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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16화 (216/236)

216화

행성 회의. 인근의 행성 신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우주의 미래에 대하여 토론하는 회의···였지만 사실 첫 개최부터 수천 년이 흐른 지금에 이르러서는 친목 다짐 정도로 변질됐다.

“요즘 같아선 정말 하루하루가 즐겁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회의장 한가운데에서 싯타르타는 이웃 행성 신인 부야노와 대화를 나누며 껄껄 웃었다. 다른 행성 신들은 그들을 시기와 질투 어린 눈빛으로 노려본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그들이 요 근래 광풍을 몰고 온 트레이(Tray) 코인 매수자였기 때문이다.

1트레이당 10기프트. 상장가에 1억 기프트 어치를 매수한 싯타르타는 트레이 코인의 시세가 1,500기프트에 이른 지금 약 15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부야노는 비록 그처럼 상장가에 매수하진 못했지만, 1트레이당 50기프트에 2억 기프트 어치를 구매한 ‘비교적’ 초기 투자자로, 그 역시 30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

각각 150억 기프트, 60억 기프트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 셈. 아무리 그들이 직접 계약자라 한들, 150억 기프트와 60억 기프트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행성 신들에게도 딱히 ‘예외’는 아니었다. 하물며 남이 벌어들였다는 돈이 땅을 사는 정도가 아니라 행성을 살 수 있을 정도라면 더더욱.

물론 싯타르타와 부야노라 한들 그들의 그런 시선을 느끼지 못할 리 없었다. 사실 그들은 오히려 그들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싯타르타, 저는 사실 추가로 매수했습니다.”

부야노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오, 얼마에 말인가?”

“1,000기프트 갈 때 10억 기프트 어치를 추가로 질렀습니다.”

“사실 나도 900기프트에 20억 매수했네.”

부글부글, 그들의 ‘기만질’을 이기지 못한 한 행성신이 입을 열었다.

“그러다가 내려가면 어떻게 하려고 하나?”

“하하, 트레이 코인이 지금 얼만지는 아나?”

싯타르타가 그를 비웃듯 입을 열었다.

“1,500기프트일세. 이 친구야. 어차피 올라갈 건데 자네도 더 늦기 전에 매수하게.”

부야노도 신나서 떠들었다.

“맞죠, 맞죠. 어차피 일만 기프트까지는 무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도 6배는 남겨 먹는 장사입니다. 뭐, 그때쯤 되면 저는 한 200배 정도 수익을 올리겠지만 말입니다.”

“너무 우쭐대지 말란 말일세···! 그런 스캠 코인이 내려가는 거 한두 번 보나?”

“스캠? 그건 좀 불편하네요. 트레이는 신입니다, 신. 우리 같은 가짜 신 말고, 진짜 신.”

“다른 스캠 코인들과는 차원이 달라. 트레이가 이번에 그랜드 머천트에 갔다고 했지. 4대 상단 안에 들기만 하면 2,000기프트의 벽도 어렵지 않게 깰 수 있을 걸세.”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행성신들은 긴가민가한 표정을 짓는다.

“정말?”

“그래, 정말이지.”

바로 그때였다. 그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 정체불명의 함대가 그랜드 머천트를 급습, 그랜드 머천트는 완전히 파괴.

- 트레이는 행방불명.

“뭐, 뭐라고?”

난데없는 돌발 상황에 싯타르타와 부야노는 황급히 거래소를 열어, 기프트 코인의 시세를 확인했다.

[500(-66%)]

1,500기프트에서 500기프트. 하루아침에 3분의 1 토막이 나버렸다. 그가 어떻게 대응을 하기 전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싯타르타와 부야노는 잔고를 확인하고 넋이 나갔다.

엄청난 수익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잔고는 폭삭 줄어있었다. 물론 워낙 싼 가격에 매수한 그들인 만큼 아직 수익권이었지만, 트레이 코인의 급락은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450(-70%)]

고작 1분 만에 시세가 500기프트에서 450기프트로 내려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정신이 혼미해지는 걸 느끼며, 싯타르타와 부야노는 초조하게 손을 떨었다. 어떻게 하지? 스캠이었나? 트레이가 죽었다면 그건 오히려 호재 아닌가? 트레이 코인이 그럴 리 없는데···

졸지에 초상집이 난 마냥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그들을- 행성신들은 비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터진 모양이군?”

“스캠 코인의 최후인 거지.”

“지금이라도 팔게. 수익일 때 건져야지. 아, 이런··· 그 사이 400기프트까지 떨어졌구먼.”

그들의 복통은 이미 씻은 듯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싯타르타와 부야노는 서로의 눈을 마주 본다.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눈빛으로 서로를 향해 말하고 있었다. ‘팔 겁니까?’ ‘나는 팔기엔 늦은 것 같아. 자네라도···’

결국 부야노는 매도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그는 390기프트에 그가 가진 트레이 코인을 모두 매도했다. 최종 결산은 분명 수익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회의 전까지만 해도 찬란했던 그의 잔고는 마치 빔이라도 맞은 것처럼 수직 하락했으니 말이다. 행성 신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낄낄거리며, 싯타르타를 향해 물었다.

“싯타르타, 자넨 안 파나?”

평생을 쌓아온 정신 수양이, 한순간에 무너지려는 것을 느낀 싯타르타는 기함했다.

“으어어어! 나는 절대로 안 판다, 안 판다!”

“900기프트에 20억 질렀으면, 손해가 얼마야? 정말 괜찮은 거 맞나?”

