐야?”

“마계에서 가져온 근육 강화 약이지. 참고로 칩 2,000개짜리란다.”

“아니, 설명은 집어치우고 반칙이잖아. 제지 안 해?”

“우리 게임장에서는 이기면 장땡이거든.”

“심판 뭐 하러 두냐.”

고릴라는 거칠게 숨을 씩씩 내쉬며 전신에 힘을 준다.

“간다, 간다. 간다! 간드아아아아!!”

빠직—

웬 빠직?

고릴라가 있는 힘껏 팔을 휘어 꺾는 순간,

마치 마른 지푸라기가 뚜둑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아악!!”

의자와 함께 뒤로 쓰러져 버리는 고릴라.

고통에 몸부림치며 뒹군다.

팔꿈치가 완전히 꺾여 버린 것이다.

“뭐, 뭐야!”

“아, 아, 아하핫. 녀석 준비 운동도 안 하고 무리하니 저 모양이지.”

“아하! 그렇군. 혼자 자멸한 거였어.”

“그렇지? 으하하.”

팔이 부러진 게 한낱 인간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 몬스터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어캣 심판은,

“무효!”

라는 판정을 내린다.

“이번 생도 무효 처리 되어 볼래?”

강철남이 조용히 속삭인다.

“인, 인간 승…….”

마지못해 판정을 번복하는 미어캣.

강철남은 테이블 위의 판돈을 모조리 쓸어 담는다.

총 2,700칩이다.

이걸로 리저드맨을 찾아 화투 승부를 벌이면 집을 되찾을 수 있다.

“오, 철남이. 이걸로 뭐 사 먹자.”

“집을 찾아야지.”

“저기 뭘 파는데.”

멍구가 앞발로 가리키는 곳에는 주전부리를 팔고 있었다.

“거기, 인간과 개! 칩 좀 벌었구만. 맛있는 거 먹고 가라.”

요리사 복장을 입은 살쾡이가 호객 행위를 한다.

뭘 파는지 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음식을 주문하고 있는 강철남.

“전갈 구이랑 북한산 매화주. 안 먹어 볼 수가 없잖아.”

전갈은 먹어 본 적이 없다.

곤충은 진입 장벽이 있어서 그렇지 한 번 맛보면 그 고소함에 또 찾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무엇보다 넘쳐 나는 단백질이 영양식으로도 그만이다.

그리고 매화주.

산중 생활에서 허전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술이었다.

빚을 갚을 때까지 끊었던 술.

빚을 모두 청산한 그 날에야 입에 댔던 술.

산에 들어오고 건강상의 문제로 멀리했다만 젊어진 지금은 마셔도 좋지 않을까.

“음식 나왔다. 맛있게 먹어라.”

칩만 받으면 모두 동등한 손님으로 인정해 주는 살쾡이.

정성스레 구운 전갈을 두 접시에 나누어 대접해 준다.

그리고 이번 식사의 주인공, 매화주가 나왔다.

우선 바삭한 전갈구이.

바삭한 껍질을 씹으니 속살이 부드럽게 빠져나온다.

간을 조금 했는지 후추 향도 난다.

닭 다리 살을 발라 먹는 듯한 부드러움과 담백한 식감이 일품이다.

독을 일부러 빼지 않는 것이 이 집 맛의 비결인지 톡 쏘는 감칠맛이 났다.

멍구도 접시를 핥아 먹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먹는다.

“그럼 한 잔 마셔 볼까.”

표주박에 담긴 매화주를 술잔에 따른다.

그리고 멍구도 한 잔.

“건배.”

“건배.”

짠—

잔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

한 모금 마시자 짜릿하게 올라오는 취기.

독한 술에 매화를 푹 숙성시킨, 그러나 너무 오래 담그지 않아 떫은맛이 하나도 없는 깔끔한 술맛.

강철남은 생각했다.

이런 술을 앞에 두고 자제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철남이.”

“나도 같은 생각이야.”

“역시, 내 파트너라니까.”

매화주를 한 잔 더 시킨다.

살쾡이가 다가와 바람을 넣는데,

“방금 갓 튀긴 산 메뚜기가 있는데 어떤가?”

“못 참지.”

“가져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 시작한 둘.

팔뚝만 한 산 메뚜기는 그만큼 속도 알찼다.

고소하고 은은한 산미.

바삭한 식감.

스태미나가 팍팍 차오르는 든든한 느낌이다.

살짝 느끼하다 싶으면 개운한 매화주 한 잔.

죽인다. 여기가 무릉도원이다.

“키야, 철남이. 오늘 정말 즐겁구만.”

“동감일세.”

“내가 집을 잃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이런 좋은 음식과 식사는 못 했을 거야.”

“이 개새…….”

집 생각에 술이 번쩍 깨는 강철남.

그만 계산을 하려고 일어난다.

“잘 먹었수다. 얼마요?”

“총 2,700칩이다.”

“…….”

“총 2,700칩이다.”

“아니, 들었소. 어떻게 계산하면 그렇게 나오는 거요?”

