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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20화 (20/175)

20화 밥상머리 참교육

* * *

서울 한복판.

하늘에 뚫린 큰 구멍을 통해 몬스터들이 꾸준히 범람한다.

치안은 불안정하고 시민들은 생업을 위협받는다.

하지만 그 위태로운 서울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작은 평화를 되찾는다.

“파견 1팀 출격! 헌터의 명예를 보여라!”

홍태진은 무쇠 창을 휘두른다.

단단한 피부를 두른 오우거는 심장이 꿰뚫려 쓰러진다.

“파견 2팀. 몬스터 새끼들은 전부 죽여.”

김성남이 뽑은 무쇠 칼은 춤을 추며 무수히 많은 고블린을 베어 버린다.

떨어진 고블린의 머릿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도 없을 정도다.

“파견 3팀 다른 팀한테 지지 마라!”

황기민은 무쇠 편곤을 휘두른다.

진흙 골렘의 단단한 방어가 뚫리더니 결국 몸이 부서지고 만다.

“파견 4팀. 우리도 공적을 세웁시다!”

한지영은 가벼운 두 자루의 무쇠 단도를 들고 도약한다.

가벼운 칼놀림으로 순식간에 까마귀의 양 날개를 잘라 버린다.

“파견 5팀. 시민들을 지키자!”

백진섭은 무쇠 검으로 차분하게 몬스터를 하나하나 해치워 나갔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이 없는지 꼼꼼하게 주변을 둘러본다.

서울 헌터 연합의 신생 파견팀의 활약은 해외 뉴스에도 보도되었다.

일각에는 무쇠 골렘의 소재를 독식한 것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들이 시민과 국가를 지켜 냈다는 것이 중요했다.

몬스터를 얼마나 잘 잡느냐.

헌터 세계에서는 그것이 정의다.

“그럼 정기 레벨 측정을 하겠습니다.”

최형권이 자리에 앉아 타이핑할 준비를 한다.

이번 측정은 그 역시 긴장된다.

신무기로 활약을 펼친 그들의 레벨이 얼마나 올랐을까.

지금 그 결과가 드러난다.

[홍태진

레벨: 26

힘: DD

맷집: D

속도: D]

[김성남

레벨: 31

힘: DD

맷집: C

속도: DD]

[황기민

레벨: 23

힘: D

맷집: C

속도: D]

[한지영

레벨: 20

힘: EE

맷집: EE

속도: D]

[백진섭

레벨: 18

힘: EE

맷집: EE

속도: EE]

“세상에. 놀랍군요. 믿기지 않습니다. 한 분 한 분이 무형 문화재급 인재예요!”

최형권은 잔뜩 흥분해서 방방 뛴다.

해외에도 이 정도 스펙을 가진 헌터는 없다.

가장 낮은 백진섭의 18레벨, 세상 어디에도 EE랭크에 근접하는 헌터조차 없을 정도다.

“그나저나 김성남과 황기민의 미친 맷집은 어떻게 된 거지?”

그 이유는 둘만이 안다.

북한산에서 굴러떨어지는 돌덩이와 쇳덩이에 개같이 처맞으면서 단련된 맷집이라는 걸.

“훗, 이 정도면 세계 최강의 헌터겠지?”

김성남은 주먹을 꽉 쥐었다.

레벨 31, DD랭크.

이 강함을 얻기 위해 얼마나 빡세게 현장에서 굴러왔던가.

이제 누구도 나를 당해 낼 수 없다.

목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강철남!

* * *

[강철남

레벨: 127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멍구

레벨: 101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꺄아아아아아악!!”

“씨바, 시끄러! 갑자기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멍구가 비둘기의 부리를 꽉 잡고 위아래로 흔든다.

“구구구… 졔셩해엽…….”

이 가련한 비둘기.

강철남의 집에서 옥수수를 훔쳐 먹다 딱 걸리고 말았다.

