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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15화 (15/175)

15화 이제 나보다 쎈 놈 없지?

강철남과 멍구가 나타났다.

백진섭은 이제 살았다며 안도했고,

홍태진은 위험에 처한 그들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달려가려 기를 썼다.

“철남 씨, 도망쳐요!”

한지영이 외쳤다.

“이 바보, 뭘 멍하니 있는 거야!”

장혜리가 달려가 강철남을 끌어내려 했다.

그때,

“이번 인간들도 재미없네.”

약한 인간을 가지고 노는 것에 따분함을 느낀 도깨비.

손에 들고 있던 나무를 집어 던진다.

“앗!”

고된 전투로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장혜리.

이대로 끝이려나 싶은 그때,

파앙—

멍구가 폴짝 뛰어 뒷발로 나무를 차 버렸다.

나무는 그대로 날아가 멍청히 서 있는 도깨비의 무릎을 가격했다.

“으아악!”

맥없이 주저앉고 마는 도깨비.

믿을 수가 없었다.

홍태진은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내며 눈을 비벼 다시 보았다.

잘못 본 게 아니다.

방금 저 개가 기차만 한 나무를 발로 차 날렸다.

뿐만 아니라 서울 헌터 연합의 최고들이 모여 있는 파견 1팀의 헌터들이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도깨비를 무릎 꿇린 것이다.

“엄마야…….”

한지영은 현기증이 났다.

이게 대체 뭐람.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내가 아무리 개라도 그렇지 건방지게 인사도 없이 막대기 물어 오기 놀이를 시켜?”

멍구는 앞발로 도깨비의 대가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말을 했어?”

홍태진은 다시 놀란다.

말하는 개. 믿기지 않는 파워.

그렇다면 저것은 몬스터인가.

“이 개새끼…….”

도깨비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멍구를 노려본다.

하지만 멍구가 지긋이 앞발로 머리를 내리누르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다.

[도깨비

레벨: 35

힘: B

맷집: B

속도: CC]

허세를 부리길래 얼마나 강한가 확인해 본 멍구.

녀석의 하찮은 상태창을 보고는 어이가 없어졌다.

“내가 아무리 개라도 개새끼라고 놀리면 기분 나빠 인마.”

퍽퍽—

도깨비의 대가리를 몇 대 더 쥐어박아 주자 정신을 잃고 만다.

“너, 너는 대체 정체가 뭐냐!”

홍태진이 부러진 창을 들고 멍구를 겨눈다.

“팀장님!”

한지영이 만류하지만 이미 눈이 돌아간 홍태진이었다.

“이 엄청나게 강한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말까지 하는 개라니. 너는 몬스터냐?”

“엄청 강하지는 않던데…….”

“말 돌리지 마라.”

홍태진.

그가 몬스터라는 존재에 이토록 분노하는 것은 몬스터의 공격으로 처자식을 잃었기 때문이다.

몬스터라는 존재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

멍구가 몬스터라면 죽일 기세로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찌를 수나 있겠수?”

“시건방 떨지 마라.”

“하암. 방금 봤을 텐데. 괜히 목숨 걸지 마슈.”

부들부들 손을 떠는 홍태진.

한지영이 그 손을 내려 진정시킨다.

괜히 머쓱해진 멍구.

이제 끝이려나 싶은 뒤쪽에서 뭔가 음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스윽—

“뭐야?”

멍구의 엉덩이 뒤에 누군가 있다.

그것은,

“웬 원숭이?”

“끼이끼이!”

원숭이는 멍구와 눈이 마주치자 땀을 삐질 흘린다.

그리고 허겁지겁 기절한 도깨비를 집어 들고 달아나 버렸다.

“쟤 뭐야.”

황당해하는 멍구를 뒤로 하고 달아나는 원숭이.

놈은 모든 전투를 지켜보며 숨어서 널브러진 인간들이나 좀 주워 먹을 수 있을까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도깨비를 낚아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뜻밖의 거대한 수확에 신난 원숭이는 헌터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도깨비를 끌고 가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드득— 우드득—

도깨비를 삼키자 비약적으로 힘이 증가한다.

몸에서 뼈가 늘어나고 근육이 부푼다.

골격과 체형이 급격히 거대해지고 눈빛이 사나워진다.

도깨비의 힘을 흡수한 것이다.

“우하하하. 드디어 최강의 힘을 손에 넣었다. 지금부터 내가 이 산의 주인이다.”

갑자기 얻은 기연으로 인한 자신감으로 성큼성큼 돌아오는 녀석.

“이건 또 무슨 전개야. 끝난 거 아니었어?”

장혜리는 이제 지긋지긋해졌다.

대체 얼마나 더 강한 몬스터들과 싸워야 하는 걸까.

[도깨비 원숭이

레벨: 40

힘: BB

맷집: B

속도: BB]

“개가 씹다 버린 거 주워 먹은 원숭이 주제에 무슨 산 주인이냐.”

멍구가 정곡을 찔렀다.

“이 건방진 개새끼가. 그 입을 반으로 쪽 찢어 주마.”

