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6화 (16/175)

16화 이런 또라이들...

* * *

이름 최형권.

나이 40세.

중소기업 부장으로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중 그날이 왔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날.

그날 이후로 일상이 뿌리째 뽑혔다.

몬스터의 난동으로 회사 건물이 무너져 직장을 잃었다.

40살의 물 경력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구직 사이트에 뜨는 취업 공고라고는 무너진 건물과 교량을 수리하는 보수 작업과 무수한 시멘트 가루와 부속품들을 제조하는 공장직뿐.

그마저도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 기회조차 잡을 수 없다.

나는 가장으로서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이번 달에 애 학원비 어떡하지?”

아내의 말은 충격이었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학원이라니.

“뭔 놈의 학원? 세상이 개같이 멸망했는데 무슨 공부야.”

“국가 간에 경계가 없어졌잖아. 이제 지구촌 한 나라야. 영어 공부시켜야지.”

망할 기회주의자 놈들.

몬스터에 대항하기 위해 똘똘 뭉친 인류의 단결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해 먹는 치사한 수작.

세상이 망해도 대한민국 사교육은 돌아간다.

누군가는 직장을 잃는데 누군가는 돈을 더 번다.

그리고 항상 나는 잃는 쪽이다.

“엄마야!”

어느 날 집에 쥐가 한 마리 들어왔다.

돈 못 버는 백수 가장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그건 집 안에 들어온 쥐나 잡는 일일 것이다.

“에잇!”

그간 쌓아 온 울분을 담아 빗자루를 내리쳤다.

질긴 목숨이 붙어 있길래 여러 번 타격했더니 꾀꼬닥 숨을 거둔다.

그때 온몸에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그것은 레벨이 오를 때의 빛이다.

평범한 쥐가 아니라 몬스터였던 모양이다.

“당신 괜찮아?”

빛에 둘러싸인 나를 조심스레 불러보는 아내.

그녀를 둘러보자 이질감이 느껴지며 뭔가 이상한 게 보인다.

“눈에 뭐가 꼈나 봐.”

그게 아니다.

세상에는 뒤늦게 꽃을 피우는 재능이 있다.

몇몇만 가지고 있다는 재능.

바로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눈.

그것이 내게 내려진 것이다.

“환영합니다, 최형권 씨.”

이 세상에서는 돈벼락이 로또가 아니다.

능력이 로또다.

눈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서울 헌터 협회에 취직할 수 있었다.

특별 부서에 배치되어 검증이 필요한 헌터들의 상태창을 봐주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일의 전부였다.

살다 보니 이렇게 인생이 피는구나 싶었다.

나야말로 그토록 씹어 대던 기회주의자가 된 것 같지만 막상 내가 그 혜택을 누리니 부끄럽지만 즐거웠다.

이제껏 해 본 일 중 가장 손쉽게 돈을 쓸어 담았다.

그저 눈만 뜨고 있으면 되는 일.

너무도 편했다.

다만,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네?”

“장비 챙겨. 출장이야.”

김성남.

인류 최강의 헌터라 불리는 남자.

현재는 쟁쟁한 헌터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와서 최고의 자리를 위협받는다는 소문이 있다.

그래서인지 틈만 나면 내게 상태창을 묻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대뜸 내게 출장을 명령한다.

“하지만 저는 특별 허가 없이 외근은 불가능합니다.”

“그 빌어먹을 허가라는 거 받아 냈으니까 짐 챙겨.”

협회에서 입김이 센 그였기에 나를 빼내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다.

출장이라니.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약간 광기 어린 눈빛을 보면 편한 곳으로 갈 것 같진 않다.

“빨리 움직여.”

“네, 네.”

무엇보다 새파랗게 젊은 놈이 반말을 하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어쩔 수 있나.

지금 같은 실력 지상주의 시대에서는 강한 놈이 정답이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집합 장소로 이동하니 파견 2팀이 모여 있었다.

“지금부터 북한산으로 간다.”

파견 2팀의 임무에 동참하게 되었다.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상태창을 점검하기 위해서 나는 도구로 끌려갔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람 살려!!”

웬 도깨비한테 팀원들이 씹어 먹히고 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였다.

몬스터의 무시무시한 상태창을 보는 순간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 남은 팀원이 당하려는 찰나 김성남이 도깨비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칼은 빠르고 날카로웠지만 도깨비의 두꺼운 가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부러진 칼과 나가떨어진 김성남.

안 되겠다고 느꼈는지 그는 벌떡 일어나 나를 붙잡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X발! 절벽 아래 좁은 공간 보이지? 저리로 튀어.”

“네? 이건 미친 짓이에요!”

“아까 팀원들이 놈한테 찢겨 죽는 꼴 봤지? 그렇게 죽고 싶어?”

