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 자연인이다-3화 (3/175)

3화 강함의 비결, 그것은 골고루 처먹는 것

강철남은 귀를 의심했다.

멍구가 말을 했다.

“멍구야. 너 입맛이 제법 까다롭구나.”

“아니, 철남이 포인트는 그게 아니지. 개가 말을 하고 있잖아.”

잘못 들은 게 아니다.

분명히 멍구는 사람의 말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말하는 지네를 먹은 덕분인 것 같군.”

“멍구 너 원래 생각도 하고 그랬니?”

“생각이야 생물이면 누구나 하는 거야. 단지 언어 체계가 달라서 그렇지.”

“그렇다면 멍구는 사람의 언어 체계를 익힌 거니?”

“뭐, 이것저것 물어봐도 나도 아는 바가 없어. 그냥 그렇게 추측할 뿐이지.”

“세상에나.”

살다 살다 말하는 개를 볼 줄이야.

그것도 우리 멍구가.

“좀 징그러운가?”

“전봇대만 한 구렁이가 나타나고 집채만 한 지네가 나타나는 마당에 말하는 개쯤이야.”

놀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목소리는 귀여웠다.

그저 앞으로 시끌벅적해지겠거니 싶었다.

“저, 저기 학생!”

잠시 멍구와 대화를 하는 사이 나무 뒤에서 벌벌 떨며 숨어 있던 황기태 PD와 카메라맨이 나타났다.

학생?

‘혹시 나를 부르는 건가?’

“구해 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

“학생이랑 저 개가 아니었으면 우린 죽었을 거야.”

두 사람이 강철남과 멍구의 손을 잡고 굽신굽신 인사를 한다.

“이야, 철남이. 오래 살 일이야. 학생 소리도 다 듣고.”

멍구가 능글맞게 강철남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하자 순간 황기태와 카메라맨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진다.

“으어어…….”

“어으, 어으.”

말하는 개를 보고 정신 줄을 놓아 버린 모양이다.

“어라, 이 양반들 상태가 이상한데?”

“네가 말을 하니까 그렇잖아.”

강철남이 두 사람을 깨우러 다가가자 그들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몬스터다!!”

다급한 나머지 산 위로 도망가는 두 사람.

뒤도 안 돌아보고 침을 질질 흘리며 뛰어 들어간 곳은 강철남의 초가집이었다.

“선생님! 선생님!”

“저희 좀 살려 주세요!”

안방에 몸을 던지고 오들오들 떨고 있을 때,

“식사들은 하셨수?”

“으아아!”

황기태와 카메라맨은 이제 죽었구나 싶었다.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몬스터들의 싸움에 껴서 죽는구나.”

애초에 호들갑을 혐오하는 강철남은 살짝 언짢아졌다.

“이 이상 개지랄 소란 떨면 진짜 솥에 넣고 끓일 테니 닥치쇼들.”

그러자 드디어 잠잠해졌다.

“나요, 나. 강철남. 모습이 바뀌어서 못 알아보겠지만.”

“무슨 말씀을…….”

“요즘 산에서 기괴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소. 나랑 멍구도 휘말려 버렸지.”

“어, 그렇다면…….”

“당신들이 취재하겠다고 찾아온 강철남이 바로 나 맞다는 말이요. 아까 그 개는 멍구고.”

그제야 황기태와 카메라맨은 긴장을 놓고 온몸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철남은 마루에 앉아 사정을 물었다.

“아까 그건 뭐요? 몬스터니 뭐니 하는 건 또 뭐고?”

“선생님, 지금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금도 모르십니까?”

“산속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 세상 물정 돌아가는 꼴을 어찌 알겠소.”

“피디님. 아무래도 처음부터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어느새 멍구도 이야기가 궁금한 듯 마루에 앞다리를 걸치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

강철남이 시원한 약수를 떠 오니 피디가 그걸 벌컥벌컥 들이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선생님을 만나고 하산한 그날 밤,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열렸습니다.”

“구멍?”

“네, 말 그대로 검고 커다란 구멍이 하늘에 뻥 뚫린 겁니다.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진짜입니다.”

“지금까지 겪은 걸 보면 믿을 수밖에 없지.”

“그 구멍으로 몬스터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은 동맹을 맺고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군대를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무기는 몬스터들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뭐야, 그거. 그러면 어떻게 물리쳐?”

“제가 말씀드린 너튜브라고 기억나십니까? 사람들이 영상을 올린다는 인터넷 사이트. 몬스터들끼리 싸우는 영상이 올라온 걸 본 누군가가 몬스터의 신체로 만든 무기라면 통하지 않을까, 라는 말을 꺼낸 겁니다.”

