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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23화 (223/236)

223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두 시간 전, ‘갓’ 통찰안의 네 번째 시험을 통과한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고양감에 휩싸였다.

그러던 와중, 때마침 컴퍼니에서 지구를 침공할 거라는 정민혁의 말을 들은 나는 통찰안의 지배 권능을 사용해, 지구로 향하고 있던 컴퍼니의 전함들을 삭제해버렸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이진서, 당신의 생존 가능성이 단 0.1%라도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 그녀의 말처럼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내심 이게 될까,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될 줄은 몰랐던 나는 잔뜩 흥분해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모를 화근까지 완전히 제거해버릴 심산이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총 세 개의 무리를 포착할 수 있었고, 지구로 향하던 전함들과 마찬가지로 제거해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내 육체가 완전히 붕괴하기까지,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것을.

동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정민혁에게는 밥이나 먹자는 식으로 적당히 둘러댔지만 그 직후, 시에니와 시나트리온이 찾아온 탓에 전부 다 까발려졌다.

“당신이 신의 힘을 사용하고도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불완전한 세 가지 요소들이 누군가의 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교묘하게 조화를 이뤘기 때문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처럼 시에니는 전에 내게 말했었다. 만약 셋 중 어느 것 하나 지나치거나, 부족했다면,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그 균형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각성한 신의 눈은 신에 근접하지만, 힘을 남용함으로 인해 당신의 연약한 육체는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슬프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뭐, 이런 운명이 다 있어? 기껏 생사의 관문을 통과했더니, 관문을 통과하며 얻은 힘을 사용한 대가로 죽음 확정이라니.

“뭔가 방법이 없겠습니까?”

내 물음에, 시에니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실행할 수 있을지, 또 실행한다 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게 뭡니까?”

“신의 육체. 이 모든 일은 당신의 육체가 나약한 탓에 벌어진 일이니, 신의 육체를 손에 넣으면··· 폭주한 신의 눈 또한 제어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신의 육체는···”

신의 육체는 하이낸스의 소유.

신의 육체는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보물이 아니었던가. 하이낸스에서 내게 그런 신의 육체를 넘길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없었다. 기프트 후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저희 하이낸스의 소유로, 현재 사용할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그 말은 어차피 안 된다는 소리 아닙니까?”

“상황이란 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약 슈엔자오님께서 실패하시거나, 슈엔자오님께서도 예측하시지 못한 ‘변수’라는 게 생긴다면 상황이란 게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요.”

“······”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그녀가 혹시 다른 꿍꿍이를 가진 게 아닐까. 통찰안을 사용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 보다 확실해질 터. 그러나 나는 끝내 통찰안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 사용하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다. 고작 하루 정도 남았을 뿐이다. 내 육체가 완전히 붕괴될 때까지. 여기서 통찰안을 사용한다면, 그 하루조차 단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못 먹어도 고다.’

시에니는 적어도, 지금 내 상태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내 육체니, 그 사실은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즉, 그녀가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내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는 셈이다.

“신의 육체가 있는 U-999는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행성입니다. 우주선에 탑승한다 하더라도, 수백만 년은 걸릴 만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행히, 이곳에서 멀지 않은 행성에 U-999 행성계로 워프할 수 있는 워프 장치가 있습니다. 웜홀을 사용한다면 U-999에 보다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두르십시오. 길 안내는··· 당신의 오퍼레이터가 해줄 겁니다. 미야, 서포트 부탁드립니다.”

[확인했습니다. 우선, 우주선을 구하십시오. 아주 튼튼한 우주선을.]

그녀의 말대로 우주선을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X-347이었다. 아나스타샤가 있는 X-347. 그녀는 김민수와 함께 우주선 연구를 했고, 제논족의 기술이 담긴 우주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니, 성능만 따지고 보면 제논족의 우주선도 뛰어넘었다고 했다. 그녀의 우주선이라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타이밍이 좋다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막, 제작을 마쳤거든요. 물론 도색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Скорость света>

종류 : 탈것(Vehicle)

등급 : 초월(EX)

내구 : 100,000,000/100,000,000

기능 : 제논 부스터 Lv.100, 제논 쉴드 Lv.100, 워프 Lv.100, 오토 리페어 Lv.100, 리커버리 필드 Lv.100, 트랜스폼 Lv.100

질주의 크기에 비해 대략 서너 배밖에 되지 않는 작은 우주선. 하지만 그 내구는 무려 1억. 노틸러스 1호의 여섯 배를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내구를 지녔다.

뿐만 아니라 붙은 기능들 역시 죄다 100레벨들이었다. 그야말로, 우주선의 ‘끝판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그녀가 두문불출한다 했더니, 이런 괴물을 만들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이름은 무슨 뜻입니까?”

러시아어로 돼 있는 이름의 의미를 물었다.