끔찍했다.

사람이 휴지 조각처럼 쪽 찢어지는 꼴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절벽 아래로 기어 내려갔다.

김성남은 나를 보내고 뒤따라 내려왔다.

우리는 그렇게 고립되었다.

멀리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다.

도깨비가 무언가와 부딪쳐 날뛰는 모양이다.

얼마 뒤 우리가 매달린 절벽으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몬스터의 무게가 아니다.

사람이다.

어떻게?

스윽—

“어어?”

갑자기 절벽이 잘리더니 아래로 흘러내린다.

김성남과 나는 비명을 꽤액 질렀다.

암석 한 덩어리는 우리 머리 위를 빗겨 내려가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45도로 잘 잘렸군. 올라와!”

위를 올려다보니 웬 잘생긴 젊은 청년과 개 한 마리가 보인다.

습관적으로 그들의 상태창을 확인해 본다.

그러자, 보인 것은…….

[강철남

레벨: 90

힘: SSS+

맷집: SSS+

속도: SSS+]

[멍구

레벨: 73

힘: SS+

맷집: SS+

속도: SS+]

그들은 신인가?

아니면 악마인가?

저것이 실존 가능한 상태창이란 말인가.

옆에 있는 인류 최강의 남자 김성남이 간신히 20레벨에 도달했다.

하물며 인간으로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마의 D등급을 달성할 수 있느냐 마느냐 초유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내 눈이, 맛탱이가 간 모양이군.”

결론은 그것밖에 없었다.

쉽게 얻은 재능이다.

쉽게 가 버리는 것도 납득 하는 수밖에.

오늘 일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퇴직을 하고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 * *

김성남과 최형권은 경사로를 기어서 올라왔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매끈한 단면.

김성남은 손으로 더듬어 보며 생각했다.

이건 대체 누가 무엇으로 자른 걸까?

“성남이, 여기서 이렇게 보니 반갑군.”

“징그럽게 왜 이래.”

홍태진은 그를 반겼다.

그의 표정에는 피로와 슬픔이 그득했다.

어쩐지 어두운 홍태진의 얼굴을 보자 김성남은 안 좋은 예감을 느꼈다.

“팀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 홍태진.

“X바알!”

김성남은 고함을 빽 지른다.

서울 헌터 연합의 파견 1, 2팀의 실력 있는 헌터들이 갈려 나갔다.

전혀 예상 못 한 바였다.

북한산의 작은 구멍에서 나온 몬스터들은 홍태진과 김성남조차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요. 대체 이 산의 몬스터들은 왜 이렇게 강한 거죠?”

장혜리가 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가 약한 거야!”

김성남이 악을 쓴다.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 도깨비는 어떻게 됐어?”

“그 녀석 말이지…….”

“어떻게 됐냐고.”

“멍구랑 강철남 씨가 해치웠네.”

“뭐라고?”

또다시 간접적으로만 전해 듣는 강철남의 활약상.

믿을 수 없다.

아니, 믿기 싫다.

대체 얼마나 자기를 바보 취급해야 직성이 풀릴 것인가.

“야, 강철남! 어딨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강철남을 찾는다.

하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때 저 멀리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

“아마 또 식사를 하시는 모양인데요.”

백진섭은 이제는 그러려니 하는 말투다.

“저 새끼를!”

[신속]

갑자기 전력 질주하는 김성남.

뒤에 남겨진 최형권은 생각했다.

강철남이라는 사람과 멍구라는 개에게서 본 비상식적인 상태창.

그리고 도깨비를 물리쳤다는 소식.

그렇다면 정말인가?

그 상태창이?

“요호홋. 멍구야, 이거 봐라.”

“오, 철남이. 이건 제법 대물인데?”

강철남은 마침내 염원하던 북한산 송이버섯을 캤다.

보통은 손바닥만 한 것이 몬스터의 기운을 잔뜩 받았는지 그 크기가 종아리만 했다.

불을 지피고 노릇하게 구워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 입에 침이 고이는 둘이었다.

“안 되겠다. 지금 바로 구워 먹자.”

“좀 더 모아서 먹자.”

“못 참지.”

땔감에 불을 땐 강철남은 바로 송이버섯을 꼬챙이에 꿰어 불에 굽기 시작한다.

빠르게 구워지면서 버섯이 익어 간다.

비주얼과 향이 미쳤다.

송이버섯 특유의 선명한 솔향이 풍겼다.

불에서 꺼낸 송이를 찢어 입에 넣으니 물컹한 식감과 동시에 즙이 터져 나온다.

이것이 바로 천연 송이버섯의 버섯 기름.

웬만한 고기보다 훌륭한 먹거리다.

“철남이, 나도! 나도!”

멍구가 냄새를 맡더니 환장을 한다.