“몬스터는 몬스터로 죽일 수밖에 없다는 건가.”

황기태는 다시 약수를 꿀꺽꿀꺽 마시고는 숨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도로고 뭐고 다 위험합니다. 저희는 서울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여기서 한 달째 고립되어 살아남았다고요! 단 30일입니다. 30일 만에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세계는 헌터들과 몬스터들의 이분 대립 세상으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헌터?”

“몬스터를 사냥하는 자들을 헌터라고 합니다. 정부에서는 이 헌터들에게 어마어마한 보상을 주고 그들을 고용하죠.”

“별의별 직업이 다 있군.”

“처음엔 저도 하찮게 여겼는데 헌터라는 직업이 쏠쏠한 겁니다. 몇몇 특이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은 헌터들이 지닌 능력치를 간파할 수 있다고 하는데 간파 결과 레벨이 2만 되어도 계약 한 건당 10억은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세계 최고 헌터의 레벨은 7이고요. 버는 돈이 어마어마하겠죠? 참고로 저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레벨 1에 속하지만요.”

레벨과 스테이터스를 볼 수 있는 상태창.

그것은 멍구의 눈에도 붙어 있는 능력이다.

현재 레벨이 35인 강철남, 그는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걸까.

“이봐, 그렇다면 국가 부채가 어마어마하겠는데.”

“그렇겠죠? 그런데 그만큼 사망자 수도 엄청난 겁니다. 임무 하나당 계약을 한 건씩 하게 되는데요, 계약 시 사망할 경우 가족이 수령할 수 없고 그대로 정부 소속 헌터 지원금으로 귀속된다는 조항에 사인을 하게 되니 실질적으로 정부가 지급하는 돈을 벌어 가는 헌터는 많지가 않답니다.”

“돈을 벌려면 임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긴가. 가혹하군. 아등바등 살아가는 현실이 더 각박해졌어.”

“그래서 임무 하나만 마치고 은퇴하려는 초단기 헌터들이 많습니다.”

고작 한 달 만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산 아래 사람들이 여전히 돈에 목숨을 거는 행태는 변함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나 해야 하나.

“그런데 선생님.”

“왜요?”

“선생님께서는 어찌 젊고 강해지셨나요?”

“맞아요, 몬스터에게 맨손으로 타격도 입히시고요.”

황기태와 카메라맨이 강철남의 비밀을 캐묻자 딱히 숨기고픈 계산 따윈 없는 강철남이 말했다.

“산에서 나는 것치고 몸에 나쁜 건 없다!”

“네에?”

“닥치는 대로 먹어라. 구근 식물이건, 나무 열매건, 구렁이건.”

강철남은 그렇게 말하며 둘에게 약초 하나를 던져 주었다.

사람을 젊고 강하게 만들어 주는, 집 뒤편에 자라는 정체불명의 약초였다.

“철남이, 저걸 저렇게 냅다 줘 버려도 되는 거야?”

“오히려 좋지.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 있는 헌터가 늘어나면 말이야.”

“인간을 너무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는군.”

“귀찮게 꼬치꼬치 캐묻는 게 귀찮을 뿐이야.”

“그나저나 저 이상한 약초도 수상해. 하늘에 뚫린 이상한 구멍에서 나오는 기운을 받고 자란 물건이니. 저런 걸 먹고 살아 있는 우리도 용하단 말이야.”

“뭐, 우리야 산에 나는 자연의 먹거리를 먹으며 자라 왔으니 그릇이 갖춰진 거지. 만약 욕심부려서 마구 처먹었다간 화를 면치 못할걸.”

무엇이든 과유불급이다.

몸에 좋다고 허용 범위 이상을 먹어 버리면 오히려 독이 된다.

하나 언제 어디서나 멍청이들이 꼭 있기 마련.

황기태와 카메라맨은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야, 씨바 따라와 봐.”

“왜요?”

“아까 집 뒤에 이런 약초 한가득 자라나 있는 거 봤거든.”

“오, 진짜요?”

“그래 인마. 이거 한 열 뿌리씩 먹고 나머지는 갖다 팔면 엄청난 부자가 될 거야. 레벨을 올려 주는 성장 아이템. 한 뿌리에 1억만 받아도 헌터질 안 하고 평생 먹고 놀 수 있어.”

“피디님 아이디어. 개 지렸습니다. 바로 약초 캐러 가시죠.”

두 사람은 강철남에게 잠시 소변을 보고 온다며 집 뒤로 가 약초를 미친 듯이 캐기 시작했다.

그들은 입에 약초를 꾸역꾸역 집어넣고 가방에 주워 담으며 부자가 될 생각에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좋아, 다 챙겼다. 얼른 튀자.”