까딱하면 펄펄 끓는 솥에 들어갈 뻔했지만 간곡한 애원 끝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이 비둘기는 ‘눈’을 가진 몬스터.

하극상을 일으키려고 상태창을 보는 순간 충격에 휩싸인 것이다.

“오, 오라버니들.”

“너 암컷이었냐?”

“수컷들 좀 꼬셔 와 봐. 갑자기 치킨이 땡기니까.”

“꺄아아아아아!!”

멍구의 아무 말에 또 경악하는 비둘기.

파악—

멍구는 참지 않는다.

앞발로 부리를 냅다 후린다.

“아고고…….”

“한 번만 더 시끄럽게 소리 지르면 바로 튀김옷 입혀 버린다.”

“죄송합니다.”

강철남은 그것들을 뒤로하고 수확한 작물을 다듬는다.

옥수수, 감자, 당근, 양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소변을 쏴 주니 금세 무럭무럭 자란다.

강철남의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작물은 더 빨리 자라났다.

“오라버니들은 마계에서 오신 건가요?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계시죠?”

“마계? 한 번 다녀온 적은 있지.”

“태어나신 건 아니구요?”

“고향은 경상북도야.”

“이, 인간의 수준이 아닌데요?!”

비둘기는 꽥 소리를 지른다.

“스읍, 점점 목청 데시벨 올라간다.”

“하압!”

멍구의 경고에 황급히 부리를 부여잡는 비둘기.

“사람이 힘들게 키운 작물 훔쳐 먹고 그러는 거 아니야. 먼저 달라고 물어나 봤으면 몰라.”

“앗, 물어보면 주시는 건가요?”

“그럴 리가.”

“비무룩…….”

고개를 푹 숙이는 비둘기.

“으이그, 그동안 어디서 먹고살았냐?”

“여태 계곡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며 살았는데요, 어느 날 뜬금없이 계곡물이 지옥탕이 되어 버리는 바람에.”

등골이 뜨끔 하는 멍구.

“그, 그것참 이상하네. 하하하. 그래도 생선 말고 다른 먹거리도 많잖아.”

“원래는 풍성했죠. 그런데 최근에 산을 휩쓰는 녀석이 나타나서는.”

“산을 휩쓸어?”

“네. 기괴한 소리를 내는 몬스터가 닥치는 대로 몬스터며 열매며 모조리 집어삼키는 바람에 먹을 게 부족해졌답니다.”

“X나 욕심쟁이 새끼네. 죽을 때 저승에 싸 갈 것도 아니면서 좀 나눠 먹지 지 혼자 다 처먹어?”

그러면서 당근을 혼자 처묵처묵하는 강철남이었다.

태클을 걸고 싶었지만 목숨이 아까워 참는 비둘기.

“참 얄밉긴 해도 녀석의 힘이 어마 무시한지라 찍소리도 못 하고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죠.”

“그 새끼 레벨은?”

“저도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네요.”

“이 기집애가 그럼 카더라 통신이야?”

멍구가 앞발을 든다.

“아앗, 그래도 저희 정보통은 정확해요! 요즘 들어 산이 조용하지 않으세요?”

“확실히 그렇지.”

“그게 다 그 기괴한 소리를 내는 몬스터를 피해 다니느라 몬스터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아서래요.”

“아니, 새끼들. 기껏 인간계로 내려왔으면 여기저기 구경도 좀 다니고 그러지 히키코모리 새끼처럼 틀어박혀 숨어 있으면 되나.”

“우으… 저희들이 철남 오라버니처럼 강했다면 좋으련만.”

그러면서 강철남의 눈에 애교 윙크를 쏘아 보내는 비둘기.

“뭠마. 신호 보내지 마. 안 도와줄 거니까.”

“흑흑.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면 돼요!”

비둘기는 들뜬 날개를 파닥거린다.

“얘가 조울증이 있나. 무슨 소린데?”

“그 녀석이 중얼거리는 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예요.”

“몬스터한테 좋아요 누르는 새끼들은 경찰들한테 아이피 추적당할걸.”

