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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21화 (221/236)

221화

이진서가 죽음을 겪은 이후, 전투는 한층 더 치열해졌다. 이 세계에선 그 역시 부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가 더 이상 체력이나 마력 안배를 위하여 몸을 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것이라 믿기 힘든 그 놀라운 투지 앞에서는 강해진 아틸라 역시 번번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틸라는 알고 있었다. 저 발악은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끝났군.’

이진서, 도저히 인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강자. 그러나 그 본질은 결국 인간일 뿐이다. 그가 가진 영혼은 자신처럼 수천 번의 죽음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다.

결국, 죽음이 반복될수록 알게 모르게, 그의 영혼은 갈가리 찢겨 끝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다. 그는 통찰안의 망령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비롯한, 눈의 내부에 갇혀있는 수많은 망령들처럼…

그렇게 생각하며, 아틸라는 입을 벌렸다.

달려오던 이진서를 향해, 그의 브레스가 발사됐다. 순간적으로 우주 공간을 뒤틀리게 할 정도의 압도적인 위력을 담은 브레스가 그를 집어삼켰다. 아니, 집어삼키는 듯했다.

마치 물살을 가르듯, 거대한 검기가 브레스를 양단해버린다. 물론 그가 사용하는 ‘극한의 발도술’은 어디까지나 공격을 위한 수단일 뿐, 방어를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시점에서 분명히, 이진서는 죽었다.

그러나 세계가 복원되기 직전, 검기는 날아와 아틸라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이진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몸이 복원된 그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수백 번 죽었다. 이제는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그의 영혼은 금이 가고 있었다. 본인 역시 슬슬 그 사실을 느낄 터였다. 대체 그런데, 어떻게 아직도 태연할 수 있는 거지?

‘둔한 녀석인가?’

그러나 생각을 하다 말고, 아틸라는 직후 날아온 검기를, 몸을 틀어 튕겨냈다.

“생각이 많나 보네.”

검기를 날린 이진서가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틸라는 실소를 흘렸다.

- 즐겁구나.

이런 전투를 해본 게 대체 얼마 만이지? 통찰안의 시험관으로 간택된 후, 그는 수많은 강자들을 상대해왔다. 그들 중엔 지난번에 상대했던 ‘우주의 지배자’ 같은 존재들도 여럿 있었다.

그들은 눈앞의 이진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영혼의 소유자들. 하지만 지금 그는 이진서와의 전투에서 그들과의 전투에서도 느낀 적 없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아틸라는 그를 바라보며 불나방을 떠올렸다. 죽을 줄 알면서도,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드는 나방의 모습을. 어쩌면 자신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건, 그가 필멸자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 즐겁구나, 즐거워.

어느새 다시 몸을 재생한 이진서 역시 그를 향해 웃어주었다.

“당신이 즐겁다니, 나도 즐겁네.”

다시 격돌하는 둘. 죽고, 죽이는 원초적인 전투가 이어진다. 죽음의 횟수는 어느새 네 자릿수를 넘어섰다. 아틸라는 슬슬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

분명 그의 눈에 이진서의 영혼은 산산조각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

“이제 몇 번째지?”

그는 생각하다 말고, 어이없어져 그에게 되물었다.

- 그걸 나한테 왜 묻는 거냐?

“말 걸 사람이 아틸라, 당신밖에 없잖아?”

- 대략 삼만 번 정도 될 거다.

“그러면 1부터 다시 세지.”

- 아직도 즐기고 있는 거냐?

“너무 즐거운데. 안 그래?”

인간 주제에, 마치 그를 평가하는 듯한 그 오만한 두 눈에 아틸라는 무심코 답했다.

- 나도 즐겁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과연 자신은 즐기고 있는가?

“또 까먹었네.”

- 107,563이다. 제발 까먹지 좀 마라. 빌어먹을 놈.

“처음부터 다시 세야겠어.”

- ……

아틸라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이진서는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1부터 세기 시작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107,563번. 지금까지 몇 번이나 다시 셌던 것을 생각하면 실질적으로는 약 30만 번쯤 될 것이다. 놀랍게도 그것은 그가 죽인 횟수가 아닌, 그가 죽은 횟수다.

‘인간이 30만 번 죽고, 어떻게 멀쩡할 수 있지?’

우주의 지배자라는 존재들이 고작 10만 번 죽고 무너졌다. 헌데, 인간이 30만 번의 죽음을 버텨낸다고?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그는 이진서의 영혼을 살피기 위해 눈을 떴다. 통찰안의 개안(開眼). 여전히 그의 영혼은 산산조각이 나 있다.

그러나 그는 기시감을 느꼈다. 저 정도의 죽음이라면 산산조각 나는 게 아니라, 진즉 아예 먼지처럼 증발했어야 옳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말이다.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안력을 키웠다. 통찰안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 통찰안의 역대 사용자들 중 하나였던 그는 우주의 본질마저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그의 통찰안에도, 이진서의 영혼은 쉽게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그는 강력하게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언가가 있다.’

- 보여라.

그 공간의 본질마저 마음대로 뒤바꿔버릴 정도의 강대한 지배 능력이 발동됐다. 그의 지배 능력에 반응하듯, 점점 그의 영혼이 그 내부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틸라는 집중했다.

