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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 자연인이다-6화 (6/175)

6화 하, 시바. 넌 뒤졌다

인류 최강의 헌터 레벨 12 김성남.

그가 쓰러졌다.

댕댕이 멍구의 재채기 한 방에 갈비뼈가 으스러진 채로.

“헉! 멍구 형님. 저 인간 저대로 내버려 둬도 될까요?”

“내비 둬. 곧 동료들이 몰려올 거다.”

다가오는 헌터 연합의 냄새를 맡은 멍구는 집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성큼성큼 단숨에 땅을 접어 달리는 멍구와 폴짝폴짝 그 뒤를 따르는 냥고.

두 마리 동물은 눈 깜짝할 새에 모습을 감춰 버렸다.

“이쪽이야!”

한편 백진섭이 헌터들을 이끌고 김성남의 뒤를 쫓았다.

“한참 달렸는데 근처도 못 왔어. 김성남은 대체 얼마나 빠른 거지?”

새삼 그의 강인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 그라면 분명 고양이를 두 동강 냈을 것이다.

그런데,

“김성남 씨!”

그가 쓰러져 있다.

입가에는 피가 가득 묻어 있었다.

여기저기 튄 흔적으로 보아 각혈로 보인다.

“인류 최강 헌터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순간 백진섭은 생각했다.

지금 이 모습을 대원들이 본다면 공황 상태에 빠질 것이다.

이 정체불명의 숲에 김성남을 때려눕힌 미스터리 한 몬스터가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

“젠장, 뭐가 어떻게 돼 가는 거야?!”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백진섭.

하지만 사방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가 잔뜩 날을 세워 경계하는 사이 대원들이 도착하고 말았다.

“세상에!”

“기, 김성남이 쓰러졌어.”

“뭐야. 여기에 D랭크 몬스터라도 있는 거야?”

김성남의 힘, 맷집, 속도 평균 스테이터스는 E.

D급 몬스터라면 그의 랭크를 웃도는 수준의 강적을 뜻한다.

정신을 잃은 김성남 주위에 몰려든 헌터들은 백진섭의 우려대로 동요하고 말았다.

“다들 조용히 해. 뭐가 어디에 있을지 아직 모른다. 섣불리 소리 지르거나 흩어지면 놈에게 당한다.”

침착한 대장의 판단에 모두 입을 틀어막는다.

그때 앞서 수색을 계속 진행하던 수색조가 신호 휘슬을 불었다.

집합 신호였다.

“우선 수색조와 합류한다.”

백진섭은 접이식 들것을 펼쳐 헌터 둘에게 김성남을 들도록 하고 신속히 자리를 벗어났다.

“무슨 일이야?”

“저 위에서 초가집을 한 채 발견했습니다.”

“빈집인가? 도움을 받을 수는 없겠군.”

“도움이라뇨? 으악! 김성남이 왜 걸레짝이 되었죠?”

“설명할 시간도 없어. 사람이 없다면 내려가는 수밖에.”

“그게 대장님.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봤습니다.”

“뭐라고? 그렇다면 사람이 산다는 말인가? 이 흉흉한 산에?”

백진섭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부상당한 김성남에게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전 대원들, 우선 초가집으로 향한다.”

* * *

강철남은 산 뒤편으로 어슬렁어슬렁 마실을 다녀왔다.

가끔 쑥이나 더덕을 캐는 곳에서 처음 보는 삼을 한 뿌리 캐 왔다.

“산에 나는 것치곤 나쁜 게 없지.”

길어 온 물로 삼에 묻은 흙을 씻어 내고 총총 썰었다.

초고추장에 된장을 배합한 양념장에 무치니 제법 괜찮은 반찬거리가 되었다.

한번 맛만 본다는 게 우적우적 다 씹어 먹고 말았다.

“우음, 건강해지는 맛이야.”

삼을 먹는 동안 강철남의 몸에는 다시 푸른빛이 감돌았고 힘이 솟아났다.

해도 저물어 가는 오후, 밭일이나 할까 싶었다.

매일매일 소변으로 비료를 뿌려 준 텃밭에는 며칠 만에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 있었다.

그런데 자라도 너무 잘 자랐다.

“이럴 리가 없는데.”

호미로 땅을 살살 파 보니 머리통만 한 감자가 줄줄이 끌려 나왔다.

“이게 뭐람!”

무슨 감자가 이리도 큰가.

아무래도 강철남이 침만 뱉어도 식물들은 그 양분을 흡수하는 모양이다.

“좋아, 오늘은 감자튀김을 해 먹자.”

원래는 삶아 먹으려 했던 감자.

20대의 건강한 몸이 되고 나니 튀긴 음식이 당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먹는 순간도 즐겁지만 먹고 나서도 속이 편안하다는 게 좋았다.

