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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8화 (18/175)

18화 무쇠 솥 소재는 무쇠 골렘만한 없지

* * *

마침내 구들장이 완성됐다.

스톤 골렘의 몸을 깎아 만든 특별한 구들장.

워낙 큰 놈이다 보니 돌이 남아돌아 겸사겸사 아궁이까지 만들어 버렸다.

“좋아. 완벽해.”

시험 삼아 방에 불을 때 본다.

“어떠냐? 뜨끈하냐?”

멍구가 어슬렁대며 묻는다.

“무슨 지옥불 같아. 미친 듯이 뜨거운데.”

“허허. 고놈 성능 확실하네.”

아무래도 보통 돌과는 다른 모양이다.

몬스터 놈들의 몸뚱이는 특별한 능력이 담긴 것 같다.

“목마르다.”

“그러게.”

보람차게 일을 마치고 나니 갈증이 돈다.

하지만 근처에는 물이 없다.

계곡까지 가야 하는데,

누운 몸을 일으키기가 너무 귀찮은 강철남은 나지막하게 멍구를 불렀다.

“멍구야.”

“싫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뭐 시킬 셈이잖아.”

‘함께한 세월이 15년, 척하면 척이지.’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아 X나 꼰대 새끼.”

마지못해 멍구는 엎드린 몸을 슬슬 일으킨다.

귀찮아하면서도 끈이 달린 주머니에 물통을 담아 몸에 두른다.

마당을 벗어나 어디로 갈까 두리번거리다 행선지를 정한 듯 내달린다.

흙길을 밟고 쓰러진 나무를 뛰어넘어 기분 좋은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킁킁.

물 냄새를 쫓는다.

비릿하면서도 젖은 흙과 풀냄새가 나는 곳.

계곡이 저 앞에 있다.

쏟아지는 물줄기를 상상하니 얼른 뛰어들어 몸을 담그고 싶었다.

“물이닷!”

타앗—

무성한 나뭇잎 사이를 뚫자 나타나는 푸른 계곡물.

“야호!”

그런데,

첨벙 소리 대신에 덥석 소리가 난다.

“크와아앙!”

멍구가 계곡으로 폴짝 뛰어들자 물속에서 커다란 뱀이 입을 쩍 벌리고 솟아올랐다.

뱀은 그대로 멍구를 집어삼킨다.

꿀꺽—

맛 좋다. 만족스러운 포만감에 혀를 날름거리며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는 뱀.

그런데 못 먹을 걸 먹었는지 자꾸만 배가 아프다.

“끄응…….”

배가 부글부글 끓는 것이 마치 불덩이를 삼킨 것 같았다.

뭔가가 장을 마구 쥐어짜는 느낌.

“끼에엑!”

뱀은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에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그대로 혀를 쭉 내민 채 죽어 버리는 뱀.

뱀의 아가리를 찢어 벌리고 멍구가 빠져나왔다.

“우웩. 메스꺼워. 미친!”

켈록 대며 나오는 멍구.

주변을 둘러보니 엉망이 된 계곡.

뱀이 뱉어 낸 피와 독으로 계곡물이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비주얼이 좀 그로테스크한데.”

멍구가 눈을 뜨고 계곡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북한산 계곡

생존 레벨: 25

독성 : B]

계곡물은 뽀글뽀글 대며 지옥의 연못 같은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순간 물고기가 팔딱 뛰어오르더니 괴상한 몬스터로 변해 버린다.

“쓰읍. 아무래도 조져 놓은 것 같은데.”

자연 지킴이 강철남이 보면 분노할 게 뻔하다.

그것보다 물을 퍼 가야 하는데.

어쩌나 고민하던 멍구는 끝내,

“먹고 안 뒤지면 되지.”

물통에 물을 콸콸 담고는 다시 돌아갔다.

“철남이, 물 마시게.”

“오, 땡큐, 멍구.”

멍구를 쓰다듬으며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강철남.