모멸감을 느낀 도깨비 원숭이는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숨어서 지켜본 게 있다.

이 개는 강하다.

그렇다면,

우선 멍청히 서 있는 저 인간들을 잡아먹어 힘을 키워야겠다.

“우끼끼! 잘 먹겠습니다.”

폭발적인 스퍼트로 헌터들을 향해 달려드는 원숭이.

“팀장님, 위험해요!”

녀석이 긴 팔을 뻗어 홍태식을 움켜쥐려는 찰나.

팔이,

없어졌다.

“에엥?”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

팔이,

사라졌다.

도깨비 원숭이는 절단면을 바라봤다.

3초 후, 갑자기 엄청난 열감과 함께 통증이 밀려왔다.

“우꺄아아!!”

바닥에 쓰러져 뒹구는 도깨비 원숭이.

머리 위에서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웬 젊은 인간이 다가온다.

한 손에는 자기 팔을 들고 있었다.

“청나라에서는 원숭이 뇌 요리를 먹었다던데 어떤 맛일까.”

도깨비 원숭이는 자기 머리통을 요리조리 둘러보는 강철남에게서 극단적인 공포를 느꼈다.

“아… 아…….”

목이 콱 막힌 듯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도망가야 한다는 본능이 머릿속에서 아우성쳤다.

“크으. 두, 두고 보자!”

도깨비 원숭이는 벌떡 일어나 폴짝 뛰었다.

열심히 팔과 다리를 흔들어 내달리고 또 내달렸다.

그런데,

분명 열심히 달리는데,

풍경이 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 건 목 아래의 몸통뿐.

어라? 왜 내 몸통이 혼자 달려 나가고 있는 거지?

아,

내 머리.

강철남은 원숭이의 머리를 꽉 잡고 있었다.

분리된 몸통은 혼자 달려가다 털썩 쓰러지고 만다.

“세상에…….”

그것을 목격한 한지영은 털썩 주저앉고 만다.

“이 사람, 진짜였어?”

장혜리는 결국 그의 진실을 믿을 수밖에 없어졌다.

“역시. 인류의 희망입니다.”

백진섭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단 한 사람, 홍태진만은 도리어 씩씩거리며 욱씬거리는 몸을 이끌고 강철남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는다.

“너 이 자식!”

홍태진은 화가 났다.

이런 큰 힘이 있으면서도 뭉그적거리며 뒤늦게 나타난 강철남에게 말이다.

“왜, 왜 그런 힘이 있으면서도 사람을 위해, 세상을 위해 쓰지 않는 거지? 네가 조금만 빨리 나타났더라면 우리 팀원들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

과한 화풀이였다.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 것은 헌터들의 숙명.

그들은 자기 책무를 다 하다 죽은 것이다.

그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할 말 다 끝났소?”

“아니! 아직 남았어. 난 당신 같은 사람이 싫어. 힘을 가졌으면서도 조용히 없는 척 살아가는 인간들. 혼자서만 속 편한 사람들.”

씩씩 분을 모조리 토해 낸 홍태진.

강철남은 이야기를 모조리 듣고 입을 뗀다.

“구멍을 내가 뚫었소?”

“…….”

“내가 몬스터랑 싸우라고 시켰소?”

“…….”

“나는 나요. 내 삶은 내 거요. 세상이 작살나든 어찌 되든 난 상관 안 하오.”

강철남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말했다.

“당신이 몬스터를 잡고 세상을 구원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오. 그건 당신 인생이오. 방해하지 않겠소. 다만 나는 내 인생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소. 나는 먹고 싶은 걸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하기 싫은 건 하지 않을 거요.”

침묵하는 홍태진.

“이런 내가 이기적이고 몹쓸 인간 같소?”

“좋게 보이진 않는군.”

“하하하. 나도 좋게 보일 생각 따윈 없소. 살면서 깨달은 바가 있다면 남의 장단에 맞춰 춤출 필요 없다는 것이오. 춤은 내 장단에 맞춰 추는 거지.”

인간은 모두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아간다.

몬스터를 무찌르고 팀원들을 구하고 싶었던 것 역시 홍태진의 욕심이었다.

그 일을 타인에게 강요할 순 없다.

홍태진는 그 사실을 깨닫고 머리가 차게 식자 흥분한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꼭 그렇게 말했어야 했어요?”

장혜리가 따라와 따진다.

“거짓으로 점철된 관계는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지. 인간관계는 자고로 솔직해야 하는 법이오.”

할 말이 없어진 장혜리였다.

혼란에 빠진 뒤 속을 알 수 없는 시커먼 인간들이 넘쳐 나는 세상이다.

이런 세태 속에서 그의 말은 분하지만 수긍이 가는 말이었다.

“저기, 철남 씨는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죠?”

한지영이 부러진 칼을 매만지며 묻는다.

나름 갖고 있던, 자기는 강하다는 자부심이 무너진 모양이다.

“잘 먹고 잘 자면 돼요.”

“아, 정말!”

