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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22화 (222/236)

222화

아직 컴퍼니와 하이낸스의 전쟁 소식을 듣지 못했던 플레이어들도 뒤이어 전송된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알게 됐다. 컴퍼니 측에서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시스템 메시지를 전송한 것이다.

메시지는 단순했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확실했다.

[하이낸스는 우리 컴퍼니의 체제를 전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선택하십시오. 우리와 함께할지, 아니면 우리의 적이 될지를.]

전 우주가 난리 났다. 컴퍼니에서 대놓고 선언한 것이다. 자신들의 편을 들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겠노라고. 중립을 허용치 않겠다는 그 단호한 의지에, 플레이어들은 선택해야 했다.

당연하게도 그들 대부분은 컴퍼니를 지지했다. 컴퍼니, 하이낸스. 둘 다 대단한 세력인 건 맞지만,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건 컴퍼니 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낸스가 컴퍼니를 이길 가능성이 낮다는 것 역시, 그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대부분이 그랬다는 건, 모두가 그런 선택을 내린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슈엔자오의 세력- 그가 운영하던 수백 개의 사업체 역시 하이낸스에 합류했으며, 그 밖에도 그의 후원을 받던 후원자들, 컴퍼니에 불만을 품어왔던 이들 역시 하이낸스에 합류했다.

그 세력이 모이니, 컴퍼니로서도 좌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전면전이 시작됐다.

먼저 움직인 건 컴퍼니의 37군단이었다. 37군단의 이명은 ‘허무(虛無)’. 전함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모든 것을 허무의 상태로 되돌려버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37군단에 속한 전함의 숫자만 물경 일천 기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컴퍼니를 지지하는 플레이어들의 전함 역시 합류해 그 실질적인 숫자는 일천 기를 훌쩍 넘겼다.

타이탄급 전함만 300여 기를 넘어서고, 중형 우주 전함인 테티스급 전함은 700여 기에, 소형 우주 전함은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런 전함들이 급습한 곳 브리게이드계.

싯타르타를 포함한 ‘행성 신 연합’이 위치한 행성계였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의 적이 아니지 않습니까?”

“재밌는 소리를 하는군, 히페리온. 우리는 저들에게 선택할 시간을 줬고, 저들은 선택하지 않았다.”

군단장, 헬리오스의 말에 부군단장 히페리온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한때 행성 신 연합 소속이었던 그는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브리게이드계를 침공하는 것이 찝찝했던 것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그러면 그 자유에 대한 대가 역시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것이다.”

히페리온은 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헬리오스는 쯧쯧 혀를 차면서 중얼거렸다.

“무르구나, 히페리온.”

“아닙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들을 설득해라. 컴퍼니에 굴복하는 길이, 그들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니까.”

“그들은···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끝났군.”

“······”

히페리온은 침묵했지만, 그의 말에 긍정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들 입장에서 배신자. 배신자의 설득 따위 들을 리 없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그들은 브리게이드계에 들어섰다.

초입부터 전함 다섯 기가 그들을 반겼다.

“고작 다섯 기인가.”

“급하게 준비하느라 그런 모양입니다.”

다섯 기와, 일천여 기가 넘는 전함의 전투. 그 승부의 결과는 너무나 명확해 보였다. 헬리오스의 명령과 함께 전함들이 일제히 주포를 발사했다. 우주는 순간적으로 빛무리에 뒤덮였다.

전함 다섯 기는 무언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화력 앞에 그대로 소멸되고 말았다.

잔해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이었다. 전함들은 순조롭게 브리게이드계에 들어섰다. 제일 먼저 그들을 맞이한 행성은 L-319.

-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행성신인 부야노가 투항의 의사를 밝혀왔지만, 헬리오스는 포격 명령을 내렸다. 전함이 다시 불을 뿜는다. 부야노는 행성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던졌지만, 무리였다.

아무리 행성 신이라 하더라도, 수용할 수 있는 데미지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야노는 그대로 흔적도 없이 소멸했고 L-319 행성 역시 그대로 파괴돼버렸다.

파괴된 행성 조각들이 우주 공간에 흩뿌려진다.

바로 그때였다.

- 군단장이시여, 그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헬리오스는 화면을 전환한다. 행성 신 연합의 행성 신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대화를 걸 의도인지, 그들 중 하나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미 협상은 결렬됐다. 모조리 죽여라.”

전함들이 그들을 향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례를 보고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행성 신들은 쉽게 당하지 않았고 곧 전함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행성 신들은 일천 기가 넘어서는 전함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숱한 경험을 가진, 헬리오스는 그들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행성 신들의 힘은 행성 그 자체에 온다는 것. 다시 말하면 행성을 파괴하면, 그들의 힘 역시 소멸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직접 나갈 것도 없군. 행성을 공격해라.”

- 알겠습니다.

전함이 움직이는 걸 보며, 행성 신들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래서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어 시스템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지금 그들은 시스템의 보조도 받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그들이 가진 막대한 양의 기프트는 그 가치를 상실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싯타르타는 침울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이럴 거였으면··· 컴퍼니에 합류하는 편이 나았으려나.’