“크아, 좋다.”

“물맛 어때?”

“최곤데?”

“미친놈이네.”

“뭐가?”

손사래를 치는 멍구.

“그나저나 우리 밥은 언제 먹어?”

멍구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문제가 하나 있어.”

“또 뭔데?”

“솥이 없어.”

그렇다.

살림을 하려면 밥솥이 먼저다.

심지어는 이사할 때 밥솥 먼저 안고 들어간다는 미신이 있지 않나.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살아가는 자연인 강철남에게 솥이 없는 건 말이 안 된다.

“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좋으련만.”

개답게 개소리를 하는 멍구.

하지만 때로는 말이 씨가 되는 법.

쿠궁—

불현듯 적막이 깨진다.

엄청난 굉음과 땅울림을 일으키며 무언가가 마당으로 점점 다가온다.

땅을 밟을 때마다 쨍, 하고 울리는 파동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시바꺼, 지진이냐? 머리가 띵하네.”

“뭐야, 뭔데!”

평화가 깨져 몹시 불쾌한 강철남과 멍구가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 서 있는 건,

“움하하하! 이 몸은 무쇠 골렘이다. 스톤 골렘의 기운을 쫓아 와 봤더니 어째서 살아 있는 인간이 있는 거지?”

무쇠 골렘!

순간 강철남과 멍구의 머릿속에는 이 한 단어가 동시에 떠올랐다.

개꿀!

뭔가 음흉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무쇠 골렘.

“뭐야, 이놈들 돌아 버린 거냐?”

마계에서는 존재만으로도 다른 몬스터들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무쇠 골렘.

걸을 때 철렁거리는 쇳소리.

그것은 곧 재앙의 방문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무쇠 골렘이었다.

그런데 한낱 인간과 개 따위가 자기를 무서워하지 않아?

용납할 수 없다.

“즙으로 짜서 마셔 주마.”

무쇠 골렘이 손을 높게 쳐들었다.

모기를 때려잡듯 내려찍을 작정이다.

하지만 멍구에겐 움직임이 훤히 읽혔다.

“개X밥이잖아.”

멍구는 폴짝 뛰어올라 뒷발로 무쇠 골렘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크아악!”

바닥에 쓰러진 무쇠 골렘.

“크윽. 뭐야, 무슨 개새끼 힘이 이토록…….”

무쇠 골렘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였다.

강철남이 녀석의 대가리를 꽉 쥔다.

“뭐, 뭐야!”

강철남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옛날 TV 달인을 찾아라, 라는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솥뚜껑을 격파하는 달인을.

그 사람은 새끼손가락의 아랫부분, 말랑말랑한 장권이라는 부분으로 무쇠를 깨부쉈다.

그 이미지를 떠올린다.

“인간 주제에 내 몸에 손대지 마라!”

“하앗! 장권 치기!”

타앙!

산을 울리는 청명한 타종 소리.

허공에 진동이 느껴질 정도다.

쩌저적.

무쇠 골렘의 아가리가 침묵 되었다.

대가리가 반으로 쪽 갈라진 것이다.

“딱 좋은 강도군.”

녀석은 처참히 죽었다.

하지만 그의 육신은 새로 태어날 것이다.

“멍구야, 재료 모았다.”

“기름칠로 길 좀 들여야겠군.”

한편, 북한산을 오르려던 황기민과 김성남.

산 위에서 굴러 내려오는 의문의 돌덩이에 처맞고 만신창이가 되어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났다.

“큭, 젠장. 눈 깜짝할 사이에 당했군.”

“이것이 북한산 몬스터의 수준인가.”

김성남은 오기가 생겼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자기를 이토록 상처입힌 녀석의 목 하나 정도는 따고 가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황기민은 심장이 뜨거워졌다.

강한 상대를 만나 해치우면 그만큼 엄청난 보상의 레벨업이 기다리고 있는 법.

“가자, 김 팀장!”

“명령하지 말랬지!”