“트레이가 고인이 됐다면 뭐, 미래가 있겠나? 다시 되살리지 않는 이상에는···”

“······”

그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

트레이 코인이 마치 폭포수를 그리듯 하락하고 있지만, 시에니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없다. 당연하다. 애초에 이 모든 일은 그녀가 기획하고 주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찌라시를 퍼트려, 트레이 코인의 급락을 이끌어냈다. 이른바 개미를 털고 물량을 매집하기 위해서였다. 병상에 누운 채 나 역시 실시간으로 감상하고 있었다.

문득 나는 과거를 떠올렸다. 기프트 코인이 폭락하던 그때. 회사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폰만 보며 손만 덜덜 떨고 있었는데. 이젠 내가 코인의 폭락을 주도하는 ‘세력’이 되다니.

1,500기프트에서 지금 가격인 350기프트까지 떨궜다. 퍼센티지로 따지면··· 대략 77퍼센트가 급락한 셈인가.

고점 판독기- 또는 불나방이라 불리는 이들은 하루아침에 시드의 77퍼센트가 날아간 셈이었다. 저점 매수자들 역시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슬슬 고민할 시점.

나는 궁금해져 그녀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내릴 겁니까?”

시에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점은 대략 200기프트 정도로 예상 중입니다.”

아직도 바닥이 남았단다. 이렇게 지켜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혀오는데, 실제로 트레이 코인을 매수한 당사자들은 어떨까? 하물며 ‘진짜 저점’인 200기프트까지 또다시 폭락한다면?

물론 이 지극히 ‘건전한 조정’ 이후, 트레이 코인은 1만 기프트까지 쉴 새 없이 올라갈 것이다. 저점에 패닉셀한 이들은 올라가는 걸 보며 손가락만 쪽쪽 빨게 되겠지.

만약 그러면, 진짜 자살이 마려워질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그때, 시에니가 느닷없이 내게 물었다.

“??”

무슨 의미의 질문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이 된 기분 말입니다.”

“······”

지금 시에니는 동화 세계 속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침묵하자,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비록 불완전하고, 일시적이지만- 당신은 분명, 그때 신이 됐습니다. 우주를 창조할 수 있다는 진짜 신 말입니다.”

그녀의 확언(確言)에 부정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처럼 그때, 나는 분명 ‘신’이 됐었다. 그런데 신이 된 기분이 어떠냐라··· 속으로 그녀의 질문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테라에서 처음 신의 선물을 받아들였을 때, 나는 스스로의 힘에 취해 오만해졌었고, 호전적으로 변했었다. 타인 뿐만 아니라, 나조차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또렷한 변화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평상시의 나와 큰 차이가 없었다. 내가 느끼지 못한 차이가 있을까 싶어 되짚어 생각해봤지만, 마찬가지의 결론이었다. 시에니는 그런 나를 잠시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나 역시 그녀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신 겁니까?”

“이미 오퍼레이터에게 슈엔자오님이 보관하고 있는 ‘신의 육체’에 대해 전해 들으셨을 겁니다.”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슈엔자오에 대해 들을 때, 오퍼레이터- 그러니까, 시스템에게 전해 들은 말이었다.

컴퍼니에서 신의 육체의 보관을 그에게 맡겼기에, 발라르는 절대로 신의 육체를 강탈할 수 없을 거다- 뭐, 그런 뉘앙스의 말이었다.

“저희는 수천 년간 그런 신의 육체를 제어할 방법을 찾아왔었고, 실제로 그렇게 찾아낸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녀는 잠깐 내 눈을 응시하다가, 재차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중 어느 것도- 컴퍼니가 개발한 방법조차, 이진서처럼 완벽하게 신의 힘을 안정화하지는 못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들었다.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뭘까?

‘혹시 실험용 쥐로 삼기 위해서?’

우습지만, 내 생각에는, 제법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내 생각을 읽은 듯,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이진서가 가진 힘은 불완전하니까요. 좋은 데이터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희 입장에선 그렇게 대단한 가치를 가지진 않습니다. 즉, 이진서가 걱정하는 것처럼 실험용 쥐가 될 일은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는 드물게 웃고 있었다. 나는 괜스레 머쓱해져 코를 매만졌다.

“하지만 컴퍼니와 다른 세력에서 이진서의 각성 사실을 알게 되면··· 저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당분간 이진서의 존재를 은폐하려 한 겁니다.”

“······”

그녀는 한마디 더 첨언했다.

“굳이 그랜드 머천트를 지워버린 건 그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나는 그제야, 그녀가 그랜드 머천트를 지워버린 이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나를 은폐하기 위해서. 고작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수만, 수십 만의 생명을 학살한 것이다.

“······”

잔혹한 일이지만, 그렇게까지 동정심은 들지 않았다. 나는 분명 그들에게 ‘기회’를 줬으니까.

“그러면 시키신 일은 어떻게 할까요?”

분명 그녀는 ‘조작범’들을 살해하라는 명령을 내렸었고, 나는 그녀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 대로면 더 이상 그 명령을 이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조작범들을 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진서는 당분간, 제가 말씀드린 대로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이 지구에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당분간 대기, 휴식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쉬라는데, 굳이 딱 잘라 거절할 정도로 나는 그녀의 명령에 열정적이지는 않았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나한테 뭔가 시키지 않는다면, 후원은 끊어지는 건가?

“후원은 계속될 겁니다. 저는, 저희는 플레이어, 이진서의 가치를 높게 사니까요.”

이건 조금, 만족스러워서 흡족하게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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