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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26화 (226/236)

226화

컴퍼니와 하이낸스. 두 거대 세력 간의 전쟁은 다른 거래소들에 엄청난 파란을 몰고 왔다. 슈엔자오가 운영하던 37개 거래소는 문을 닫았고, 그 여파로 모든 코인이 일제히 폭락했다.

자신들의 코인들이 휴짓조각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직접 계약자들이 코인을 시장가로 던졌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연쇄 충격으로 다른 대형 거래소들도 문을 닫았다.

직접 계약자들은 중소 거래소들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나 중소 거래소들은 그들의 물량을 감당할 수 없었고, 대부분 얼마 가지 못해 문을 닫는다는 등의 동일한 결말을 맞이하곤 했다.

그러던 와중, 우주에서 가장 거대한 언론사 - 스페이스 넷을 통해 신규 거래소가 출범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그들은 의아해했다. 이 시기에 출범하는 거래소라니, 정체가 뭐란 말인가.

그리고 그들은 곧 그 신규 거래소의 이름이 ‘트레이’ 거래소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 저, 트레이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합니다.

- 우리 트레이 거래소는 최신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거래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높였고···

말 그대로, 대상인 트레이가 운영하는 거래소였다. 직접 계약자들은 그의 의도를 의심했다. 트레이 코인으로 한탕 거하게 해먹은 지 채 일 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 새끼, 또 한탕 해먹으려는 거구나?’

그러나 직접 계약자들에게 다른 선택지란 딱히 존재하지 않았고, 반신반의(半信半疑)하던 몇몇 직접 계약자들이 먼저 코인을 트레이 거래소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트레이 거래소에서 정상가로 코인을 매입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뒤이어 그들은 또 하나의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기프트를 출금하기 위해서는, 본사를 방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건 사기다.’

대부분의 직접 계약자들은 똥 밟았다고 생각하면서 포기했다. 수법이 뻔히 보이는 사기. 본사를 방문한다 하더라도, 기프트를 출금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몇몇 직접 계약자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기어코 본사를 방문했다. 본사의 위치는 ‘지구’라는 우주 외딴곳에 있는 작은 별이었다.

“오는구려.”

“예, 싯타르타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 행성 신 연합에서 돕긴 하겠지만, 방심은 금물이오. 저 중에는 우리조차 상대 불가능한 괴물들도 여럿 섞여 있는 듯 보이니 말이오.”

싯타르타의 말에 트레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싯타르타님조차 말입니까?”

“뭘 그리 놀라시오. 이 우주에 나보다 강한 직접 계약자가 없을 리 없잖소. 하지만··· 코인에 물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뭐, 그리 신세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트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직접 계약자를 태운 전함들이 하나둘씩 지구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직접 계약자들로 빼곡하게 가득 찼다. 그들은 트레이에 분노를 드러냈지만, 이내 분노 조절을 했다.

트레이의 세력이 그들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를 이렇게 먼 곳까지 불러 모은 이유가 무엇이오?”

“만약 시답잖은 이유라면 각오해라, 트레이. 오늘 이곳에서 네놈을 끝장내줄 테니 말이다.”

거대한 악마족 직접 계약자가 트레이에게 으름장을 놨다. 트레이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아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다들 여기 돈 받으러 온 거 아니오? 그런 것치고는 다들 태도가 빠릿빠릿하군.”

“뭐라고?”

“지금 우주에 존재하는 그 어떤 거래소들도 당신들의 휴짓조각을 그렇게 비싸게 사주진 않소. 전쟁 이후 안정화가 된다면 모를까, 그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 설령 안정화가 된다 하더라도 당신들의 휴짓조각이 가격을 회복할지는 미지수지.”

“그래서, 지금 기프트를 안 내놓겠다는 거냐?”

그는 거대한 불 채찍을 꺼냈다. 싯타르타는 주먹을 들어 겨눴다. 악마족 직접 계약자는 움찔거렸다. 그의 주먹에서 느껴지는 신성이 무척이나 강대했기 때문이다.

결코 그의 아래가 아니었다.

“무언가 오해가 있나 본데, 기프트는 약속대로 지급할 거요. 설령 내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오. 이쯤 되면 여러분은 의아해할 거요. 대체 저 트레이라는 놈은 뭐 하는 놈이기에 휴짓조각을 비싸게 사 모으는 걸까?”

짧게 말을 끊었던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가 가진 휴짓조각에 우리도 모르는 가치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애석하게도 휴짓조각은 휴짓조각이요. 무슨 가치가 있겠소? 그럼에도 내가 그런 미친 짓을 하고, 여러분들을 불러 모은 건··· 보호를 부탁하기 위해서요.”

“보호?”

“지금 컴퍼니의 군단이 이 지구로 향하고 있소.”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맛이 쓴 걸 느꼈다. 컴퍼니의 군단. 하나도 아니고, 무려 2개 군단이 이 지구로 향하고 있단다. 당연히 지구의 전력으로는 그들을 막아낼 수 없다.

때문에 그는 이런 쇼를 펼쳐가면서, 직접 계약자들을 지구로 끌어모은 것이었다.

“!?”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직접 계약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저, 정말이냐?”

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어렸다. 컴퍼니의 군단이 지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은 지구에 있는 이들을 모두 적대시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즉, 그들 역시 타겟이 됐다는 소리다.