“그리고 또 하나는 ‘인간을 먹었으니 산을 내려갈 수 있어’예요! 그러니까 조만간 산을 내려갈 거예요!”

멍구는 무슨 여고생의 괴담을 듣는 기분이라 하품을 쩍 한다.

강철남은 흥미 없다는 듯 무심히 채소 손질을 마치고 솥에 물을 끼얹는다.

“우으… 제 말이 거짓말 같으신가요?”

“믿어.”

“그런데 왜 시큰둥한 반응이세요?”

“왠 줄 알아?”

“왜인가요!”

“그 녀석, 맛없을 것 같거든.”

“…네에?”

* * *

서필도는 단상에 올랐다.

목을 가다듬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본다.

“자랑스러운 서울 헌터 연합의 헌터 여러분들. 드디어 이날이 왔습니다.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될 북한산의 패배. 드디어 되갚아 줄 설욕전의 서막이 올랐습니다.”

“오우!”

파견 1, 2, 3, 4, 5팀 모두 정렬을 마쳤다.

헌터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른다.

“우리는 그동안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강해졌습니다. 땅은 비 온 뒤 굳어집니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이 서울을 지켜 낼 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저는 믿습니다. 자부심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서필도는 헌터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정의와 자부심이라는 든든한 각오를 다져 주는 것이다.

“북한산의 작은 구멍을 막는 일은 우리 인류 역사에 있어 위대한 한 걸음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서울 헌터 연합의 헌터 여러분. 역사의 산증인, 아니 집행자가 되어 주십시오!”

“와아아!!”

헌터들이 기합을 넣는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해내지 못한 작은 구멍을 막는 일.

우리 대한민국이 드디어 그 위업을 달성할지도 모른다.

서울 방어는 예비팀에게 맡겨 뒀다.

파견팀은 오로지 북한산 수복에 전념한다.

그렇게 다섯 대의 전투용 버스는 북한산으로 돌격했다.

끼이익—

“하차!”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뛰어내린 건 파견 2팀장 김성남.

“김 팀장, 부탁이니 단독 행동하지 말아 줘.”

“쳇. 사람을 문제아 취급하지마.”

1팀장 홍태진이 잘 구슬린다.

“문제아 맞잖아. 항상 독단적으로 행동하다가 전부 말아먹는 게 누군데?”

“황 팀장도 마찬가지야. 부협회장님의 지시다. 내 통솔에 따르도록 해.”

괜히 약 올리려다 본전도 못 건진 3팀장 황기민.

4팀장 한지영과 5팀장 백진섭은 산의 기운을 먼저 살핀다.

“지난번에 비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모릅니다. 산이 무서운 이유는 미지의 공포 때문이니까요.”

가장 냉철하게 상황을 살피는 두 사람.

다른 팀장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레벨을 침착한 상황 판단력으로 보완하는 실력자들이다.

“산 입구는 조용하군요. 다행입니다.”

최형권도 함께 왔다.

몬스터의 전력과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집결.”

홍태진은 전열을 가다듬는다.

분산 작전은 쓰지 않는다.

전력을 최대한 뭉쳐야 한다.

정상만 탈취하면 되니까.

“출발.”

전군이 정상으로 곧장 향한다.

조용하고 신속하게.

* * *

강철남은 채소를 넣고 스프를 끓인다.

어제 잡은 산양에게서 제법 괜찮은 우유를 짜내었기 때문이다.

“냄새 좋고.”

“헥헥.”

멍구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침을 질질 흘린다.

비둘기는 한 입 주려나 싶어 계속 윙크를 보낸다.

그때,

쿠웅—

커다란 발소리를 내며 무언가 나타났다.

“너냐? 우리 애 잡아서 우유 짜낸 잡놈이.”

목소리에 돌아보니 키가 3m는 되는 이족 보행 수인 염소가 서 있다.

비주얼이 흉측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이 3대 5,000은 칠 것처럼 보였다.