“매화주 한 병에 1,000칩이니까 두 병 2,000칩. 전갈 한 접시에 150칩이니까 두 접시 300칩. 산 메뚜기가 400칩. 그래서 총 2,700칩.”

“무슨 술 한 병이 그렇게 비싸?”

“너 매화주 담그는 게 보통 정성이라고 생각하냐? 마셔봐서 알 거 아냐. 그만한 풍미와 맛을 내기 위해서 드는 품과 시간이 소소한 값으로 매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살쾡이는 꼬리를 바짝 세우고 당당하게 따졌다.

확실히 맛은 있었다.

배부르게 잘 먹고 마셔 놓고 배 째라 할 수도 없는 노릇.

사나이 강철남.

먹튀는 하지 않는다.

“자, 여깄소.”

“고맙다. 생각나거든 또 들러 줘.”

“생각은 나겠지만 또 들릴지는 모르겠군.”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된 강철남.

술에 취해 해롱해롱 대는 멍구를 질질 끌고 다른 게임장을 서성인다.

우오오오—

“저쪽에서 뭔가를 하나 보다. 정신 차려, 멍구야.”

“음냐 음냐.”

“으이그, 진짜!”

찰싹—

“댕!”

소란이 일어난 게임장은 바로 무게추 달고 한 발 제자리 멀리 뛰기 게임장.

최고 기록을 갱신한 몬스터는 토끼다.

“자, 자, 현재 걸려 있는 칩은 3,500! 누구 도전자 없으십니까?”

아까와는 다른 미어캣 심판이 참가자를 모집한다.

“내가 도전하겠소.”

그때 강철남이 자신 있게 나섰다.

인간의 등장에 술렁이는 게임장.

“호오, 인간이라니. 판돈은 준비됐고?”

“여기, 술에 푹 숙성시킨 오동통한 댕댕이.”

멍구는 흠냐 흠냐 자빠져 자고 있다.

“나는 채식 몬스터인데.”

토끼가 귀를 접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그거 알아? 육식 몬스터에게 팔면 제법 값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어차피 너는 이길 자신 있으니 받아들여도 본전 아니야?”

“그건 그래. 좋다, 덤벼라 인간.”

강철남의 꾐에 넘어간 토끼.

먼저 100kg 무게추를 달고 한 발로 제자리 점프를 한다.

“기록을 측정하겠습니다. 세상에, 10m 34cm!”

“우와아아!!”

다음은 강철남 차례.

심판 미어캣은 일부러 강철남에게 열 배는 더 무거운 1톤짜리 무게추를 달았다.

“킬킬킬. 인간 주제에 몬스터에게 승부를… 오잉?!”

그러나 마치 추를 달지 않은 듯 펄쩍 뛰어 날아 버리는 강철남.

경기장을 아득히 넘어 벽에 박치기를 하고 만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러나,

“장외!”

또 수작을 부리는 미어캣 심판.

이번에도 조용히 다가가 속삭이는 강철남.

“이승에서 장외 처리 되어 볼래?”

“인, 인간 승!”

3,500칩을 손에 넣은 강철남.

술에 꼴은 멍구를 질질 끌고 다른 게임장으로 향한다.

‘이번에야말로 비로소 집을 되찾겠어.’

“형씨들, 돈 좀 벌었구만. 잘 풀리는 날에는 국화주를 마셔 줘야지.”

“국화주?!”

멍구가 벌떡 일어난다.

“이번엔 진짜 안 돼!”

“메인 요리가 뭔지나 듣고 가.”

“뭔데? 뭔데?”

멍구가 헥헥대며 흥분한다.

강철남은 귀를 틀어막았다.

그러나 억누를 수 없는 궁금증.

정말 무엇인지 들어나 보기로 했다.

“흑염소 녹용 백하수오 가시오가피 100년산 산삼찜.”

X바.

자연인 강철남.

정신을 차렸을 때는 어느새 3,500칩을 모조리 탕진한 뒤였다.

“X바, 여기는 늪이야. 얼른 나가야 해.”

턱을 만져 수염이 자란 정도를 확인한다.

3일이 지났다.

먹고 마시는 데 시간을 다 보낸 것이다.

술이 떡이 된 멍구를 짊어지고 리저드맨을 찾는다.

그때, 저 멀리서 살랑이는 도마뱀 꼬리가 보인다.

“찾았다.”

강철남은 다른 데 눈길을 돌리지 않고 직진했다.

마침내 만났다.

리저드맨이다.

녀석 앞에 선 강철남은 당당히 말했다.

“내 집 내놔.”

그러자 리저드맨이 인간의 어깨에 짊어진 개를 보고는 생각났다는 듯 씨익 웃는다.

“뭘 걸 테냐?”

“너흰 인간을 먹고 싶지?”

“당연한 소릴.”

“나를 걸지.”

“뭐?”

“나를 건다고.”

“하하하.”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 리저드맨.

그러곤 무언가를 꺼내는데.

아니, 몬스터 주머니에서 저런 게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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