“꺼윽. 어우, 배불러.”

“너 얼마나 먹었냐?”

“스무 뿌리요.”

“미친 새끼네 이거.”

“그러는 피디님은요?”

“나는 한 열 뿌리?”

“히힛. 제가 먼저 대한민국에서 최강자가 되면 피디님 보디가드 해 드릴게요.”

“이 건방진 새끼.”

둘은 희희덕거리며 산을 내려갔다.

중간쯤 내려갔을까 갑자기 카메라맨이 주저앉았다.

“어윽!”

“야, 너 갑자기 왜 그래?”

“아으아아악!”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카메라맨.

그러자 피에서 이상한 냄새가 올라온다.

마치 인간의 피 냄새가 아닌 것 같았다.

그 피 냄새에 이끌려 웬 멧돼지 한 마리가 다가왔다.

“멍청한 인간들. 그릇도 안 되는 주제에 몬스터의 기운이 서린 약초를 마구 집어 먹은 모양이군.”

“으아! 넌 뭐야, 저리 꺼져!”

“어차피 너희는 죽는다. 차라리 내 양분이 되는 편이 이롭지 않겠나.”

멧돼지 몬스터는 어금니를 세워 황기태를 찢어발기고 꿀떡 황기태를 삼킨 뒤 기절한 카메라맨도 삼켜 버렸다.

대한산의 가장 강했던 지네 요괴 다음으로 새로운 산의 주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강철남은 텃밭을 돌보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게 작물들이 잘 자라는 데다 싹도 모양이 이상했다.

원래라면 기다란 줄기 모양이어야 하는데 널찍한 부채 모양의 싹이 자라는 것이다.

“요즘 오줌에 중금속이라도 섞여 있나.”

“맨날 구렁이, 지네 이런 거만 먹으니 그렇지.”

“멍구 너 말 배우고 나서 까칠해졌다?”

대충 밭일을 정리하고 돌아가려는 강철남과 멍구.

그때,

“서, 선생님!”

황기태가 불쑥 나타나 강철남을 불렀다.

“어라? 피디 양반, 갑자기 사라져서 어딜 갔나 했네.”

“잠시 산 구경을 좀…….”

“그 꼴을 겪고도 겁도 없어. 그 카메라맨 친구는?”

“집안에 일이 있다고 먼저 갔습니다.”

“도로도 난리라며?”

“아, 그, 그게 헌터들 덕분에 도로가 다시 뚫렸답니다!”

“세상 웃기게 돌아가는군. 이랬다가 저랬다가. 피디 양반네 집은 괜찮아?”

“아, 네! 연락해 보니 별일 없다더군요.”

“다행이네. 그러면 밥이나 먹고 돌아가슈.”

“감사합니다.”

황기태가 팔을 걷어붙이고 저녁 차리는 걸 도와주려 한다.

“저는 뭘 도와드리…….”

그때,

“이 개같은 새끼!”

퍼억!

멍구의 앞발이 황기태의 싸다구를 힘차게 후렸다.

“크악!”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는 황기태는 멍구의 개싸다구에 목이 360도로 돌아가 버렸다.

“냄새가 난다, 이 돼지 새끼. 감히 누굴 속여?”

멍구는 황기태를 노려보며 꼿꼿하게 서 있었다.

벌떡 일어난 황기태는 목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며 씨익 웃었다.

“요 개새끼가, 제법 촉이 좋아?”

황기태는 근육을 꿈틀대더니 곧 멧돼지의 형상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어금니를 흔들며 멍구에게 돌진하는 멧돼지.

엄청난 기세에 멍구도 긴장한다.

그때,

“오! 돼지고기! 멍구야! 절대 놓치지 마!”

“철남이 도랏? 지금 그게 중요…….”

쾅!

멧돼지의 정면 박치기를 받아 낸 멍구는 네 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버텨 냈다.

그때, 강철남이 부엌에서 솥뚜껑을 집어 그대로 날려 버렸다.

빙글빙글 엄청난 회전으로 날아간 솥뚜껑은 그대로 멧돼지의 두개골을 작살내 버린다.

“이야! 오늘은 통돼지 구이를 해 먹자꾸나.”

“이 싯빨, X나 아프네.”

“이, 일단 목욕부터 할까?”

“욕부터 나오네, 개같은.”

머리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멍구는 강철남을 바라보았다.

[강철남

레벨: 50

힘: S+

맷집: S+

속도: S+]

강철남.

그는 저녁 찬거리를 위해 몬스터를 때려잡다 보니 어느새 지구 최강의 남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문제는 ‘이 멧돼지를 어떻게 요리해 먹을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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