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조회수에 목숨 건 너튜버
서울 헌터 협회에 전화가 쇄도한다.
그것은 얼마 전의 기자 회견이 원인.
[서울 헌터 연합. 한밤중 의문의 쇳덩이를 수송]
비밀리에 작업하던 수송 작업이 파파라치에게 발각되었다.
그 탓에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서울 헌터 연합.
결국 그 쇳덩이의 비밀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서필도는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단상 위에 올라섰다.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와 질문 세례에도 흔들림 없이 준비된 말을 뱉는다.
“기사에 언급된 의문의 쇳덩이는 조사 결과 무쇠 골렘의 오른쪽 다리로 나왔습니다.”
무쇠 골렘이라는 말에 웅성거리는 기자들.
본 적은 없지만 이름만 들어도 한 국가를 멸망시켰다는 스톤 골렘보다 강할 것 같다.
“무쇠 골렘의 능력과 등급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들이 귀를 열고 관심을 기울였다.
“레벨은 60, 랭크는 SS급입니다.”
순간 기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건 절망과 공포의 감정이었다.
SS급.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관측된 최고 수준의 몬스터는 서울에 나타났던 레벨 20, D등급의 스켈레톤이었다.
그 스켈레톤을 잡는 데에도 최고의 헌터들이 큰 대가를 치르고서야 간신히 토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레벨 60에 SS랭크라니.
“조사 결과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저희도 그렇게 생각하여 ‘눈’을 가진 헌터 세 명에게 사전 정보 없이 감식하게 하였습니다. 하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기자들도 기자이기 전에 인간에 불과하다.
취재도 취재지만 가슴에 올라오는 두려움을 억누르기 힘들다.
“그럼, 그 몬스터를 쓰러뜨린 몬스터는 어디에 있죠?”
“현재로서는 북한산에 있을 거란 추정만 하고 있습니다.”
“무쇠 골렘 같은 몬스터가 서울에 내려온다면 타개할 대책은 있습니까?”
“기밀입니다.”
서필도는 말을 아꼈다.
솔직하게 없다는 말을 했다가는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헌터 연합의 대응은요?”
“그걸 위해 쇳덩이를 수송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무쇠 골렘의 신체로 인류 최강의 몬스터 대항 무기를 만들 예정입니다.”
다시 술렁이는 기자회견장.
이번에는 공포와 달리 희망이 섞인 목소리들이다.
“얼마나 강한 무기를 만들 수 있나요?”
“그건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무쇠 골렘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낼 작정입니다.”
“그 무기를 다루는 것은 누구죠?”
“고도로 훈련되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헌터에게 지급될 예정입니다.”
“무기 완성 예상 기간은요?”
“최대한 서두를 예정입니다.”
쏟아지는 질문 세례 속에서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장혜리가 서필도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가 마무리를 준비한다.
“아직까지는 국민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정보가 많이 없는 점 양해 바랍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약속드릴 것은 저희 서울 헌터 연합은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더 능률적인 몬스터 퇴치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
중립적인 포지션을 취한 채 서필도의 기자 회견은 막을 내렸다.
기자들은 곧바로 기사를 인터넷에 업로드했다.
[충격! 레벨 60, SS급 몬스터 출현. 인류는 이대로 멸망하는가?]
[북한산에서 발견된 몬스터의 잔해. 인류 최강의 무기로 재탄생한다.]
레벨 60, SS급 몬스터가 발견됐다며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가 있는 반면,
인류의 희망이 될 무기 소재를 발견했다는 희망적인 기사도 있었다.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건 기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특히 너튜버들이 북한산에서 흘러나오는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수많은 너튜버들이 무쇠 골렘이 발견되었다는 북한산으로 향했다.
무쇠 골렘을 쓰러뜨렸다는 수수께끼의 몬스터.
그것을 발견하면 조회 수 떡상은 100% 확정이다.
하지만 한발 앞서 북한산을 봉쇄한 서울 헌터 연합.
그들은 경계에 만전을 기했다.
빈틈없는 감시에 너튜버들은 아쉬움만 가득 안고 돌아서야 했다.
“우히힛. 요건 몰랐을 거다.”
박준범.
나이 33살.
직업 너튜버.
연봉 600만 원.
세상이 변하고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온전한 식품을 구하기조차 하늘의 별 따기.
이런 시대에 무직 백수 박준범 같은 사람은 숨 쉬는 생존 자체가 하드 난이도다.
악에 받친 박준범.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건다.
“멍청이들. 이 좋은 기회를 그냥 포기하다니. 몰래 들어가기만 하면 유일한 북한산 브이로거가 되는 거야. 그러면 천만 조회 수도 금방이겠지.”
박준범은 뭔가가 든 이동식 케이지를 들고 북한산 입구로 향했다.
