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코인 채굴-220화 (220/236)

220화

“오퍼레이터, 미야를 지금 당장 반환하지 않으면, 24시간 이내에 행성을 침공할 거랍니다.”

시에니의 보고에, 슈엔자오가 입을 열었다.

“자신 있나 보군.”

“컴퍼니니까요.”

컴퍼니, 무려 십만 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우주 전체를 지배해온 지배 세력. 그런 컴퍼니에 소속돼있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이유였다.

설령 하이낸스라 하더라도, 컴퍼니의 이름에 비하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슈엔자오는 그 사실에 지독한 불쾌감을 느꼈다.

“쯧, 그 시절을 겪어본 적도 없는 풋내기들 주제에.”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던 그는 시에니를 바라보며 말한다.

“쿼드 코어(Quad Core) 가동을 준비해라. 적어도 저쪽과 동일한 조건은 만들어줘야겠지.”

“예.”

시에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쿼드 코어. 컴퍼니의 코어 설계를 본떠 슈엔자오가 자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컴퍼니에서 플레이어 시스템의 가동을 정지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패였다.

“그리고··· 파괴자들을 불러들여라.”

파괴자.

가장 크다고 알려진 타이탄급 함선의 크기의 수십 배에 달하는, 하이낸스가 제논족의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제작한 함선. 하이낸스가 보유한 파괴자급 함선의 숫자는 총 일곱 기.

그런 파괴자급 함선을 모는 함장들 역시 오랜 기간, 그의 후원을 받아온 강자들뿐이었다. 그들이 컴퍼니와의 전쟁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미 오고 있답니다.”

“필요 없는 전투는 삼가라 말하고. 그리고···”

그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홍색 머리 소녀가 입을 열었다. 오퍼레이터 관리소에서 워프 포탈로 도주한, 이 모든 일의 발단이라 할 수 있는 오퍼레이터, 미야였다.

“그냥 제가 나갈게요.”

슈엔자오는 그녀에게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불가능하다.”

“전쟁이 일어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당신이 더 잘 아실 텐데요?”

컴퍼니와 하이낸스의 전쟁. 컴퍼니는 말할 필요도 없고, 하이낸스 역시 컴퍼니보다는 못하지만 전 우주에 상당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전 우주에 엄청난 파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역시 오랫동안 ‘온실’ 속에 갇혀 있어서 그런지, 세상 물정에 어둡구나. 너는 그저 도화선에 불을 붙였을 뿐이다. 고작 너 하나 내주는 것으로 멈출 수 있는 전쟁이 아니다.”

미야는 그의 눈을 바라본다. 그녀는 그의 말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능력을 가지지 않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워져 온 그녀는, 생전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물며 그 상황이 평범한 상황도 아니고, 우주의 흥망성쇠가 걸린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러면··· 코어를 사용하게 해줘요.”

“그가 걱정되는 건가?”

이진서. 그는 이진서에게 큰 관심을 가졌었다. 언젠가 그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모든 일이 너무나 빠르게 앞당겨졌다. 전쟁에서 활약하기에, 그는 지나치게 부족했다.

“······”

슈엔자오의 물음에 미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긍정의 침묵이었다. 그는 허락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대비할 시간 정도는 줘야겠지. 보내주지.”

하이낸스의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그를 포함해 그가 머무는 행성, 그의 전반 세력까지 컴퍼니의 침공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이진서가 미리 대비한다고 해서, 그 침공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적어도 컴퍼니의 전력을 분산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이 될 순 있을 터였다.

그와 동시에, 미야의 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가 있는 곳에서 족히 수십만 킬로미터는 떨어진 쿼드 코어의 옆으로 그녀를 전송해버린 것이다.

잠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기던 슈엔자오는 입을 열었다.

“슬슬 ‘그것’을 꺼낼 때인가.”

“···하지만 그것은 아직 불완전합니다.”

“내가 사용한다면?”

“그건···”

시에니는 말을 흐렸다. 슈엔자오가 그것- ‘신의 육체’를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될지는 그녀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게 있다면 잘못될 경우에는···

‘모두가 죽는다.’

컴퍼니에서 자행했던 실험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 당시, 신의 육체는 눈과 뼈는 물론, 영혼조차 가지지 못한 빈 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가진 슈엔자오가 더해지는 순간, 신의 육체는 ‘이론상’으로는 완전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신이 될 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었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니까. 과연 실전에서 과연 그 이론이 통용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말리지 못했다. 이어질 컴퍼니와의 일전에서 신의 육체는 그들이 가진 최고의 패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말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붉은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한편, 행성 U-999의 깊은 지하로 이동한 미야는 눈을 떴다. 그녀의 눈앞에는 회전하는 네 개의 구체가 있었다. 쿼드 코어. 플레이어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한 원동력이었다.

비록 장치의 생김새는 투박하기 짝이 없었지만, 오퍼레이터 관리소에 있던 코어와 핵심 장치가 비슷했으므로 그녀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녀는 플러그를 꺼내 몸에 연결했다.

그리고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다이브.”

[접속 중입니다···]

[환영합니다, 오퍼레이터, 미야.]