“넌 뭐냐.”

“걔 애비다.”

“우유 좀 나눈 것 갖고 쪼잔하게 구네. 대신 살려 줬으면 후한 처사인데.”

빠직.

수인 염소는 깜빡이도 안 켜고 바로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밥상을 앞에 두고 깽판을 치는 건 강철남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

덥석—

빠각!

팔을 잡고 그대로 부러뜨려 버린다.

“크아악!!”

수인 염소는 무릎을 꿇고 쓰러진다.

“잠깐, 철남이. 걔 죽여 버리면 우유 수급에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잖아.”

“밥상머리 교육이 부족한 새끼들은 용서할 수 없다.”

“에라이, 미친놈아! 그래, 침착하게 우유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 봐. 치즈도 만들 수 있어. 그리고 밀크커피도 빼놓을 수 없지. 모처럼 젊어졌는데 젊은 애들 먹는 까르보나라도 만들어 먹어 봐야지.”

우유에 진심인 멍구가 강철남을 말려 본다.

“휴, 넌 저 개 때문에 산 줄 알아라. 얼른 꺼져.”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후다닥 도망치는 수인 염소.

산 위로 가려다 움찔하더니 산 아래로 내려간다.

“새끼들, 산 위로 가는 거 엄청 무서워하네.”

“구구구. 그 흉흉한 소문 때문인가 봐요.”

“챱챱챱챱.”

“아니, 그걸 왜 혼자 다 처먹냐고!”

솥에 얼굴을 처박고 혀를 놀리는 멍구.

후환 따윈 상관없다는 듯 당장의 행복을 만끽한다.

* * *

엘크?

문제없었다.

고블린?

준비 운동 수준도 안 되었다.

지난번에 왔을 땐 몬스터 한 마리조차 토벌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헌터로서 실력을 제대로 뽐냈다.

정말, 이번에야말로 북한산을 점령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항상 시련 너머에는 더 큰 시련이 있는 걸까.

“젠장, 이건 또 뭐야!”

들어 본 적도 없다.

이족 보행하는 근육질의 수인 염소는.

팔 하나가 부러졌건만 오직 멀쩡한 팔 하나로만 헌터들을 휩쓸고 있었다.

“감별사! 저 녀석의 레벨이랑 등급은?”

“어, 으, 그, 그게…….”

“정신 차리고!”

“예옙!”

최형권은 눈을 뜨고 상태창을 확인한다.

녀석은,

[수인 염소

레벨: 53

힘: A

맷집: A

속도: A]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홍태진은 이를 꽉 물었다.

도저히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설령 천운이 따라 이긴다 하더라도 그 뒤가 문제다.

이 녀석의 팔을 부러뜨린 녀석은 대체 누군가.

위로 올라가면 그 녀석과 맞서야 하는가?

이 북한산의 주인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건가?

도저히 그 한계를 가늠할 수가 없다.

이 북한산이라는 공포의 던전은.

삐— 삐— 삐—

홍태진의 전화기에 긴급 호출음이 울린다.

서울 헌터 연합에서 팀장들에게 급한 호출이 있을 때 울리는 특수 벨이다.

“하필 이런 때에.”

전화를 받는 혼태진.

그리고,

표정이 어두워진다.

꽉 깨문 입술에 피가 흐른다.

“전원, 퇴각하라!”

“……?!”

“그게 무슨 소리야? 좀만 더 밀어붙이면 잡는다고!”

김성남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명동에… 몬스터가 나타났다.”

“예비 부대 있잖아! 가끔은 밥값 좀 하라 그래!”

하지만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홍태진.

“그게 아냐. 녀석은…….”

“속 터지겠네. 뭔데? 빨리 말해!”

할 수만 있다면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꿈이 아니다.

홍태진은 결심한 듯 입을 연다.

“레벨 100이 넘는다. 랭크는 SSS급. 인류의 재앙. 각국에 긴급 재난이 선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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