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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11화 (211/236)

211화

지금으로부터 몇 달 전, 라우라는 하늘 요새를 떠났다. 그녀의 고향인 멕시코에 가보고 싶다는 이유였다. 미국에 흡수됐었던 멕시코 카르텔들 몇몇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 뒤로 라우라의 행적은 묘연해졌다. 물론 이진서는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그녀를 존중했기에 그녀를 부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몇 달 전, 연병수 역시 그녀의 뒤를 이어 하늘 요새를 떠났다. 마법을 제대로 수련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바닷속에 들어가 버렸다. 그의 행적 역시 묘연해졌다.

마찬가지로 이진서도 그를 찾거나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둘은 오늘, 하늘 요새로 소집당했다. 바로 진혜연에 의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강한 사람들’이란 바로 그들이었으므로.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상대가 누군데?”

“무슨 제독이래요.”

“뭐, 해적 같은 건가? 그나저나, 너 오랜만이다?”

대수롭잖게 생각한 라우라는 연병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라우라?”

“너도 떠났었다면서? 뭐 좀 얻었냐?”

“뭐···”

그녀의 말에 연병수는 엷게 웃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그저 얼버무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의 성격이 그랬으므로. 그러나 깊은 심해에서 마법을 수련하며, 그의 성격은 조금 달라졌다.

그는 그의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라우라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는 됩니다.”

“피해 끼치면 확 내 손에 죽는 수가 있어.”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이었지만, 그것이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연병수는 별로 기분 나빠하지 않고 진혜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돼?”

“어··· 일단, 시에니 언니를 만나 봐야 알 것 같아요.”

“시에니 언니?”

라우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연병수는 아는 척을 했다.

“아, 시에니.”

진혜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누군지 알아요?”

“한 달 전쯤 지구에 왔던 외계인 아니야? 존재감을 느끼고, 탐색했던 적이 있어.”

“어땠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라우라는 김이 빠졌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연병수의 입장에선 사실이었다. 무언가 있는 것 같은데,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알아보지 않았다.

본능이 경고했기 때문이다. 진실을 들여다봐서 좋을 게 없다고. 그렇게 그들은 진혜연과 함께, 시에니를 만났다. 그녀는 그들을 훑어보다가 작게 한숨 쉬며 말했다.

“너무 약한데.”

“···뭐라고?”

라우라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약하다는 말을 그녀가 들을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물며 그냥 약한 것도 아니고 ‘너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줄은 더더욱.

그녀는 당장이라도 이프리트를 소환해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고 싶었으나, 진혜연의 얼굴을 봐서 꾹 참기로 했다. 대신, 한 번 더 물었다.

“지금 뭐라고 했어? 다시 한번 말해줄래?”

라우라의 성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농담으로 한 말이라도 사과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에니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존재였다. 그녀는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약하다고 했습니다. 약해요.”

“이게 진짜···!”

“아니, 언니 참아요.”

간신히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른 라우라는 연병수를 바라본다. 연병수는 바보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병수 새끼야, 너는 화도 안 나냐.”

“어··· 네.”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던 연병수는 순순히 긍정했다. 그녀는 한층 더 머리에 열이 뻗치는 걸 느꼈으나, 그와 동시에 의문이 머리를 들었다.

“왜 안 나는데.”

“약하다는 건 상대적이니까요.”

“···그러면 얘랑 나랑 비교하면, 내가 더 약하다고?”

연병수는 침묵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긍정의 침묵이었다. 라우라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 연놈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릴까 하고 말이다.

그녀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거나 말거나, 시에니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뭐, 시간이 별로 없긴 해도, 괜찮게 다듬을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다듬는다니, 그게 무슨···?”

곧, 그녀의 눈이 커졌다. 그러다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정신없이 눈을 끔뻑거렸다.

둘 중 먼저 입을 연 건, 그녀가 아닌 연병수였다.

“100억?”

이미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100억 기프트가 그들에게 양도 됐다는 메시지.

‘내가 없는 사이, 신종 스팸 같은 게 개발된 건 아니겠지?’

반신반의하는 그들에게 시에니의 목소리가 낮게 이어졌다.

“딱 3분 드리겠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은 없습니다.”

짧게 말한 그녀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황당한 표정을 짓던 라우라와 연병수는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정신없이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3분 드리겠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로, 그들은 바보는 아니었다.

***

극한의 발도술을 사용해 내가 날린 검기는 ‘신’의 주먹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흩어지고 말았다. 나를 향해 떨어지는 주먹을 어이없이 바라보던 나는, 이내 낮게 중얼거렸다.

“텔레포트.”

주먹을 회피한 나는 망설였다.

이제 시험해볼 수 있는 방법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가진 기술 중 극한의 발도술 이상의 위력을 가진 기술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행성 파괴 병기 DR01.