둘은 다시 다리에 힘을 넣고 ‘신속’으로 산을 오른다.

기세 좋게 진격하는 두 사람.

그런데,

카랑카랑—

“어?”

“또 뭐야, X불!”

산 위에서 커다란 쇳덩이가 굴러떨어진다.

길쭉하고 굵은 쇳덩이는 엄청난 무게감을 뽐내며 빠르게 내려왔다.

파아앙—

피할 겨를도 없이 두 사람을 덮친 쇳덩이.

그대로 볼링핀처럼 황기민과 김성남을 하늘 높이 날려버리고는 서둘러 내려간다.

“으아악!”

“푸윽!”

나뭇가지에 피에 젖은 걸레짝 둘이 걸렸다.

하지만 쇳덩이는 멈추지 않고 굴러 내려갔다.

카랑카랑—

“뭐, 뭐야!”

“도망쳐!”

밑에서 급하게 올라오던 파견 3팀의 팀원들이 굴러오는 쇳덩이를 보고 당황한다.

위에서 팀장들의 비명을 들었기에 대응이 비교적 신속했다.

잽싸게 옆으로 몸을 날려 피하자 쇳덩이는 산 밑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떨어져 갔다.

부르릉—

그때, 산 입구에 고급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온다.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서필도와 비서 장혜리.

아무래도 파견 3팀이 걱정된다.

무려 두 개의 팀이 전멸한 전쟁터니 말이다.

“흐음. 여기가 북한산. 보고대로 강한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어쩐지 지난번보다 더 음산해진 것 같아요.”

현장에 와 보니 그 압도적인 산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천둥이 치는 고동이 들리는 느낌…….

묵직한 무게감이 덮치는 느낌…….

‘응? 뭔가 이상한데?’

카랑카랑—

저 높은 곳에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굴러 내려온다.

“쇠, 쇳덩이?!”

“부, 부협회장님. 얼른 옆으로!”

서필도와 장혜리는 냅다 옆으로 달아난다.

쇳덩이는 미친 듯이 질주하더니 이내,

쿠왕!

서필도의 차에 꽂혀서야 멈춘다.

차는 당연히 완전 초박살.

서필도는 절규했다.

* * *

“음~ 음~”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강철남.

새로 만든 솥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무쇠가 남아돌아 커다란 프라이팬도 만들었다.

이걸로 어떤 거대한 몬스터라도 구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철남이, 남은 쇳덩이 어디 갔어?”

“네가 치운 거 아니었어?”

“사족보행으로 기어 다니는 개가 그런 걸 어떻게 치워?”

뭐라고?

그렇다면 대체 남은 쇳덩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알 바냐.”

“그래 알 바냐.”

“밥이나 먹자구.”

“맨날 육류만 먹으니 조금 질리는데. 멍구야, 아까 물 떠 온 곳으로 가자.”

“어? 거, 거긴 왜?”

“낚시해서 회 떠 먹고 생선 구이도 해 먹자. 솥에 팔팔 매운탕도 끓이고.”

멍구는 뜨끔한다.

자기 때문에 X창이 나 버린 계곡물.

모르쇠로 일관해야지 뭐.

얼굴에 철판을 깔고 계곡으로 안내한다.

“뭐야, 이건. 지옥 온천이냐?”

보랏빛 계곡물에서 기분 나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온다.

도저히 생물 따위는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곳.

몬스터만이 폴짝폴짝 뛰어오른다.

[송사리

레벨: 25

힘: E

맷집: F

속도: EE]

“아니 어떻게 하면 송사리가 한 마리가 헌터들보다 더 센 건데.”

계곡의 독기가 짙어 물고기들이 몬스터로 변형을 한 탓이다.

송사리라고 얕보면 안 된다.

떼로 덤비면 물속에서는 당해 낼 몬스터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철남이, 낚싯대는?”

“없어. 맨손 낚시해야지.”

“그래, 그럼 수고해.”