“광속- 빛의 속도라는 뜻이에요,”

광속.

그야말로 그 성능에 걸맞은 이름이라 할 수 있었다. 광속을 바라보는 그녀의 표정은 뿌듯함이 가득했다. 나는 그 표정에서 그동안 그녀가 해온 노고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니, 어차피 리더가 사용하라고 만든 건데, 죄송할 건 없죠. 아마 저 광속을 다룰 수 있는 이는 리더밖에 없을걸요?”

나는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광속 내부에 앉는 순간, 나는 마력과 신성이 빨려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바로, 일어났다. 평소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양이지만, 육체가 붕괴된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내게 우주선의 연료는 ‘수명’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도와주지.”

지켜보던 시나트리온이 선뜻 나섰다. 그라면, 이 우주선의 연료를 지불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격전지가 될 곳으로 향하는 것이 어떤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지,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음에도,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나도 슬슬 전투에 목이 마르던 참이다. 설령 그곳이 내 무덤이라 한들···”

나는 그의 무덤덤한 말에서 굳은 결의를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시나트리온과 동행해 지구를 떠나기로 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마음에 걸리는 건 있었다.

‘하지만 시나트리온과 내가 자리를 비운 지금··· 혹여나 누가 지구를 침공하기라도 한다면.’

지구로 향하던 컴퍼니의 전함들은 ‘모조리’ 침몰했지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또다시 컴퍼니에서 전함들을 보내오지 말라는 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시에니에게 보호를 요청해봐야 하는 걸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친구,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얼굴에 보이는군. 하지만 그건··· 쓸모없는 걱정이네.”

“트레이?”

“그래, 나 트레이야. 이 우주에서 유일무이한 대상인, 트레이란 말일세!”

“······?”

“지난 반년간, 그랜드 머천트의 세력을 흡수하며 우리는 수많은 행성들과 교류를 맺었네. 그 와중에 몇몇 행성들과는 ‘무력 동맹’을 결성하기도 했었지. 그런데 말이야, 그 행성 중 일부가 컴퍼니에 의해 침공을 당한 모양이야.”

“그렇습니까?”

“그래, 브리게이드계였나? 뭐, 자네는 모르겠지만 말일세. 그들 중 일부는 하이낸스에 합류했고, 일부는 이 지구에 올 거라고 하더군. 놀라지 말게. 그들은··· 행성 신이야, 행성 신.”

“행성 신이라···”

나는 ‘므르므르’를 떠올렸다. 행성 신이었던 그는 상당한 강자였다. 그런 행성 신이 여럿이라면, 설령 컴퍼니에서 전함들을 보내온다 하더라도 어찌어찌 막아낼 수 있을지도···

“그리고 그들이 전부가 아니야. 다른 행성들도 우리를 돕기로 했네.”

“피난민을 맞을 준비를 해야겠군요.”

“나와 이 친구에게 맡겨두게.”

“예, 형님, 저만 믿으십시오.”

“최대한 빨리 올게.”

그렇게 말이야 했지만, 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당장, 신의 육체를 얻지 못하면 그걸로 나는 사망 확정이었으니 말이다. 속으로 생각하며 나는 광속에 올랐다.

우주선이 출발했다. 광속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속도였다. T-1082. U-999의 행성계로 향하는 워프 장치가 있다는 행성이었다. 지구에선 대략 수만 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고.

그러나 광속은 워프 기술을 보유했다.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광속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워프 기술을 사용하자, 우리는 T-1082의 행성계로 들어설 수 있었다.

T-1082, 온통 바다로 가득한 행성.

해수면 위를 날아다니며 우리는 워프 장치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거대한 해양 생명체들이 우리를 공격하기도 했지만, 광속의 속도를 따라오지는 못했다.

[금방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데?”

[불청객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 모양이군.”

시나트리온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진서, 내가 너에게 말했었던가.”

“뭘, 말입니까?”

“너를 도와줬던- 그리고 베스타스 제독과 나를 패주시켰던 강대한 존재에 대해 말이다.”

그는 그답지 않게,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아니, 초조하다기보단··· 얼핏 보기엔 흥분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뇨, 한 번도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녀석의 이름은··· 발라르다.”

“······?”

알게 모르게, 나는 발라르의 도움을 받은 셈이었다. 우연이라고 말하기엔 기묘하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발라르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설마··· 이 행성에 있다는 불청객이···

그때, 거대한 해양 생명체가 우리를 덮쳤다. 온통 검은 반점에 뒤덮인, 이전까지의 해양 생명체와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거대하고 민첩한 해양 생명체였다.

‘변이체.’

그리고 그 변이체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했다. 저런 변이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는 지금껏 하나밖에 보지 못했다. 바로, 발라르.

금발, 적안의 남자.

거대한 변이체의 위에 탑승한 채, 그가 우리를 향해 중얼거렸다.

- 운명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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