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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코인 채굴-206화 (206/236)

206화

트레이 일행이 떠난 후, 므르므르는 본격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의 염동력은 거대한 빌딩을 들어 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예 도시를 통째로 드러내 버렸다.

곳곳에 숨어있던 견인족들은 염동력에 의해 짓눌려, 전부 다 벌레처럼 죽어 나가기 시작했다. 공포에 도망치기도 했지만, 의미는 없었다. 행성 전체가 그의 성역(聖域)이었으니까.

오로지 도망치는 길은 진즉 행성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남은 것은 오로지 신벌(神罰)을 기다리는 것뿐.

“이게 신···”

므르므르가 보여준 위용은 용맹한 견인족들마저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검은 개, 로어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므르므르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거라곤 예측하지 못했다.

그저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뒤에서 지켜볼 거라 생각했다. 그는 자신들을 완전히 솎아내겠다는 그의 ‘결심’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그도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지원군을 불렀다.

제독, 크레인. 수천 년 동안 존재해온 그 사악한 우주 해적의 힘을 빌린다는 것이 꺼림칙하긴 했지만, 그라면 충분히 므르므르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로어님, 어서 피하십시오. 이곳은 곧···”

부관, 셰미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삐걱삐걱거리는 소리가 함께 그들이 있던 건물이 통째로 들렸다. 우수수, 건물 잔해들이 그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로어와 셰미르는 마력을 사용해, 구조물들을 쳐냈다. 바닥에 착지한 그들은 곧 볼 수 있었다. 수백 배는 거대해진 몸집으로, 그들을 내려다보는 므르므르를.

엄청난 위압감에 로어와 셰미르는 몸을 떨었다. 그러나 로어는 이내 위압감에서 벗어난다. 그의 몸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다. 거대한 흑견(黑犬)으로. 크르르.

“건투를 빕니다, 로어님.”

수 킬로미터를 올라갔던 건물이 그에게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로어는 피하지 않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그의 몸에 충돌한 건물은 그대로 산산조각 나, 지상에 흩뿌려졌다.

오히려 잔해를 디딤돌 삼아 단숨에 수 킬로미터를 도약한 그는 므르므르의 어깨를 노렸다. 물기 직전, 마치 파리채라도 맞은 것처럼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한편, 자연재해와 같은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소밀레 상단주를 포함한 4대 상단주들, 그리고 거래소 사장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은 영상을 바라보며, 화상 회의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므르므르님의 힘은 명불허전이구려.”

“하지만 로어 역시 보통은 아니네요.”

라니아의 말에 소밀레 상단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마셜 상단주의 최종 병기였으니까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미 승자는 정해져 있다는 걸.”

지켜보던 이들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로어는 강하다. 전대 마셜 상단주가 상단의 기둥 여러 개를 뽑았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해서 만들어낸 괴물.

여기 있는 이들도 태반이 직접 계약자들임에도, 로어를 상대할 자신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므르므르는 그런 로어와도 궤를 달리하는 ‘독보적인’ 괴물이었다.

‘로어가 이길 가능성은 제로야.’

그것이 냉정한 판단. 하지만 라니아는 한편으로 의문을 떠올렸다.

‘로어가 과연 그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 몰랐을 리 없다. 오히려 로어 정도 되면 상대방과 자신의 기량 차이를 더 잘 파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을 리가···

그때, 하늘에서 빛이 번쩍였다. 므르므르는 전투를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순간, 거대한 섬광이 그를 덮쳤다. 쾅! 쾅! 일대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엄청난 섬광.

그 영향은 지상뿐 아니라 그들이 있는 지하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상을 촬영하던 드론뿐 아니라, 화상 연결마저 끊어진다. 라니아는 욕설을 지껄였다.

“미친, 이게 뭐야? 무슨 전함이라도 온 거야?”

“······”

청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손을 꼼지락거렸고,

“제독이 왔어요.”

홍이 그녀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제독? 그게 무슨···”

라니아는 눈을 감았다. 곧, 그녀는 홍이 말한 ‘제독’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우주 해적이 갑자기 여기는 왜? 설마, 마셜 상단이 끌어들인 ‘조력자’라는 게···”

그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우주 해적. 우주 상인들의 가장 큰 대적(大敵)이 아닌가. 아무리 손을 잡을 데가 없기로서니, 마셜 상단이 우주 해적들과 손을 잡다니.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공간이동 방해장 때문에, 이 행성을 벗어나지도 못하잖아?”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라니아의 표정이 점차 공포에 물들기 시작한다.

“어쩐지 일진이 사납다더니···”

“······”

홍은 청을 바라본다. ‘미래시’ 스킬을 가진 청은 짧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또한 그녀는 아무리 자그마한 가능성이라 하더라도 현실로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청은 눈을 떴다.

홍이 입을 열었다.

“상대만 조력자가 있는 게 아니래요. 우리도 조력자가 있다는데요?”

“우리의 조력자?”

“······”

“트레이 상단의 여우 가면?”

“여우 가면이라면···”

로어의 분신을 죽였던 트레이의 보디가드를 말하는 것일 거다. 그녀는 기억을 천천히 회상한다. 확실히 보디가드치고는 강했지만, 그렇게 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그러나 청이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고작 한 명?”

제독급이 이끄는 전함의 숫자를 생각하면, 못해도 전함 수십 척이 왔을 테고, 거기에 탑승해있는 선원들의 숫자는 수만에 달할 터였다.