“너도 같이해야지?”

“내가 손이 어딨다고?”

“입이 있잖아.”

“에라이 옘병. 주인 잘못 만나서.”

첨벙—

둘은 계곡물에 뛰어든다.

어쩐지 피부가 뜨끈뜨끈한 게 열탕에 들어온 것 같다.

“철남이, 피부가 매끈매끈해지는 게 아무래도 각질이 녹고 있는 기분인데.”

“오버하지 마.”

그때 바람이 불어 나뭇잎 한 장이 물 위로 떨어진다.

그러자,

치이익—

순식간에 녹아 버리는 나뭇잎.

“거봐, 이거 X되는 거라니까.”

멍구가 찝찝해서 얼른 나가려고 한다.

그런데,

콰직—

“멍!”

뭔가가 꼬리를 덥석 문다.

“무슨 일인, 커헉.”

이번에는 무언가가 강철남의 허벅지를 콱 문다.

“X바, 일단 밖으로 나가자.”

서둘러 물 밖으로 벗어나려는 둘.

와중에도 계속 뭔가가 콱, 콱, 몸 곳곳을 깨문다.

물 밖으로 기어 나오니 온몸에 송사리들이 더덕더덕 붙어 있다.

마치 악어처럼 한번 물면 놓지 않겠다는 듯 꽉 물고 있다.

“X나 가렵네. 철남이, 내 등에 붙은 이 새끼들 좀 다 털어 내 줘.”

“아니, 이대로 집에 간다.”

“뭐?”

“담아 갈 양동이가 없거든.”

반찬거리가 알아서 집까지 동행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내 살다 살다 털에 생선 붙이고 기어 다닐 줄이야.”

멍구가 긴 한숨을 내쉰다.

한편, 초주검이 된 황기민과 김성남.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다.

“터무니없이 강한 놈이군.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우리를 이 지경까지 만들다니.”

황기민은 자기들을 습격한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경의를 표했다.

“약한 소리를 하는 거 보니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군.”

“전혀!”

김성남과 황기민은 기합으로 절뚝이는 다리에 힘을 넣었다.

다시 산을 오르려는 찰나,

“어?”

눈앞에 나타난 충격적인 존재에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만다.

얼굴에 흘러내리는 검은 미역, 전신이 생선으로 둘러싸인 이족 보행 몬스터와 사족 보행 짐승이 숲길을 헤치고 저벅저벅 걸어오는 것이었다.

본능이 말했다.

저 녀석이다.

지금까지 손 한 번 안 대고 우리를 두 번이나 날려 버린 녀석이.

그리고 느꼈다.

일부러 죽이지 않고 가지고 놀다 마침내 목을 취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거라고.

“기, 김 팀장. 일단 후퇴다.”

황기민이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인정하긴 싫지만 김성남도 이를 악물고 뒤로 돌았다.

우선 목숨이 먼저다.

그래야 다음이 있다.

기필코 이 산을 정복하리라 마음먹는 둘이었다.

* * *

“부협회장님.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오, 차 수리비 산재 처리된다던가?”

“아니, 그게 아니고요. 그 쇳덩이 말인데요.”

“아, 으흠. 그렇지. 그래, 뭐라고 나왔는데?”

“최형권 감별사의 검사 결과 무쇠 골렘의 오른쪽 다리로 밝혀졌습니다.”

서필도는 보고서를 받아든다.

그리고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무쇠 골렘

레벨: 60

힘: SSS

맷집: SSS

속도: AA]

처음에는 놀랐다.

도대체 이 녀석의 사지를 절단하여 내던진 자가 어떤 존재인지.

북한산에는 얼마나 강한 몬스터가 사는 것인가.

그리고 뒤이어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은 헌터 업계를 크게 뒤흔들 생각이었다.

“장 비서. 곧 파란이 불어닥칠 거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이걸로, 세계 최강의 무기를 만들 수가 있을 것이야.”

그리고 며칠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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