“농담이 아니오. 그런 말이 있지.”

“뭔데요?”

“산에서 나는 것 치곤 몸에 나쁜 거 없다.”

* * *

참혹하게 찢어져 죽은 동료들의 시신을 전부 거둘 수는 없었다.

그저 머리만을 묻어 둔 채 약식으로 장례를 치렀다.

계속 가야 한다.

김성남과 ‘눈’을 가진 헌터의 흔적을 쫓아서.

“킁킁.”

“멍구야, 왜 그러니?”

코를 씰룩이는 멍구를 보고 묻는 한지영.

“김성남의 냄새가 나.”

“정말?”

홍태진의 귀가 번쩍 뜨인다.

동료들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임무를 달성하지 못한 채 돌아가면 평생의 수치로 남을 것이다.

“산 위로 도망친 모양인데.”

“앞장서 주겠나?”

“무리하지 마, 팀장 양반.”

멍구가 바닥을 킁킁대며 한 발씩 나아간다.

올라가는 산길은 험했다.

몬스터들이 날뛰면서 길을 휘저어 놓은 탓이다.

흙바닥은 거의 벗겨져 암석이 드러나고,

나무는 뿌리째 뽑혀 나뒹굴고 있었다.

산은 마치 거인이 커다란 삽으로 마구 솎아 낸 듯 뒤엎어졌다.

“킁, 킁. 여기야.”

멍구가 안내한 곳은 낭떠러지 앞.

“김성남 씨?!”

백진섭은 낭떠러지 아래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미 너무 늦어 버린 걸까.

“누구야?”

절벽 아래에서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밑을 내려다보니 벽에 붙어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어쩌다 이런 곳에…….”

“아, 홍 팀장? 젠장, 꼴사나운 꼴을 보였군.”

자존심 때문에 차마 속사정을 말하지 못하는 김성남 대신 눈을 가진 헌터가 대답했다.

“몬스터를 피하려고 여기 숨어 있었습니다.”

“난 숨은 게 아니야!”

끝까지 바락바락 우기는 김성남.

하지만 절벽에 꼭 붙어 있는 꼴은 마치 겁먹은 매미 그 자체였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밧줄, 밧줄이 필요해.”

하지만 전투 중 모든 장비가 소실되어 버렸다.

두 사람을 끌어 올릴 수단이 없다.

“제기랄, 여기까지 와서.”

꽉 쥔 주먹이 떨릴 정도로 홍태진은 분했다.

이 산에 와서 제대로 해낸 일이 무어란 말인가.

동료들을 잃고 몬스터 하나 퇴치하지 못했다.

게다가 눈앞에 있는 목표 대상도 구할 수 없는 상태다.

“크아앗!”

홍태진이 머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는다.

“팀장님. 진정하세요.”

그 맘을 안다는 듯 한지영이 그를 다독인다.

장혜리와 백진섭도 그의 마음을 잘 알았다.

이 미쳐 버린 세상에서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다 보면 자기 자신의 나약함을 마주하는 순간은 늘 괴로운 법이니까.

“잠깐 빌리겠소.”

“네? 아, 네.”

강철남이 장혜리의 단도를 빌려 손에 쥔다.

“철남 씨, 그걸로 뭘 하시려고…….”

“물러서시오.”

그가 무엇을 할지 도저히 예측이 안 되는 백진섭이었지만 그라면 무슨 일을 벌일 것이란 걸 확신했다.

“모두, 뒤로 물러섭시다!”

강철남은 칼을 오른쪽 위로 높게 쳐들었다.

이어서 허리 스윙을 이용해 사선으로 단도를 긋는다.

그저 보기에는 허공에 칼을 휘두르는 동작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벌어진 풍경은 헌터들을 경악게 했다.

“절벽이…….”

“잘려 나갔어…….”

두부 자르듯 잘려 나간 절벽 귀퉁이가 빗면을 따라 흘러내린다.

매달려 있는 두 사람 머리 위로 잘린 절벽이 미끄러지며 까마득한 아래로 떨어진다.

“우와악! 뭐야, 시벌!”

“엄마야!”

두 사람은 머리 위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 현상에 눈을 질끈 감는다.

“세상에…….”

“말도 안 돼.”

“저 조그만 단도로 땅을 자른 거야……?”

헌터들은 똑똑히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백진섭은 강철남의 힘을 알고 있었으나 그가 이토록 괴물인지 몰랐다.

늘 예상을 가뿐히 뛰어넘는 남자다.

홍태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장혜리는 뒤로 넘어져 버린다.

한지영도 다리에 힘이 풀려 풀썩 주저앉는다.

“45도로 잘 잘렸군. 올라와!”

강철남이 아래를 보고 말한다.

멍구도 곁에 서서 내려다본다.

눈을 가진 헌터는 둘과 눈이 마주친 순간 경악했다.

그건 마치 초월적인 존재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들은 신인가, 아니면 악마인가.

어떻게 저런 상태창을 가질 수가 있는 거지.

그가 본 강철남과 멍구의 상태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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