“지금이라도 떠나면 괜찮을···”

트레이는 코웃음을 쳤다.

“리가 없지. 우리에게 협조하시오. 그러면 놀랄 만한 기프트를 드릴 테니.”

“우리가 협조할 거 같으냐? 당장 네놈을···”

악마족 직접 계약자는 그를 향해 채찍을 날렸다. 그를 보디가드처럼 지키던 싯타르타가 주먹을 휘둘러 채찍을 쳐냈다. 그는 다른 직접 계약자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다들 뭐해?”

“아니, 어차피 선택지가 없다면 트레이의 말대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대꾸를 한 여인의 말에 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미미르,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미미르라 불린 여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표정이 몹시 얄미워 악마족 직접 계약자는 흉흉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여기서 트레이를 살해하고, 우리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한들 컴퍼니에서 믿어줄까?”

“···그래서 네년들은 트레이의 편에 서겠다는 거냐?”

대답은 미미르가 아닌 옆에 있던 성기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전신에 빛나는 갑주를 걸친 성기사였다. 그녀가 들고 있는 백색 검은,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그녀의 정체는 빛의 신, 루였다.

“사탄, ‘년들’이라니 말이 심하네? 더러운 악마족 주제에···”

“루, 네년까지···”

“아무렴 너 같은 배신과 속임수를 즐겨 하는 악마족보다는 트레이가 훨씬 믿을 만하지.”

사탄이라 불린 악마족 직접 계약자는 길길이 날뛰었지만, 곧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지금 여기서 싸워봐야 개죽음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순순히 협조하라고.”

사탄은 그의 어깨를 툭툭 치는 여자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쳐냈다. 그러나 여자의 존재를 확인한 그의 눈이 둥그렇게 변하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르르 떨렸다.

“아우리엘 네년까지···”

대천사, 아우리엘.

“아우리엘, 늦었네.”

그녀는 바닥에 착지한 채, 사탄을 향해 창을 겨눴다.

“발키리들을 소집해서 데리고 오느라.”

곧, 직접 계약자들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천사족 전사- 발키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아름다운 자태를 잠시 넋을 놓고 쳐다보던 트레이는 이내, 세 여신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드리오. 하지만 어째서 우리 편을 들어준 것이오?”

“이진서와의 인연 때문이라 해두지.”

“그 친구와의 인연 때문이라··· 감사합니다.”

미미르, 루, 아우리엘.

한 명, 한 명이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거물들이다. 그런 거물들이 이진서 때문에 지구를 돕겠노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녀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직접 계약자들 역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능성 있는 배팅인가?’

만약 성공한다면, 그들은 황금 동아줄을 잡은 셈이 된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준 그들을 트레이가 외면할 리 없으니 말이다.

“아, 말씀드리지 않은 게 있는데, 곧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오.”

“상품?”

“지구인들은 ‘토토’라 부르더군. 하이낸스와 컴퍼니의 승패에 대해 배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오.”

“···지금 장사를 하겠다는 거야?”

미미르는 어이없다는 듯한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트레이는 엷게 미소를 흘리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상인은 장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것 참··· 구미가 당기는 배팅이네. 나부터 투자할게.”

“어차피 하이낸스가 지면 끝 아닌가? 나도 투자하지.”

직접 계약자들도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소. 여러분이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려주시오. 더 많은 직접 계약자들이 우리 측에 합류할 수 있도록.”

이 모든 상황을 뒤에서 바라보던 정민혁이 혀를 내두르며 중얼거렸다.

“이젠 토토에 다단계까지?”

초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그들로 하여금 후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게 하는 완벽한 다단계 수법.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저 투자자들은 인간도 아니고, 죄다 신 혹은 그에 맞먹는 이들 아닌가.

“그래도,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말하면···”

강순철의 말에 정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형님, 잘된 거 같습니다.”

다수의 행성 신과, 직접 계약자들의 합류. 이진서와 시나트리온이 없는 지금, 그들은 엄청난 전력을 얻었다. 설령 컴퍼니의 군단이 오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나저나, 형님은 잘하고 계시려나.’

정민혁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밝게 빛나는 별. 우주 어딘가에서, 이진서는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간절하게 기도했다.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기를.

***

“일어나지 않은 모양이군.”

뜬금없는 발라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신의 육체가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시스템이 부연 설명을 도왔다.

[신의 육체를 사용한다는 건,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 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하이낸스 측이 밀리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

나는 동화 세계에서 봤던 ‘신의 육체’를 떠올렸다. 괴물 중의 괴물. 물론 내가 ‘신’으로 각성하여, 신의 육체를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괴물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내 육체가 붕괴되고 있는 상태다.

‘아무렴···’

여기까지 오고 나니, 사실 삶에 대한 애착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고. 어차피 결말이 정해져 있다면,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도···

생각을 이어나가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죽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냐?’

나를 기다리고 있을 다른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는 생각을 털어버리곤,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넌 어딨어?”

[예?]

“당신 말이야. 오퍼레이터, 미야. 지금까지 나를 도와줬는데, 얼굴도 한 번 본 적 없잖아?”

[그건··· 저 역시 U-999에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었는데.”

[때가 되면 보게 될 겁니다.]

[직접 계약자, 이진서가 저를 보고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뭔가 다급한 반응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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