보초를 서는 헌터들이 근무 교대를 하는 타이밍에,
케이지를 열었다.
“크와앙!!”
케이지에서 튀어나온 것은 거대한 쥐.
박준범이 방구석에서 놀기만 한 건 아니다.
이런 일에 써먹기 위해 몬스터의 기운이 서린 당근을 먹여 쥐를 키운 것이다.
“몬스터다!”
“잡아!”
쥐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헌터들을 공격했다.
헌터들이 쥐와 대치하는 동안 박준범은 몰래 북한산으로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좋아, 좋아.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쯤에서 카메라를 켜고.”
띠링—
녹화 버튼을 누른다.
“안녕하세요, 쭌범입니다! 여러분, 여기가 어딘지 아시나요? 맞습니다. 바로 북한산입니다! 국내 최초, 아니 세계 최초! 출입이 금지된 북한산 브이로그, 지금 시작합니다! 구독과 좋아요 눌러 주세요.”
박준범은 싱글벙글대며 산 위로 향했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여기저기 나무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땅이 파여 있고요. 아마도 몬스터끼리 격렬한 전투를 벌인 흔적으로 보입니다. 앗, 저게 뭐죠?”
별거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며 억지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박준범.
막상 산으로 들어와 봤더니 튀어나오는 게 없어서 무리하게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제법 깊이 들어왔는데 몬스터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요.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박준범은 빠르게 산 위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소재, 소재를 찾아야 해.’
두리번거리며 조회 수를 떡상 시킬 무언가를 갈구하는 박준범.
그 일념 하나로 산을 미친 듯이 올라가는 그는 나무 사이를 빠져나와 어딘가에 다다른다.
“여긴 어디지?”
박준범의 도착한 곳은 짓다가 만 나무집 마당이었다.
구들장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바닥을 막 짓기 시작한 집.
끓고 있는 커다란 솥이 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 사는 것 같다.
이런 곳에 누가 산다고?
두렵기도 했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멘트를 시작한다.
“보, 보이십니까? 사람의 흔적이 있습니다. 아니, 과연 정말 사람일까요? 몬스터가 집을 지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저기 끓고 있는 큰 솥이 있습니다. 저 안에 든 것이 무엇일지 저는 상상도 하기 싫군요.”
박준범은 옷 소매로 손을 감싸고 솥뚜껑을 열어 본다.
뜨거운 수증기가 확 올라오면서 구수한 냄새가 피어오른다.
하얀 기름 국물이 뭉근하게 끓고 있었다.
무슨 동물인지 모를 뼈로 사골을 우려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과연 무엇의, 아니 누구의 뼈일까요?”
박준범은 컨셉을 호러로 잡았는지 억지스러운 멘트로 진행을 이어 간다.
“저는 너튜버입니다. 여러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해 드릴 의무가 있습니다. 이걸, 한번 먹어 보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꼭 부탁드립니다,”
조회 수에 미쳐 버린 박준범.
옆에 놓인 수저를 들고 사골국을 한술 뜬다.
“그럼, 먹어 보겠습니다. 하읍.”
진짜로 한 입 먹어 버린다.
그리고,
“퉤! 퉤! 아우, X나 맛없습니다. 여러분. 이건 쓰레기입니다! 개쓰레기! 우웩!”
그러고는 숟가락을 집어 던지고 솥을 발로 뻥 차 버린다.
촤르륵, 쏟아지는 사골 국물.
흙바닥에 정성 들여 우려낸 국물이 젖어 들어간다.
“아무래도 입맛만 버린 것 같습니다. 이 집에 사는 새끼는 이런 걸 처먹는 걸까요? 역겨우니 빨리 장소를 이동해 보겠습니다.”
깽판을 쳐 놓고 유유히 사라지는 박준범.
돈이 될 만한 촬영거리를 찾아 떠난다.
* * *
“철남이.”
“그래.”
“아무래도 이건 선전포고인 거 같군.”
강철남과 멍구는 엎어진 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냉정하게 추리를 해 보자.
내팽개쳐진 숟가락.
쏟아진 솥.
강풍이 불어도 사골 국물이 가득 찬 솥이 날아갈 리 없다.
게다가 다른 물건들은 그 자리에 온전하게 그대로 있다.
오로지 솥과 숟가락만 멀리 날아가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누군가가 우리 음식을 모욕한 것이군.”
“이건 못 참지.”
자존심이 구겨진 강철남은 땅에 떨어진 뼈다귀를 집어 들었다.
음식 맛을 모르는 녀석들에게 밥상머리 교육이 절실하다.
웅성웅성.
이곳은 북한산 정상.
작은 구멍에서 나온 몬스터들이 우글댄다.
몬스터는 레벨 30의 B랭크, 고블린 군단들.