제논족의 결전 병기. 고작 두 발 발사한 것만으로, 행성을 멸망시킬 뻔했던 괴랄한 위력을 가진 병기. 물론 DR01을 사용하면, 이 행성은 멸망한다.

그러나 어차피, 이대로 놔둔다 하더라도 멸망하기는 매한가지다. 나는 빠르게 선택을 내렸다.

[행성 파괴 병기 DR01(EX)을 사용합니다.]

하늘에서 로봇이 내려온다. 로봇에 탑승한 나는 신을 올려다봤다. 신의 눈은 명백하게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로봇을 기동해 주먹을 피해낸 후, 두 손을 신을 향해 겨눴다.

신력과 마력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두 손이 대포로 변한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쾅! 반동과 함께 로봇의 동체가 지상에 부딪힌다.

충격이 뒤를 이었으나, 내 신체는 대부분 충격을 흡수했다. 내가 발사한 초록색 구체는 녀석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그는 피할 생각도, 막아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마침내 초록색 구체와 녀석의 몸이 부딪쳤다. 신의 거대한 몸집에 비하면 폭발은 자그마했다. 그러나 폭발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마치 바이러스가 퍼지듯 연쇄적으로 퍼져나간다.

눈이 멀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섬광. 그러나 통찰안을 가진 나는 그 섬광 속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의 육체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

설마 행성 파괴 병기마저 아무런 효과가 없을 줄은 몰랐기에, 내 정신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내, 입술을 깨물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두 번으로 안 되면 세 번···

‘이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재차 몸을 일으킨 나는 녀석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역시 효과는 없었다. 아까 전처럼 DR01은 과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시간의 신, 크로노스의 시계를 사용해 스킬의 재사용 대기시간을 ‘초기화’했다. 다시 한번, DR01을 사용하려던 나를 말린 것은 지혜의 신, 미미르였다.

신력 보호막을 사용한 채 우아한 몸짓으로 그녀를 향해 튀는 돌덩어리들을 방어해낸 그녀가 말했다.

“좋은 자세야, 그런데 제논족의 결전 병기로는 저 존재에게 피해를 줄 수 없을 거란다. 애초에 그게 통했다면, 제논족의 행성이 멸망했겠니?”

“그렇다면 DR01을 만든 이유가···”

그제야 나는 DR01의 정체에 대해 깨달았다.

“그래, 맞아. 그들의 행성을 침공한- 저 신의 육체를 없애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며, 그들은 멸망하고 말았고.”

그녀의 설명은 합리적이었다. 이미 실패한 병기로 죽일 수는 없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제논족이 실패할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행성을 파괴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신’을 죽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다만 내가 알 수 있는 건··· 네가 그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 기록자는 말이다. 생각보다 공명정대하단다. 불가능한 것을 시련이랍시고 내밀진 않는단 말이다.”

내가 신을 쓰러트릴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아니, 그런 걸 내가 가지고 있을 리가···

‘아니.’

사실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수’가 남아있었다. 다만, 사용하지 않은 것은- 지금의 내가 그걸 사용했을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이 길게 이어졌다.

“선택은 네 몫이란다.”

미미르의 말처럼 선택은 내 몫이다. 나는 하늘을 바라본다. 신의 눈동자는 ‘명백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그는 나에게 묻는 듯했다. 할 수 있냐고.

‘해본다.’

나는 아공간 창고에서, 기록자의 거울을 꺼냈다. 현재의 자신을 저장하거나, 혹은 불러올 수 있는 초월 등급 아이템.

“불러오기.”

[기록자의 거울(EX)에 저장된 모습을 불러옵니다.]

그 순간,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쿵쾅, 쿵쾅.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그 변화- ‘신의 선물’을 나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 ??? ?????]

무언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모양이지만, 어째서인지 물음표만 떠올라 읽을 수 없었다. 나는 시스템 메시지에서 신경을 끄고, 군신의 검을 들었다. 그리고 신을 노려봤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신의 눈동자에 처음으로 감정이 생겼다는 걸. 무슨 감정인지 읽을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몸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 그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생체 안드로이드 로봇 J’의 말을 떠올렸다.

- 이진서님은 이상적인 육체의 보유자입니다. 그런 신체를 따라, 육체를 재구성했으니, 강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적인 육체가 있다면 바로 저런 것일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경외심이 치밀어 오를 정도다. 그 순간, 나는 ‘실마리’를 얻었다.

더 강해질 수 있는 실마리를. 통찰안을 사용한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강해져라.”

통찰안의 지배 능력을, 스스로의 신체에 사용한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 신체가 재조립되는 것을. 내 신체가 신의 육체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신이 주먹을 휘둘렀다. 나 역시, 이번만큼은 주먹을 피하지 않고 군신의 검을 휘둘렀다. 마침내 주먹과, 검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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