그리고…

- 으악…!

직후, 눈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추락하고 말았다. 그런 그의 몸을, 이진서의 검이 헤집는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그는 그대로 절명(絶命)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복원되는 세계. 그의 눈 역시 원래대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인간이… 아니다.’

인간의 영혼은 그저 껍질에 지나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것, 그의 영혼 이상으로 강대한- 정체불명의 영혼을 감추기 위한.

이진서는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천연덕스럽게 중얼거렸다.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네.”

- 네놈은…

그러나 아틸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직후, 이진서의 검이 그를 찢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의 검이 빨라지고, 강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죽어가면서,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마치 유리 조각들이 흩뿌려지는 것을. 그의 영혼의 잔재들이었다. 그리고, 그 내부에 있던 영혼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영혼은 그의 생각보다 더 강대했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것이 아직 실체를 모두 드러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게든 그것이 드러나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그러나 막기는커녕, 그는 오히려 부추긴 꼴이었다. 그러나 후회하긴 너무 늦었다. 아틸라는 입을 벌렸다.

아무리 그것이라 하더라도, 여러 번 죽인다면 꺾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리고 그 결과는…

- 네놈 역시 그의 편린 중 하나구나, 그러면 대체…

‘어째서 지금껏 모습을 감추고 있던 거냐.’

그는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수많은 죽음을 받아들인 그의 영혼은 점차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 이진서의 영혼은 오히려 더 커졌다.

마치 그의 영혼을 흡수하기라도 한 듯한 모양새였다.

이진서는 검을 휘둘렀다.

“16,384.”

직후 그가 있던 세계가 와장창 무너지기 시작했다. 세계는 더 이상 복원되지 못했다. 그것은 아틸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라지기 직전, 이진서를 눈에 담으며 중얼거렸다.

- 이제부터 너는 통찰안의 주인이다.

여태껏 통찰안의 시험을 통과한 이들은 총 넷. 그러나 그는 그들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 중 셋은 편법을 사용했고, 정상적으로 통과한 건 하나.

그러나 그 나머지 하나는 바깥세상에서 죽었으니, 실질적인 통찰안의 주인은 저 인간- 이진서 하나가 된 셈이었다. 이진서 역시 그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또 보지.”

통찰안의 주인이 된 그는 통찰안의 ‘망령’들을 소환할 수 있다. 결국, 그의 말처럼 머지않아 또 보게 될 터였다. 그때, 그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퍼레이터, 미야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죄송합니다. 잠시 링크가 끊어져, 이진서를 보조하지 못했습니다.]

“아냐, 괜찮아.”

이진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는 어차피 시스템이 통찰안의 시험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시스템이 사라지자 처음엔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아틸라가 나름의 말 상대가 돼준 탓에 나중에는 별로 외롭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거야?”

[직접 계약자, 이진서가 세계에 들어가고, 지구의 시간으로 7시간 27분이 경과했습니다.]

“다행이네.”

이진서는 내심 안도했다. 통찰안의 내부에서 꽤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한 가지 전달할 사항이 있습니다.]

“전달할 사항?”

[현재 컴퍼니와 하이낸스는 전쟁에 돌입했습니다. 그에 따라… 지구 역시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갑자기…?”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하이낸스에서는 지구를 보호할 여력은 없는 것 같으니, 이진서, 당신이 보호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는 컴퍼니 소속이잖아?”

[‘너’가 아니라, 오퍼레이터, 미야입니다. 저는 컴퍼니 소속이긴 하지만 이진서, 당신을 돕기 위해 하이낸스에 가담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당신을 서포트할 예정입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는 상황에, 그는 의아해하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미야, 고마워.”

[딱히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말한 건 아니었습니다.]

“……”

그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앞에 있는 거대한 문을 바라본다. 그는 천천히 문에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 순간, 그는 다시 그가 현실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정민혁이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넌 왜 그러고 있냐?”

“형님… 전달해드릴 게 있습니다.”

“전달? 아, 이미 알고 있어.”

“예, 예?”

“전쟁 터졌다면서.”

“역시 형님이십…”

“아직 도착은 안 한 모양이네?”

“시나트리온님에 의하면, 컴퍼니의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부분은 다른 곳으로 향하는 모양이고, 극히 일부만 이곳으로 향하고 있답니다.”

그냥 일부도 아니고 극히 일부. 컴퍼니의 극히 일부다. 컴퍼니는 이진서를 포함한 지구는 물론, 지구가 속한 태양계 전체를 멸망시킬 만한 전력을 보냈다.

아무리 지구에 강자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것 역시 감안해 보낸 것으로 결코 그들은 막아낼 수 없을 터였다.

그래, 어디까지 ‘조금 전’까지라면 말이다. 각성한 이진서는 예정된 미래를 틀어놓기에 충분했다.

“걱정할 거 없어.”

“형님이 대단하신 건 잘 알지만, 이번만큼은 상대가…”

이진서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사라져라.”

“예? 형님이 그러시다면…”

“너한테 한 말 아니야, 인마.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아니, 지금 밥이나 먹을 때가…”

그러거나 말거나, 이진서는 몸을 돌렸고 혼자 남겨진 정민혁은 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구로 파견된 컴퍼니의 군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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