“강하대요. 몹시.”

“뭐, 강하다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아무리 강해도, 제독을 혼자 상대할 정도의 괴물일 리가 없잖아.”

“······”

거기에는 홍도 동감했다. 그 정도로 제독은 괴물로 알려져 있었으니 말이다. 청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눈치였으나, 이번에는 홍의 입을 빌리지 않고 침묵하고 말았다.

라니아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렸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

함대에서 나온 백발의 인간. 아니, 보통 지구인의 두 배 정도 돼 보이는 거인은 활을 쥐고 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막대한 힘을 읽은 나는 통찰안을 사용했다.

<제독, 크레인>

내심 확신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그는 제독이었다. 그는 내 역량을 살피려는 듯, 나를 훑어봤다. 하지만 곧 인상을 찌푸린다. 아마도 내 정보를 살필 수 없기 때문이겠지.

그 이유는 바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여우 가면에 기인한다.

<위장자의 가면(EX)>

이래 봬도 초월 등급 아이템. 시에니에게 받은 것으로, 위장자의 가면을 쓰고 있는 이상 내 정보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경계 어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감히 우리의 행사를 방해하다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다짜고짜 주포 날린 게 누군데?

“미안한데, 선빵 친 건 너희거든?”

- 대화로 풀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남은 것은 네 오만함에 대한 응징일 뿐.

한껏 개소리를 지껄이는 그는 내게 활을 겨냥했다. 그리고 시위를 당겼다. 우주 공간을 찢으면서 화살이 내게 날아든다. 나는 검에 신성을 담아, 화살을 쳐냈다.

펑!

폭발과 함께, 화살이 튕겨 나간다. 그러나 튕겨 나간 화살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뱅그르르 선회하며 내 몸을 노렸다. 나는 블링크를 사용해, 우주선 앞에 이동해 섰다.

드리블을 하면 보다 손쉽게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내게는 지킬 것이 있었으므로. 크레인도 그런 사실을 눈치챘는지, 그는 조준도 하지 않고 재차 화살을 발사했다.

한 발, 두 발. 날아든 그의 화살은, 쉴 새 없이 나를 노린다. 숫자가 늘어날수록 당연히 회피가 까다로워진다. 나는 검을 우주 공간에 꽂았다.

[성역을 선포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제독답게 그는 그린돈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신성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활용할 줄도 아는 실력자였다. 그는 화살 하나를 들어, 마찬가지로 우주 공간에 꽂았다.

[제독, 크레인이 성역을 선포합니다.]

‘쉽게 결판이 안 나겠네.’

아니, 오히려 이쪽이 불리하다 할 수 있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전함들도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 전함의 주포에 구체가 맺히기 시작한다. 쾅! 쾅! 일제히 불을 뿜는다.

나는 슬쩍 우주선 안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트레이와 그룹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던 나는 짤막하게 중얼거렸다.

“이프리트.”

내 등에서 일어난 거대한 화염 거인이 막아섰다. 그의 몸에 둘린 거대한 갑주. 평소의 형태와 달리, 그는 무구를 장착하고 있었다. 완전한 본체는 아니지만, 무구를 장착한 형태.

내가 ‘제2 형태’라고 명명한 형태로 소환된 것이다.

그는 불의 방패를 소환해 파괴 광선을 막아냈다. 얼마간 버티던 불의 방패는 파괴됐지만, 그는 육탄으로 막아냈다. 크레인의 화살이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노렸으나 그는 튕겨냈다.

“막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작··· 아니다.

평소였다면 나를 향한 분노를 터뜨렸겠지만, 어째서인지 분노 조절을 하는 그.

“왜 그러십니까?”

- 어차피 죽게 될 놈인데, 마지막 부탁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지.

“설마 제가 질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씹은 건 아니고, 크레인을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손에 들린 불의 검이 크레인을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어느새 그 숫자가 수백 단위로 불어난 화살 벽에 가로막혔다. 불의 검은 허무하게 우주 공간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 감히 더러운 우주 해적들 따위가···

- 미안하지만 이프리트, 나는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소. 빚쟁이 정령왕은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쓰레기니 말이오.

- ······

그는 침묵했으나, 더욱더 분노했는지 그의 화염은 한층 더 거세게 타올랐다. 크레인에게 도발당해 잔뜩 약이 오른 것이 틀림없었다.

‘이프리트로는 가망이 없을 것 같네.’

나는 이프리트를 바라보다가, 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흡수(G)를 사용합니다.]

손이 닿은 부분에서 마치 빨대처럼 그의 힘이 쭉쭉 빨려들어 오기 시작한다.

[근력이 2.75 상승합니다.]

[체력이 1.95 상승합니다.]

[마력이 2.65 상승합니다.]

새롭게 얻은 신화 등급 스킬, 흡수. 신화 등급 스킬치고는 간단하다.

그 효능은 바로 대상의 능력치를 스틸하는 것. 물론 이프리트는 내 마력에 의해 소환된 소환수인 만큼, 그에게 흡수를 사용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그리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마인화(改)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의 일이다. 마인화를 사용해 현재 체력과 마력이 무한이 된 지금, 나는 리스크 없이 그를 흡수할 수 있었다.

그는 분노하겠지만··· 이프리트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노려봤다. 그러나 이미 그가 저항할 수단은 없었다.

- 감히 날 또 배신···

“다음에 사과하겠습니다.”

그는 극대노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아마 삐져도 단단히 삐졌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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