“한나절은 먹겠네.”

머리통만 한 감자를 썰어 보니 양이 어마어마했다.

솥에 기름을 두르고 불을 지핀다.

불 세기를 적당히 조절해 튀김이 타지 않도록 했다.

“길쭉하게 썬 감자를 넣으면.”

치이익—

부글부글 기름이 끓으며 감자를 튀기기 시작한다.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솔솔 피어오른다.

한 번 튀긴 감자튀김을 건져 내 살살 식힌 다음 한 번 더 튀긴다.

마침내 황금빛으로 노릇노릇 익은 감자튀김이 완성되었다.

“짭짤하게 소금을 좀 뿌려 볼까.”

칙— 칙—

소금을 팍팍 뿌리고 양푼 가득 감자튀김을 들고나오는데,

“헥, 헥.”

멍구가 여유롭게 걸어 돌아왔고 뒤이어 냥고가 헐레벌떡 쫓아온다.

“냥고, 간 거 아니었니?”

“아이고, 철남이 형님. 저 이제 인간 세상에서는 못 살겠어요. 저 좀 거둬 주세요.”

“밥값은 해야 한다.”

귀찮게만 하지 않는다면 짐승 한 마리 더 거두는 것쯤이야.

대신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밥값은 톡톡히 치르게 할 셈이다.

멍구는 개집 앞에 놓아둔 큼직한 멧돼지 뼈다귀를 앙, 물고 엎드려 쉰다.

오독오독 감자튀김을 씹어 먹는 강철남의 몸에서 자꾸만 희미한 푸른빛이 올라왔다.

“철남이가 또 뭘 주워 먹고 있나 보군.”

[강철남

레벨: 57

힘: SS

맷집: SS

속도: SS]

자기도 모르는 새에 열심히 레벨을 올리고 있는 강철남이었다.

“계십니까.”

마루에 앉아 감자튀김을 먹으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강철남은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앗, 정말 사람이 있어.”

“젊은 사람이잖아.”

“이런 산골 초가집에 웬 잘생긴 청년이…….”

헌터들의 눈에는 예스러운 배경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세련된 젊은 남자의 이미지가 이질적으로 보였다.

혹시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한 몬스터가 아닌가 경계하는 이도 있었다.

“저희는 경북 헌터 연합에서 나왔습니다. 이 집의 주인 되십니까?”

“그렇소만.”

백진섭이 침착하게 말을 걸었다.

“다친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진통제나 소독약 가지고 계신 것 있습니까?”

“그런 건 없소.”

“크윽. 이런…….”

절망적인 표정의 백진섭.

강철남은 그의 뒤에 들것에 실린, 초주검이 된 남자를 건너다보고 백진섭에게 물었다.

“저 남자는 왜 저리된 것이오?”

“웬 몬스터한테 당했는지 달려와 보니 이 꼴이 되어 있었습니다.”

순간 심상치 않은 촉이 왔다.

멍구와 냥고가 올라오고 박살이 난 인간이 실려 왔다.

이건 무조건 합리적 의심이…….

“멍구.”

조용히 멍구를 부르며 바라보니 눈을 피한다.

갑자기 평범한 개 행세를 하며 슬그머니 마당 뒤편으로 사라지는 녀석.

냥고도 슬그머니 모습을 감춘다.

너구나.

“하아… 거 일단 마루로 옮겨 오쇼. 약초라면 있으니까.”

“네? 약초요? 그런 걸로 나을 부상이 아닙니다!”

“거 속고만 사셨나. 일단 와 보슈.”

백진섭은 뒤를 돌아봤다.

전투를 치르며 김성남을 싣고 오느라 지친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약초 때문이 아니더라도 잠시 쉬어 갈 필요가 있었다.

“마루로 옮기거라.”

김성남이 마루 위에 누웠다.

강철남은 약초를 푹 달인 물을 데워 왔다.

“쭉 들이키슈.”

정체불명의 검고 걸쭉한 물을 입에 흘려 넣으니 김성남의 목이 꿀렁꿀렁 움직인다.

그러자,

“커흑! 떠흑!”

기침을 거세게 하는 김성남.

“김성남 씨! 갈비뼈가 부러졌소. 기침을 그렇게 세게 하면…….”

그러나 편안한 표정의 김성남.

잠이 든 모양이다.

백진섭이 설마 하는 마음에 갈비뼈를 만져 보니 세상에,

“완치됐어.”

이 산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믿을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고 있다.

“저, 학생? 아니, 젊은 친구. 당신은 대체 정체가 뭡니까?”

“나요? 그냥 산에 틀어박혀 사는 히키코모리요.”

예상 밖의 답변에 벙쪄 버린 백진섭.

“아무튼 도와줘서 고맙습니다.”