한 입 낼름 받아먹어 보니 눈이 뒤집힌다.

“조, 존맛!”

깡충깡충 뛰며 춤을 추는 멍구.

박수를 치며 하늘을 향해 찬사를 보내는 강철남.

이것이 자연의 선물이다.

그때,

“강철나암!!”

뒤에서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누군가가 강철남을 부른다.

그 정체는 바로 김성남, 그가 노기를 띠고 달려들고 있었다.

[강화]

[참형]

김성남은 칼을 가로로 휘둘렀다.

그러자 강철남의 옆에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잘리더니 그에게로 쓰러진다.

턱—

강철남이 한 손으로 나무를 받아 내자 그 틈을 노려 공격을 시도하는 김성남.

[찌르기]

퍽—

하지만 가뿐히 오른발로 김성남을 바닥에 찍어 누르는 강철남.

“크허헉!!”

김성남이 각혈을 쏟아 낸다.

“또라이 새끼세요? 멀쩡한 나무는 왜 자르고 지랄이야?”

자연인 강철남.

자연을 훼손하는 자는 용서치 않는다.

“젠장, 네놈을 꺾고 나는 반드시…….”

이를 바득바득 가는 김성남.

하지만 강철남이 알 바는 아니다.

“나무를 자른 죗값은 치러야겠다.”

“후훗. 내 목숨이면 충분한가?”

“뭐래 미친놈아, 나무 심어야지.”

김성남을 일으켜 뒤통수를 때려 준다.

* * *

엄청난 속도로 달려간 김성남.

그 방향으로 헌터들이 뒤를 쫓는다.

파견 1팀의 팀장 홍태진과 실력자 한지영이 부상을 입고 힘겹게 달린다.

대체 얼마나 치열한 전투였던 걸까.

마침내 다다른 연기가 피어오른 장소.

그런데 뭐지,

내 눈이 아예 완전히 죽어 버린 건가.

왜,

왜 김성남이 강철남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있는 거지?

“잘 봐 인마! 그게 아니라 가지를 비스듬히 잘라서 땅에 잘 지지가 되도록 심으라고!”

“젠장! 내가 산골 촌놈이 하는 일을 내가 왜?!”

뭐지,

삽목, 일명 꺾꽂이.

나무의 가지를 꺾어서 땅에 심어 새로 뿌리를 내리게 하는 나무 심기 방법.

그걸 왜 인류 최강의 헌터가 고분고분 따라 하고 있는 건데?

“젠장! 젠장! 언젠가 네놈을 꺾어 주마, 강철남.”

이를 바득바득 가는 김성남.

하지만 나는 안다.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이라는 걸.

몇 번을 다시 봐도 달라진 게 없다.

다른 헌터들의 상태창은 지극히 정상이다.

딱 저 둘, 강철남과 멍구만 상태창이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

이건 진짜다.

서울 헌터 협회에 돌아와서 나는 둘의 상태창에 관한 보고서를 올렸다.

그러자 5분도 안 되어서 곧장 부협회장실에서 호출이 왔다.

“이거 진짜입니까.”

“진짜입니다.”

“어이구, 이거 참.”

서필도 부협회장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이건 비밀로 합시다.”

“네? 어째서죠?”

“지금은 현대 무기가 무용지물이지만 우리 세대가 이해하기 쉽게 빗대어 설명해 보죠. 만약에 대한민국이 유일하게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한다면 다른 나라가 어떤 반응일까요?”

“엄청 경계하겠죠.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페널티를 먹이려 할 거고요.”

“맞습니다. 지금 지구 모든 국가는 동맹 관계. 하지만 그 속내는 자기 국가의 잇속을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모두가 군침을 흘릴만한 무기는 공개하지 않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강철남 씨와 멍구의 존재 자체가 세계에 큰 임팩트다.

“그럼 비밀에 부치되 그다음은 어떻게 하죠?”

“강철남 씨와 멍구를 저희 쪽 사람으로 만드는 겁니다.”

“어떻게요?”

“그들이 원하는 건 산의 소유권. 그걸 빌미로 여기저기에 활용하는 겁니다.”

“이용하시겠다는 겁니까?”

“애석하게도 맞습니다. 몬스터들로 인한 피해가 막심해요. 비겁하더라도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닙니다.”

서필도 부협회장은 결심한 듯 일어서서 전화를 걸었다.

“음. 강철남 씨 좀 바꿔 주게.”

“…….”

“뭐?”

무슨 일일까?

전화를 끊은 그는 의자에 앉아 손등으로 이마를 짚는다.

“왜, 왜 그러십니까?”

“이미 산에 들어가서 집 짓고 살고 있답니다.”

“이런 또라이들…….”

그 시간 또라이 강철남과 멍구는,

산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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