컴퍼니 합류 결정을 조금만 더 일찍 내렸다면, 이런 상황이 벌어질 일도 없었을 텐데··· 그러나 후회하기엔 너무 늦었다. 컴퍼니의 전함들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보였으니까.

그는 다른 행성 신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들 각자 행성은 각자 지키는 걸로 하지.”

행성 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동감한 것이다.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오히려 상황이 불리해질 것이라는 걸.

“어쩔 수 없군···”

합쳐졌던 행성 신들이 자연스럽게 흩어졌고, 그들의 견제에서 벗어난 전함들의 포격이 한층 더 가속화됐다.

브리게이드계 곳곳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그 와중에 수많은 행성들이 파괴됐고, 수많은 행성 신들이 죽었다. 싯타르타의 행성이라 한들 예외가 될 순 없었다.

그는 눈을 감고 가부좌한 채로, 손을 들었다. 행성 전체에 보호막이 둘린다. 의지만으로 행성 전체에 보호막을 두를 수 있다는 것은 그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싯타르타는 행성으로 날아드는 파괴 광선을 막아내면서, 지상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피해라···!”

그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행성 전역에 울려 퍼졌다.

- 어디로 말입니까? 싯타르타.

“······”

그도 알고 있었다. 피할 곳이 없다는 것을. 컴퍼니에서 워프를 방해해서, 워프 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 결국 행성에 숨으란 말인데, 행성 그 자체를 파괴할 텐데 숨는 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행성민들이 이대로 절망하게 놔둘 수 없었다.

“곧, 지원군이 올 거다. 그때까지 버텨라!”

지원군,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하이낸스 측에서 이곳까지 지원군을 파견할 수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그는 행성민들에게 거짓된 희망이라도 불어넣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차라리 절망하면서 죽는 것보다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다시 이어지는 포격을 그는 간신히 막아낸다. 그러나 이제 슬슬 그것조차 한계였다. 행성 파괴를 끝마친 다른 컴퍼니의 전함들이 합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끝인가···’

슬슬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려 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

그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침묵하려 했으나, 기어코 입을 열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허공에서 거대한 블랙홀이 생기더니 전함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우주가 도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인위적인 블랙홀이었다. 블랙홀은 자신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니까.

전함들은 빨려 들어간다. 탑승해있는 함장들의 표정엔- 당황함이 어려있어, 싯타르타는 그 광경에 통쾌함을 느꼈다.

“다 죽어라, 이 새끼들아···!”

- 싯타르타?

- ···싯타르타님이 욕을 하실 리 없잖냐.

- 하지만 방금 들은 건 뭡니까?

- 잘못 들은 거다. 잊어버려라.

너무 통쾌한 나머지, 그는 지상에 다 들릴 정도로,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말해버렸던 것이다. 그는 흠흠,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지원군이 도착했다.”

- 우와아아!

그제야 지상에서 함성이 들려온다.

싯타르타는 일말의 감동마저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블랙홀은 곧 소멸했다. 그러나 군단의 반수 이상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특히 헬리오스가 탑승해있던 대장함이 빨려 들어간 것으로 인해, 군단의 사기는 바닥을 쳤다. 전함들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행성 신들도 마침내 반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투는 여전히 치열했다. 아직 남은 전함의 숫자가 많았기에, 오히려 행성 신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컴퍼니의 ‘지원군’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47군단. 모두가 나타난 건 아니고, 군단의 일부만 나타났을 뿐이지만 컴퍼니의 사기 진작에는 충분했다. 행성 신들이 또다시 침울한 표정을 지을 때쯤, 진짜 ‘지원군’도 나타났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타이탄급의 수십 배에 이르는 거대한 전함, 파괴자였다. 그런 파괴자가 한 기도 아니고, 무려 세 기였다.

행성 신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직 그들은 파괴자가 하이낸스 소속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컴퍼니의 지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곧 밝아졌다.

파괴자가 컴퍼니의 전함들을 향해 불을 뿜었기 때문이다.

“젠장, 어디서 온 놈들이냐···!”

“설마, 하이낸스인가!”

단순히 덩치만 큰 것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 파괴자의 화력은 컴퍼니 측 전함들에 비해서도 ‘압도적’이었다. 보호막은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전함 채로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컴퍼니 측 전함들이 불을 뿜었지만, 그들의 화력은 파괴자의 보호막을 뚫지 못했다. 결국 몇 번의 공방전 끝에, 컴퍼니의 전함들은 죄다 고철 신세가 돼버리고 말았다.

살아남은 이들은 전함을 이끌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파괴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전함은 이내 행성 신들의 앞에 멈춰 섰다. 곧 전함의 문이 열린다.

“하이낸스 소속 파괴자급 함선을 몰고 있는 함장, 리처드요. 우리에게 합류해, 컴퍼니에게 복수합시다.”

행성 신들이 내릴 수 있는 선택지는 정해져 있었다. 컴퍼니가 적으로 돌아섰는데도, 중립을 고수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살아남은 행성 신들은 모조리 하이낸스에 합류했다.

그들이 거느린 행성민들의 숫자를 합치면, 그 숫자는 물경 수십억에 이르는 세력이 하이낸스에 합류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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