“됐으니 적당히 숨만 돌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가쇼.”

만사가 귀찮은 듯한 강철남의 태도.

그러나 백진섭은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정보란 정보는 모두 얻어야지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다.

“어떻게 여기서 살아가는 겁니까? 강한 몬스터들이 득실대는 이런 산에서.”

“우리 집에 찾아오는 동물들은 약한 애들뿐이오.”

물론 강철남의 기준에서 말이다.

솥뚜껑으로 머리를 두 동강 낸 멧돼지만 하더라도 레벨이 20은 되었다.

삽으로 두개골을 작살 낸 곰만 하더라도 레벨이 30은 되었다.

이 두 녀석이 산 밑으로 내려왔더라면 한반도는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헌터 연합이라니 그런 것도 있소?”

“국가 공인 단체부터 민간단체부터 다양합니다. 헌터들이 힘을 합쳐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단체죠.”

“그렇겠지. 몬스터는 제법 맛있으니까.”

“네?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아니요. 힘든 일들을 하시는구나 싶어서요.”

강철남은 얼버무렸다.

아무래도 도시 사람의 입맛과 산 사람의 입맛이 달라 조금 껄끄러워할 테니 말이다.

“맞습니다. 헌터라는 직업이 고수익이긴 해도 3D 중의 3D 업종이죠. 저도 젊었을 적부터 노가다니 원양 어선이니 안 해 본 일이 없었는데 이 짓만큼 힘든 일도 없습니다.”

갑자기 백진섭은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철남 씨 나이만 할 때는 어쩌고저쩌고.

이거 큰일 나겠다 싶은 강철남은 말을 홱 끊어 버렸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손님들이 왔는데 아무것도 안 내오고.”

밭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감자를 한 뿌리 뽑아 든다.

그러자,

“철남 씨! 그거 당장 내려놓으세요!”

“왜 그러슈?”

“그거, 몬스터의 기운이 들어간 감자요!”

몬스터의 기운?

설마 강철남이 오줌을 갈긴 것 때문인가.

“하늘에 구멍이 뚫리고 몬스터들이 땅에 내려와서 세상을 더럽혔습니다. 그들의 타액이나 혈액이 뿌려져 그것이 스며들어 밭과 들에는 이상한 식물들이 자라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몬스터의 DNA를 먹고 자란 작물들은 독이란 말이요?”

“그렇습니다. 여태 그런 걸 먹고 살아남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 나 방금 저 사람한테 그런 거 먹였는데.”

“네에?!”

백진섭은 김성남의 상태를 확인한다.

다행히 심장도 뛰고 숨도 쉰다.

“다행이다. 강철남 씨! 하마터면 사람 죽일 뻔했어요. 원래라면 피를 토하다 몸에 기포가 올라와 뻥, 하고 터져 버렸을 겁니다. 김성남 씨였기에 망정이지.”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요?”

“대단하고 말고요. 자그마치 레벨 12,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헌터입니다!”

흥분한 백진섭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소리를 질렀던 탓인지 목이 말랐다.

“…….”

잠깐, 소리를 질렀다고?

쿠르릉—

갑자기 산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몬스터인가?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모양이다.

백진섭은 큰 소리를 낸 자기 주둥아리가 원망스러웠다.

하필 김성남이 잠든 지금 기습을…….

“샤아아!”

나무를 찢으며 나타난 것은 거대한 너구리였다.

무슨 너구리의 덩치가 코끼리만 했다.

꼬리를 한 번 휘두르니 나무들이 먼지처럼 싹 날아가 버린다.

“으아아!”

“이건 안 돼!”

“도, 도망쳐!”

헌터들은 칼을 버리고 산 아래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부상당한 동료와 민간인을 두고 도망치다니. 헌터의 수치 같은 놈들.”

백진섭은 칼을 뽑아 너구리에게 맞섰다.

하지만 몬스터의 위압에 다리가 떨리는 걸 참을 순 없었다.

그때,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뻐근하군. 몸 좀 풀어 볼까?”

김성남이 기지개를 피며 일어났다.

그것을 본 백진섭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김성남 씨, 몸은 괜찮으십니까?”

“최고야. 증명해 주지, 세계 최강 헌터의 실력을.”

김성남은 칼을 쥐고 도약했다.

그가 너구리의 목을 단번에 치려는 그때.

“너굴!”

퍽!

쿵!

너구리의 가벼운 앞발 잽에 김성남의 몸이 초가집 지붕을 뚫고 구들장에 꽂혀 버린다.

백진섭은 모든 희망을 잃은 듯 주저앉아 버린다.

“하, 시바.”

강철남은 할 말을 잃었다.

한낱 너구리 새끼가 자기 보금자리를 개 박살 내는 꼴을 보게 되다니.

“넌 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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