그녀는 어느새, U-999의 지하 시설이 아닌 어두운 밀실로 돌아와 있었다. 지금은 그녀의 고향보다 더 친숙한 정경을 바라보던 그녀는 화면을 바라봤다. 화면에 불이 들어온다.

[직접 계약자, 이진서와 링크를 연결합니다.]

내심, 미야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이진서가 죽거나, 잘못됐다면 링크 자체가 연결되지 않을 것이었기 때문이다. 곧, 그녀는 아틸라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이진서를 볼 수 있었다.

의문을 가진 채 전투를 바라보던 그녀는 곧 이상함을 느꼈다. ‘그’의 표정이 더없이 처절해 보였기 때문이다.

‘??’

- 젠장, 대체 네놈의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인간이 그렇게 강대한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것이냐. 내 영혼을 삼키려 들지 마라···!

놀랍게도 ‘그’는 이진서가 아닌 통찰안의 네 번째 시험관인 아틸라였다. 분명 링크가 끊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무표정하던 그가 어째서 지금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 알겠구나. 그래, 네놈 역시 그의 편린 중 하나구나. 그러면 대체···

그는 더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진서의 검이 그의 미간을 꿰뚫어버렸기 때문이다. 미야는 느낄 수 있었다. 이진서의 몸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성장했어?’

그러나 이번에도 세계는 어김없이 복원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아틸라의 몸 크기는 줄어들어 있었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아틸라의 표정이 처절한 이유를.

둘 사이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을.

‘그런데, 이게 가능하나?’

본래, 그녀는 이진서가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편법’을 사용하려 했다. 그 편법의 정체는 바로 기프트의 사용을 허가하는 것. 그 우회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칭호였다.

바로 그녀가 만든 ‘초월자 살해자’ 칭호.

<초월자 살해자>

등급 : 초월(EX)

조건 : 초월자를 일천 번 이상 살해.

보상 : 플레이어 상점의 한시적 개방

동시에 그것은 기록자가 시험을 통과한 방법이기도 했다. 반대로 말하면 그 기록자조차 편법을 사용하지 않고는, 시험을 통과할 수 없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진서는 편법의 사용 없이, 시험을 통과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평범한 인간이었던 그가, 한때 통찰안의 완전한 보유자였던 아틸라를 영혼의 ‘크기’와 ‘격’에서 압도한다는 것이.

그러나 그 말 안 되는 일이, 지금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영상 속, 이진서는 새롭게 복원된 아틸라의 신체를 향해 도약한다. 아틸라는 기를 쓰고 발악했지만, 결국 심장이 꿰뚫렸다.

또다시 복원되는 세계.

이진서는 그 세계를 눈에 담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16,384.

***

시나트리온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티 한 점 없이 맑은 하늘. 그러나 그의 눈은 그 하늘 너머에 있는 우주를 관조(觀照)하고 있었다.

이전의 그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시 성장했다. 이전의 그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육체적으로는 물론, 능력적으로도.

“곧, 우주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려는 모양이군.”

“엄청난 일 말입니까?”

정민혁의 표정이 굳었다. 그동안 그와 몇 번이고 대화를 나눠왔지만, 그가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혹시 지구에도 영향을 끼칠까요?”

“그래, 오고 있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누가 말입니까?”

“적이.”

“예!?”

느닷없는 말에, 정민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다. 우리도 준비해야겠지. 이진서는 아직인가?”

“예, 뭐··· 저는 형님이 금방 통과하실 거라 믿습니다.”

“···그래.”

한편, 다가올 위협을 느낀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청? 그게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좀 말해 봐봐.”

“곧, 컴퍼니가 우리를 침공한대요.”

라니아의 입장에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였다.

컴퍼니. 갑자기, 컴퍼니에서 왜 자신들을 침공한단 말인가? 만화로 따지면 1화에서 세계관 최강자가 나타나 주인공을 죽이려 드는 막장 전개가 아닌가.

“컴퍼니에서 갑자기 왜?”

“그건 청도 잘 모른대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데?”

라니아는 멘탈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컴퍼니의 침공을 받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 설령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플레이어 시스템을 통해, 그들은 결국 자신들의 도주를 알아차릴 것이고 이 우주에 자신들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일단 기다리래요.”

“대체, 뭘?”

“‘왕’이 귀환할 때까지.”

“그게 대체 무슨 소리··· 그러면 그냥 기다리란 말이지?”

그녀는 답답한 표정으로 청을 바라봤으나, 그녀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고, 입술을 다물고 있었다. 더 물어본다 한들 그녀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네.”

홍은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청의 조언을 받든 그녀는 그랜드 머천트에서 목숨을 건졌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은 그녀는, 청의 말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빨리 지구로 돌아가야지.”

현재 라니아는 상행을 위해 지구를 떠난 상태였다. 그녀는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들에게 드리워졌다. 몸이 굳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탑승한 함선보다 수백 배는 거대한 함선. 파괴자였다. 그녀는 숨이 멎는 듯한 압박감을 받았다.

‘설마 적인가?’

그녀는 아직 파괴자가 하이낸스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잠시 그들을 바라보듯 정지해있던 파괴자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PTSD가 온 것처럼 손을 벌벌 떨고 있던 라니아도 그제야, 함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 파괴자가 적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