“지금 내려가서 인간들을 모조리 먹어 치우자!”
“그럴 수 없어. 작은 구멍으로 나온 몬스터는 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뭔데, 그 불편한 시스템은?”
“마계와의 연결이 산을 벗어나면 끊기니까.”
“그렇다면 큰 구멍으로 나왔으면 됐잖아? 그곳은 인간이 많은 도심지와 가까운데.”
“큰 구멍은 약한 놈들만 내려갈 수 있어. 하찮은 놈들이지.”
“쳇. 완전 부조리하구만.”
“자부심을 가져. 작은 구멍으로 나올 수 있다는 건 마계에서도 인정받은 강자라는 뜻이지.”
“그렇지. 우린 최강이라고!”
고블린들은 기분 나쁜 음성으로 껄껄대며 웃었다.
그때 아래쪽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뭔가가 온다.”
“이히히. 식사 거리가 알아서 걸어오는구나.”
고블린은 칼과 창을 쥐고 입맛을 다신다.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걸어오는 것은 웬 젊은 인간과 개 한 마리.
“인간, 죽고 싶은 거냐?”
“너희들이냐?”
“뭐?”
“내 요리를 능욕한 것이 네놈들이냐고 물었다.”
“뭔 헛소리야. 오냐, 능욕해 주지. 죽어라!”
고블린 한 마리가 창으로 찌른다.
강철남은 피하지 않았다.
복부를 찌르자 그대로 찌그러지는 창.
강철남은 손에 든 뼈다귀를 휘둘러 그대로 고블린의 코뼈를 아작 내 버린다.
“아아악!”
“이, 인간 주제에 건방진!”
고블린 군단이 일제히 덤비자 멍구가 맨 앞 녀석을 들이박으니 전부 줄줄이 파도 타듯 쓰러진다.
바닥에 뒹굴거리는 고블린들의 뚝배기를 하나하나 정성 들여 깨부수는 강철남.
“킁킁. 철남이. 얘네들 아닌 거 같아. 사골 냄새가 전혀 안 나.”
“나도 알고 있어.”
“그런데 왜 조진 건데?”
“못 먹는 것들은 죽어도 싸!”
“X나 개논리네.”
* * *
한편 계곡으로 간 박준범.
드디어 촬영할 거리가 생겼다.
“이 타이밍에서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지금 여러분들에게 국내, 아니 세계 최초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짠!”
카메라가 부글부글 끓는 보랏빛 계곡을 비춘다.
괴이하게 생긴 송사리가 팔딱 튀어 오르는 장면이 담기자 박준범이 흥분한다.
“세상에! 가, 가까이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무리해서 물에 발을 담그는 박준범.
순간,
치이익—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박준범.
한쪽 다리가 녹아 없어졌다.
고통과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카메라를 떨어뜨린다.
저벅저벅—
그때 유유히 다가오는 의문의 발걸음.
“키히히. 크그극.”
“누, 누구세요? 도와주세요. 발이, 발이!”
기괴한 목소리의 주인은 입을 쩍 벌려 박준범을 한입에 삼켜 버린다.
“키히히.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려요… 크그긋. 크흐흐. 인간, 인간을 먹었다.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
박준범의 가죽으로 모습을 바꾼 몬스터는 몸을 삐그덕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이, 키히히. 불안정해… 더 먹어야 해… 그래, 마계의 생물이라도 먹자… 크극. 구독과 좋아요. 푸키키.”
녀석은 산 정상으로 향했다.
카메라는 녀석의 모습을 담다가 자동 절전모드로 전원이 꺼져 버린다.
한편 산 정상에서 내려온 강철남과 멍구.
“철남이, 우리 오늘 굶는 거냐?”
“강철남 사전에 간헐적 단식 따윈 없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약초를 캐 오는 강철남.
“싫어, 싫어! 고기 먹을래, 고기!”
“떼쓰지 마.”
“히잉.”
촵촵촵—
마당에 울려 퍼지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힘내라 멍구야.
산에 나는 것치곤 나쁜 게 없단다.
* * *
“완성됐답니다.”
“드디어!”
“팀장들을 모집할까요?”
“부탁하네.”
장혜리가 팀장들을 불러온다.
신생 파견팀.
파견 1팀장 홍태진.
파견 2팀장 김성남.
파견 3팀장 황기민.
파견 4팀장 한지영.
파견 5팀장 백진섭.
“여러분께 부탁이 있습니다.”
서필도는 테이블 위에 덮어 둔 천을 확, 걷어 냈다.
“이것은?!”
그 물건이 뿜어내는 위압감에 놀라는 홍태진.
“무쇠 골렘의 오른쪽 다리로 만든 현존 인류 최강의 무기들입니다. 여러분이 사용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